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 전설의 서막 (3)
* * *
키타이론 산에 대한 안전을 확보한 뒤.
"영웅에게 답례를 하고 싶은데, 일단 나와 함께 우리 왕국으로 가지 않겠소?"
나는 테스피오스 왕의 호의에 따라, 테스피아이 왕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나의 정자를 통해 임신한 키타산에 대하여, 테스피오스와 협상을 하기 위함이었다.
"키타이론 산은 사냥꾼 알케이데스의 영역으로 인정한다. 단, 이는 테스피아이 왕국에서 관리하는 영역으로서, 테스피아이 왕국은 키타이론 산을 국가의 영토에 넣는다. 동의하시오?"
"물론."
테스피오스 왕은 키타이론 산의 사자를 '퇴치했다'고 알리기 위해, 키타이론 산을 자신들의 영토에 편입했다.
"미케네 왕국에는 본 왕이 서신을 전하겠소. 알케이데스라는 미케네 왕국 출신의 사냥꾼이 키타이론 산의 암사자를 정복했고, 그 암사자를 관리하고 더 이상 피해가 일어나지 않게 우리 왕국에서 키타이론 산을 관리하겠다고."
"알아서 하시오."
알케이데스라고 칭하기는 했지만, 나는 당연히 미케네의 왕이자 내 생물학적 조부인 엘렉트리온이 알아챌 수 있는 신호를 서신에 같이 동봉할 생각이다.
그러면 당연히 미케네에서는 '헤라클레스가 알케이이데스라는 이름으로 사자를 사냥했구나'라고 생각할테고, '키타이론 산의 관리를 테스피아이 왕국에 부탁했구나'라고 생각할테지.
미케네 왕국에 있어 키타이론 산은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곳이며, 지정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큰 문제가 되는 곳은 아니다.
그리고 미케네의 국력이 테스피아이보다 10배는 더 강하기에, 키타이론 산 하나 테스피아이가 먹는다고 미케네에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쪽에서 관리해주면 미케네가 더 편하지.'
산에 길이라도 생기면 사람들이 왕래하며 교류가 활발해지고, 그 길을 테스피아이가 관리하여 순찰을 돌고 도로를 닦으면 사람들은 큰 무리 없이 지나다닐 것이다.
그리고 키타산이 지낼 산의 정상으로는 출입금지구역으로 관리해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부담없이 이 산을 테스피아이 왕국에 맡겼다.
"으, 흐흐. 그럼 우리 왕국에서 연회를 열고자 하오. 영웅을 위하여 술을 대접하고 싶은데, 어떻소?"
"좋소. 그런데 괜찮겠소? 내가 좀 술이 강하여, 보통의 독주로는 나를 취하게 만들 수도 없을 것이오."
"하하! 영웅에게 주는 술이 어찌 아까울 수 있을까! 금방 연회를 마련하겠소!"
협상이 끝나자마자 왕은 바로 연회를 열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환대에 감추어진 악의를 느낄 수 있었다.
"영웅이시여, 제가 한 잔 드리겠습니다."
"아아, 좋지. 한 잔 따라보거라."
"어머, 잘 마시시네요! 저도 한 잔 드려도 될까요?"
"하하하! 원없이 따라보도록."
내 좌우로 아름다운 미녀를 배치해 술이 마르지 않게 하는 것만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사냥꾼 알케이데스라고 하오. 그대의 이름은?"
"저는...."
"쉿. 내가 맞춰보리다. 이대로 님프가 된다면 아프로디테 여신께서 직접 간택하실만큼 아름다운 이 미모, 그대는 분명 테스피오스 왕의 딸 중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니키페가 아닐지?"
"어머, 저를 아시나요...?"
"물론."
미케네 왕국에서 왕세자 교육을 받는 동안, 다른 왕국에 있는 왕족들의 이름을 외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오스, 무슨 레스, 무슨 피아, 무슨 데스 등등 올리브 기름 철철 흐르는 이름들을 나는 수도 없이 외워야만 했고, 나는 그 수많은 이름을 왕세자로서 계속 외우고 또 외워야만 했다.
'그래서 왕위 계승을 때려치웠지.'
그리스 신들의 족보와 계보는 제우스 신이니까 바로바로 기억을 할 수 있지만, 인간은 자주 기억을 잃게 된다.
제우스였던 시절의 기억은 모두 가지고 있지만, 헤라클레스로서 배운 것들은 종종 기억에서 잊고는 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테스피오스가 내게 여자를 보낸다면 자기 딸중에서 가장 얼굴이 반반하고 예쁜 여자를 보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찍었던 게 맞았다.
"어머, 그러면 제 이름은 아시나요?"
"그대의 몸을 보아하니, 이 테스피아이에서 가장 아이를 잘 낳게 생긴 몸이구려. 내가 듣기로는 테스피아데스테스피오스 왕의 딸 중 가장 리시디케가 아이를 잘 낳을 몸이라고 하던데, 그대가 바로 리시디케가 아닐지?"
"꺄악, 어떻게 아셨담...?"
다 외웠다.
왜냐고? 외워야만 했으니까.
미케네의 차기 왕으로서, 이웃한 왕국에 어떤 공주가 있고 누가 왕의 자리에 오를지 미리 다 분석하고 알아야 했으니까.
"테스피오스 왕의 딸이 50명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50명의 딸 중 널리 알려진 두 공주님과 만나서 몹시 기쁘오. 감사하오, 왕이시여. 이렇게 아름다운 두 공주님에게 잔을 받을 수 있어서."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네."
지금.
테스피오스 왕은 내게 말하고 있다.
