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87화 (187/235)

〈 187화 〉 거인사냥꾼 오리온 (5)

* * *

에오스와 불륜 섹스를 조지고 난 뒤.

일단 제우스가 이곳에 있다는 걸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되기에, 나는 급히 자리를 피해 올림포스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 오리온 아제우스.

나는 오리온 아제우스와 의식을 다시 연결했고, 이렇게 다시 세상을 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게 이렇게 불편할 줄은."

눈이 고쳐지지 않았다.

내가 직접 눈을 고치지는 않았다.

'제우스가 아제우스를 치료할 수 없는 건 아이러니군.'

뭔가 심장을 전기충격으로 되살리는 거라면 큰 무리가 없는데, 이런 외과손상에 대해서는 내가 수습할 방법이 없다.

'내가 전생에 의사였던 것도 아니고.'

제우스 신이 고치고 갈 수 없는 문제였고, 에오스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정확히는 '부작용 없이'.

당연히 나도 에오스도 그냥 신의 힘을 이용하면 인간의 신체는 쉽게 복구할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그냥 눈을 복구하면 될 일이다.

눈에 뭔가 이상한 약이 들어갔고, 그걸 내가 직접 손으로 눈을 찔렀던 거였으니.

그런데 문제는 이게 함부로 치료를 했다가는 약의 기운이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예를 들어.

눈에 염산이 뿌려진 경우.

신의 힘으로 눈을 복구하면 눈은 복구되겠지만, 염산이 뿌려진 흔적은 그대로 남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

염산을 제거하고 새로 눈을 복구할 수 있는 수준의 의술은 전문가가 따로 있다.

'만약에 눈에 큐피트의 물약이 남아있으면? 그러다가 눈을 떴는데 여자라면 다행이지, 행여나 남자가 눈앞에 있으면?'

정말 혹시나 모를 일이기 때문에, 나는 인간의 몸을 치료하는 전문가에게 이 일을 맡기고 싶었다.

한 명.

가능한 여신이 있다.

"일단, 에오스 신이시여."

"...씁."

에오스는 나의 존대에 입맛을 다셨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뭔가를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왜 그러시오?"

"아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인간 오리온과 여신 에오스의 관계다보니, 에오스는 내게 여신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은 뭐랄까.

그냥 섹스를 참지 못하는 암컷의 모습이 아닌가.

"그대에게 반쯤이나마 존대를 들으니, 아랫배가 쑤시는 것 같구나."

에오스는 연신 입맛을 다셨다.

"섹스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오?"

"늦게 제우스 좆맛을 알았으니, 그 시간을 보상받아야지."

"하긴."

에오스와 나는 지금까지 특별히 섹스를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올림포스를 만들 때부터 이미 에오스는 유부녀였고, 나는 당시에 유부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나도 이제 제우스와 섹스를 했으니, 이제 더는 남들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겠어. 후후."

"아제우스지만."

"나한테는 제우스니까 괜찮다."

자매인 셀레네와는 내가 여러 번 섹스를 했으니, 아마 셀레네가 많이 부러웠을 것이다.

"저기, 오리온. 다음에 섹스를 할 때는 뭔가 새로운 방법으로 섹스를 해주면 안 되겠나?"

"새로운 방법이 이 그리스 전역에 있는 님프의 수만큼 많은데, 그 중 하나를 꼽으라고?"

"나에게는 모든 섹스가 새롭기 때문이다. 남편과의 섹스는 손가락으로 자위를 하는 것보다 못하니."

에오스는 씩씩거리며 자신의 손을 가리켰다.

눈은 보이지 않아도, 기척으로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눈이 사라진 만큼, 다른 감각은 더 예민해졌으니.

"차라리 내 검지와 중지로 쑤시는 게 더 깊고 길게 들어올 것이다. 그에 반해 네 것은...으흥흥."

에오스는 반대쪽 손을 아래로 내려 자신의 팔뚝을 붙잡았다.

"알겠소. 원하는 대로 하지."

오리온을 구해준 대가로 한 번 원없이 섹스를 해주기는 했지만, 그녀는 또 섹스를 바라고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건지,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알기에 나는 더 이상 따로 말하지 않았다.

대신.

"또 해야 겠소? 나는 그곳에 간 뒤에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지금 여기서 섹스를 하고 난 뒤에 이동하는 건 어떻겠느냐?"

그래야 하는데, 일단 섹스를 원하고 있다.

"가서 마음껏 해주겠소. 그곳에 가면 그녀도 나를 도와줄 것이고, 그러면 눈을 뜬 채로 섹스를 할 수 있겠지."

"눈 뜬 제우스를 상대로 섹스...?"

지금은 오직 촉각과 청각에 의해서만 섹스를 하고 있다.

그래서 섹스를 할 때, 체위가 몹시 제한된다.

하나의 체위로 계속 할 수밖에 없고, 처음에 자지를 넣을 때도 자지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간신히 구멍을 찾아야만 했다.

"그, 그건 참 좋구나. 음. 좋아."

무엇보다도, 눈이 불편한 이상 그냥 놔둘 수는 없다.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치료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크라켄 같은 걸 다시 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눈앞의 인간 여자가 크라켄인지 아닌지 구분하려면 일단 시각이 무조건 돌아와야 했다.

앞으로 오리온으로 살아갈 시간을 위하여.

"델포이로 갈 수 있겠소?"

"델포이?"

