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92화 (192/235)

〈 192화 〉 헤라의 영광 (2)

* * *

미케네의 왕, 엘렉트리온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여보, 왜 그러세요?"

"부인."

엘렉트리온은 부인 아낙소를 품고 침대에 누웠다.

아내를 안고 침대에 누웠음에도, 그의 표정은 여전히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소. 하지만 나는 간혹 그런 생각이 든다오."

"무슨 고민이 있으신가요?"

"우리의 딸, 알크메네."

딸에 관한, 특히 아낙소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딸인 알크메네의 이름이 나오자 아낙소는 마찬가지로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우리 딸이 너무 예쁘오."

"그렇죠?"

딸은 너무 아름다웠다.

미케네의 그 어떤 여자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아니 인간 중에서는 감히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름다웠다.

"티탄 신의 피를 물려받아서 그래요. 당신이."

"그건 그대도 마찬가지 아니오. 우리 둘 다 제우스 신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이니."

"뭐...그런 거 따지고 결혼하면 이 그리스에서 결혼 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걸요? 후후, 왕가 대부분은 제우스 신의 은총을 받았으니까요. 알크메네도 마찬가지고요."

어쩌면 그건 가계도 상 따지고 보면 가장 꼭대기에 있다고 할 '제우스'의 피가 섞여서 그런 게 아닐까.

티탄의 피가 강하게 발현되었기에 알크메네는 남들에 비해 너무나도 아름다운 걸지도 모른다.

너무나 아름다워, 감히 주변에서 질투심에 눈 먼 자들이 '아르테미스 여신 만큼이나 예쁘다'라고 말할 정도로.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오. 알크메네가 정말 우리 딸이 맞는 건지."

"여보. 그게 무슨 말씀이셔요. 당신과 제가 낳은 딸이에요."

"하지만...너무 예쁘지않소."

아낙소는 도끼눈을 뜨며 엘렉트리온을 노려봤으나, 엘렉트리온은 빈말이 아니라는듯 진심으로 심각한 얼굴로 고뇌했다.

"여신으로 태어날 아이가 운명이 어떻게 잘못되어, 우리의 아이로 태어난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요."

"그 정도로 걱정되셔요?"

"그렇소. 너무나도 걱정되오. 그런 의미에서...빨리 결혼을 시켰으면 좋겠군."

"결국 그게 고민이셨군요."

"음."

딸 가진 아버지들이 항상 하는 고민이겠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어느 남자에게 감히 시집을 보내고 싶겠는가.

하지만 시집을 보내야 한다.

"곳곳에서 혼담이 들어오고 있소. 내가 더 이상은 감당하기 곤란할 정도로 많은 혼담이 들어오고 있고,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소."

그러지 않고 계속 가만히 두기에는 알크메네를 향한 남자들의 구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대로 두다가는 누가 강제로 납치라도 할까봐 두렵소."

"여보.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을...!"

"그러니 눈물겹지만, 결혼을 일찍 추진하는 게 어떨까 하오. 그대의 생각은 어떻소? 공개적으로 구혼을 하는 게 좋겠소, 아니면 뭔가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는 게 좋겠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공개적으로 사윗감을 찾는다고 알리는 거죠.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요."

"그렇겠지? 하아. 부디 정상적인 사위가 왔으면 좋겠군."

엘렉트리온은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얼마나 남자들이 많이 찾아올지. 원. 부디 정상적인 남자가 찾아왔으면 좋겠군. 알크메네를 행복하게 해줄 그런 남자로."

* * *

"들었는가! 글쎄, 미케네의 왕이 공개적으로 사위를 모집한다고 하더군!"

"누구? 딸이 누군데?"

"알크메네!"

"크으! 장인어른께서 나를 부르시니, 당장 달려가야겠군!"

남자들은 알크메네가 시장에 매물로, 아니 구혼대상으로 나왔다는 것에 바로 자지를 곤두세웠다.

여신만큼이나 아름다운 여인!

그녀와 섹스를 한다면 분명 여신과 섹스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겠지.

다들 겉으로는 말하지 못해도 속으로는 몇 번이고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알크메네의 보지는 내 거다!

라고.

그리고 구혼을 위한 파티장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놈은...뭐야?"

"강한 전사로군...."

우락부락한 근육.

사자와도 같은 머리칼.

누구보다도 확실한 인상.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들어온 미청년의 등장에 구혼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미케네의 왕, 엘렉트리온 폐하 납시오ㅡ"

시종의 말과 악단의 연주와 함께 엘렉트리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옆에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미녀가 엘렉트리온의 손을 잡고 함께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구혼자들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모두 허리를 살짝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자리를 빛내준 영웅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오. 나, 미케네의 왕 엘렉트리온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선언하겠소."

엘렉트리온은 포도주가 든 황금빛 잔을 높이 치켜 올리며 말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용기있는 자, 나의 딸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니. 누구보다도 굳건하고 강한 용기를 보여주는 자만이 알크메네의 짝이 될 것이오."

용기!

엘렉트리온이 제시한 과제는 너무나도 추상적이었다.

