EP.114 인간체험 (5) 안이 젖었소
꺼억.
아르고스의 공주, 이오는 맛있었다.
선불이라는 명목으로 따먹으며, 나는 행여나 그녀가 '경비병!'하면서 나를 없애기 위한 수작을 부릴까 살짝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이오는 순순히 내게 범해졌고, 몇 번이고 절정하고 또 절정했다. 끝에가서는 한 마리의 암캐가 된 것 마냥 헐떡이며 가버렸다.
"정신이 드나?"
"......."
짝!
이오는 내 손길을 뿌려쳤다. 얼굴에는 수치심이 가득했고, 자신의 몸을 팔로 가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당신은...쓰레기야."
"뭘?"
"어떻게, 한 나라의 공주를 상대로 이런 짓을…!"
"이런 짓 뭐? 내가 당신을 범한 것? 아니지, 범한 것이 아니지."
나는 이오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녀는 내게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몸부림을 쳤지만, 나는 힘으로 그녀를 억눌렀다.
"나는 그대가 바라는 일에 대한 보수를 먼저 받았을 뿐이다. 스모르페니우스를 상대로 승리하고 네 남편이 된다면 당연히 네 순결을 가져갈 것이다. 그걸 미리 가져갔을 뿐이다."
"만약 우승하지 못한다면!"
"그 때는 그 때의 일이지. 하하."
"이, 개같은…!"
이오는 나를 걷어차려고 발을 들었다. 나는 상체를 앞으로 당기며 그녀의 배에 올라탄 다음, 상체를 확 아래로 숙여 얼굴을 가까이 했다.
"저항하지 마라. 나를 화나게 하면 나는 그냥 떠날테니."
"이, 개새끼야!"
"그래, 나는 개새끼다."
"괴수 사냥꾼이라고 해서 믿었는데!"
"그건 맞지. 사람들이 곤경에 처한 걸 구하러 다니는 사람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짝
나는 이오의 목을 혀로 쓸어올렸다.
"내가 괴수 사냥꾼이라고 해서 마냥 사람이 착한 줄 알았나? 그런 거라면 오산이었지. 네가 멋대로 사람을 판단한 거다. 흐흐."
"으, 흐윽…!"
이오는 고개를 돌리며 나를 피했다. 나는 턱부터 시작하여 혀를 쓸어당기다가 볼을 빨아당기듯 한 번 강하게 빨아 키스마크를 남긴 뒤, 그녀의 입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읍, 으읍!"
나는 강제로 이오와 입술을 맞췄다. 처음에는 입술을 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손목을 움켜쥔 손에 힘을 좀 주자 서서히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다. 남편으로 모실 사람을 상대로 순순히 입을 열어야지?"
"남편...누가 당신 같은 남자를…!"
"남편이 아니면? 내가 대결에서 우승하면 내가 남편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아니면 뭔가 사기라도 친 건가? 그럼 나야 환영이지."
나는 이오의 혀끝에 입술을 맞추며 몸을 일으켰다.
"튀면 그만이니까."
"이, 이…!"
"국왕에게 이야기해봐라. 내게 따먹혔다고. 나는 내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이곳 아르고스 방방곡곡에 노래를 부르고 다닐 것이다. 아르고스의 공주가 내 알몸을 본 것 부터 시작해서, 나를 유혹하여 내가 덮치게 만들었다고."
"그걸 사람들이 믿을 것 같아?!"
"믿지 않으면 믿게 만들면 그만이지."
"이, 이…!"
나는 이오의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고 그녀를 들어올렸다. 가슴이 워낙 커서 아래로 축 살짝 쳐지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더 생긴 게 꼴릿함이 느껴졌다.
"가자. 네 국왕에게 나를 소개해라. 우연찮게 만난 괴수 사냥꾼으로, 이 남자를 반드시 신랑 후보에 넣었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으면?"
"안 해? 그러면 나도 안 하지. 빨리 말해라. 안 한다고 하면 한 번 더 보지 안에 질싸하고 이 나라에서 떠나버리게."
"이, 이…."
명백한 협박이었다.
명백한 협잡이었다.
이오의 분노와 경멸에 나는 등허리에 짜릿함이 퍼졌다.
'인간에게 이런 눈으로 보이게 되다니! 짜릿해!'