"그렇소. 그곳에 의술의 신이 있지 않소."

의술의 신, '아폴론'.

뭔가 예전, 인간이었을 때는 그리스에 의술의 신이 따로 있었던 것 같은 그런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하지만 아폴론의 뒤를 이어 의술의 신이 될 신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의술의 신은 지금도 아폴론이다.

그녀가 머물고 있는 곳은 델포이.

다른 신들과 달리 가장 인간에게 우호적이면서도 인간과 접촉하기를 좋아하는 신이기에, 인간들을 돌보는 '의술'을 관장하고 있다.

태양의 신이기도 하지만, 태양을 옮기는 일은 아직도 헬리오스가 하고 있다.

"델포이로 갑시다."

"델포이는 여기서 한 시간만 날아가면 도착하는데?"

"......."

"다음 새벽에 조용히 움직이는 건 어떤가...? 해가 떠있는 동안 내가 너를 데리고 있는 걸 보면, 오빠 새끼는 분명 그걸 신이 나서 남편한테 전할 지도 몰라."

"......하."

결국.

"...최소한 밤이 될 때까지는 여기서 쉬어야겠군."

"흐흐흥. 걱정하지마라. 내가 너의 눈이 되어줄테니."

해가 뜨고 다시 해가 질 때까지, 개같이 섹스했다.

* * *

델포이 신전.

정확히는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전이며,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의술이다.

그렇다면 현대에는?

그리스 신화에 관한 내 짧은 지식으로도 알 건 안다.

델포이 신전에서 가장 유명한 것.

그것은 '신탁'이다.

­네 아들은 너를 죽이고 네가 보는 앞에서 네 아내를 범할 것이다.

­아니, 세상에 그런 미친 예언이...! 당장 저 아이를 죽여라!

­흑흑, 내 아들을 죽일 수 없다...! 부디 저 멀리서 살아다오...!

20년 뒤.

­크으윽, 이 반역자놈이...!

­흐아아앙! 반역자의 자지, 괸장해여어엇!!

­으하하! 이걸로 이 왕국은 내 것...! 뭣?! 그, 그것은?! 내가 고아로 버려졌을 때 내게 남겨진 펜던트...? 크, 크아악! 내가 무슨 짓을?!

와 같은 이야기라거나.

그 이외에도 수많은 예언이라거나.

그리스 신화하면 예언이고, 이 예언을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몸 비틀어보다가 결국 크나큰 사건 사고가 터지는 게 신화의 대부분이더라.

그래서 알고 있다.

델포이 신전, 아폴론 신전에서 사람들에게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운명을 알려줬다는 것을.

물론.

당연하게도.

그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아폴론에게 예언을 알려주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 대신 아폴론을 위해 다른 무언가를 크게 넘겨줘야만했고, 나는 그 대가로 제법 큰 희생을 치루어야만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곧 델포이 신전이다."

"고맙소, 에오스."

"고맙기는."

에오스는 야릇한 얼굴로 내 허리 뒤로 손을 뻗으며 엉덩이를 꽉 붙잡았다.

"앞으로도 내가 더 고마워해야지. 오호호...!"

"...후."

밤이라서 남들의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밤의 여신은 이 광경을 보고 있지 않을까.

유부녀 여신은 이래서 문제다.

현실의 유부녀처럼 젊은 자지의 좃맛에 빠져, 이런 식으로 섹드립을 치고 성희롱을 하는 게 여간 K­밀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더 좋아.'

은근히.

제우스로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아제우스로 하고 있는 만큼, 나는 기분이 너무나도 짜릿했다.

하지만.

그건 남자로서 하는 경험이지, 다른 경험은 나도 조금 껄끄럽다.

특히.

그리스 전역에 퍼진 또다른 '나', 분신인 나를 마주하는 것은.

"도착했다."

새벽의 전차가 델포이 신전의 가장 깊은 곳에 멈췄다.

나는 에오스의 부축을 받고 전차에서 내렸고, 곧 내리자마자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이거. 이건 또 재미있는 상황이군요."

아폴론의 미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신감 넘치면서도 사랑스러운 나의 딸의 목소리.

"어떻게 생각하니, 다프네?"

"......모르겠어요, 언니."

그리고 아폴론의 옆,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는 여인이 있다.

머리에는 월계수 잎으로 만든 머리띠를 쓰고.

갈색의 머리칼이 아래로 흐드러진.

빈유 여자.

슬랜더 미녀라고 해도 좋기는 하지만, 아폴론이 일단 저 여인을 꽉 붙잡고 옆에서 놓아주지를 않고 있다.

어떻게 보이냐고?

기척으로 안 게 아니다.

저 여자의 눈에 비친 거울 속 모습으로 나는 지금 인식을 하고 있으니까.

"다프네. 네 생각을 말해보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의술의 신...이시니까, 부디 부탁을 들어주셨으면 해요."

"그럼 다프네, 너는 네게 뭘 해줄 거지?"

"어, 언니...."

치욕스럽다.

왜냐고?

다프네.

그녀의 성은 '플레이야스'.

저 안에 들어있는 것 또한, 나다.

"...해드릴게요."

"아아, 나의 사랑 다프네. 네 말이 잘 들리지 않는구나."

"...밤에, 제가 직접 해드릴테니까...."

"음. 좋아."

아폴론은 다프네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어서 오너라. 델포이 왕국, 아폴론의 백합정원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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