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197화 (197/235)

〈 197화 〉 전설의 서막 (1)

* * *

키타이론산 인근의 국가, 테스피아이의 왕 테스피오스는 결단을 내렸다.

"가자! 용사들이여! 키타이론 산에 사는 사자를 쓰러뜨려, 우리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거다!"

"오오...."

왕의 뒤를 따르는 병사들은 힘없이 병장기를 들었다.

딱히 갑옷이 철갑인 것도 아니고, 딱히 평소에 훈련이 잘 되어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100명이 간다고 해서 저기 키타이론 산에 있는 사자를 죽일 수 있을 지 알 수도 없는데 의욕이 날 리가 만무.

"힘을 내라! 우리에게는 이 영웅이 있으니!"

테스피오스 왕은 로브를 뒤집어 쓴 자를 가리켰다.

스륵.

로브를 쓴 자는 로브를 벗으며 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와...."

병사들은 테스피오스 왕이 초청한 사냥꾼의 모습에 다들 넋이 나가버렸다.

그녀라고 해야 할까.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의 여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병사들이여! 이분은 얼굴이 다가 아니다! 저기 악명높은 포악한 멧돼지, 파이아를 쓰러뜨린 영웅이시다!"

웅성웅성.

병사들은 서서히 사냥꾼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인간이 감히 사냥하기도 힘든 그 괴물같은 멧돼지를 사냥했다고?

그럼 저기 키타이론산의 사자도 잡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어쩌면 지금 우리는 사자에게 죽으러 오는 게 아니라, 사자를 거꾸로 죽일 수 있는 거 아닐까?

병사들은 다들 두근거리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고, 테스피오스 왕은 병사들의 사기가 높아진 걸 보고 안도했다.

"미안하네."

"아닙니다. 병사들이 사기를 잃은 채로 싸우는 건 곧 죽으러 가는 것과 같죠. 제 명성이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사냥꾼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맑고 고왔다.

그 목소리는 저기 바다의 세이렌들의 소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수의 님프가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왔다.

"흠흠. 그대, 혹시 결혼은 했는가?"

"사냥꾼이라 애석하게도 어딘가에 정착하여 살 수 없는 몸입니다. 만약 결혼을 한다면, 저기 저와 함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악당이나 괴물을 처단할 사람이어야겠지요."

"크흠.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테스피오스 왕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지만, 그렇다고 저 강한 사냥꾼을 상대로 강요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이미 병사들이 사냥꾼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그대로 제압당했다.

그 병사들은 테스피오스 왕의 부탁 아닌 부탁을 받고 사냥꾼에게 시비를 걸어 힘을 시험하고자 한 거였지만, 사냥꾼은 멋지게 그 시비를 이겨내고 자신의 힘을 증명했다.

이제 남은 일은 키타이론 산의 사자를 죽이면 끝.

테스피오스 왕은 부디 이 사냥꾼이 자신의 왕국에 머물러주기를 바라며, 키타이론 산의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응...?"

하지만 아무리 올라가도 산의 주인, 검은 사자의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여기부터는 놈의 영역인데...."

"한동안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냥꾼은 바닥을 손으로 쓸며, 흙을 손에 묻힌 다음 코를 킁킁거렸다.

"일반 야생동물들만 다녀갔습니다. 키타이론 산의 사자에게 뭔가 이상이 생긴 게 틀림없습니다."

"이, 이상? 그게 무슨 소리인가?"

"거대한 사자의 영역인 걸 알면서 발을 들이는 동물은 없습니다. 사자가 최근에 영역표시를 하지 않은지 제법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그 말인 즉슨, 사자의 신변에 뭔가 변고가 생겼다?"

"신변이든 세력이든 변화는 확실합니다. 가장 좋은 건 뭔가 큰 상처를 입고 자기 영역에 대한 지배력을 제대로 갱신하지 못한다는 건데...."

마냥 요행을 바랄 수는 없는 법.

"산을 타서 올라간 뒤, 놈의 본거지를 찾죠. 동굴이든 바위 틈 아래든, 분명 거처가 있을 겁니다. 그곳을직접 습격하여 놈을 죽이는 겁니다."

어차피 키타이론 산의 사자를 죽이러 온 만큼, 테스피오스 왕은 사냥꾼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오오! 그러도록 하세. 병사들이여, 파이아를 죽인 사냥꾼을 따르라! 우리는 오늘, 키타이론 산의 사자를 정벌할 것이다!"

"""우오오오!!"""

테스피오스 왕의 격려에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고, 사냥꾼은 묵묵히 주변의 흔적을 쫓으며 산 위로 올랐다.

이상하다.

사자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왕으로 군림했던 흔적은 보이지만, 최근 적어도 30일 이내에 있어야 할 흔적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사자가 자주 지나가며 영역표시를 했던 곳도 최근에는 전혀 그런 표시가 없었고, 사자의 영역에 슬금슬금 다른 동물들이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도 딱히 제지하는 흔적은 없어보였다.

혹시 키타이론 산을 떠난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동물들이 더 적극적으로 산에 들어갔을텐데, 또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정말 어떻게 된 일일까.

혹시나 키타이론 산의 사자가 이미 누군가에게 잡혀 죽었거나, 혹은 죽기 직전까지 상처를 입었거나.

"쉿, 정지."

사냥꾼은 특이한 흔적을 발견했다.

사자가 자주 다녔던 것으로 추정되는 영역의 인근, 사자가 영역표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젖은 땅이 보였다.

"...찾았습니다. 사자는 살아있습니다."

시큼한 땅 냄새.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코를 자극하는 알싸한 냄새.

