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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엑스 마키나-223화 (223/235)

보통, 짐승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자신이 인간보다도 강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렇다.

인간보다 체격이 큰 짐승일 경우, 몸으로 찍어 누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흐으음!!"

기합과 함께, 달려오는 크레타의 황소를 정면으로 받아낸다.

"흐."

크르르...?!

뿔로 나를 찌르려고 하던 걸 손을 뻗어 뿔을 움켜쥐고, 하체에 힘을 주고 몸을 숙인다.

구구구구.

바닥이 쓸리고, 발이 불이난 것처럼 아프지만, 상체를 거의 바닥까지 내린 순간이 되니 더 이상 밀리지 않는다.

크르르...!

황소는 앞뒤로 머리를 움직이며 내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뿔이 잡히는 경우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지, 열심히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벗어나려고 했다.

"어딜 수컷 주제에...!"

나는 뿔을 비틀어 붙잡았다.

그 옛날에 잡았던 그 뿔과는 형태는 다르지만, 어떻게하면 뿔을 쉽게 잡을 수 있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꽈아아악.

손목을 비틀어 뿌리까지 뿔을 잡은 뒤.

크레타의 황소가 점차 뒤로 몸을 빼려는 순간, 나는 그대로 양쪽 뿔을 잡고 뿔을 좌우로 벌렸다.

"우오오...!!"

크르르르!!

황소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뒷발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앞발로 나를 걷어차려고 하는 건지 마구 날뛰며 몸을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1 승부는 길항.

미노타우르스의 애비라는 이름은 과연 허명이 아닌 건지, 아니면 내가 지금 한창 섹스를 하고 나온 상황에서 체력이 살짝 줄어들어서 그런 건지, 그도 아니면 내가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 최대한 피해없이 잡으려고 하다보니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결혼 생활 때문에 힘이 무뎌진 건가?

'최근에는 사냥을 좀 안 나가기도 했지.'

한창 사냥을 즐기던 때와 달리, 요 몇 달 가량은 집에서 손쉬운 사냥만 즐겼다.

메가라 따먹기.

그것 이외에는 특별히 한 게 없으니, 아무래도 체력이 살짝 무뎌진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폼은 일시적이라도, 클라스는 영원한 법.

"흐으읍...!"

한 번 더 손목을 비틀어 뿔을 움켜쥐었다.

뿔의 형태에 맞게 딱 손이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든 순간, 나는 전신의 힘을 순간적으로 폭발시켰다.

느낌은.

인간의 어금니를 손으로 잡아 뜯는다는 그런 느낌으로!

"뿔잡페에에에에에에엘!!"

빠ㅡㅡㅡㅡㅡㅡㅡ악!!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좌우로 손이 뻗어나가고, 몸이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렸다.

쿠ㅡㅡㅡㅡ웅!

내가 쓰러진 건 아니다.

소리없는 비명을 지른 크레타의 황소는 잠시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놈의 머리는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머리 양 옆으로 돋아난 뿔이, 뼈가 강제로 뜯어진 흔적에서 피가 철철 새어나오고 있었다.

"후우...."

나는 양손에 움켜쥔 황소의 뿔을 쥐고 뒤로 물러났다.

"어떻게 성공했군."

실패할 줄 알았다.

혹시 안 되면 어쩌나 잠깐 고민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크레타의 황소라고 해도, 나의 '욕망'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우오오오오오ㅡㅡㅡㅡㅡㅡ!!"

승리의 포효를 내지르며, 두 뿔을 하늘 높이 치켜든다.

기절한 황소의 위로 바로 뛰어 올라, 놈의 몸 위에서 계속 뿔을 치켜든다.

"와아아아아ㅡㅡㅡㅡㅡㅡㅡ!!"

테베의 주민들이 나를 향해 환호성을 내던진다.

짐승을 상대로 보여준 인간의 승리에, 정면에서 힘으로 싸워 이긴 압도적인 힘의 증명에 모두가 나를 향해 환호한다.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

새벽이지만, 곳곳에서 나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한다.

저들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괴물이 튀어나오든, 내가 나서면 그게 다 해결된다는 믿음과 신뢰가 가득하다.

