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3 반격의 서막 (1)
찌걱, 찌걱, 찌걱.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허리를 흔들 때 뿐.
내 손발은 뭔가 특별한 힘에 의해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었고, 자랑이었던 근육은 모두 쪼그라들었다.
체격마저도 강제로 개조를 당해, 크로노스를 상대로 싸우던 청년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하아, 하아, 하아."
내 위에 올라타 숨을 헐떡이는 여인, 티폰은 야릇한 얼굴로 내 가슴을 더듬었다.
"사랑해, 사랑해, 정말 사랑해. 유피테르."
아말테아는 나를 향해 사랑을 속삭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또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아, 내 사랑.
내가 사랑하는 여인이여.
너는-
"아말테아."
내 말에 아말테아-를 닮은 여인은 표정이 순간 사나워졌다. 악귀처럼 일그러져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기세였으나, 그녀는 곧장 표정을 바꾸며 다시 쾌감으로 얼굴을 물들였다.
"그래, 유피테르. 나는 아말테아야."
"가 아니야."
"뭐…?"
"너는 아말테아가 아니야. 아말테아는 그런 말 안 해."
아말테아는 나의 처음을 가져간 여자다.
님프임에도 기품이 있고 교양이 있다.
여신과도 같은 미모로, 자애로운 얼굴로 나를 감싸준 여자다.
이렇게, 탕녀처럼, 창녀처럼 남자의 위에 올라타서 허리를 흔들 여자가 아니다!
"아말테아를 모욕하지 마라!"
나는 손을 뻗어 여자의 목을 졸랐다.
힘은 들어가지 않고, 힘을 줄 때마다 오히려 팔의 근육이 더욱 찢어지는 듯 아파왔다.
그러나 나는 아말테아를 사칭한, 아말테아의 몸을 마음대로 유린한 이 존재를 용서할 수 없다.
"죽어라, 티폰…!"
"하아, 지금, 좋아 죽고 있잖아…!"
티폰은 내 가슴에 손톱을 박아넣으며, 내 자지를 집어삼킨 보지를 강하게 조였다.
"크윽…!"
"하아, 좋아. 네가 내 목을 조이는 만큼, 나는 네 좆을 그만큼 강하게 조여줄게…!"
티폰의 조임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말테아의 처녀 때가 생각나듯, 그녀의 조임은 내 자지를 휘게 만들 정도로 강렬했다.
어지간한 여자들은 내가 내 자지의 모양으로 맞췄다. 내가 자지를 찌르면 강제로 벌어져야만 했다.
"더, 더 강하게 조여봐! 나를 미치게 만들어줘!"
"이, 이 미친년…!"
"미친년? 그래, 나는 네게 미쳤어! 유피테르!"
하지만 티폰은 달랐다.
티폰의 보지는 내 자지를 자신의 조인 보지의 크기에 맞게끔 강하게 자지를 조였다.
"자지, 아플 거야…! 꺄하핫…!"
티폰의 질구에 서서히 힘이들어갔다.
분명 힘이 덜 들어가야할, 살덩이 그 자체인 보짓살이 귀두를 당겨올리듯 강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크, 허억…!"
이미 티폰의 질속에 들어간 자지도 조여서 더 길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아래에서부터 조여오니 정말 쥐어 짜이는 것 같았다.
"흐흥,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걸? 이건 내 보지에 정신을 못차린다는 증거일까?"
"입다물어라, 티-"
쮸으읍.
티폰은 강제로 입술을 맞췄다.
"으읍!!"
나는 그녀를 피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지만-
짜ㅡ악!
"가만히 있어, 개새끼야."
티폰은 내 뺨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뺨 한 번 맞아본 적이 없던 터라, 나는 내가 맞았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츄으읍.
그리고는 다시 키스를 이어나갔다.
자신이 뺨을 때린 상대와 물고 빠는 키스를 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었고, 나는 당연히 입을 꾹 닫고 키스하려는 혀를 막아냈다.
콰득.
