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70화 (170/235)

EP.170 인생은 쓰고 (7)

충격.

디오니소스는 난교의 신이 되었다.

분명 술은 술 자체로 효과를 발휘할 뿐인데, 딱히 미약 성분이 있다거나 최음 성분이 있다거나 그런 건 없는 걸 확인했는데, 축제는 인간들의 섹스 파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우야."

부부가 서로 아이 만들기를 하고, 서로 호감을 가진 남녀가 몰래 건물 뒤로 숨고, 성적으로 개방된 이들이 FMF와 MFM을 하며 마구 즐기기 시작했다.

야동에서 흔히 보는 대학가 섹스파티의 전형적인 모습 그 자체.

남자들이 바지를 내린 채 자지를 늘어뜨리고, 여자들은 거기에 다가가 자지를 빨며 줄줄이 펠라를 하는 모습.

조금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역겹다거나 불쾌하여 당장 천벌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남자가 남자를 상대로 음험한 짓을 하는 그런 자는 없었으니까.

그런 자가 있었다면 나는 고대 인류에게 했던 것처럼 바로 람쥐썬더를 풀차징으로 날렸을 것이다.

단지.

내가 불편한 게 있다면.

"오오. 인간들은 저렇게 섹스를 하는군요!"

디오니소스, 나의 딸과 섹스 파티를 직관하고 있다는 것.

"아버지께서 어머니들과 하는 거랑은 많이 다르네요?"

"뭐라?"

"집단으로 하는 건 남자 한 명에 여자 여럿이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저런 예도 있군요."

디오니소스는 술을 홀짝이며 아래를 가리켰다.

우물 바로 옆, 여자 한 명이 동시에 세 청년을 상대로 섹스하고 있었다.

"입구멍이랑 아랫구멍이랑 뒷구멍을 동시에 쓰다니. 저 여자도 정말 대단하네요. 저게 술의 힘일까요?"

"...술이 안 들어갔으면 사람들 앞에서 저런 짓을 하지는 못하지."

술기운에 이끌려 하는 게 아니라면, 맨정신이라면 정말 대단한 여자다.

인간이면서 뒤로 하는 것도 그렇고….

"아."

나는 저들이 펼치는 광란의 축제가 왜 일어나는가에 대한 이유를 깨달았다.

"허니젤이랑 효과가 겹쳤구나."

"네?"

"술에 취한 상태로 허니젤이 영향을 주니, 그게 저런 섹스 파티가 되어버린 거야."

그냥 술만 마셨을 때는 다들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음주가무를 펼칠 뿐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전부 자고 난 뒤.

어른들만의 시간이 되자, 하나둘 허니젤을 꺼내며 즐기기 시작했다.

좋은 걸까?

그건 잘 모르겠다.

지금 당장은 술에 취해서 미쳐있지만, 제정신을 차리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

'예전에 본 영화가 생각나네.'

프랑스를 배경으로 했던 것 같은데, 향수 하나만으로 광장 전체를 광기의 도가니로 빠뜨린 남자가 생각났다.

그건 향수의 힘이었지만 이건 술과 러브젤의 힘이다.

어쩌면 훗날 만들어질 소설이나 영화의 모티프에 이번 일이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저거...한 번 해보고 싶을 지도…?"

"뭐?"

나는 갑자기 술기운이 확 달아났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섹스하고 싶다고?"

"음…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기는 하지만, 제가 박히는 거 말고요."

팟팟팟.

디오니소스는 헤벌쭉 웃으며 고리로 만든 손에 자기 엄지를 푹푹 쑤셔 넣었다.

"제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분명 여러 여자 상대로 마구 박고 다녔겠죠? 히힛."

"......."

부정하기는 힘들다.

페르세포네가 지옥의 죄수들을 상대로 허리를 흔드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 아들로 태어난 녀석들은 여자를 상대로 마구 허리를 흔들게 분명했다.

"...인간들도 그럴까 봐 걱정되네요."

디오니소스는 한창 무르익는 축제의 장을 가리켰다.

"술에 취한 인간들이 허니젤의 영향으로 완전히 발정 나면 물불 가리지 않을 거 아녜요. 그렇게 된다면...으으."

"다시 놈들은 누군가를 강간하려고 들겠지."

"그러니까요. 마지막 이성의 끈이 있다면, 분명 어딘가에 성욕을 배출할 창구를 하나 만드는 게…."

순간.

나는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디오니소스, 뭐라고?"

"네?"

"방금 뭐라고 했지?"

"어, 음, 성욕을 배출할 창구를…."

"그거야!!"

나는 디오니소스를 번쩍 들었다.

"술을 마셔도, 허니젤의 영향으로 섹스에 미쳐도 강간이 일어나지 않는 방법이 생각났어!"

"...역시 위대하신 제우스님! 그 방법이 뭔가요?"

"창구."

"...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어쩌면 전생에 내가 죽은 계기였던 거라서 무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걸 수도 있겠지만.

술에 취해서 당장 떡 치고 싶은 그리스 남성 자아들이 강간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빡촌이다."

디오니소스가 걱정하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마음껏 섹스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정정하지. 마음껏 남녀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는 거야."

비단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즐길 수 있는 공공섹스의 장을 마련하는 것.

그게 술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할 길이 아닐까.

이를 위해서라면,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자, 디오니소스. 술 한 병 챙겨서 잠시 그녀를 만나러 가야겠다."

"그녀...요?"

"그래. 정식으로 인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 선물을 들고 가야지."

