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42화 (142/235)

EP.142 겨울의 시작 (5)

하데스에게는 몸을 투명화시킬 수 있는 투구가 있다.외형은 현재 투구가 아니라 검은 베일로 바뀌었지만, 하데스는 베일을 쓰면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게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 하나.

보통 남자가 투명인간일 경우, 남자는 보이지 않고 박히는 여자만 보지가 벌려지며 박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참아라, 하데스."

"하아…!"

나는 하데스의 옥좌에 앉아, 하데스를 내 위에 앉혀놓고 근엄하게 앉았다.

당연히 몸은 알몸이고, 하데스 또한 베일을 제외하면 알몸이다.

그녀는 내 몸 위에 대면좌위로 나를 끌어안 듯 자지를 보지로 삼켰고, 열심히 허리를 흔들며 정사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지옥의 일도 처리할 차례.

하데스의 옥좌에 앉은 나는 밖에 대기하고 있던 이들에게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지옥의 간수들이 심판대의 문을 열었고, 곧 한 무리의 인간들이 우리의 앞으로 들어왔다.

"어, 어…?"

"명계에 온 걸 환영한다. 죽은 자들이여."

놀랍겠지.

저승의 왕이 아니라 저승의 왕이 앉아있어야 할 옥좌에 알몸의 근육질 사내가 앉아있으니까.

"나는 신들의 왕, 제우스다."

"제, 제우스 님…?"

"그래."

나는 당당했다.

자지가 우뚝 솟아나있었지만, 다행히 애액도 투명해진 만큼 일단 당장은 자지를 발기한 상태로 올리고 있는 모습일 뿐이다.

이상할 건 없다.

올림포스의 옷들이 내가 관리를 하다보니 조금 건전해졌을 뿐이지, 원래 그리스는 천 하나를 몸에 휘감은 게 옷이다.

그리스 조각상 중에 옷을 입은 남자의 조각상보다 옷을 벗은 조각상이 더 많은 것처럼, 내가 옷을 벗고 있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다.

하물며, 그 대상이 인간들이라면.

"지금부터 지옥의 심판을 시작한다. 너희들의 죄가 얼마나 악질인지 판단을 내릴 것이며, 너희는 그 결과에 따라 지옥에 떨어지거나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거나 둘 중 하나의 결과를 가지게 될 것이다."

"......."

인간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나 또한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신음을 흘리는 하데스가 들킬까봐 은근히 걱정되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 자지가 그냥 올라간 게 아니고 하데스의 보지 각도 모양으로 올라가있다.

위를 향해 휜 자지가 잠시라도 발기가 풀린다면, 보지에 의해 딱딱하게 조였다 풀리는 게 다 들통나리라.

"왜? 뭔가 궁금한 게 있는 듯한 얼굴인데."

"그...실례합니다. 명계의 주인은 하데스 님이 아닙니까?"

"명계 또한 나의 영역. 오늘은 하데스 대신 내가 잠시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불만있나?"

"아, 아닙니다! 설마 위대하신 제우스 님을 여기서 뵙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한 무리의 인간들의 대표로 보이는 이가 허리를 넙죽 숙였다.

"그래, 너희들의 사인은 무엇이냐?"

"저희는...전쟁을 치르다가 죽었습니다."

"전쟁?"

"그렇습니다. 다른 도시의 인간들과 전쟁을 치르다가 죽었습니다."

전쟁이라.

어디서 전쟁을 일으킨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데스는 자지를 조이며 내게 입모양으로 속삭였다.

전쟁에 동원되어 불쌍하게 죽은 이들은 거의 대부분 환생의 길을 걷지만, 간부들이나 전쟁 중에 살인을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사람을 죽인 자들은 지옥으로 보낸다더라.

그건 다행히 내가 판별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보자. 너희들이 죽인 사람의 수가…."

명계의 간수, 헤카톤케이레스들이 정리하여 가져온 내용에 나는 조금 의아해졌다.

인간들은 모두 살의를 가지고 적을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죽었다는 적들 또한 강력한 살의를 가지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적의와 살의가 이토록 강할 수 있다니?

"원래라면 전쟁을 치르면 바로 지옥으로 보내고는 했다. 하지만 너희들의 전쟁을 둘러보니, 전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절박해보이는 모습이 가득하구나. 이유가 무엇이냐?"

"...저희는, 약탈을 해야만 했습니다."

"약탈?"

"예. 먹을 것이 다 떨어져서 이웃 나라를 습격해야 했습니다. 당장 먹을 것은 없고, 옆 나라에는 곡식이 풍부했습니다."

"그래서 타인의 것을 빼앗아 연명하려고 했다?"

지옥으로 보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페르세포네.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나?"

"...너희들, 혹시 이 지방 사람들인가?"

"예, 그렇습니다."

"아버님. 이 지방에서는 최근들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부분 아사와 기아로 굶주려 죽었습니다."

"...죽기 직전까지 몰려서 그랬다고? 흐음. 알았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을 해보마."

나는 뭔가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너희들이 전쟁을 치른 건 약탈 때문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너희는 왜 굶주렸느냐? 사냥을 하지 못했느냐? 농사가 망했느냐?"

"...농사가, 망했습니다."

인간들은 억울함이 가득한 얼굴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갑자기 땅이 전부 죽어버리고, 흐끅, 일 년 가까이 지은 농사가 순식간에 작물들이 얼어붙어버리는 바람에…!"

"...작물이 얼었다고?"