입술을 비집고 들어와 이 사이로 들어오려는 혀를 깨물었다. 티폰은 전혀 아프지 않다는 듯 눈을 샐쭉 웃었고, 이를 악물고 있음에도 강제로 혀를 밀어넣었다.
츄릅, 츕. 츄으읍.
틈이 생기고 억지로 뭔가를 밀어넣으면 열리기 마련.
티폰은 내 입속으로 혀를 더욱 집어넣으며 설육을 섞으려들었다.
저항하기 위해 혀를 들이밀면 그게 더 티폰을 즐겁게 할 일이었고, 나는 손으로 티폰의 몸을 밀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티폰의 강간으로부터 저항할 수 있는 힘은 내게 없다.
나는 힘이 없다.
후배위로 엎드린 여자를 상대로 골반을 잡고 허리를 흔들 힘도 없었다.
내게 남은 것은 무력하게 강간당하는 일 뿐이며, 내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티폰을 쓰러뜨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나 스스로 놓쳐버렸으니까.
나는.
그렇게.
티폰에게 일방적으로 강간을 당하며, 내 여자들이 안전하게 살아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 * *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위대하신 제우스께서 저런 모욕을…!"
"쉿!"
카드모스는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헤르메스가 소리를 줄여 티폰에게는 들키지 않았지만, 잠시라도 들켰다간 티폰에 의해 바로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얘기했잖아. 가이아가 보낸 괴물이라고."
"어째서 가이아가 제우스 님께 괴물을 보낸단 말입니까? 가이아 여신은 제우스 님의 조부모가 아닙니까?"
"인간들도 형제자매끼리 서로 헐뜯고 싸우잖니. 신들도 참 가정사가 복잡하단다."
헤르메스의 말에 카드모스는 이를 갈았다.
"저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강간은 나쁜 것이며, 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제우스 님께서 반격하실 수 있게 기회를 잡을 겁니다."
카드모스는 헤르메스에게 자신의 계획을 속삭였다. 그러자 헤르메스는 사색이 되어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안 돼. 신의 분노를 정면으로 받을 생각이야?"
"제우스 신께서 분노하시어 티폰으로부터 승리한다면, 저 하나로 희생하여 승리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결론이 아니겠습니까?"
카드모스는 엄지를 척 들었다.
"제게는 위대한 제우스 신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비록 세대는 멀리 떨어지게 되었으나 제우스 님은 제 조부님과도 같은 분이라고 할 수 있으니, 제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요."
"죽을 수 있어."
"그러니까 헤르메스 님이 나중에 잘 중재를 서주시길 바랍니다."
"...알았어. 카드모스. 내 계획에 목숨을 걸 수 있지?"
"물론입니다."
카드모스는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그는 헤르메스가 하는 말을 경청하며 모든 계획을 면밀히 파악했다.
"반드시 제우스 님을 구해내겠습니다, 헤르메스 님."
"고마워. 그리고…부탁해."
"명령으로 하십시오. 신은 인간에게 부탁하지 않습니다."
카드모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로 달렸다. 헤르메스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채 자신의 몸에 달린 모든 장비를 해제했다.
"으으…."
헤르메스의 모든 장비는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전부 떨어졌다.
알몸이 된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날개 달린 장화 뿐.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헤르메스는 치욕스러움을 참고 계속 천장에서 제우스가 티폰에게 강간당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강력한 티폰에게 이길 수 있는 이는 오직 제우스 뿐.
그리고 지금 제우스를 도울 수 있는 자는 헤르메스가 아니다.
그는 바로….
디링.
올림포스의 아래에서 리라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 *
빰, 빰, 빠밤.
빰, 빰, 빠밤.
아름다운 리라 선율이 올림포스 산에 울려퍼졌다. 제우스의 위에 올라타있던 티폰은 눈을 빛내며 몸을 일으켰다.
"아아, 이 노래는. 그래! 제우스 네가 헤라와 결혼할 때 아폴론에게 시켰던 연주로구나! 그래, 결혼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축하의 연주라고 했지!"
티폰은 박수를 치며 제우스로부터 몸을 일으켰다.
