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마자, 놈은 아홉 개의 머리에서 브레스를 쏘았다.
피할 곳은 없다.
지금 나는 암컷 히드라의 안에 자지를 박아넣은 상태였으니.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나랑 섹스한 여자는 지킨다!"
나는 암컷 히드라를 뒤로 밀어낸 뒤, 두 팔을 벌렸다.
"자, 자지ㅡㅡ!"
뒤에서 놀란 히드라가 나를 불렀지만, 나는 수컷 히드라를 향해 당당히 앞으로 나섰다.
'상간남이랑 통째로 죽이려는 건 누구나 다 똑같을 거야.'
수컷의 눈을 본 순간,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 존나 미안하다. 내가 네 아내를 따먹었다.'
인간인 시절에는 몰랐지만, 제우스가 되어 수많은 삶을 살아온 나는 알 수 있었다.
수컷 히드라의 눈.
저건, 분명 자기 여자를 빼앗긴 수컷의 눈이다.
혹시나 딸이였다면, 딸을 건드린 아버지로서 나를 죽이려고 하겠지.
여동생이라고 한다면, 그냥 가족을 건드린 것에 대한 분노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저 아홉 쌍의 눈에 스치는 분노에는 상처입은 수컷의 자존심도 보인다.
그래.
지금 나는 저 히드라의 아내를 빼앗았다.
'어쩐지 처녀가 아니더라니.'
처녀가 아닌 게 아쉬웠지만, 보지는 오랜 기간 사용을 하지 않은 것처럼 신선했다.
그래서 혹시나 했고, 역시나였다.
저 수컷 히드라는 제법 오랜 기간, 내가 히드라를 완전히 자지로 굴복시킨 동안 암컷을 방치한 놈이라는 걸.
'완전 금태양이네.'
남의 여자를 빼앗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게 기간테스라면 뭐.
그것도 종에게 주어진 번식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암컷이 강한 수컷의 씨를, 심지어 인간의 씨를 원할 정도로 애원하는데도 방치한 수컷이라면 빼앗겨도 할 말은 없다.
'이제 끝인가.'
나를 상대로 다리를 벌린 암컷과는 달리, 저 수컷은 나를 상대로 아가리를 벌리며 독액을 뿜어냈다.
그리고 나는 저 산탄처럼 뿌려지는 독액을 피하지도 못하고, 고통에 죽겠지.
쏴아아아ㅡㅡㅡㅡㅡ!!
아홉 개의 머리에서 뿜어진 독액이 내 전신을 뒤덮는다.
끈적하면서도 따가운 듯한 감각이 전라인 나를 뒤덮는다.
아아, 만족했다.
이것이 내 죽음이라면-
"......?"
쏴아아.
독이 비처럼 쏟아진다.
입에서 뿜어낸 독 샤워가 내 얼굴 전체를 뒤덮는다.
그런데, 아무런 아픔이 없다.
따갑지도 않다.
혹시 네메아의 사자 가죽 때문인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히드라를 굴복시킨 뒤로 가죽을 따로 걸어두고 알몸이 되어 섹스하고 있었다.
"뭐야...?"
독액이 아닌 건가?
아니면 마비산?
몸이 염산에 녹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혹시 손발이 마비되는 종류인 건가?
히드라의 독에 대해 소문은 들었어도 그 실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니, 순간 냉철한 판단을 내리기 상당히 애매했다.
그러나.
키이잇!!
수컷 히드라가 당황한다.
내가 당황한 것 이상으로 당황한다.
자신의 독이 통하지 않은 것 자체에 놀란 듯, 아홉 개의 머리 전체에 분노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 분노가 내 뒤에 있는 암컷을 향한 순간, 나는 그 분노와 지금 이 상황을 깨달았다.
"...내성이구나."
내성이 생겼다.
히드라의 독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말았다.
그리고 그 내성이 생긴 이유는, 당연히 나와 섹스를 했던 암컷에게 있겠지.
