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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엑스 마키나-159화 (159/235)

EP.159 너 때문이니까 책임져 (5)

성인이 되었다.

한 명의 어엿한 성인이 된 디오니소스는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능이란 자고로 찾기 쉽지 않은 법.

그렇다면 자신의 재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디오니소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찾으려고 노력했고, 자신에게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이를 생각해냈다.

"어머니!"

친어머니.

자신을 직접 낳아준 그녀라면 분명 길을 알려줄 것이다.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인간의 몸으로 티탄을 임신한 어머니라면 분명 디오니소스에게 길을 가르쳐주리라.

"그런 의미에서, 언니. 저는 어머니를 찾으러 떠나겠어요!"

"...위험하지는 않겠니?"

"어디가서 맞고 다닐 만큼 약하지는 않으니까요!"

레아는 근심걱정 가득한 얼굴로 디오니소스에게 옷을 선물했다.

"이별 선물이란다. 이제 진정한 성인의 길로 나아가는구나."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언니. 아니...할ㅡ"

"언니는 계속 언니라고 부르렴."

"...네, 레아 언니.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레아 여신님이라고 부를게요."

"그거면 된단다."

이제는 복잡하게 생각했던 레아와의 관계도 확실히 한 디오니소스는 친어머니를 만나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여행을 떠났다.

어디로?

저승으로.

디오니소스는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안다.

자신의 몸에 흐르는 인간의 피가 누구로부터 내려왔는지 안다.

인간영웅 카드모스와 여신들의 딸 하르모니아가 낳은 여인 세멜레.

그녀로부터 태어난 만큼, 디오니소스는 자신의 근원을 찾기 위해 세멜레가 있을 저승으로 향했다.

세멜레가 저승에 있다는 건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멜레가 인간인 이상, 분명 죽은 뒤에 저승에 있을 거라는 것.

그러나 그녀는 금방 한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저승이 어디지?"

레아의 품에서 자랐기에 그녀는 저승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레아가 저승의 여왕 하데스와 함께 제우스의 앞에서 자지 하나를 두고 보지를 겨루고 있는 걸 봤기 때문에, 흑발의 여신이 지배하는 곳이 저승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흑발 여신은 관계를 맺고 나면 부리나케 사라지기 일쑤였고, 그녀의 흔적을 쫓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다.

제우스에게 묻는다?

말도 안 되지.

제우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남장까지 하고 여행을 나선 디오니소스다.

제우스에게 세멜레와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어쩌면 제우스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디오니소스를 어딘가에 가둬버릴 수도 있을 터.

그건 디오니소스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저승은 어디로 가면...."

퍼ㅡ억.

멀리서 날아온 이물질.

디오니소스는 자신의 머리에 흐르는 붉은 액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꺼, 꺼져!"

"이 씹게이새끼! 당장 여기서 꺼지지 못해?!"

"...하?"

디오니소스는 마침 옆에 있던 호수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미소년이라고 해야할 지, 아니면 미청년이라고 해야할 지.

영웅 카드모스의 후손이라 그런지 몰라도, 디오니소스는 중성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여인이었다.

그런 디오니소스가 남장을 했다?

"우리 마을에 와서 남자를 따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고대 인류들처럼?!"'

"게이는 꺼져라! 제우스 신께서 저주하시리라!"

"음...."

디오니소스는 기억을 더듬었다.

오래전.

인류가 감히 위대한 제우스 신을 과도하게 숭배하여 결국 남자를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박는 남자를 마치 제우스 신처럼 여기며 인간과 신의 사랑을 추구했다고 들었다.

신들에게만 전해지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인간들 사이에서도 암암리에 퍼진 걸까?

디오니소스는 자신을 격렬히 배척하는 인간들이 반가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재미있었다.

자신을 게이라고 여긴다는 건 그만큼 디오니소스의 변장이 완벽하다는 이야기니까!

"좋아, 좋아. 내가 게이라 이거지."

디오니소스는 자신을 향해 붉은 과일을 집어던진 인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주 좋은 태도야. 어버이 제우스께서는 남자가 자신을 존경하는 건 인정해도 자신을 향해 좆을 세우는 건 용서하지 않으시지."

디오니소스는 조용히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나를 공격한 건 용서할 수 없다!"

빠ㅡ악!

디오니소스는 단숨에 인간들에게 뛰어 머리통을 나뭇가지로 후려쳤다.

우두둑

뼈가 말그대로 망가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목은 수 바퀴 돌아갔다.

당연히 즉사였고,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예비투척물품과 함께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보지에는 자지. 당한 것에 배로 갚아주라고."

"으, 으아아!!"