"가장 먼저 온 자는 아폴론인가? 역시 태양신이로구나! 헬리오스가 가장 먼저 당하더니, 이제는 2대 태양신도 내게 당하려고 오고 있어!"
"......."
제우스의 얼굴에 절망이 깊게 내려앉았다.
"왜? 딸들에게 결코 이곳에 오지 말라고했는데, 복수하러 와서 걱정되나? 하하,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네 딸들은 모두 여기에 모아둘테니."
티폰은 자신의 자궁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난자의 상태로 돌려, 내가 직접 낳을 것이니. 자, 어서 오…. 남자네."
티폰은 떫은 얼굴로 급히 의복을 챙겼다. 그녀는 까마귀의 깃털로 만든 듯한 드레스를 걸친 채, 올림포스에 리라를 하나 들고 올라온 남자를 맞이했다.
"너는 누구냐?"
"저는 페니키아의 왕자, 카드모스라고 합니다. 사라진 누이, 에우로페를 찾아 세상 모든 곳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오!"
티폰은 손뼉을 치며 반가워했다.
"네가 에우로페의 형제라고? 반갑구나. 나는 올림포스의 진정한 지배자, 티폰이라고 한다."
"...예?"
"올림포스는 이제 나의 것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해하지 못하겠니? 내가 이해하게 만들어줘야 되겠느냐?"
티폰이 손을 살짝 치켜들자 아래에서 종유석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카드모스는 급히 고개를 땅에 처박으며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그래. 그 자세란다. 내가 지금은 기분이 좋아서 너를 살려두는 거야. 아까 그 연주, 다시 해보지 않을래?"
"이, 이것 말씀이십니까?"
빰, 빰, 바밤.
"그래. 이 음이야.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신부가 신랑의 손을 잡아 붉은 융단을 걸어가는 모습! 그 때 울리면 딱이겠구나. 너! 그 노래를 어디서 들었지?"
"아, 아폴론 신에게서 들었습니다. 그녀와 리라 대결을 펼친 적이 있는데, 그 때 그녀가 이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인간과 신이 대결을? 금시초문이구나. 그만큼 네 리라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냐?"
"예!"
의외.
카드모스는 악을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리라 실력은 감히 아폴론을 뛰어넘는다고 자부합니다! 아폴론은 리라 대결의 승부에 자신의 처녀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질 것 같으니, 제 리라의 줄을 태양빛을 강하게 비춰 끊어버렸습니다."
"저런…!"
티폰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아폴론을 상대로 이겼으면 아폴론의 처녀는 네 것이었겠구나!"
"물론입니다! 정당한 대결로 이겼으니, 저는 제 것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쿵!
"남자가 예쁜 여자를 보고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누구나 같을 것입니다!"
카드모스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좋다! 내 당장 달려가서 아폴론을 잡아오도록 하마. 아니, 아폴론 말고도 다른 여신들도 몇몇 잡아오도록하지. 누구를 원하느냐? 헤라? 데메테르? 아프로디테?"
"저는."
카드모스는 음습한 얼굴로 웃었다.
"처녀 아니면 안 합니다."
"풋, 아하하! 너는 정말 '티탄'스러운 인간이로구나! 알았다. 내 너의 소원을 들어주마. 가장 먼저...아폴론을 잡아다주지."
티폰은 카드모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신전 밖으로 나섰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거라."
펄럭!
티폰은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았다.
카드모스는 리라를 움켜쥐고 급히 앞으로 달렸다.
신전 안.
진한 냄새가 가득한 깊은 동굴 속.
어둠 속에서, 금빛의 눈동자를 반짝이는 청년이 사슬에 묶여있었다.
"...위대한 신이시여."
카드모스는 청년을 보며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일어나십시오. 당신은 여기서 이러고 있을 분이 아닙니다. 어서 저 괴물을 쓰러뜨리시고 지상의 빛을 되찾아주십시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카드모스는.
"당신의 딸들에게서 처녀를 가져가고, 당신의 아내들을 임신시킬 겁니다…!!"
울분이 뒤섞인 목소리로 제우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뭐 이 개새끼야?"
번쩍.
어둠 속에서, 금빛의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