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67화 (167/235)

EP.167 인생은 쓰고 (4)

타인을 함부로 범하지 말지어다.

허니젤을 용도 이외의 곳에 사용하지 말지어다.

남녀 사이의 관계는 사랑과 애정으로 할지어다.

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 말라면 하지마루요!!

-어? 금기라고? 큭큭, 딱 대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야! 신께서 하지 말라고 하시니까, 호기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지른 거라고! 신들이 나빠!

나는 인간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인간들이란 자고로 내로남불의 화신이며, 또한 말은 지지리도 듣지 않는 자들이다.

더욱이 법으로 하지 말라고 하든 신탁으로 하지 말라고 하든, 저지를 놈들은 저지른다.

이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참담한 짓을 저지르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는 불가능.'

나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인간들을 갱생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판도라' 때 버렸다.

대신 죄를 지은 자에게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리자.

그게 나의 지금 생각이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람쥐썬더ㅡㅡ!!"

올림포스 꼭대기에서 사방으로 전격을 뿌린다.

아스트라페를 통해 하늘로 솟구친 전격은 그리스 전역으로 펼쳐져 강간범들을 요격하는 사드 미사일이 된다.

파지직.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진다.

벼락을 맞은 놈들 대부분 욕지기를 내뱉거나, 자신이 걸린 일에 대해 짜증을 내거나 하며 죽어 나간다.

안 걸리면 장땡이라는 마인드밖에 없으니, 걸린 상황에서 신에게 사죄한다거나 죄를 용서해달라는 놈들은 없다.

신이시여.

정녕 그리스라는 이름에는 강간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 없는 것입니까.

제우스로서, 이 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닙니까.

나도 신이지만, 누구에게 이를 기도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군."

죽은 이들은 저승에서, 명계에서 끊임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자들은?

"유피테르."

"...미네르바."

미네르바, 그러니까 아테나가 오랜만에 본체-메티스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힘들지는 않다. 단지 내가 피해를 당한 입장으로써, 같은 피해를 본 이들에게 종족을 막론하고 공감하고 있을 뿐."

강간피해자 모임이 있다면, 나는 그들의 연합회 회장직을 맡을 것이다.

"티폰에게 당한 나날은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었지. 원하지도 않는 여자가 내 위에 올라타서 정액이 바닥날 때까지 쥐어짠다니. 심지어 강제로 입맞춤하고, 가슴을 빨아야만 했다."

나는 티폰에게 강간당했다.

이전에는 강간에 대해 제우스가 원래 그런 이미지가 있으니 하고 넘어갔지만, 티폰 사태를 겪고 난 뒤로는 조금 생각이 달라지게 되었다.

"강간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야."

"하지만 유피테르도 알잖아요. 인간은 티탄을 보고 배운다는 걸. 약자를 상대로 강제로 범하는 건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티탄의 본질일 지도 몰라요."

"그래서 더 씁쓸하다는 거다."

정녕 그리스라는 세계의 이미지는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세계의 근원부터가 그랬으니, 어쩌면 이렇게 되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몇 가지 생각을 좀 해봤어. 피해자들을 돌보기 위해서, 강간당한 자들을 나의 신전에 몸을 의탁하게 할 거다. 어때?"

"유피테르의 신전이 강간피해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몰라요."

"그건 괜찮다. 오히려 좋을지도 몰라. 피해자들을 제우스가 챙긴다고 하면, 저지르려는 자들은 이를 두려워하고 저지를 생각을 하지 않겠지."

그런데도 저지르는 자가 있다면, 이는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다.

"미네르바. 신의 말을 듣지 않고, 인간들 사이에서 정한 법도를 지키지 않고, 마지막에는 같은 인간을 해하는 자들을 인간으로 볼 필요가 있을까?"

"없죠."

"그렇지? 그러니까...."

나는 그들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을 것이다.

"그런 자들에게서, 나는 인권(人權)을 빼앗을 것이다."

* * *

강간이 범죄가 된 지도 어느덧 수년이 흘렀다.

애초에 이전부터 강간이라는 것 자체는 인간들 사이에서 자주 있었던 일이지만, 허니젤을 이용한 빠르게 찍 싸지르고 도망가는 일로 강간범들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람쥐썬더ㅡㅡㅡ!!

물론 강간을 저지른 자가 확실히 잡히는 경우, 그자는 제우스 신에 의해 천벌을 받았다.

이처럼 타인을 범하는 자는 신벌을 받게 되어 있으나, 범죄는 좀처럼 끊이질 않았다.

"아 글쎄, 옆 마을에서 또 벼락에 맞아 죽은 놈이 나타났다니까?"

"진짜로?"

"그래. 자기 쌍둥이 남동생의 아내를 상대로 몰래 저질렀다더군. 허니젤을 이용하니까 아내가 뭐 인사불성이 되어서 앞이 제대로 보이길 하나?"

"벼락 맞아 죽는 게 당연한 놈이었군."

타인을 범한 자는 벼락을 맞아 죽는다.

이제는 인간들의 상식이 되었지만, 그런데도 강간이 일어나는 경우는 나날이 늘어나기만 할 뿐이었다.