"왕이시여. 왕께서 생각하시는 용기란 무엇입니까?"

"그것을 내게 물어봐서는 아니될 터. 이 과제는 알크메네가 낸 과제이며, 동시에 나는 그 과제를 심사하는 심사관이오. 어찌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과제의 기한은 언제까지입니까?"

"사흘! 연회는 사흘동안 계속될 것이며, 이 사흘 동안 누가 이 자리에서 가장 용기있는 자인지 증명하시오."

구혼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왕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다른 왕들은 가장 강한 전사를 뽑는다거나, 미리 준비한 문제를 가지고 가장 지혜로운 자를 뽑는다거나 하는 과제를 제시했다.

강한 전사라고 하면 서로 싸워서 최후에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고, 가장 지혜로운 자라고 하면 문제를 가장 먼저 풀어내 정답을 맞춘 자가 이기는 것.

하지만 용기는 무엇으로 증명하면 좋을까.

"내가 가장 용기있는 자요!"

가장 먼저 나선 이가 용기있는 자일까.

"나는 누구보다도 강한 자요! 이 자리에서 나보다 강한 자가 있다면, 당장 나와보시오!"

"크흐흐, 지난 번에도 구혼에 실패한 놈이 또 나서는군."

"앗, 네놈은!"

"이번에야말로 내가 공주를 차지하겠다!"

"닥쳐라, 대머리! 왕가를 모두 대머리로 만들 셈이더냐!"

"대머리가 아니라 머리를 전부 민 것이다!!"

머리가 반짝이는 자에게 대머리라고 대놓고 소리지르는 자가 용기있는 것일까.

"......."

아니면 묵묵히 팔짱을 낀 채 좌중을 훑어보는 자가 용기있는 것일까.

연회장은 혼란이 가득했지만, 그 누구 하나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그 때.

절그럭.

가만히 있던 거구의 남자가 무언가를 꺼냈다.

"저건...."

"쇠사슬...?"

그가 손에 든 물건은 사람 하나는 칭칭 휘감을 정도의 쇠사슬이었다.

혹시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을 휘감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어 다들 무기에 손을 올렸으나, 남자는 그저 사슬을 꺼내 정돈을 할 뿐이었다.

절그럭.

사슬을 모두 풀어낸 남자는 사슬을 잡은 채 앞으로 걸어갔다.

서로 싸우던 이들도 남자의 발걸음에 다들 예의주시하기 시작했고, 남자는 서로 무기를 부딪치며 투쟁하던 두 남자의 사이를 지나쳤다.

"잠깐! 너는...누구냐!"

"나?"

남자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암피트리온 아...우스."

"암피트리온이라고...?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데...?

"들어본 적 없어도 상관없다. 이 자리에서 가장 용기있는 자가 무엇인지, 내가 직접 너희들에게 보여주겠다."

쿵.

남자는 한 손에 사슬을 잡고 바닥에 늘어뜨린 뒤.

부와아악!

"허어억!"

자신의 옷을 위로 던져버렸다.

입고 있던 옷을 순식간에 벗어던진 남자는 전라가 되었고, 구혼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감탄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와, 씨발.... 저게 좆이야 몽둥이야...."

"아니, 그보다, 저게 용기라고? 모두의 앞에서 옷을 벗을 수 있는 게 용기...?"

"흥."

암피트리온은 한 손에 사슬을 움켜쥔 채 앞으로 걸었다.

그 박력에 누구도 감히 그를 제지할 수 없었고, 그건 연회를 주최한 엘렉트리온도 마찬가지였다.

"자, 자네. 내가 용기를 보여달라고 했지, 알몸을 보여달라고 하지는 않았네!"

"용기를 보여주려고 지금 이러고 있잖소."

"뭐라?"

"그 누구도 저지를 수 없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용기있는 행위를 보여주리다."

암피트리온은 알크메네의 세 발자국 앞에 섰다.

"......."

알크메네는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온 암피트리온을 무표정한 얼굴로 노려볼 뿐이었고, 구혼자들은 암피트리온을 비웃었다.

저건 성희롱이다.

아무리 자기가 자지가 크다고 자랑을 한다고 해도, 여자의 앞에서, 모두의 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는 게 용기는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저 자는 탈락이다.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건 지는 모르겠지만, 경비병을 불러서­

"증명하지. 나의 용기를."

"자네, 무슨­"

암피트리온의 행동은 그야말로 빛과도 같았다.

"에? 꺄악?!"

알크메네를 향해 단숨에 뛰어든 암피트리온은 알크메네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자신의 품에 안았고, 순식간에 엉덩이를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푸ㅡㅡㅡ욱!

무언가가 꿰뚫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쇠사슬이 칭칭 휘감겼고, 남자들은 모두 입을 쩍 벌렸다.

"아, 아아...!"

암피트리온은 알크메네를 들어올린 뒤, 냅다 보지에 자지를 찌르고 알크메네와 자신의 몸을 사슬로 휘감았다.

"자. 이 자리에서 나만큼 할 수 있는 자, 누가 있지?"

"아, 아니, 이...!"

암피트리온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알크메네의 처녀를 따먹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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