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56화 (156/235)

EP.156 너 때문이니까 책임져 (2)

디오니소스.

올림포스 신들이 한국인에게 많이 익숙하기도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특히 디오니소스는 다른 방면으로 한국인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너 때문에 흥이 깨졌으니까, 책임져.

바로 그가 디오니소스다.

하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포도주를 만든 것 하나로 올림포스 12신의 한 자리를 차지한 신.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다른 티탄들에 비해 업적이 상당히 적은 것 같기는 하지만….

'충분히 가능해!'

디오니소스라면 가능하다.

디오니소스가 정말로 내가 아는 그 디오니소스라면, 그래서 정말로 포도주-와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나는 디오니소스를 당당히 올림포스 12신의 자리에 올릴 생각도 있다.

'명계의 위상을 격상시키고자 하데스를 올림포스 12신이 아닌 외신 격의 자리로 옮기면 한 자리가 비니까.'

인간들이 번식을 하고 그 수가 계속 늘어나고, 명계의 일이 생각보다 더 많아지면서 나는 하데스의 위상을 더 높게 만들 생각이다.

13번째 주신.

뭔가 있어보이는 13번째 좌라는 자리에 하데스를, 명계의 여신을 추존하고 비게 될 자리에 디오니소스가 들어가면 딱 맞게 올림포스는 완성된다.

그러려면 디오니소스가 장성하여 포도주를 개발해야 한다.

포도주만 개발하면 분명 올림포스의 모든 이들이 디오니소스를 찬양할 것이다.

이유?

'술을 만들었는데 당연히 신이지!'

이 세계는 술이 없다.

에탄올이라는 물질은 분명 존재할텐데, 그걸로 맛있는 술을 만든 경우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도 술을 만들어보려고 몇 번 시도를 해봤다.

하지만 주정이라는 작업은 내 예상과 달리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었고, 주신 제우스가 모르는 것을 다른 인간들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염소젖을 발효시켜 치즈를 만들어내는 건 성공했지만, 술을 빚어내는 건 나의 상식과 기억으로 만들어내기에는 조금 어려운 일이었다.

응? 염소젖을 어디서 얻었냐고?

그야 당연히….

"아, 술마시고 싶다."

술이 당긴다.

아무리 넥타르와 암브로시아가 정말 달콤한 신의 음식이라고 한들, 현실에서 살다 온 나로서는 때때로 술이 마시고 싶었다.

소주든 맥주든 와인이든 뭐든 좋다.

누가 내게 술을 가져오기만 한다면, 디오니소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를 술의 신으로 임명할 생각도 있었다.

'술'이라는 개념은 있어도 그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 디오니소스가 잘 자라서 정말로 맛있는 와인을 만들어준다면, 나는 올림포스에 레스토랑을 차려서 나의 여인들과 올림포스 전망대에서 디너쇼 풀코스 데이트를 즐기리라.

"그러니까 잘 자라야 할텐데…."

디오니소스를 이대로 테베에 남겨둘 수 없다.

나는 현재 세멜레를 죽인 살인범으로 수배된 상태며, 테베 국왕은 나를 감히 제우스 신을 사칭한 놈으로 보고 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세멜레를 임신시킨 게 진짜 제우스라고 밝힌다?

그러면 나는 여자 인간을 임신시키고 아이를 낳게하자마자 바로 죽인 파렴치한 신이 되고 만다.

'그럴 수는 없어.'

가이아 때문에 내 평판이 깎일 수는 없다.

제우스라는 이름값이 난봉꾼 강간마가 되지 않도록 지금까지 얼마나 갖은 노력을 해왔는데, 이제와서 여자를 좆으로 죽이는 쓰레기가 될 수는 없다.

'따로 키워야겠어.'

디오니소스를 키울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까.

어머니를 잃은 이를 대신하여 이 어여쁜 반신을 키워줄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까.

역시 그녀 뿐이다.

"어머니!"

"......그래서 내게 온 거라고?"

나의 어머니, 레아.

"손녀 젖 좀 먹여주십시오."

나는 레아에게 디오니소스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레아라면 분명 디오니소스가 술을 발명할 수 있게 잘 키워줄 거야.'

술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제대로 마실 수 있는 술조차 없는 신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올림포스는 굳이 따지자면 창세기로부터 시작된 고대 신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원시 인류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 존재했고, 나는 미래의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로 추정되는 이들의 전 단계에 있던 호모게이들을 멸망시키기도 했다.

고대 문명인만큼 현대 문명은 찾기 어렵다.

그리고 고대에는 존재했을 법 한 것들도 때로는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표적인 예가 술이다.

"그러니까 어머니, 이 아이를 잘 키워주십시오."

"손녀딸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의 피가 섞인 아이구나. 하아. 기어이 인간을 임신시킨 거니?"

"제 목숨을 구한 인간 용사의 딸입니다."

"......."

레아는 복잡한 얼굴로 나를 한 번 노려봤다.

좀 적당히 하라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 아래에 깔린 저의를 바로 알아챘다.

"질투하시는 겁니까?"

"질투는 무슨."

"이미 제 아이를 다섯이나 낳으셨으면서."

"그건...하아. 아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레아는 한숨을 쉬며 바로 가슴을 열어젖혔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유방이었고, 디오니소스는 옹알이를 하며 레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하아. 어떻게 딸이 아버지를 이렇게 똑 닮았을까?"

"어머니, 저 아기 때 젖 물려주신 적 없으시지 않습니까?"

"네가 내 젖을 어디 아기 때 물었니?"

"...그렇긴 하죠."

레아를 구출한 이후.