"에휴. 도시는 더 커지고 사람은 더 많아지는데 범죄는 더 늘어나고 있으니."

"애초에 인구가 많아지니까 그런 일이 발생하는 거 아닐지 몰라."

"이 사람아, 말조심하게. 애들이 많이 태어난다고 그런 일이 많아진다는 건 무슨 소리야?"

"그렇잖나? 애초에 인간이 적으면 그만큼...."

"크흣."

남자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으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러다 엄한 사람이 천벌을 받아 죽는 건 아닐지 몰라."

"신께서 벌을 내리시는 건데 설마 그럴까 봐? 나는 그보다 걱정일세. 아직 신께서 벌을 내리지 못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저지른 놈이 있을까 봐."

히죽.

남자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그래.

들키지 않으면 범죄가 아니다.

남자는 하늘을 향해 한 번 입꼬리를 비튼 뒤,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자기 일에 충실했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저벅, 저벅.

남자를 향해 흰 사제복을 입은 여인들이 다가왔다.

손에는 천칭을 든 채, 노출이라고는 일절 없는 정숙한 복장의 여인들에 대로변에 있던 모두가 기겁했다.

"제, 제우스님의 성녀들이...?!"

성녀.

제우스의 신전에서 일하는 자 중 신벌을 대신 집행하는 자들.

그들은 자신이 든 천칭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훑으며 죄질을 파악하고 있었고, 남자는 침을 꿀꺽 삼키며 앞으로 나섰다.

"......."

천칭은 기울지 않았다.

이미 남자는 저들이 단죄를 내리는 기준을 알아냈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만.

"이 자입니다."

"!!"

남자는 순식간에 성녀들에게 제압당했다.

남자의 손목에 가죽으로 된 채찍이 휘감기고, 남자는 성녀들이 등 뒤에서 꺼낸 금색 봉에 무릎을 꿇었다.

"무, 무슨 짓입니까!!"

"당신의 죄질은 너무나도 무거워 천칭으로 잴 수 없는 수준입니다."

"뭐, 뭐라고요...?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요!!"

"간살."

성녀들의 말에 남자는 표정이 굳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여인을 강간하고 죽였지요. 설마 들키지 않고 죽였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아, 아니.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한...!"

"명계에서 죽은 분들이 전하는 말입니다. 제발 죽을 때까지 정액을 뽑아내고 죽여달라고."

철컥, 철컥.

남자는 성녀들의 우악스러운 힘에 순식간에 형틀에 묶였다.

사지가 구속된 남자는 대로변에서 바지가 벗겨졌고, 성녀들은 손에 딱 달라붙는 장갑을 착용했다.

그리고는.

쯔아아악.

"!!"

태양빛에 뜨겁게 달아오른 허니젤을 남자의 고간에 부었다.

드륵, 드르륵.

바퀴 달린 형틀은 성녀들에 의해 대로를 구르기 시작했고, 남자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지를 빨딱 세워야만 했다.

"저런, 저런...."

"고작 저런 자지로...."

"크, 으아악!!"

모두가 보는 앞에서.

뷰릇.

하늘을 향해 싸지른 백탁액은, 자신의 몸에 허망히 떨어질 뿐이었다.

* * *

허니젤이 퍼져나간 이후.

나는 전력을 다해 강간을 저지르는 자들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만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다.

정확히는 더 이상 내가 움직일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내가 지쳐서?

아니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하는 자들이 너무 많아서?

양쪽 다였던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판이해졌다.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인간은 인간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나는 인류의 부정적인 면만 계속 봤던 걸지도 모른다.

계속 악행을 일삼는 자들만 보다 보니, 선한 자들을 보지 못하고 악한 면에만 매몰되어있던 걸지도 모른다.

"허, 허허."

인간들은.

강간범들에게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많아진 인간들은 신전의 아래에서, 왕국의 아래에서, 강간범들이 감히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도록 인간들 스스로 정의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계속 당할 수만 없다! 강간범을 체포하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강간에는 강간!

-남녀를 구분하지 말고, 타인을 범한 자는 신전에서 공공재로 만들어버려라!!

제우스 신전의 사도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강간범 퇴치에 나섰다.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디오니소스의 발명품, 허니젤 발명으로부터 약 수십 년.

-이 개자식! 나를 범할 때는 그렇게 좋았지! 이제는 역으로 범해주겠어...!

-크윽, 그만둬...!! 제발, 제발...! 더는 나오지 않는다고...!!

-흐흥, 어때? 남자도 암컷처럼 다루면 되는 거라고...흐흐흐...! 내가 멈추라고 했을 때, 너는 멈췄어?

-아, 아악...!!

-허리 똑바로 세워.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허니젤, 계속 펴 발라 주고 있잖아? 허접자지...!

-크허, 허어억...!!

"...그, 범죄자 인권을 도입해야 하는 건가...?"

시대는 새로운 방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설마.

"...내 신전의 수녀들이 펨돔수녀로 전직할 줄이야."

이래도 되는 걸까.

그리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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