언제나 나를 향한 눈빛은 존경과 사랑 뿐이었지, 이렇게 적의어린 시선은 정말 오랜만이다. 하물며 그게 인간이다?
'못 참지.'
당분간은 이오의 처소 근처에서 지내야겠다. 그래야 그녀를 먹기 쉬울 테니까.
"나는 당분간 저 신전에서 지낼 것이오. 아침에 그대의 부친께 나를 소개할테니, 그리 아시오."
"뭣? 다, 당신, 미쳤어?! 저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
"헤라 여신을 위해 기도하는 신전이 아닌가? 후후, 걱정은 접어두시지? 헤라 여신은 인자하고 자비로운 분이셔서, 내가 저곳에서 잠시 몸을 눕힌다고 뭐라고 하실 분이 아니야."
"내가 헤라 여신님의 무녀야!"
"그래? 그럼 헤라 님께 여쭤보도록 하지."
나는 당장 헤라의 신상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이오가 다리를 절며 나를 향해 달려왔으나, 나는 헤라 신상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올림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헤라 여신이시여. 감히 이 쥬피터가 간청합니다. 부디 당신의 그늘 아래에서 쉬게 해주시겠습니까? 만약 이 놈이 싫다면, 당장 이 놈을 신전에서 내치십시오."
"당신!"
구구구.
신상이 잠시 움직인 듯 보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봐. 헤라 님은 나를 받아들이셨다. 역시 자애로운 분이셔. 당신의 신상을 지키겠다는 자를 내치실 리가 없지."
나는 신상의 뒤, 남들이 일부러 보러 오는 게 아니면 보이지 않을 곳에 몸을 눕혔다.
"내일 보자."
드르렁.
"이, 이, 아아악!!!"
이오는 마지막 순간 나를 향해 주먹을 들었으나, 헤라 신을 보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광했다.
역시. 인간은 재미있다.
* * *
나는 헤라의 신전에 플레이야스를 재웠다.
그리고 제우스로 다시 돌아와, 나는 이오를 위한 아주 특별한 선물을 마련해야만 했다.
'여자한테 선물은 기본이지.'
선물을 받고 기뻐하지 않는 여자는 없다.
만약 기뻐하지 않는다면, 그건 선물을 주기 이전부터 그 사람에 대한 불쾌감이 가득하다는 것.
하지만 그 불쾌감을 뚫고 마음에 드는 선물을 하게 될 때, 틱틱거리면서 '일단 주는 거니까 받긴 받을게'라고 하며 받는 모습을 보이면 기분이 짜릿하다.
그러다가 나중에 자취방에서 섹스를 할 때 집안에 장식으로라도 놓여있는 걸 보면 얼마나 기분이 째지는 지 모른다.
물론, 내가 이오에게 선물할 건 그런 게 아니다.
이오의 감정은 모르겠고, 나는 내가 이오에게 선물하여 이오가 쓰게 만들 물건이 필요했다.
"헤르메스."
나는 원격호출을 통해 헤르메스를 불렀다. 급한 일은 아니라서 천천히 오면 될 일이었으나, 헤르메스는 내가 자신을 부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나타났다.
"하아, 하아, 제우스 님...!"
헤르메스는 다리를 오므린 상태로 내 앞에 섰다. 아폴론으로부터 받은 '카드게우스의 지팡이'를 지지대 삼은 그녀는 거친 숨을 헐떡거렸다.
"씻는 중에, 흐끅, 부르시면, 하아, 곤란해요...."
"...다 씻고 오지 그랬냐."
"그치만 계속 울리니까, 하아...."
헤르메스는 달뜬 한숨을 간신히 진정했다.
"무슨 일로 부르신 건가요? 어딘가에 전할 말이 있나요?"
"오늘은 네 손재주를 빌리고자 한다."
"손재주요?"
"그래."
속닥속닥.
나는 헤르메스에게 아주 특별한 '의복'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내 말을 듣고 멍하니 놀라던 그녀는 어느새 헤벌쭉 웃으며 나를 향해 엄지를 들어올렸다.
"좋네요. 누구한테 입히실 건가요? 데메테르 님? 아니면 혹시 저희 어머님?"
"인간."
"......네?"
헤르메스가 진심으로 당황했다.
"신이 직접 만든 물건을 인간에게 선물하시겠다는 건가요? 혹시 그녀를 올림포스에...?"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여자에게 자기 분수를 알게 해주려고 하는 거다."
