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4 인생은 쓰고 (1)
어떻게 하면 인간들에게 고난을 잊게 해줄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생각해보니, 역시 단 게 최고다.
비록 단 걸 구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인간은 대부분 단 걸 먹으면 행복해하더라.
인간들에게 단 것을 먹이자.
디오니소스는 단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먹고 마시는 것 중에 가장 달콤한 음식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단연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 있었다.
넥타르.
신들의 음료인 넥타르는 너무나도 맛있어서 그 배분이 제한되어있는 음료이기도 하다.
디오니소스도 레아에게 전해진 넥타르를 나눠마셔 본 경우를 제외하면, 넥타르를 따로 먹어본 적이 없었다.
인간들도 분명 넥타르와 같은 걸 마시면 행복해지리라.
"근데 넥타르를 직접 주면 안 될 것 같은데."
디오니소스는 고뇌했다.
넥타르란 무엇인가?
너무나 중요하니 한 번 더 말하자면, 암브로시아와 더불어 티탄 신들이 먹고 마시는 신들의 음식이다.
그리고 이 넥타르와 암브로시아, 특히 넥타르는 티탄 신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물건이었다.
-없으면 못 사는 것.
-살 수야 있기는 한데, 삶의 재미가 절반으로 줄어버리는 것.
-영생을 사는 티탄 신에게 유일하게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
먹고 마실 필요가 없는 티탄들이 음식을 추구한다.
티탄에게 '식사'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는 음식이며, 레아조차도 넥타르를 받으면 잘 모아뒀다가 나중에 아껴서 먹는다고 하더라.
이게 얼마나 중요한 것이냐 하면, 올림포스에서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관리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헤베-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위에 있는 언니로 12 주신의 헤파이스토스와 아레스가 있는 걸 생각하면, 그녀는 12주신의 안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얼마나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지 굳이 따로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안녕하세요, 헤베 언니! 저는 디오니소스라고 해요!
-...누구?
-디오니소스요! 위대하신 제우스 님의 딸이랍니다! 인간 세멜레를 상대로 낳은, 최초로 인간으로부터 태어난 티탄이에요!
-...일단 동생이기는 하네. 휴, 난 또 우리 엄마랑 낳은 동생인 줄 알았잖아. 일 년마다 한 명씩 동생이 생기는 데 그런 경우인 줄. 그래서, 무슨 일이야?"
그래서 디오니소스는 헤베를 찾아갔다.
-넥타르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네!
-가르쳐 주는 거야 할 수 있는데.... 인간들에게 주거나 퍼뜨리면 안 돼. 스틱스강에 맹세하면 가르쳐 줄 수 있지.
-스틱스강에 맹세코, 넥타르의 제조법과 만들어진 넥타르를 인간들에게 제공하지 않겠습니다.
-...진짜로 한다고? 그만큼 절박해?
-네!
디오니소스는 헤베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비록 어머니는 다를지언정, 디오니소스는 헤베에게 직접 가서 넥타르를 제조하는 방법을 익혔다.
-솔직히 저는 이걸 올림포스에서 나눠주는 걸 관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 넥타르를 직접 만들지는 않아. 대신 님프들이 모아온 걸 정제하고 보관할 뿐이야.
-뭘 모아오는데요?
-꽃꿀.
-꽃꿀?
-응. 님프들이 모아온 꽃꿀을 액체로 정제해서 보관하는 거야. 영원히 썩지도 오염되지도 않는, 순수한 액체가 만들어지는 거지.
헤베는 기꺼이 디오니소스에게 자신의 일에 대해 가르쳐줬다.
-이렇게 알려주셔도 돼요?
-당연하지. 내가 이 일을 할 때마다 내가 다 먹고 마시고 싶어져서 좆같...은 건 아니고, 이 일을 배우고 나면 나중에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권력을 느낄 수 있단다. 호호호.
-권력이라....
그렇게.
-잘 배우고 갑니다.
-디오니소스! 멈춰! 제발 기다려! 네가 나의 자리를 잇는 거야...!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관리하는 신의 자리를!!
디오니소스는 넥타르 제조와 관리, 보관에 관한 모든 지식을 터득했다.
그래서 배움을 얻은 디오니소스는 떠나려고 했지만, 헤베는 그녀를 붙잡았다.
-디오니소스! 제발 가지 마! 네가, 네가 나의 자리를 잇는 거야!
-안뇽!
-으아아아!! 안 돼! 이럴 수 없어! 나도, 나도 얌전히 방에서 꿀물이나 빨면서 살고 싶단 말이야!! 너, 직책이 있는 신이 되고 싶어 했잖아! 나의 직책을 물려받아! 제발!!
-싫어요! 24시간 내내 올림포스에 처박혀서 넥타르랑 암브로시아 나누는 작업만 하는 신이잖아요! 저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젠자아아아아앙!!
헤베와의 슬픈 이별을 뒤로한 채.
약 수년간 헤베의 아래에서 두 음식의 제조법을 익히며, 디오니소스는 고민했다.
암브로시아는 인간에게 먹인다면 분명 불사(不死)의 힘을 가지게 하겠지만, 과연 불사를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역시 답은 넥타르다.