디오니소스는 상쾌한 미소로 도망치는 남자를 향해 나뭇가지를 투척했다.

퍼ㅡ억.

남자는 순식간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뻗었다.

디오니소스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죽은 남자들을 향해 웃었다.

"함부로 사람한테 이상한 거 던지는 거 아니다. 알겠지?"

죽은 이에게 말을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으랴만ㅡ

"아!"

디오니소스는 손뼉을 치며 죽은 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희들, 이제 저승가겠네? 가자!"

죽은 이가 펄쩍 뛰고 난리를 칠 상황이었지만, 인간이 감히 티탄에게 나무열매를 집어던지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혀.

상대가 누군지 알아보기 전에 공격한 것을 떠나, 티탄을 상대로 감히 공격을 했다는 것 자체가 죽어 마땅한 행위다.

디오니소스가 벌하지 않았다면, 다른 티탄이 인간들을 몰살시키고 디오니소스를 혼냈을 일이다.

"흥, 흥흥."

고로, 디오니소스에게는 죄가 없다.

만약 이들이 저승에 가서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말하고 그나마 죄를 감면받고자 한다면, 얌전히 디오니소스에게 저승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것 뿐.

[.......]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온 남자들은 유령이 되어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평범한 인간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디오니소스에게는 보인다.

그녀는 티탄이니까.

저승, 명계에서 인간들의 영혼이 스스로 걸어올 수 있도록 당기는 신의 힘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고, 디오니소스는 묵묵히 유령들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친어머니.

만나서 과연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낳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렇게 잘 자랐습니다?

인간의 몸으로 저를 낳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신이 먹여주지 못한 젖은 헤라 님께서 대신 먹여주셨으니 헤라 님께 감사하세요?

"...좀 그런가?"

머리속에 온갖 상념이 가득 휘몰아친다.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해준 이들은 많았지만, 정작 진짜 친어머니를 마주하게 될 걸 생각하니 가슴이 떨리고 두근거린다.

과연 어머니를 만나서 자신은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재능찾기는 그냥 핑계일지도 모르겠네."

어머니라는 존재에게, 과연 자신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의 연약한 몸으로 티탄의 씨를 품으면서까지 자신을 낳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태어난 이유.

디오니소스에게는 자신이 태어난 이유가 궁금했다.

다른 티탄들 중에서도 왜 하필 자신만 여인의 품에서 태어난 건지.

다른 티탄과 자신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위대하고 완전무결한 제우스가 왜 인간 여자인 세멜레를 안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식을 낳게 했는지.

태어난 이유를 알게 된다면, 분명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터.

그런데....

"아앗!"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이, 디오니소스는 그만 자신이 너무 많은 고민을 하느라 주변의 상황을 놓쳤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어디갔어?!"

이미 두 영혼은 사라져있었다.

분명 사라졌다는 건 어딘가로 들어갔다는 말일텐데, 아무리 주변을 살펴봐도 저승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아으, 어떻게 하지...?"

더할 나위 없이 난감한 상황.

주변을 한참 찾아다니던 디오니소스는 인근 숲속에서 불을 피우고 야영을 하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저기요!"

상대는 인간처럼 보였지만, 디오니소스는 상대가 누구든 언제나 예의바르게 행동하라는 레아와 제우스의 가르침을 잊지 않았다.

인간은 자신이 티탄인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신은 그저 평범한 청년에 불과하다. 남장을 한, 여자.

"저승으로 가는 입구를 혹시 아세요?"

"저승...?"

"네. 저는 저승으로 가고 싶은데요."

"저승에는 왜?"

"저승에 어머니가 있어서요."

"......"

디오니소스의 말에 사냥꾼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꼭 저승으로 가야 하나?"

"그럼요. 혹시 아세요?"

"알긴 아는데...."

"그럼, 가르쳐주면 뭘 해줄 거지?"

"음...."

남자는 디오니소스를 위아래로 훑으며 입맛을 다셨다.

"알려주면, 뭐든지 해줄 수 있나?"

"뭐든지요?"

"그래, 뭐든지."

"좋아요. 그렇게 하죠."

디오니소스는 아무렇지 않게 남자의 제안에 응했다.

남자는 숲 너머, 공터 쪽으로 디오니소스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호수가 있지? 여기 호수 아래에 잠수해서 들어가면 저승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과연...."

티탄의 눈으로 바라보니, 서서히 호수에 가득한 죽음의 기운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혼들은 호수를 떠돌다가 호수의 중심부로 하나 둘 가라앉았고, 디오니소스는 바로 호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당신, 이름이 뭐죠?"

"나?"

남자는 혀로 입맛을 다시며 자신을 가리켰다.

"폴림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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