나는 어린 시절 빨지 못한 젖을 커서 벌충하듯 열심히 들이켰다.

아무래도 내가 젖을 빨던 때랑 디오니소스가 젖을 빠는 것이 비슷한 모양이다.

'술 마시면 혀가 돌아가는데, 역시 디오니소스라서 그런지 혀를 잘 놀리는 건가?'

펠라는 잘할 것이다.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나는 디오니소스가 쭙쭙 빨고 있는 젖과 다른 젖을 붙잡았다.

"...그만하렴. 디오니소스 줄 젖도 없는 상황이야."

"응애."

"그것도 이제 안 통해. 그렇게 젖을 빨고 싶으면 헤라한테 가서 모유 달라고 하렴."

"저는 엄마 젖을 먹고 싶은 거지, 아내 젖을 먹고 싶은 게 아닌데요."

"이럴 때는 엄마래. 하아."

레아는 한숨을 내쉰 뒤, 옷을 당겨 반대편 젖을 열어젖혔다.

"너 헤라는 만나봤니?"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만나보는 게 좋지 않을까?"

"'그 여자'의 건 때문입니까?"

"...그래."

레아는 복잡한 얼굴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라가 걱정하고 있을 지도 몰라. 인간들의 뜬소문이기는 하지만, 헤라 여신이 질투로 세멜레를 죽게 만든 거라고 하잖니. 헤라가 걱정할 수 있어."

"헤라는…."

"헤라는 물론 큰 문제 없겠지. 하지만 너는 헤라의 남편이잖니? 남편이 괜찮다고 한 마디 말 하는 거랑 안 하는 거랑 차이가 크단다."

레아는, 여전히 어머니의 자애로움으로 내게 길을 제시했다.

"아들로서 응석 부리는 거, 다 했으면 남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렴."

"어머니…."

역시 어머니다.

나는 레아의 가슴에 얼굴을 한 번 강하게 묻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다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제우스, 남편으로서의 책무를…."

"...조금은."

레아는 디오니소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옆으로 놓았다.

아이들을 키울 때처럼 덩굴이 솟아나 디오니소스가 쿨쿨 잘 수 있는 요람이 되었다.

"...남편 노릇을 했잖니, 유피테르."

"......하."

레아는 어머니인 동시에.

"젖이 나오게 만들어줄게, 레아."

여자다.

* * *

레아에게 그녀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남편의 사랑을 잔뜩 넣어준 뒤.

나는 올림포스로 돌아와 헤라를 찾았다.

"헤라?"

"......응?"

내 방으로 초대를 받은 헤라는 몹시 굳어있었다.

나는 그녀가 너무 긴장한 상태라 조금 의아함이 들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먼저 선수를 쳤다.

"세멜레가 죽은 거, 사람들이 네 탓이라고 하더구나."

"읏…."

"진실이냐?"

"...그럴 리가 없잖아."

헤라는 입술을 깨물며 내게 눈을 부라렸다.

"나, 헤라야. 올림포스 여신들의 꼭대기에 있는 티탄이야. 그런 내가 인간을 질투해서 죽인다고? 웃기지마."

"그렇지."

"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결코 네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믿고 있어."

헤라는 범인이 아니다.

왜냐면 세멜레가 남긴 유언, 단서에 따르면 금발의 헤라에서는 닭장 냄새가 났으니까.

나의 헤라에게는 그저 달콤한 향기밖에 나지 않는다.

아는 누님으로부터 나눔이라는 명목으로 선물받았던 모유비누와는 차원이 다른, 헤라만의 짙고 농밀한 젖향기는 나를 취하게 만드는 술과도 같았다.

"나는 너를 믿고 있어, 헤라. 내가 인간을 임신시키더라도, 너는 결코 그걸로 화를 내지 않을 거라는 걸."

"화는 나는데?"

"응?"

"인간을 임신시킬 거면 나를 임신시키란 말야!"

헤라의 분노를 드디어 이해할 수 있었다.

"자궁이 비어있는 나를 두고 왜 인간을 임신시키고 있는 건데!!"

"그게 화를 낼 일이야?"

"당연하지!"

이쯤되면 헤라는 그냥 다산의 여신이라고 하는 게 더 올바르지 않을까.

"너, 그거 임신 중독 아니냐?"

"임신 중독 같은 소리하고 있네. 세멜레가 죽었다는 거 슬퍼할까봐 위로하려고 준비도 하고 왔는데, 차라리 그냥 그 시간에 딸들이랑 이야기나 할 걸 그랬어!"

"응?"

뭔가, 좆이 쫑긋 서는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준비를 했어? 뭘?"

"......."

헤라가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헤라를 향해 다가오라고 손을 뻗었고, 헤라는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헤라. 뭘 준비했지?"

"......보면 나 임신시키고 싶을텐데, 괜찮겠어?"

"당연히 괜찮지."

이미 나의 자지는 벌떡 섰다.

헤라는 나를 한 번 눈으로 흘기더니, 곧 몸을 돌리며….

"......."

드레스를 붙잡고 허리까지 들어올렸다.

매끈한 다리의 곡선으로 보이는 하얀 털에 나는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멍."

헤라는, 엉덩이 뒤에 강아지꼬리를 달고 있었다.

"헤라."

나는 단숨에 헤라에게 달려들었다.

"어디서 서방님 자지 대신에 다른 걸 애널보지에 박고 있어, 건방지게."

"왕…!"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너, 따라와."

나는 헤라의 허리를 단숨에 붙잡았다.

"오늘, 아주 개새끼가 뭔지 확실히 보여주마."

오늘 저녁은 암캐모녀덮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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