"크, 흐흐흐. 그렇게 체액을 섞어댔으니, 독에 내성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건가...?"
"자, 자지이...."
"부끄러워하지 마라. 그리고, 보아라."
나는 손에 묻은 독액을 털어낸 뒤, 암컷 히드라의 머리를 허공에서 쓸었다.
"저 수컷을 죽이고, 누가 더 강한 수컷인지 보여주지. 네 새끼들의 아버지가 저 약한 놈이 아니라, 나-헤라클레스라는 걸 똑똑히 보여주마."
나는 히드라에게 엄지를 척 든 뒤, 바로 앞으로 뛰었다.
"우오오오!"
독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안 이상, 이 늪에 오기 전부터 히드라를 상대하기 위해 생각했던 전술을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키샤아아앗!
피부가 아닌 몸 안에 직접 독액을 집어넣기 위함일까.
수컷 히드라는 나를 향해 아가리를 쩍 벌리며 대가리를 날렸다.
세 개의 뱀 머리가 나를 향해 쇄도했고, 나는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머리, 어깨, 그리고 허벅지.
총 세 곳을 노리며 날아오는 머리를 순차적으로 공격한다.
무엇으로?
이 몸으로!
"우오오오오!"
기합과 함께, 몸을 옆으로 돌리며 머리가 닿기 직전 대가리 옆을 걷어찬다.
허벅지를 노리는 대가리를 차올리고, 회전을 담아 몸을 빙글 돌리며 두 개의 머리를 피한다.
샤아앗!
종이 한 장 차이로 눈 앞을 스치는 히드라의 아가리.
날카로운 이빨이 번들거렸으나, 저것이야말로 내가 히드라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길.
"잡았다...!"
나는 아래로 향하는 대가리를 발로 짓밟으며, 두 개의 대가리를 두 팔로 휘감았다.
거의 끝까지 대가리를 뻗은 덕분에 잡기는 수월했고, 나는 그대로 그 대가리에 전력을 불어넣었다.
"너를 조립해주마!"
나는 아가리를 벌리고 있던 두 개의 머리를 서로 붙잡은 채로 서로를 향해 박아넣었다.
마우스 투 마우스.
서로를 잡아먹듯 입과 입이 교차한 두 머리는 서로 당황하는 게 느껴졌고, 바로 머리를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손은 눈보다 빠르다.
이빨이 상대의 가죽과 속살에 박힌 순간, 나는 그저 추가타를 날리면 그만이었다.
"스테이플러를 알고 있나!"
콰득ㅡㅡㅡ!
무릎을 차올리며 아래턱을 받치고, 두 주먹으로 망치를 내려찍듯이 위에서 손을 찍는다.
두 머리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튀었고, 나는 살짝 뒤로 물러난 뒤 가볍게 겹쳐진 놈들의 머리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쿵ㅡㅡ!
머리 두 개가 서로 맞물린 채로 축 늘어졌다.
뱀이 이빨에 날카로운 독이 흐른다면, 그 독이 자기 몸에 흘러 피부에 스며든다면 보통 아픈 게 아니겠지.
물론 내성이라는 것도 있다.
자기 독에 자기가 중독되어 죽는 것 만큼, 어처구니 없이 죽는 게 또 없겠지.
'애초에 그렇게 죽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
히드라를 죽이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암컷 히드라를 굴복시켰던 것과 결은 같다.
아홉 개의 머리를 전부 제압하여, 히드라가 더는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다.
"...보자."
스륵.
나는 히드라의 목덜미를 훑었다.
정말로 다행스럽지만, 네메아의 사자만큼 가죽이 두껍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전략적 후퇴!"
나는 히드라의 목덜미에 한 번 주먹을 꽂아넣은 다음, 내가 벗어둔 가죽을 향해 달렸다.
바깥을 향해.
키아아앗!!
