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 이제 다 따먹음 (0)
* * *
제우스라는 신은 누구인가?
혹자는 천둥의 신이라고 부른다.
혹자는 섹스의 신이라고 부른다.
혹자는 강간의 신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를 부름에 있어, 그가 '최강의 신'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 어떤 신도 감히 제우스에게 대항할 수 없다.
남자 신들은 힘에 굴복하고.
여자 신들은?
자지에 굴복한다.
어머니이자 한 때 대지모신이었던 레아를 시작으로, 제우스는 수많은 여신들을 겁탈했다.
겁탈?
아니, 그냥 섹스를 했다.
당장 남매들을 건드린 것만으로도 이미 제우스는 그 악명을 널리 퍼뜨리고 있었다.
애초에 남매이자 자신의 누이이자 여동생인 헤라를 아내로 맞이했고, 그는 지금도 여신과 매일같이 섹스를 해왔다.
그리고 지금.
제우스는 큰 고민에 빠졌다.
올림포스에서 수많은 인간들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어라."
인간들도 섹스를 하더라.
그것도 그냥 섹스도 아니고, 신들이 하는 짓을 그대로 하더라.
"이거."
인간들도 하는 섹스.
내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지?
"생각해보니 그렇네?"
나, 제우스는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나는 현대인으로서 지구에 빙의한 제우스였던 만큼, 기존의 제우스와는 다른 K제우스라고.
하지만 결국 제우스의 행보는 그대로 이어졌다.
내가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가이아는 나를 계속 건드리고, 건드려왔고, 앞으로도 건드릴 것이다.
그렇다면.
"확 막나가버려?"
어쩌면 나는 생각을 잘못했던 건지도 모른다.
정중하게 대하면 상대도 정중하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티탄신의 의지에 따르는 것.
그리스의 신들인 티탄답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이 세계가 앞으로 발전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일 지도 모른다.
"그래, 여기는 내 세상이야."
좆되면 좆되는 거고, 아니면 좋고.
누구도 이 세상에 간섭을 할 수 없다.
만약 신조차 저항할 수 없는 초월적인 무언가가 여향을 미친다면, 그 때는 나도 어쩔 수 없이 순리에 따르는 수밖에.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 때까지는 마음껏 저질러도 되는 거 아닐까?
나는 신인데.
"그래. 씨바. 어차피 강간의 신이라고 불리고도 있는데, 진짜로 강간하고 다니는 게 뭐 문제라도 되겠어?"
문제가
저 여자 알아? 제우스 님이 강제로 따먹은 여자래.
제깟게 뭐라고 제우스 님의 자지를 거부해? 우리 티탄들은 진짜 자지를 얻지 못해서 안달인데. 건방진 년일세?
썅년...신벌!
생긴다.
내가 지금까지 좆을 좆대로 굴리면서 좆나게 벌려놓은 판이 한둘이 아니라서, 내 자지를 노리는 여신들이 내가 '강간했다'고 알려지면 바로 난리를 피울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네가 제우스님께서 강간하셨다고 하는 년이냐?
아, 그게.... 실은....
뭐? 인간 남자에게 강간당한 걸 제우스님께서 보살펴주신 거라고? 크흡.... 그, 그래. 미안하구나. 네 상처를 끄집어내서. 역시 제우스님이셔.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여자들을 강간했다.
강간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너는 또 뭐니? 제우스님이 너를 강간했다고?
아, 아뇨. 저는 아닌데요.
그런데 왜 이 일대에서는 제우스님이 강간했다고 그런 말이 도는 거지?
그게, 실은 이 나라의 왕자가 티탄의 피가 이어지는 신인데, 자기가 강간을 저지르고 제우스신께서 강간하셨다고 거짓말을....
하! 미친 새끼! 어디서 팔 사람이 없어서 그리스 최고 주신을 팔아?! 신벌!
그 대부분 같은 인간들이 강간을 저지른 것이었고, 나는 여인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스스로 강간마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강간이지?! 제우스 신께서 강간을 하신 거야! 잡았어, 하하하! 이걸로 이제 강간한 것처럼 나도 따먹어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 아하하!
...저기, 헤라.
감히 인간 주제에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죽고 싶...엄마?
크흠. 미안하구나. 얘야. 사실 이건 내 아바타, 플레이야스란다.
아니, 엄마가 왜 이걸로 우리 오빠랑 섹스를 하고 그러는 건데요!!!
너도 플레이야스로 간접 강간을 당했잖니! 나도 오랜만에 한 번 강간당하고 싶었어! 왜!
아으, 진짜...! 됐어요!
실제로 이루어진 강간이 잇기도 했지만, 그 대부분은 유사인간플레이야스를 통한 간접섹스.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낸 가짜인간을 통해 여신들을 상대로 강간을 펼치기도 했지만, 그건 결국 엄밀히 따지면 인간을 상대로 한 강간은 아니었다.
인간이 강간을 저지르면 그저 여자는 평생 고개를 처박고 살아야하지만.
제우스에게 강간당하는 건 일종의 '신의 은총'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라고 생각하는 관점도 있으니까.
현재.