인간들에게 넥타르와 비슷한 음식을 먹이는 것으로 인간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음...."
넥타르와 비슷한 음식.
"일단 꽃꿀을 이용해서 넥타르를 좀 만들어볼까."
헤베의 영지를 떠난 디오니소스는 현재 테베에 있다.
넥타르와 비슷한 음료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 * *
3년이 지났다.
디오니소스는 테베의 모처에서 거대한 신전을 만들었고, 피험자가 될 인간들을 직원이라는 명목으로 고용하여 그들에게 유사 넥타르를 먹였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 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고용하여 자신과 함께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고용했다.
-아니, 농사하지도 않고 어떻게 먹고살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 한 달 생활하는데 드는 돈의 다섯 배를 월급으로 주지.
-개처럼 일하겠습니다.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아래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디오니소스는 잘 알고 있었다.
-웁, 신관님. 이건 좀 아닌 것 같은, 우웨엑!!
-사, 살려주세요! 신관님! 이건 못 먹겠어요!
-신관님. 제가 아무리 이걸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이걸 물 대신에 일주일 동안 마시라고 한다면....
인간들 덕분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여러 가지 유사 넥타르를 만들어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연구하면 원하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인간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유사 넥타르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디오니소스는 사방 가득한 유사 넥타르가 담긴 병을 빤히 노려봤다.
"젠장."
디오니소스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디오니소스가 짜증을 내기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다른 인간들이 디오니소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저기, 교수님."
"뭐."
"저희, 이제 슬슬 퇴근해도 될까요...?"
"뭐?"
디오니소스는 귀기어린 눈으로 '퇴근'이라는 말을 입에 담은 남자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너, '신비의 물'을 만들어냈니?"
"그, 그건 아니지만...."
"네가 받는 월급이 얼마나 되지? 받은 만큼 일해야 하지 않겠어?"
"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아래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허니젤'을 이용해 여친이랑 즐길 생각을 하면, 발기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단 말입니다!"
"......."
남자의 말에 디오니소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허니젤이란다.
허니젤.
그간 디오니소스가 열심히 개발해낸 유사 넥타르, '벌'이라는 곤충을 이용해 만들어낸 점성의 액체를 두고 사람들은 허니젤이라고 불렀다.
음식은 음식이다.
먹으면 상당히 달콤하고 맛있고, 계속 손을 집어넣어 퍼먹고 싶을 지경이다.
"좋아. 어디에 사용할 건지 나한테 구체적으로 말해봐. 어디 나한테-"
"여친 앉혀놓고 다리 딱 붙이게 한 다음, 고간의 삼각골에 허니젤 듬뿍 바르고 혀로 존나게 빨고 싶습니다!"
"어휴, 미친 새끼."
그러나 인간들은 다른 곳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여친 가슴에 펴 발라서 혀로 밑가슴부터 유륜까지 빨아먹고 싶습니다!"
"또."
"엉덩이에 펴 발라서-"
"꺼져!"
디오니소스는 남자를 걷어차 쫓아냈다.
그녀의 연구실 안에 있는 다른 연구원들은 디오니소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너! 너는 또 왜 그러는데?!"
"그...."
여자 연구원은 야릇한 미소로 쭈뼛거리기 시작했다.
"그, 제우스 님이 티오네님과 했다고 하는 그 플레이를...."
"뭐? 누구?"
"티오네 님이요. 혹시 아세요? 인간의 몸으로 제우스 님의 은총을 받아 여신을 낳은 뒤, 그 공적을 인정받아 천국 엘리시움에서 여신으로 다시 태어나신 분이요."
"......."
왜 모를까.
자신의 어머니인데.
"바쿠스 님, 혹시 모르시나요?"
"알지. 알지."
"그렇죠? 그러면 그분이 제우스 신께 받은 그 은총을 아시나요?"
"......."
물론 여기 있는 이들은 디오니소스를 인간으로 알고 있고, 디오니소스 또한 대충 '바쿠스'라는 이름의 인간으로 지내고 있다.
"하아...! 제우스 신께서 자신의 자지에 넥타르를 바르고 티오네님께 입으로 빨게 하셨답니다! 그 행위에 헤라 님마저도 질투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너는 지금 집에 가서 남친이랑 하겠다고?"
"네!! 그도 그럴 게, 다른 건 몰라도 제우스 님께서 그런 행위는 용서해주시니까요."
제우스의 자지에 넥타르를 발라서 여신에게 빨게 하는 행위.
그것은 이곳에서 남자의 좆에 허니젤을 발라서 여자에게 빨게 하는 행위로 변질되었다.
그것은 이곳에서 여자의 몸에 허니젤을 발라 남자가 전신을 핥아 먹는 행위로 변질되었다.
그래.
현재, 디오니소스가 개발해낸 '허니젤'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섹스에 도움이 되는 아주 특별한 액체!
-먹어도 인체에 지장 없음!
-자지 넣을 때 허니젤 발라서 넣으면 여자들 좋아 죽더라...ㅎㅎ
"씨발."
디오니소스는 행복해지는 것을 만들어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단지, 그것이 섹스할 때 쓰이게 되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