내 딸의 술을 받아놓고 설마 그런 걸 안 할 생각은 아니겠지?
이 그리스 시대, 왕의 사고방식은 평범한 아버지들의 사고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강한 사냥꾼이든 인간 백정이든 영웅의 씨를 왕가에 섞어 어떻게든 강인한 남자를 많이 낳게 하는 것이 왕의 의무였다.
테스피오스 왕은 조금 그 정도가 심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나는 딱히 큰 부담은 없었다.
"하아. 이것 참. 이런 아름다운 분들과 술을 마시는데 이거 실수를 하는 게 아닐까 모르겠소."
"어머, 실수요? 어떤 실수 말씀하시는 거죠?"
"그야, 이런 거?"
나는 니키페와 잔을 맞추며 건배를 한 뒤, 술을 한 입에 삼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할짝.
내가 니키페에게 술을 머금고 키스하자, 니키페는 바로 그럴 줄 알았다면서 입을 벌렸다.
쮸으읍.
니키페는 내가 입으로 건넨 술을 받아마시며 씩 웃었고, 이번에는 자신이 술을 한 모금 들이키고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허."
나는 니키페를 제지한 다음, 내 아래를 가리켰다.
"술이 고픈 건 이쪽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어머...."
니키페의 눈초리에서 약간 그런 게 느껴졌다.
마치 '씨발, 뭐 이런 역겨운 짓을 하자고 해'라면서 짜증은 내지만, 일단 원나잇을 하기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이 해준다는 듯한 눈초리였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들의 목적은 내 씨를 가져가는 거고, 나 또한 이들과 즐기면 그만이다.
다만.
한 명과 50일 동안 질펀하게 섹스를 하는 쪽이 더 기분좋을까.
아니면 50명의 여자와 하룻밤 진하게 섹스하는 게 더 좋을까.
어느 쪽이 더 좋을지, 나는 오늘 한 번 제대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으으...."
"생각이 바뀌었소."
나는 니키페의 턱을 잡은 뒤, 바로 그녀와 입을 맞췄다.
무슨 이런 장난을, 이라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지만, 이제 곧 그 눈빛도 쾌락으로 변하게 되리라.
"우웃?!"
나는 니키페를 번쩍 들었다.
"테스피오스 왕이시여. 넓은 침대가 놓인 방이 필요하오. 어디로 가면 좋겠소?"
대놓고 말한다.
네 딸을 따먹을테니, 침대를 내놓으라고.
"허어. 글쎄...."
평범한 아버지라면, 딸을 아끼는 아버지라면 애초에 키스하는 순간부터 노발대발했겠지.
하지만 이 남자는 다르다.
"리시디페. 네가 직접 안내하거라."
"아, 네...!"
각이 나왔다.
왕은 키타산을 제압한 내 씨를 바라고, 나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뽕을 뽑고 싶었다.
"왕이시여. 두 따님 이외에도 결혼을 하지 않은 딸이 있소? 있다면 내, 오늘 그들과 한 잔씩 나누고 싶은데."
"뭣...?! 하, 하하...! 알케이데스 공. 내가 딸이 무려 50명이오."
"알고 하는 소리요."
"......!!"
왕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의 눈동자에 보이는 건 분명한 '욕심'.
"으음...! 좋소. 딸들에게 별궁으로 가라고 일러둘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고맙소."
나는 리시디페의 안내에 따라 바로 침대로 향했고, 거두절미하고 냅다 옷을 벗어던졌다.
"아니, 이 무슨 무례한 자...."
"벌려."
나는 니키페를 침대에 내던졌다.
다행히 돌침대 같은 건 아니었고, 푹신한 침대 위에 떨어져 나를 노려봤다.
"아, 아무리 그래도...! 히익...?!"
방금 전에 술을 마실 때의 기백은 어디로 갔는지, 니키페는 나를 향해 겁먹은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차마 바라볼 수 없겠지.
흉악할 정도로 거대한, 제우스에 버금가는 헤라클레스의 방망이를.
"자, 잠시...! 마음의 준비를...오호옥?!"
냅다 니키페의 보지 속으로 자지를 밀어넣었다.
푸슈우우웃!!
니키페는 자지를 박자마자 전신을 경련하며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보지는 쫀쫀하게 내 자지를 조였고, 니키페의 허리는 침대에서 붕 뜬 채 계속 실금을 흘렸다.
"박자마자 가버리다니. 쯧. 리시디페. 이쪽으로 오겠소?"
"아, 저, 저는 그게."
"어딜 가려고."
나는 한 손으로 니키페의 등허리를 받쳐 그녀를 든 뒤, 니키페의 안에 자지를 넣은 상태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던 리시디페를 단숨에 붙잡았다.
"히, 히익...!"
"섹스하러 왔으면 최소한 자지랑 보지는 맞추고 가야지. 걱정 마시오. 한 발 싼 다음에 바로 안에 넣어줄테니."
"아, 아읏, 거길 손으로 그렇게 만지시면...!"
푸슈우우웃!!
손으로 안을 풀어주기 무섭게 리시디페 또한 아래로 조수를 터뜨렸다.
"언니, 부르셨...."
"거기. 다음."
나는 막 들어온 또다른 여인에게 침대 옆 자리를 가리켰다.
"여자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면, 여기 줄을 서시오."
"......."
"오호어어엉...!!"
주루륵.
내가 니키페의 안에 사정하고 자지를 빼내자, 하나둘 방으로 모이는 테스피아데스들의 눈동자에 서서히 야릇함이 흘러나오시 시작했다.
그 날.
나는 50명에 이르는 테스피아데스, 테스피오스 왕의 딸들을 따먹었다.
하룻밤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