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5 인생은 쓰고 (2)
러브젤.K-유피테르로서, 나는 러브젤을 정말 많이 사용했다.
'안 쓸 이유는 또 없잖아?'
쓰면 편리한 도구가 있다면, 인간인 이상 도구의 도움을 받지 않을 이유는 없다.
딱히 애무에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니다.
나의 손가락과 혓바닥이면 분수가 안 터지는 여자가 없었고, 러브젤 없이도 애액 홍수를 낼 만큼 나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도 러브젤을 애용한 이유는 그저 빠른 섹스를 위해서.
애무는 신경쓰지 않고 그저 넣고 박고 싸기만한다는, 오직 이 보지를 한 번 따먹고 말 원나잇 보지로 생각할 때나 주로 사용했다.
그래서 디오니소스의 연구로 만들어진 산물이 러브젤이하는 걸 들었을 때, 솔직히 조금은 기쁘기도 했다.
'이제 좀 더 빠른 섹스를 할 수 있겠구나!'
내가 애용했던만큼, 러브젤에 대해서 딱히 부정적인 생각은 없다.
쓰면 쓰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니까.
그러나.
"오호옷, 오옷, 하앙…!!"
"러브젤이 아니라 미약이었군."
나는 러브젤을 바르자마자 가버린 헤라의 보지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너무 빨리 가버려.'
러브젤은 미약 성분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대상을 쉽게 흥분하게 만들고, 전신에 피가 빠르게 돌게 만들었다.
어라, 이거 알코올? 이라는 생각보다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발정제 그 자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에휴."
"하으읏…! 너무, 너무 죠아…!"
헤라는 가버렸다.
러브젤을 잔뜩 발라서 보지에 넣었다 빼기를 몇 번 반복하고 나니, 몸을 좌우로 비틀다가 두 눈을 까뒤집으며 가버리더라.
"또 나 혼자 좆질하게 생겼군."
나는 천천히 (좋아) 죽은 헤라의 허리를 잡고 자지를 쑤셔박았다.
"헤으응…."
기절한 헤라는 본능만 남은 채 내 자지를 받아들였고, 나는 사정감이 차오를 때까지 계속 허리를 흔들었다.
찌걱, 질컥.
안 그래도 애액이 넘쳐나는 헤라인데 러브젤까지 사용을 하니 홍수가 제대로 터졌다.
농밀하고 음란한 향기가 내 코를 찔렀고, 나는 자지를 쭉 빼낸 다음 다시 질척이는 애액을 안으로 밀어넣었다.
이건 애액일까, 아니면 안에서 뒤섞인 러브젤일까.
어느 쪽인지는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문제는 이 러브젤이 인간들 뿐만 아니라 여신들에게도 지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천리안 가동.'
나는 신력을 이용해 올림포스 내부를 살폈다.
알게 모르게 여신들은 인간들로부터 러브젤-허니젤이라는 이름의 물건을 공물로 손에 넣었고, 용도를 파악하자마자 바로 용도에 맞게 사용했다.
-아, 아앙…! 제우스님…! 제우스님…!!
-애무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바로 제우스님의 자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니, 이건 혁명이야…!
"......."
어디서든 제우스와 언제든지 제우스, 그러니까 딜도가 러브젤과 합쳐지니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켰다.
평소에 여신들은 딜도를 넣고 돌아다니지 않는다.
간혹 언제든지 제우스로 팬티 안에 딜도를 넣고 다니는 변태들도 있었지만, 인간들의 기도에 딜도를 착용한 채 응답하거나 현신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대부분 자기 방에서 조용히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여신 대부분은 손으로 자기 안을 한참 적시고 난 뒤에 딜도를 넣었다.
내 물건을 아무런 준비 없이 받아들이는 건 딜도라도 불가능했으니까.
그런데 이제 자위든 셀프 애무든 스스로 넣을 수 있게 되었으니, 러브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건 당연지사.
"......그래도 이건 디오니소스가 바란 게 아닐텐데."
디오니소스는 인간들이 한 순간이라도 슬픔과 고통을 잊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건 슬픔과 고통을 잊는 게 아니라 쾌락에 젖어 뿅 가버리는 물건이 아닌가?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군.'
나는 가버린 헤라를 잘 수습한 뒤, 문을 닫고 나와 하계로 향했다.
디오니소스가 있는 곳은 테베.
세멜레의 고향인 곳으로 내려가 디오니소스의 연구실로 향하니, 그녀는 상당히 우울한 얼굴로 러브젤 병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디오니소스."
"아. 위대하신 아버지를 뵙습니다!!"
"그렇게 예의차리지 않아도 된다. 네게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러 왔으니."
나는 디오니소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많은 여신들이 네가 만들어낸 물건의 도움을 받고 있단다. 인간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네 허니젤의 도움을 받고 있지. 자랑스러워 하거라."
"...하지만 인간들에게는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는 것 같아서요."
"뭐라?"
"...아버지께 말씀드릴 일은 아닌 것 같아서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요."
"말해보거라."
진지한 디오니소스의 얼굴에 나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무슨 일이니?"
"허니젤이 악용되고 있어요. 인간들에 의해."
"악용이라니?"
"...기척을 지우고, 모습을 숨기고 따라와보실래요?"
