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 헤라의 영광 (1)
* * *
운명의 여신은 말했다.
가이아의 자식들, 기간테스 들의 올림포스 침공을 막기 위해서는 위대한 인간 영웅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나는 제우스이며 올림포스의 지배자지만, 운명의 세 여신에게 운명에 관한 그 어떤 이야기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인간들에게 운명을 알려주는 건 원 역사,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의 권능이었다.
신들은 인간에게 미래를 예지해주고, 인간들은 그 미래를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신들에게 공물과 신앙을 바쳤다.
나의 올림포스는 달랐다.
나는 신들에게 인간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 달라고 당부하지 않았고, 인간들의 위에 자연스레 군림하도록 유도했다.
가령, 아폴론의 경우에는 의술을 통해 인간의 힘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을 낫게 한다거나.
가령, 디오니소스의 경우에는 술의 제조를 통해 인간들이 잠시나마 힘든 현실을 잊게 해주도록 만든다거나.
가령, 헤파이스토스의 경우에는 인간들이 좀 더 농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철을 다루는 기술을 알려준다거나.
운명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통해 인간들에게 베풂을 하사했고, 인간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전수해주는 신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의 올림포스는 그렇게 원래 역사와는 사뭇 많이 달라졌다.
그 바람에 티폰이라는 강대한 적, 가이아가 오직 나를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낸 괴물을 상대할 때도 원 역사와 조금 달라졌지만, 인간 영웅 카드모스의 활약으로 나는 티폰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원래 그리스 신화와 큰 틀은 같지만, 자잘한 구석은 전부 다르다.
남자 신이 전부 여신이 되었다거나.
유일한 나의 아들이 페르세포네라거나.
이 여자 저 여자 마구 박고 다니기는 하지만 불륜과 강간의 신이 아니라 풍요와 다산(씨뿌리기)의 신이라거나.
정해진 운명을 비틀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마련했지만, 대륙 곳곳에는 가이아가 만들어낸 괴물들이 들끓고 있다.
티폰의 자식들.
내가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지만, 가이아가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티폰의 씨를 이어받아 만들어낸 수많은 괴물이 그리스 대륙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히드라라거나, 스핑크스라거나, 키메라라거나, 케르베로스와 같은 온갖 괴물들.
그들 중에는 우리 올림포스의 신이 사역하거나 관리하는 짐승이 된 자들도 있고, 인간 세상의 틈바구니로 들어가 자기 멋대로 땅을 지배하게 된 마수들도 있다.
인간들이 쉽게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가?
전혀.
인간들은 나약하다.
고대에 신들과 함께 살아왔던 인간들은 내가 중간에 한 번 홍수로 싹 청소를 해버렸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은 고대인에 비하면 훨씬 나약하고 병든 자들이다.
인간들은 나날이 약해지고 있고, 가이아는 계속 생명체를 만들어내며 인간 세상과 더불어 올림포스를 위협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가이아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인간 영웅이 필요하다.
내가 나서서 전부 때려잡으면 가이아를 제압할 수는 있지만, 정작 가이아는 내가 나의 전용 무기인 아스트라페를 들고 잡으러 갈 때마다 대지를 이용해 도망가기를 반복했다.
자존심을 무너뜨려야 한다.
올림포스의 주신 제우스가 아닌, 제우스의 피로부터 태어난 자식인 '인간 영웅'에 의해 가이아의 괴물들과 가이아가 쓰러져야 한다.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다.
인간을 멸시하며, 열등하다고 생각하며, 지배하고 일깨워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제우스의 피가 섞였든.
인간에게 쓰러졌다고 하는 건 신이라는 존재에게 치명적인 피해로 작용한다.
코이츠www인간에게 당한www
와 같은 조롱의 대상이 된다?
나는 제우스가 되기 전에 인간이었으니 딱히 거부감이나 부담이 없지만, 다른 신들은 진지하게 스틱스강의 맹세를 어기고 평생 영면이라는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인간 카드모스에 의해 티폰이 한 방 먹은 뒤로 티폰이 죽은 것과 같이 살며 그저 기간테스를 양산하는 살아있는 공장이 되어버린 것처럼, 인간에게 당했다는 것은 신들에게 크나큰 타격이다.
그렇게 가이아를 쓰러뜨려야 한다.
인간으로 기간테스를 쓰러뜨려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을 낳아야 한다.
설령 반인반신이라고 할지라도, 제우스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할지라도, 인간의 배에서 태어난 인간 영웅을 이용한다면 가이아를 물리칠 수 있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기 위해.
한 명.
그 운명의 자식이 있다면, 분명 그 이름을 가지고 있겠지.
알케이데스.
다른 이름으로는, '헤라클레스'라고 하는 존재.
나는 헤라클레스를 낳아야 한다.
* * *
"인간 영웅인 아이를 만들어야 하는데, 괜히 함부로 낳았다가는 다 따먹고 다닐까 봐 그게 걱정이다."
"아버지처럼 크로노스를 향해 반기를 들고 반역을 저지를까 봐 그러시나?"