제우스신의 신전에는 수많은 여자들이 있다.
강간 피해자들로, 그들 중 실제로 나와 섹스를 한 여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모두 다른 인간들에게 강간을 당한 여자들.
집에 몰래 침입한 강도에게.
함께 마을에서 자란 소꿉친구라고 생각했던 남자에게.
밤에 어쩔 수 없이 가다가 붙잡힌 강간마에게.
그리고 전쟁 중에 노예가 되어 장군과 병사들에게.
온갖 곳에서 강간 범죄가 이루어지고 있고, 현재의 그리스는 그런 강간 범죄를 처벌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미온적이다.
애초에.
강간이 왜 범죄입니까?
여자는 남자에게 다리를 벌리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스니까요!
이 그리스라는 곳,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이 강한 곳이다.
그러다보니 역설적이게도 여성인권을 가장 잘 챙기는 남자는 나, 강간의 신 제우스가 되었다.
"미친 그리스."
그리스는 미쳤다.
그리고 이 그리스에서 나는 지금까지 최대한 눈치를 보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현대? 좆까라 그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저 신화일 뿐.
언젠가 나는 현대사회가 나타나도록,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가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시대.
신들이 사라지고 인류가 시대의 주인이 되는 시대.
그런데.
남자들이 하도 강간을 해대고, 인간들이 세력을 넓힐수록 점점 더 전쟁이 늘어나는 걸 보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좆간 네버 체인지.
인간은 여전히 좆간이었고, 그리스 올리브 새끼들은 여전히 좆같은 올리브들이었다.
그러니.
"내 좆대로 한다."
지금부터는 내 좆대로 모든 걸 진행하겠다.
그 시발점은 당연히 '선을 넘는 것'.
이제 K제우스는 안녕이다.
나는 완벽한 그리스식 제우스가 되겠다.
하지만 아직 대놓고 저지르기에는 세상의 시선이 여러모로 신경 쓰인다.
그러므로 나는 또다른 방법을 고안해냈다.
아니, 지금까지 고안했었던 방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냈다.
인간들이 좆간이라서 문제가 되는 거라면.
인간이, 내가 된다.
내가 아닌 또다른 제우스.
벽력으로 빚어낸 새로운 형태의 유사 인간.
미래 세계의 관점으로 보면, 판타지스러운 관점에서 보면 '호문클루스'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
"드디어."
나는 만들어냈다.
제우스의 명성은 지키고, 제우스의 의사를 담아 행동하는 '인간'들을.
제우스에 버금가는 이들.
그들의 이름은, 총칭 아(?)제우스라고 한다.
아제우스.
모든 것을 따먹어버리는 가짜 인간.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 * *
테베, 어딘가의 숲.
휘이익.
화살이 나뭇잎을 스치며 날아간다.
날카로운 화살촉은 잎과 가지를 스치며 날아가 목표물에 정확히 꽂힌다.
키에엑!
화살은 몸집이 황소만한 멧돼지의 등에 꽂혔다.
이미 멧돼지의 몸에는 비슷한 화살이 여러 발 꽂혀있었고, 그 화살에는 약간의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겉이 '파직'거렸다.
키이익!!
멧돼지는 눈에 핏발이 선채 주변을 훑었다.
자신을 향해 감히 화살을 쏜 자가 누군지 알아내고, 그 자의 배에 자신의 엄니를 쑤셔박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다.
신이라면 어쩔 수 없다.
신이 와서 자신을 잡는다면, 자신이 잡히는 사이 어딘가에서 자신과는 다른 형제들이 인간들을 죽이고 있을테니까.
하지만 인간에게 살해당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자신은 가이아가 만들어낸 새로운 괴물.
짐승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 그리스 땅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지모신 가이아가 만들어낸 괴물 중 하나.
그런 존재가 고작 인간의 화살에 살해당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들이 몰이사냥을 해도 납득할 수 없고, 여럿이 덤빈다면 최소한 모두를 죽여서 저승으로 함께 가는 게 아니라면 결코 쉽게 죽을 수 없다.
그래.
이렇게 '한 명의 인간 사냥꾼'에게 살해당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락.
옆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멧돼지는 바로 옆으로 달렸다.
앞에서 화살이 날아오든 말든, 엄니를 앞으로 뻗으며 검은 인영을 향해 엄니를 처박았다.
푸화악!
뭔가를 찔렀다.
나무토막을.
인간의 옷을 입고 있는 나무 인형을.
"아 씨, 내 옷."
알몸의 남자는 활만 든 채 아래로 활을 겨누고 있었다.
금발벽안, 하지만 눈동자에 서린 기운은 마치 벼락이 담겨있는 듯했다.
"죽어."
파ㅡ앗.
남자가 쏜 화살은 멧돼지의 머리를 꿰뚫었다.
멧돼지는 더 이상 팔다리를 움직일 기력이 없었고, 결국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에휴."
마지막 순간.
"저승에 가거든 내 이름을 대거라."
알몸의 남자는 누구보다도 우람한 자지를 덜렁거리며 멧돼지의 머리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나는 '악타이온 아제우스'라고 하는 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