"...예. 땅이 갑자기 얼어붙었습니다. 아니, 땅이 차가워졌습니다. 태양빛이 아무리 따스해도 자라던 새싹 위에 서리가 낄 정도로 땅이 차가워졌습니다."

"......."

섹스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인류는 재앙을 맞이하고 있었다.

땅이 차가워졌다는 것은 어떤 신이 몹시 분노하여 기분이 저기압인 상태라는 것.

인간들 수십, 수백 명이 죽을 상황이 발생해버렸지만, 티탄 신이 그런 걸 신경 쓸 리가.

이건 티탄 신의 분노로 인해 생긴 일이다.

가만히 농사를 짓고 살던 농사꾼들은 땅이 얼어붙어버리자 결국 약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변명인 걸 알지만 들어주십시오. 저희는 저희 살을 잘라 아이들에게 먹였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 때 저희는 아직 땅이 얼어붙지 않은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저희를 돕기는 커녕 봉을 휘두르며 쫓아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창고를 털고자 했습니다."

"그래…. 고생이 많았구나."

"크흑…!"

섰던 자지의 혈기가 잠시 꺼질 만큼 인간들의 죽음은 애석하기 짝이 없었다.

오죽하면 하데스는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들려다가 멈추기도 했다.

"제우스 님. 저희는 지옥에 떨어져도 마땅한 자들입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했으니, 응당 죽어 마땅하지요. 하지만 부디 청이 하나 있다면, 저희처럼 땅이 얼어붙어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따스한 손길을 뻗어주시지 않겠습니까? 부디…."

"......."

나는 저들이 말하는 것이 무슨 일인지 금방 깨달았다.

겨울.

땅이 얼어붙은 것 만큼 차가워지게 되어, 농작물이 모두 얼어붙고 죽어버린 상황이다.

겨울이 온 바람에 인간들은 서로 전쟁을 일으키고 서로 죽고 죽이게 된 것이다.

겨울이 온 이유를 생각해보면….

'난가?'

하데스.

나.

내가 페르세포네처럼 변장하여 섹스를 하다가 하데스가 나를 납치하는 바람에, 페르세포네가 명계의 신이 되는 스노우볼이 굴러가게 되어 이른 결론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겨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게 있었다.

* * *

인간들에게 합당한 처분을 내린 뒤.

나는 명계를 떠나 급히 올림포스로 올라왔다.

그리고 나는 올림포스에 있던 12신을 긴급히 호출했다.

'데메테르'를 제외한 모두를.

"상황은 간단하게 알려주마. 지금, 데메테르가 페르세포네의 독립에 몹시 화가 나 있어."

나는 페르세포네 납치 사건의 전말에 대해 자세히 알렸다.

"사실 내가 응애하다가 그런 일이 발생했다."

세간에 알려진 납치당한 페르세포네는 나였다.

페르세포네가 나와 몹시 닮아있었기에 벌어진 해프닝이었으나, 페르세포네는 이를 이용해 어머니 데메테르로부터 독립하는데 성공했다.

페르세포네가 데메테르의 품으로 돌아간다면 문제는 해결될 터.

"페르세포네는 명계에서 살고자 한다. 자식들인 너희는 어떤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페르세포네는 데메테르로부터 독립하고 싶어하지."

"어떤 기분일지는 알 것 같아요. 데메테르 님의 심정도 알 것 같구요."

"하지만 그래도 인간들을 그렇게 죽이는 상황을 만드는 건 좀 위험하지 않아? 하데스가 쉬다가 급히 나왔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아졌다며."

"과거에 재해로 지상을 쓸어버렸을 때처럼 사람들이 죽을 거예요. 평소에 죽는 수보다 배는 넘게 죽어갈테니, 분명 대책을 세우기는 해야 해요."

"대책? 데메테르 님을 설득하는 게 정답인데, 데메테르 님이 과연 순순히 기분을 풀어주실까?"

"동감이오. 만약 아버님께서 하시는 말 한 마디로 노여움이 풀렸다면 진작 이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 사냥감으로 써먹을 동물들도 활동이 적어지고 있소."

"페르세포네의 독립을 존중하면서 데메테르 님을 진정시킬 방법이라...어렵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집단지성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저기, 제우스."

가만히 있던 헤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냥 가서 자지 쑤셔박아주기는 했어?"

"물론이지."

헤라는 무지성 레이프를 해답으로 내놓았지만,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었지만, 나는 이미 실행에 옮겼다.

"잠깐은 괜찮았지만, 내가 떠나고 나니 다시 저러더군."

"그건 난감하네. 데메테르의 마음을 풀어주려면 당신이 계속 데메테르 곁에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

"그건 안 되죠."

"동감이야.데메테르도 딸아이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어."

그렇다.

이 문제의 근원은 데메테르의 과도한 자식 사랑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데메테르가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을 찾으려고 하니 막막하기 짝이 없다.

"좋은 방법, 있을 지도."

아프로디테가 베시시 웃으며 두 손을 비비기 시작했다.

"가서 한 번 더 데메테르를 범하는 거예요."

"하지만 잠깐 그러고 말텐데?"

"괜찮아요. 금방 마음을 고쳐먹을 테니까. 그도 그럴게…."

아프로디테는 내게 분홍빛 액체가 담긴 병을 하나 건넸다.

"뱃속에 새로운 아이가 생긴다면, 분명 페르세포네를 향한 생각도 달라질 거니까요."

"......한 명의 자식에 대한 정을 떼어내기 위해 아이를 한 명 더 가진다? 하."

정말이지.

"당장 해야겠어."

내게 손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정말 괜찮은 방법이었다.

"데메테르 임신 시키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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