"아니. 전혀."
나는 농담을 건네는 아테나, 지금은 메티스미네르바의 모습으로 변한 채로 내게 아버지라고 하는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마구 헝클였다.
"아들을 낳아야 하는데, 아들이 지금 거의 안 나오잖아."
"신들을 대상으로는 그렇지. 인간을 상대로 자지를 조금만 돌려주시면 바로 낳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딸이 나올걸?"
"아들이 나올 때까지 박고 또 박으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의도로 자식을 낳으면 자식이 엇나가지 않을까?"
"이미 태어나는 목적부터 기간테스와의 싸움에 도움이 될 영웅을 낳는 걸 전제로 하는데 뭐 어때?"
"그런 영웅이기 때문에 더 걱정되는 거지. 함부로 막 하고 다닐까 봐."
일단 태명도 헤라클레스지만, 이 헤라클레스라는 녀석은 원 역사에서 상당히 막 나가기로 유명한 녀석이었다.
예전에 학습 만화 같은 곳에서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자기가 빡친다고 사람을 때려죽인 걸로 기억한다.
심지어 아내와 자식들을 살해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게 아마 헤라의 질투로부터 시작된 저주였고, 헤라클레스는 다른 그리스 영웅과 마찬가지로 온갖 시련을 겪게 된다.
성격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아무리 어진 스승에게 가르침을 배우고 익혔다고 한들, 사람이 그렇게 되어버리면 결국 멘탈이 무너지고 성격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게 성장통이라고 하면 성장통이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영웅으로 키우고 난 뒤에 '이 모든 건 너를 전쟁영웅으로 키우기 위한 시련이었단다'라고 말하면 되는 걸까?
이 개 같은 그리스 신들! 크로노스와 제우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내가 그 뒤를 잇겠다!
라고 하면서 미쳐서 히드라의 독화살을 사방팔방으로 난사하는 게 아닐까.
"에휴. 아직 낳지도 않았는데 헛물만 계속 들이마시고 있군."
"꼭 인간이어야 해? 유피테르?"
"좆을 박아넣는 건 내가 박는다고 해도, 태어나는 건 인간의 모체로부터 태어나야 하지 않겠어?"
"음.... 그러면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미네르바는 내 자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필요한 건 네 자지, 그리고 영웅을 낳을 인간 여자의 몸. 이 두 가지잖아. 그렇지?"
"그래. 이왕이면 '남자'로 말이지."
"그런데 그 자식이 시련을 겪을 걸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또 그렇게 태어나게 만든 것에 대해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
"그럼...좋은 방법이 있어."
미네르바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방법은 내가 상상도 못 한,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이라 등골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역시 지혜의 여신."
"이론은 섰어. 나머지는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돼. ...할 거야?"
"당장."
나는 미네르바의 이마에 키스한 뒤, 바로 방을 나섰다.
사아아.
미네르바는 방을 나오기 직전에 '아테나'의 모습으로 변모했고, 나는 아테나와 함께 올림포스산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다.
똑똑.
[유피테르?]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내가 온 걸 어떻게 알았는지 내 이름을 부르며 그녀가 나를 맞이했다.
"헤라."
"가, 갑자기 무슨 일이야?"
조금 전까지 옷을 벗고 있었는지, 그녀는 어깨 옆으로 흘러내린 드레스 끈을 당기며 나를 훑었다.
"호, 혹시...?"
"다들 모여있었군."
방에는 나와 헤라 사이에서 나온 자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헤파이스토스, 아레스, 헤베, 그리고 에일레이티이아. 아테나와 함께 잠깐 저기 어디 산책이라도 다녀와 주겠나?"
"뭐? 자, 잠깐만, 지금 뭘 하려는...으읍?!"
나는 헤라의 허리를 번쩍 들어 올린 뒤, 바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잡고 내게 꽉 붙잡았다.
"오, 오랜만에 나타나서 지금 뭘 하자는...!"
"부부관계."
나는 다른 딸들이 나가기도 전에 헤라를 침대에 던졌고, 바로 몸을 숙이며 자지를 꺼냈다.
"시, 실례!!"
아레스는 기겁을 하며 침대를 떠났고, 다른 딸들도 갑작스러운 삽입에 침을 삼키며 방 밖으로 향했다.
끼이익.
아테나가 문을 닫자마자 나는 바로 자지를 쑥 헤라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오고곡...!"
헤라는 바로 눈을 까뒤집었다.
그녀의 안은 이미 젖어있었고, 나는 헤라의 위에 엎어지며 그녀를 꽉 붙잡았다.
"헤라. 한 가지 부탁하러 왔다."
"부탁한다면서 냅다 섹스를...?!"
"플레이야스...인형의 몸을 이용해 인간이 되어줘야겠어."
나는 헤라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인간으로 태어난 네 분신을 상대로 내가 따먹어버리게."
"......나 강간당하는 거야?"
"그래."
헤라클레스.
원래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그리스의 헤라클레스는 내가 직접 만든다.
헤라의 질투와 저주를 받는 자식이 아닌.
헤라의 자식으로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