아프로디테에게.

"가자. 지금 바로."

"지, 지금요?"

"그래."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했고, 팬티는 내린 김에 한 발 빼라고 했다.

나는 디오니소스와 함께 아프로디테가 있을 올림포스로 향했고, 그녀를 보좌하는 님프들에게서 그녀의 행방을 알아냈다.

"헤파이스토스와 함께 있다고?"

"네, 위대하신 제우스님."

의외.

그것은 아프로디테가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갔다는 것.

그리고 님프들에게서 들은 정보로는 생각보다 아프로디테가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는 빈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

'설마 여기서 운명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아프로디테가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한 사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남자인 못난이 헤파이스토스가 아프로디테와 결혼하고 싶다고 해놓고 결혼을 했으면서, 정작 섹스리스로 자기는 대장장이 일에만 집중했다더라.

남편이랍시고 생긴 게 못생긴 절름발이인데, 그래도 대장장이니까 체력은 좋을 양반이 섹스는 하지 않는다?

아프로디테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바람을 피웠다.

그런 일화는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그리스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헤파이스토스는 절름발이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추하지도 않다.

'그냥 관심이 있는 건가?'

어째서 헤파이스토스의 작업실에 찾아간 건지는-

위이이잉.

으흣, 오혹, 아하앙….

".......에이, 설마."

나는 작업실 안에서 들려오는 신음에 디오니소스의 귀를 막았다.

"아버지?"

"아무래도 아프로디테가 손님 맞을 상황이 아닌 듯한데…."

"뭐 자위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

생각해보니 디오니소스도 내 딸이며, 성인이다.

딱히 숨길 요소는 없으니 큰 문제도 없다.

단지 아프로디테를 이렇게 보게 된다면….

'상관없나?'

이미 자라면서 나와 내 아내들의 행위를 보고 자란 녀석이다.

누구보다도 성이라는 요소에 가까웠던 만큼, 딱히 문제가 될 이유는 없었다.

"그럼…."

똑똑.

나는 노크로 나의 방문을 알렸다.

안에서 뭔가 우당탕탕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바로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오우야."

나는 눈앞의 광경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너희, 그런 관계였나?"

"그, 그게. 아버지. 이건…."

당황하는 헤파이스토스의 앞, 아프로디테는 안대에 입마개까지 채워진 채 황금 의자에 구속되어 있었다.

예전에 헤라를 상대로 썼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 물건의 개량형인 듯했다.

"...잠깐. 저것들 내 자지잖아."

충격과 공포.

디오니소스가 충격을 느낄 게 아니라, 내가 전신에 소름이 돋을 일이었다.

"이게 뭐냐?"

"그, 그게."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의 옆에 놓인 것들을 가리켰다.

강철로 만든 딜도부터 실리콘과 같은 재질, 심지어는 내가 예전에 쓰던 플레이야스의 자지까지.

".......아프로디테님은 잘못이 없습니다!"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를 두둔하고 나섰다.

딱히 잘잘못을 따질 생각은 없었지만, 황금의자의 앉은 부분에서 장치가 움직이는 모습은 뭔가, 뭔가였다.

"...쟤 지금 설마."

"우붑."

입마개가 떨어져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볼개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자지와 똑같이 생긴 모형이었다.

"하아, 하아. 왜 그래…? 누구 왔어?"

"그래."

"......."

아프로디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헤파이스토스에게 눈짓을 보냈고, 아프로디테의 머리에 씌워진 안대와 귀마개를 벗기게 했다.

"...위대하신 제우스님을 뵙습니다."

"뭐하냐?"

예우상 존대를 해야 한다?

지금 이 모습을 보고도?

"......이건 검증입니다."

"뭐?"

"위대하신 제우스님의 플레이야스를 만들어내기 전, 헤파이스토스를 도와 제가 직접 검증을 해서 내려보내기 위한 준비과정이랍니다!"

아프로디테는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정작 앉아있는 의자 아래에서 큥큥 찍어올리는 무언가는 분명 딜도가 틀림없었건만, 아프로디테는 고개를 치켜들며 자신의 아랫배를 가리켰다.

"위대하신 제우스님께서 인간 세계에서 재미를 보실 플레이야스의 자지가 원본과 달라서는 안 되는 법! 이 사랑의 여신이 직접 보지로 검증한 자지라면 분명 제우스님의 신격을 담기에도 충분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내는 플레이야스는 전부 수제잖아요. 특히 가장 중요한 건 제우스님의 자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이렇게 직접 검증을 하는 거랍니다."

"...그렇군.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졸지에 황금의자가 플레이야스 검증용 물건이 되어버렸지만, 아프로디테가 가진 성욕이야 원래 그러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딜도 자위를 하는 게 딱히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내 자지 모형으로 자위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뭐.

발깃.

자지가 오히려 설 뿐.

"아프로디테. 일단 공적인 일에 대해 하나 이야기를 하지."

"공적인 일이요?"

"그래."

나는 아프로디테에게 디오니소스와의 이야기에서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밝혔다.

처음에는 딜도자위에 집중하던 아프로디테도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헤에…. 재미있네요. 말 그대로 자유로운 섹스를 위한 장소라. 하긴, 섹스하다보면 사랑이 생길 수도 있죠. 그걸 제 신전에 만들자는 거죠?"

"그래."

음주와 섹스, 그리고 사랑이 가득한 시설.

아프로디테 신전직영.

남자도 여자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공섹스시설.

호스트바 '에로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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