여섯 개의 머리가 나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하나하나 머리를 피하며 밖으로 계속 달렸고, 히드라의 공격은 내게 닿지 않았다.
좀 더 앞으로 달려야 한다.
저기 저 괴물같은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직접 만들어온 특제 무기가 필요한 법.
"저기 있다...!"
늪의 위로 뛰쳐나간 뒤, 나는 늪 뒤에 놓아둔 가죽옷으로 향해 달렸다.
한창 섹스를 하고 난 뒤라 암컷 히드라의 냄새가 가득 남아어, 늪의 깨끗한 물에서 씻어 말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히드라를 죽일 무기가 들어있다.
"......휴."
독이 살짝 가죽에 튀었지만, 다행히 독이 묻어도 가죽이 상하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나는 늪의 흙탕물에 손을 대충 씻은 뒤, 사자의 가죽 옆에 놓아두었던 무기를 꺼냈다.
"...흐흐흐."
길쭉하게 뻗은 검.
그 길이는 그다지 길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숏소드에 가까웠지만 이 검 만큼 히드라를 죽이는데 적절한 무기가 또 없다.
헤라클레스의 무기라고 하기에는 많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사냥꾼이 사냥감을 사냥하는데 효율적인 무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사용하는 게 당연하다.
키샤아아아앗!!
히드라가 밖으로 뛰쳐나왔다.
혹시 암컷을 조지겠다며 나서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암컷 대신 나를 조지러 따라나왔다.
크르르.
서로 키스를 하고 있는 두 개의 머리를 제외하고, 여전히 바닥에 질질 끌린 채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머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여섯 개의 머리가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다.
독으로 죽일 수 없다면, 아가리로 찢어 죽이겠다는 듯 날카롭게 이빨을 세우고 있다.
"어디서 감히 위대한 헤라클레스의 앞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어."
나는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길이가 내 자지의 두 배 정도 되는 짧은 검이었다.
그러나 그 날카로움은 세상의 그 어떤 무기보다도 더 강한 만큼, 확실히 저 괴물에게 답할 수 있다.
"조져지는 건 너다."
새애액!
머리 하나가 내게로 날아온다.
한 번 내게 당한만큼, 머리 하나가 조심스럽게 나를 향해 대가리를 뻗었다 당기기를 반복하며 나를 깨물려고 한다.
콰득!
옆으로 피하며 바닥에 있던 돌덩이를 던지자, 대가리는 돌덩이를 통째로 깨물며 부서버렸다.
히죽.
돌덩이를 깨물어부순 그 악력은 분명 대단하고,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뒤집어 쓰지 않은 지금 저 공격에 당하면 분명 크게 당하겠지.
하지만.
"사냥꾼은, 나다!"
나는 검을 역수로 움켜쥔 다음, 내게로 다가오는 대가리의 머리를 찍었다.
푸ㅡㅡ욱!
검은 너무나도 쉽게 히드라의 정수리에 박혔다.
그 감촉은 마치 잘 구워진 고깃덩어리에 잘 벼려진 나이프를 찍는 것 같았고, 다른 머리들이 순간 동요하기 시작했다.
"야. 이거, 기간테스의 발톱 만든 칼이다?"
헤라 여신에게 바친 네메아의 사자, 그 놈의 뼈를 갈아서 만든 무기.
헤파이스토스가 제련하여 만든 무기.
그 중에서도 사자의 가장 날카로운 부분, 발톱을 깎아서 검으로 제련한 거다.
즉, 이건 사자의 발톱이다.
인간의 위용?
신의 무기는 치트가 아니냐고?
'히드라의 독이 더 사기지.'
서걱!
나는 정수리에 검이 박혔던 히드라의 대가리를 자른 뒤, 다시 검을 움켜쥐었다.
"다음."
일단.
"참 맛있는 아내를 가졌더군."
뒷 일은 모든 머리를 잘라내고 난 뒤에 생각한다.
"내가 가져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