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 부캐의 시작 (1)
* * *
굳이 뭘 또 숨기랴.
암피트리온은 아제우스이며, 알크메네는 헤라가 엘렉트리온의 아내 아낙소에게 밤에 몰래 집어넣은 플레이야스이니.
암피트리온과 알크메네로서 만나는 시간은 알크메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상당히 길었지만, 티탄 신에게 그 시간은 그다지 긴 시간도 아니었다.
"결국에는 낳는 데 성공했네요."
"그래. 고생했다."
나는 암피트리온으로서, 그리고 헤라는 알크메네로서 우리가 낳은 자식인 헤라클레스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분명히 이 아기는 하나의 생명체다.
제우스의 신력과 헤라의 정기를 가지고 태어난 이 아기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다.
하지만 순수한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영혼'이었다.
현재, 이 아이에게는 영혼이 없다.
인간의 뱃속에서부터 자란 알크메네 플레이야스로부터 태어난 아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들, 한 생명의 몸에 영혼이 깃드는 건 신들도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 우주의 섭리다.
티탄신이라고 해도 별다른 이유 없이 영혼을 건드리는 건 무리가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헤라클레스를 낳음에 있어 한 가지 계책을 짜냈다.
헤라클레스는 암피트리온과 알크메네의 자식이 맞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육체로부터 수정된 아이다.
즉, 헤라클레스는 플레이야스이면서 동시에 아제우스가 될 수 있는 일종의 '소체'다.
그리스 시대에 이게 맞나 싶기는 하지만, 헤라클레스를 두고 다른 말로 '호문클루스'라고 불러도 될 테지.
그리고 이 호문클루스에 들어갈 영혼은 당연히 나, 제우스다.
"헤라. 지금부터 '분령'을 시작하겠다. 옆에서 잘 도와다오."
나는 헤라클레스에게 손을 뻗었다.
"나의 일부를 헤라클레스의 안에 집어넣겠다. 나의 나누어진 영혼에는 티탄의 힘이 들어있지는 않으나, 인간의 가능성이 깃들어있을 지어니."
예전부터 생각했던 계획을 이걸 통해서 실현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나는 과감히 헤라클레스의 몸에 내 손을 뻗었다.
"유피테르로서 살아왔던 나.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살았던 당시의 나. 강해지기 전, 아주 어렸을 때의 나를 이 몸속에 집어넣겠다."
은근히 돌려 말해서 헤라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약 아테나가 옆에 있었다면 내가 왜 굳이 '인간'이라는 걸 언급했는지 눈치챘겠지만, 아무리 헤라라도 거기까지 말해줄 것까지는 없다.
이제 이 그리스에 그 정보는 불필요한 지식이고, 그런 것이 있다는 건 지혜의 여신만 알면 되는 일이니까.
"...내 인간으로서의 부분을 헤라클레스에게 담겠다."
신이 만들어낸 인간의 육신에 담기는 것은 그리스 최고 주신의 인간으로서의 부분일지어니.
"그리하여, 나 제우스는 완전한 티탄의 신으로서 거듭날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부분을 절제하는 것과 같다.
내 영혼에 깃든 인간의 조각을, 유피테르로서의 성향을 헤라클레스에게 집어넣는다.
그리하여, 나는 완전한 올림포스의 제우스가 될 지어니.
"나의 분신이여, 나의 아들이여. 모험하고, 시련을 거쳐, 영웅이 되어라."
지금부터는.
헤라클 렉스 마키나가 도래할지어니.
"...새로운 존재로서의 탄생을 축하한다. 나의 분신이여."
해피 버스데이.
헤라클레스의 탄생과 함께, 온 세상이 나를 찬양하고 축복하리라.
* * *
라고, 말은 했지만.
"좆됐네."
막상 헤라클레스가 되고 나니 살짝 열이 받는다.
"으하하하!"
제우스는 배를 잡고 웃었고, 헤라는 복잡한 시선으로 나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저기, 음, 뭐라고 불러야 할까...."
"헤라클레스라고 부르십시오. 여신이시여."
거울 속,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의 입에서 유창한 말이 튀어나오니 상당히 어색하다.
마치 갓 태어난 아이가 어, 어, 그러다가 '어둠의 문지기와 하수인! 일어나라!'라고 외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어이. 그래서 지금 어떤 기분?"
"......처음 태어났을 때 구멍을 빠져나왔다가 '그걸' 봤던 기분."
"으하하하!"
제우스는 또 배를 잡으며 웃었다.
"이거 참, 이렇게 내가 복제되니 참 더럽게 신기하네. 크흐흐. 그래, 그 기분 참 거지 같지."
"걱정했던 건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
"그렇지. 흐흐."
제우스도 나도 안도했다.
어떤 의미에서 안도했냐면, 안정적으로 유피테르로서의 나, 전생의 나로서 가진 인간으로서의 부분을 헤라클레스로 옮기는 데 성공했기 때문.
"제우스 신이시여. 이제 인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간은 다 좆간이지."
"...확실히 성공한 것 같기도."
안 좋은 방향으로.
"제우스 신께서 만성 인간혐오에 빠져계시니, 앞으로 인간들의 삶이 참으로 어둡군."
"뭘 그렇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어? 그냥 인간에 관한 관심이 없어졌을 뿐이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잘 모르겠는 걸."
"그렇겠지. 인간인 헤라클레스 아제우스는 평생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일 테니. 굳이 비유하자면...헤라. 잠깐 자리를 비켜줄 수 있겠나?"
"어, 응. ...뭔가 되게 느낌이 이상하네. 오빠가 둘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또 음...."