디오니소스는 내게 외출을 제안했고, 나는 묵묵히 그녀를 따라갔다.
왁자지껄 사람들의 함성이 가득한 테베의 뒷골목.
디오니소스는 골목 안쪽, 야릇한 소리가 울리는 집을 가리켰다.
"저 집은 지금 허니젤을 쓰고 있어요. 신혼부부가 허니젤의 도움을 받아서 즐거움을 누리고 있죠."
세상에는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
"...그런데 여기를 보세요."
디오니소스는 굳은 얼굴로 골목 안쪽을 가리켰다.
그림자가 드리운 어둠 속.
나체의 한 여인이 풀린 눈으로 망가진 인형처럼 쓰러져있었다.
"......이건."
"강제로 당한 거예요. ...제 허니젤을 사용해서 미치게 만든 다음, 자지를 박고 싼다음 도망친 거죠."
"......."
어쩌면, 다소 간과했을 지도 모른다.
티탄도 물론이거니와, 이 세계의 인간들도 결국 인간이라는 걸 잠시 잊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강간.
내가 제우스로서 가장 탈피하고자 했던 요소.
...인간들은 허니젤을 바로 악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개같은."
"죄송합니다, 아버지. 제가 만든 물건 때문에…."
"네게는 죄가 없다, 디오니소스. 나쁜 건 저걸 자신의 저열한 성욕을 채우는데 쓴 놈들이지."
그래.
물건에는 죄가 없다.
허니젤이든 러브젤이든 본디 목석과도 같은 여인의 안에 좀 더 넣기 쉽게, 결정적으로는 '아프지 않게' 성행위를 하는 것이 만들어진 이유일 터.
그런데 그걸 넣고 빼기 쉽다고, 여인을 강제로 젖게 만든다고 빠르게 넣고 찍 싸고 사라진다?
"개자식들 같으니라고."
나는 쓰러진 여인을 향해 신력을 뿌렸다.
가벼운 전격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아 몸에 남아있던 남자의 흔적을 지워냈고, 여인의 눈은 점차 초점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아...나는…우웁…!!"
여인은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나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고, 나는 신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이며 여인에게 다가갔다.
"인간이여."
"......위대한 존재...시여?"
"그렇다. 나는 지나가던 제우스다."
"......."
당황스럽겠지.
갑자기 내가 나타났으니.
"이걸 두르고 나의 신전으로 가거라."
나는 그녀의 전신을 가릴 수 있는 하얀 드레스를 그녀의 몸에 덮었다.
어디서 구해왔냐고?
...저기 빨랫대에서 떨어진 걸 주웠을 뿐이다.
"이곳 테베에 있는 나의 신전으로 가거라. 그리고 제우스님의 사제가 되겠다고 하거라.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너의 처녀성에 대해 묻는다면…."
말해야 하나.
이걸 말하는 순간, 지금까지 내가 지켜온 건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나.
내 딸이 만든 물건으로 피해를 본 여인에게 입 싹 닫고 네가 알아서 하라고 말할 수는 없는 법.
"...제우스가 범했다고 해라."
"그, 그럴 수는 없습니다…!!"
"뭐라?"
"저를 범한 쓰레기는 다른 자입니다. 그런데 어찌 위대하신 분께서 스스로 오욕을 뒤집어 쓰려고 하십니까!"
여인의 일갈에 나는 정신이 나갈 뻔 했다.
"지금, 신의 말을…?"
"저는 제우스님께 은혜를 받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찌 제가 받은 치욕을 숨기고자 제우스님을 팔 수 있단 말입니까?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결코 그런 불경을 저지를 수는 없습니다."
"......."
어쩌면.
나는 여전히 내가 생각하는 제우스의 이미지에 매몰되어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제우스는 강간마.
어차피 그런 이미지를 가진다면, 그냥 그런 이미지로 사는 것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알겠다. 그래도 우선 신전으로 가라. 나의 사제들이 너를 보살펴줄테니."
"감히 인간 주제에 불경을 저지른 죄, 언제든지 이 목숨을 거두어 가주십시오. 다만…. 제게 한 가지 청이 있다면."
여인의 눈에서 실핏줄이 터졌다.
과도한 허니젤 사용의 반동인지, 눈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저를 범한 자에게 반드시 천벌을 내려주소서."
* * *
그 시각.
남자는 어둠 속을 달리며 간신히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
"크흐, 후우, 후흐...."
남자의 전신에는 땀이 미칠듯이 흐르고 있었고, 하의 앞섶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커져있었다.
그리고.
"으흑, 크흐흫...!"
남자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소리없이 웃었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간신히 참아내며, 남자는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기뻐했다.
"크흐흐, 드디어 성공했다. 흐흐...."
남자는 방 안,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상자를 열었다.
그곳에는 허니젤이 병에 가득 담겨있었고, 남자는 비릿한 미소로 허니젤을 꺼냈다.
"이것만 있으면...나도 제우스처럼 여신들을-"
콰과광--!!
뭔가 번쩍함과 동시에, 남자의 눈은 새하얗게 물들었다.
전신을 창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감각.
남자는 단말마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의식을 잃었다.
"지금부터 그리스 전역에 선포한다. 타인을 범한 자는 나, 제우스가 신벌을 내리겠다고."
자.
바야흐로, 강간통제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