"...아! 그 말로만 듣던 짐승 플레이라는 거군요! 죄송해요, 오해했어요. 휴, 저는 제우스 님께서 인간에게 푹 빠져서 그녀를 여신으로 만들려고 하시는 줄 알았잖아요."
"......."
언젠가 그런 일이 실제로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그럼 옷 치수를 재러 다녀올게요. 누구죠?"
"아르고스 왕국의 공주, 이오라고 하는 여자다. 내가 플레이야스로 처녀를 가지고 안에 질싸를 했으니, 찾기는 쉬울 것이야."
"정말로 찾기 쉽겠네요. 다녀오겠습니다!"
헤르메스는 단숨에 지상으로 내려갔다.
나는 그녀가 입은 비키니 아머를 보며 생각에 잠였다.
"젖소 비키니라...."
이오의 그 거대한 맘마통을 생각하면, 그녀는 충분히 젖소가 되고도 남을 여자다.
하지만 그냥 비키니만 입힐 수 없다.
비키니와 함께 곁들일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비키니를 그냥 입히려고 하면 이오의 거부감을 살 것이다.
마이크로비키니는 이곳 올림포스에서나 유행하는 것이며, 그걸 그대로 입혔다가는 상황을 모르는 다른 여신의 분노를 살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남들이 봤을 때 큰 무리 없는, 이오가 수치스러워하지만 입을 수는 있는, 그리고 내가 보았을 때 꼴리는 옷을 이오에게 입힐 것이다.
만약 헤르메스가 이걸 성공적으로 만들고 이오에게 입히는 게 꼴린다면.
"그 때는 헤라 지정복이 되는 거지. 흐흐흐."
이런 말 하면 조금 그렇지만, 헤라는 진짜 젖소니까.
* * *
"하하, 그대의 이름이 쥬피터라고 했나? 반갑네! 내가 이 나라 아르고스의 국왕, 이나코스라고 하네!"
국왕은 나를 살갑게 반겼다. 이오는 내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바로 옆에서 국왕을 향해 손을 앞으로 내밀며-
쿵.
"반갑습니다, 위대한 이나코스시여."
내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저 멀리 초원의 전사처럼.
"하하, 그건 그대 고향의 인사법인가?"
"그렇습니다, 킹-이나코스."
"하하! 재미있는 친구구만. 아무튼 자네가 걸치고 있는 그 외투...분명 저기 크레타에서 가장 흉포하다고 하는 표범의 것이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네. 나는 인간 왕국의 왕이지만, 동시에 강의 신이니까."
이나코스는 내가 한 것처럼 자신의 어깨를 주먹으로 두드린 뒤 웃으며 떠났다.
"아버님이 정말 좋은 분이군."
"이, 이...!"
그 동안 나의 한손은 이오의 엉덩이를 마음껏 조물락거리고 있었다.
이오는 엉덩이를 애무당하는 동안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나코스에게 나를 고발하지도 못했다.
"아버님께서는 나를 더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하긴, 스모르페니우스 같은 자를 사위로 들이고 싶지는 않겠지."
"그건 모르는 일이죠."
"아니, 알 수 있다."
딸을 수도 없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로서 나는 알 수 있다.
일단 아버지라는 존재를 딸을 누군가에게 시집 보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차피 시집보낼 거라면 잘생기고 몸좋고 힘좋고 집안좋고 학력좋고 재산도 많고 집안 내력 없고 건강하고 종교적 트러블도 없고....
뭐, 하여튼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호하는 법.
신의 입장에서 다른 후보들은 최악이며, 스모르페니우스는 차악이며, 나는 최선이다.
"아참. 오늘 밤, 헤라 님의 신전으로 와라."
"무, 무슨 짓을 하려고...?"
"섹스."
나는 이오의 엉덩이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너를 위한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네 방으로 가면 이미 선물이 도착했을 것이다. 그래, 너는 오늘부로 젖소 부인이 되는 거다. 흐흐흐."
"다, 당신은 미쳤어...!"
"그래. 나는 미쳤고...."
찌걱.
"넌 여기가 젖었지. 음란한 암컷아."
"......!!"
"설마, 기대한 거야?"
나는 이오의 볼에 키스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 와도 된다. 하지만 온다면, 짐승처럼 따먹어주지."
안 온다?
그럼 헤라를 따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