헤라는 나를 바라보며 계속 입맛을 다셨다.
"오빠 옛날에 동굴에서 지낼 때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 끝나면 다시 불러. '그거' 줘야 하니까."
헤라가 잠시 자리를 비운 뒤.
"...어이."
제우스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너, 나냐?"
"...그러는 너야말로 나냐?"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서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정말 내면의 내가 떨어져 나간 거 맞지?"
"그러는 너야말로 영혼 깊은 곳에 숨어있던 올리브가 튀어나온 거 아니지?"
분령 전에 내가, 우리가 가장 걱정했던 것.
'혹시 진짜 제우스가 튀어나오면 어떻게 하지?'
K제우스가 아니라, 그리스 올리브남 강간 마스터 제우스가 나타난다면 제우스도 헤라클레스도 곤란했다.
크하하! 거지 같은 인간 놈! 드디어 나 제우스가 나설 때! 크으, 지금부터 여신이란 여신은 전부 강간하겠다!
헤라클레스에 유피테르가 깃들어 제우스가 올리브 제우스가 된다거나.
크하하! 어리석은 제우스! 내게 이런 육신을 주다니! 네가 준 이름, 헤라클레스로서 나는 마구잡이로 여자들을 따먹고 다니겠다!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크하하!
헤라클레스에 올리브 제우스가 깃들어 강간 마스터가 된다거나.
"통신보안. 람쥐."
"썬더."
"탈진을."
"안들어."
"헤라보지."
"삼류뷰지."
"가이아."
"할카.."
"믿겠다. 너는 제우스가 맞군."
제우스가 급히 내 입을 막았다.
"아, 미안. 하긴, 남자 새끼가 입을 막아버리면 아무리 아기라도 기분은 더럽겠지."
아무래도 불쾌감이 드는 것이 확실히 나라는 느낌이 들어 더 불쾌해졌다.
"그래서 가이아 따먹을 거냐?"
"미친 새끼가 뒤질려고."
"믿겠다. 너도 제우스가 맞군."
가이아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바로 인상을 찌푸리는 게, 나였던 존재가 맞다.
"휴."
"다행이군."
우리는 우리의 존재에 대해 서로 확인을 마쳤다.
분리 전에 미리 정해놓은 암구호를 정확히 불렀고, 정확히 대답했다.
확정이다.
우리는 같은 존재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제우스는 티탄으로서의 성향이 더 강하다면, 나는 인간이자 유피테르로서의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것.
이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그래서 인간을 어떻게 생각한다고?"
"내 피가 이어진 아들딸이 아니면 그냥 인간은 좆간일 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예시로 들자면?"
"인간들은 죄다 빌런일 뿐이다."
"확실히...티탄스럽군."
판도라의 상자가 생각난다.
지금 주신 제우스의 생각 속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판도라의 상자로부터 빠져나온 온갖 저주와 절망만이 가득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 안에 있는 '희망'이라는 요소를 잘 알고 있다.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인간의 안에 깃든 한 줄기 빛을 믿고 있다.
그 빛이 바로 나다.
가이아가 만들어내는 그리스 전체의 혼란과 어둠을 종식할 한 줄기 빛이 바로 나, 헤라클레스다.
"이 정도로 확인했으면 됐군. 아아, 크흠. 헤라! 들어와도 좋다."
제우스가 밖으로 소리를 치자, 헤라는 빼꼼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둘이 뭘 그렇게 속닥속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거야?"
"그냥 여자 이야기지."
"흐응.... 그런 이야기를 나눈 걸 보면 확실히 오빠는 오빠네."
헤라는 나를 뭔가 미묘한 눈으로 계속 바라봤다.
"왜? 유피테르 때 해주던 게 생각나서? 이렇게 해줄까?"
제우스의 몸이 번쩍이더니 유피테르의 모습으로 변했다.
헤라는 곧 젊은 시절의 나를 보며 얼굴을 붉혔고, 아래에서 '찔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음...."
확실히 내가 김치클레스인 건 분명한 모양이다.
헤라가 보지를 적시는데 자지가 선다기보다는, '내가 헤라랑 섹스를 하면 그건 근친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
제우스와 헤라클레스의 가장 큰 차이점.
그것은 바로....
"헤라. 한번 헤라클레스랑 섹스해볼래?"
"응? 아, 그, 그건...."
"그건 내 쪽에서 사양하지."
"......."
헤라는 충격을 받은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아, 아니. 제우스가 있잖아. 나는 아기고. 따지고 보면 헤라 여신은 내 어머니가 아닌가?"
"그래서 어머니랑 못 하겠다는 거야?"
"......."
"오빠. 아무래도 쟤 오빠 아닌 것 같아. 어떻게 어머니랑 섹스할 수 없다는 소리를 할 수 있어?"
"흐흐흐. 아니다, 헤라. 저건 내가 맞아. 맞으니까 저런 소리를 하는 거지."
제우스는 헤라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는 그 둘을 바라보며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문제는 헤라가 나를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것.
마치 헤라의 보지를 두고 하데스나 데메테르랑 섹스를 할 때를 보는 것 같은....
"헤라클레스. 엄마 젖을 마셔야지. 자, 헤라. 젖을 까라. 아들에게 맘마 줘야지."
"...이것도 싫다고 할 거야?"
"......아들이 엄마 젖 빠는 건 당연한 거니까."
나는 헤라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쮸와아아압.
"아, 하읏, 오빠 맞네...!"
젖 빠는 혀 놀림으로 나는 헤라에게 나를 증명했고, 다행히 태어나자마자 헤라에게 분노를 사는 일은 없었다.
아마도.
그렇게, 나는 헤라클레스가 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