맡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살짝 불쾌하게 만드는 듯한 냄새에 모두가 인상을 찌푸렸고, 사냥꾼마저도 손등으로 입을 가렸다.

"이 냄새는...."

"아무래도 수컷이 생긴 모양입니다. 소변으로 영역표시를 한 게 아니라, 다른 걸로 이곳이 자신의 영역이라고 하고 갔어요."

"크윽, 이 추잡한...!"

"......."

사냥꾼과 병사들은 보았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나무의 아래, 비가 온 것도 아닌데 유독 그 부분만 젖어있는 곳에 흥건하고 질펀하게 남은 흔적들을.

그리고 그 흔적 중에는 하얗게 말라붙어있는 것들도 가득했다.

"올라가죠. 지금이야말로 기회입니다."

"기, 기회? 이보게! 사자가 지금 두 마리일 수도 있지 않은가!"

"예. 두 마리 있을 수 있죠. 그러니 기회라는 겁니다."

철컹.

사냥꾼은 날카로운 눈매로 정상을 가리켰다.

"원래 짐승들은 교미하고 있는 순간이 가장 약한 때거든요."

* * *

"햐아아앙?!"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모르겠다.

그냥 좆이나 까고 좆물이나 싸는 게 정답이 아닐까?

"후우우."

나는 반듯하게 선 채, 양손으로 허리를 움켜쥔 키타산의 안에 정액을 싸질렀다.

키타산은 몸을 부르르 떨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나름 인간처럼 서있으려고 하던 자세는 금방 무너져 다시 짐승의 후배위가 되었다.

"캬, 햐앗...."

"야. 이 정도면 만족하지 않았냐?"

"흐, 흐윽, 마, 만족, 후헤에...."

키타산은 바닥을 긁으며 헤실거렸다.

얼굴을 바닥에 처박은 채, 그녀는 침을 질질 흘리며 엉덩이만 뒤로 들고 절정의 여운에 몸을 떨기만 했다.

"이, 인간 자지 최고오오...."

"나만 특별한 거다. 다른 놈들 자지는 네 손가락보다 못 해."

"헤, 헤라클레스 자지 최고오오오...."

쯜컥거리는 소리가 울리며, 키타산은 보지에서 희뿌연 정액을 토해냈다.

아마도 이제는 보지가 더 이상 정액이 필요없다는 신호인 것 같았고, 나는 손을 넓게 펼쳐 키타산의 엉덩이를 때렸다.

"축하한다. 너, 임신했다."

"꺄항?!"

"이제 임신했으니까, 너도 막 사람들 습격해서 잡아먹지 말고, 짐승들 민가까지 내려가서 잡아먹으려고 하지 마라. 알겠어?"

"아, 알겠어...."

키타산의 몸이 옆으로 미끄러진다.

알몸으로 전신이 땀에 범벅이 된 녀석은 나를 멍하니 올려다보며 뭔가를 바랐고, 나는 하는 수 없이 녀석의 얼굴을 향해 무릎을 꿇으며 자지를 녀석의 입에 물렸다.

"자, 됐냐?"

"하우우움."

키타산은 내 자지를 맛있게 빨기 시작했다.

마치 고양이가 츄르를 보고 환장을 하며 혀로 핥듯, 키타산은 내 자지를 고양이처럼 까슬거리는 혀로 계속 핥고 또 핥았다.

키타산을 강간하며, 나는 이 키타산이라는 존재로부터 기간테스의 특성을 하나 이해했다.

헤라클레스의 몸 때문인지, 아니면 인간에게 따먹힌 것에 대한 충격으로 인해 정신이 확 돌아버린 건지.

"할짝, 할짝, 하우움...."

키타산은 내게 강간당한 뒤, 완전히 나의 육노예가 되었다.

사자로 변할 생각은 일절 하지 않고, 오직 수인의 몸으로 내게 봉사하고 계속 강간당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거의 50일.

오늘이 아마 딱 50일이 되는 날이 아닐까.

나는 그 동안 키타산과 동굴에서, 산에서, 나무에서, 호수에서, 산 꼭대기 정상의 바위에서 섹스를 하며 이 주변에 키타산의 영역이라는 상징을 한 가득 뿌렸다.

이제 키타산의 영역에 들어올 짐승은 없다.

키타산보다 더 강한 존재가 키타산을 자신의 암컷으로 만들었으니, 이곳에 올라올 수 있는 자는 그런 짐승들의 암묵적인 신호를 눈치채지 못하거나, 혹은 눈치를 챘으면서도 키타산을 죽이기 위해 올라오는 자들이 대부분일 터.

"야, 키타산."

"네에...?"

"잘 낳아라. 나중에 애 잘못 키워서 내가 내 새끼 죽이는 일이 생기면, 내가 너를 지옥까지 내려가서 줘팰 거다. 알겠어?"

"아, 알겠습니다아...."

키타산은 내게 알몸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헤라클레스님이 주신 아기씨.... 이 아기를 잘 키워, 인간을 습격하지 않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키우겠습니다...."

"그래야지. 어서 씻고와. 그 동안 나는 바람 좀 쐬게."

키타산은 동굴 안에 만들어둔 간이 세면장으로 향했고, 나는 기지개를 켜며 동굴 밖으로 가서 찬 바람을 맞이했다.

"끄으으, 그래. 이게 섹스지."

책임없는 쾌락.

무책임 질싸.

아이가 생겨도 그건 내 책임이 아님.

섹스로 기간테스를 굴복시킨 첫 단추는 성공적이었다.

기간테스를 인간이 강간하면, 기간테스는 인간에게 복종한다.

"그럼 다른 기간테스를...응?"

저 멀리.

한 무리의 사람이 보인다.

아.

나 옷 안 입었는데.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