그러니.

저들에게는 비밀로 하자.

내가 크레타의 황소를 제압한 방법이 왜 하필 뿔을 부러뜨린 것인가, 라는 것은.

"흐흐흐."

비록 뿔은 끝부분이 우둘투둘하여 함부로 피부에 닿았다가는 상처가 나겠지만, 약간의 가공만 거치면 아주 멋진 물건이 만들어지리라.

"딱대라, 메가라."

나는 크레타의 황소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승리의 여운을 즐겼다.

잠시 뒤.

테베의 병사들이 크레타의 황소를 밧줄로 묶어, 날뛰지 못하게 장정 수십 명이 달려들어 황소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죽이지는 않았다.

죽이지는 못했다.

카드모스 대제전에 사냥 대상으로 등록되지는 않은, 크레타 왕국의 '소유물'이니까.

* * *

며칠 뒤.

"안녕하세요, 영웅 헤라클레스. 저는 크레타 왕국의 왕비, 파시파에라고 합니다."

"음."

나는 크레타에서 온 왕국 사절단의 방문에 직접 왕국으로 향했고, 문제의 여인을 만날 수 있었다.

"저희 달링을 제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링...?"

"네."

파시파에.

겉모습은 수상하리만큼 아름다운 20대 중반의 미녀로 보이지만, 이 여자는 남들이 생각하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두 가지 엽기적인 행위를 벌였다.

불륜.

수간.

'왕도 참 좆같았겠지.'

자기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 대상이 황소라고 하더라.

그리고 미노타우르스라는 반인반소를 낳기까지 했으니, 왕국에서 추방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왕의 자비를 엿볼 수 있었다.

만.

보자마자 깨달았다.

자비가 아니라, 왕이 제대로 이 마녀에게 물렸다는 것을.

"헤라클레스님...?"

"아무것도 아니오."

그래.

수간이 나쁜 게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나도 사자녀랑 뱀녀랑 섹스할 거 다 하고 지냈는데, 그게 왜 나쁘겠는가.

물론 저 여자는 황소를 퍼리남이나 뿔달린 남자로 바꾼 게 아니라 암소의 모형 안으로 들어가 소랑 진짜 수간 섹스를 즐긴 거지만.

유부남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이 여자가 저지른 행각 중에는 수간보다 불륜이 더 나쁘다.

그리고 불륜남을 살리기 위해 크레타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더 불쾌할 뿐.

"황소는 죽이지 않았소. 제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재산상의 피해에 대해서는 크레타 왕국에서 변상하는 걸로 다 이야기가 끝난 줄 알고 있소. 여기에서 더 무엇이 필요하지?"

"...그것이 필요합니다."

파시파에는 자신의 머리 위로 두 손을 올렸다.

"황소에게 뿔이 없다면, 어찌 그걸 황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알 바 아니오."

"...예?"

"그것은 나의 전리품이오."

이게 목적이었구나.

크레온 왕과 이야기를 나누면 될 것을 굳이 나를 부른 이유가 황소의 뿔을 되돌려달라는 거였구나.

"유감이지만 그건 이미 내가 잘 사용하고 있소.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로 여길 것이지, 어딜 감히."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절대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젓이 남편이 있는데도 먼 길 달려와 불륜남의 뿔을 챙겨주려고 하는 그 마음은 가상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걸 좋게 보는 사람은 아니라서."

"......!"

모욕이기는 하지만, 파시파에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녀의 뒤에 따라온 크레타의 병사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는 걸 보아하니, 내가 한 말이 선을 넘기는 해도 그게 국제문제로 비화될 것 같지는 않았다.

"소랑 섹스를 하든, 혼자서 뿔로 자위를 하든, 그건 아무래도 좋소. 중요한 건 그대가 남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수컷과 불륜을 했다는 것."

"......."

"듣기로는 왕이 무슨 남자 구실을 못하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는데. 뭐 몇 년 동안 성관계를 맺지 않은 것도 아닐테고, 갑자기 저주를 받아서 그런 것도 아닐테지."

이 여자는.

그냥 황소의 좆에 넘어간 변태일 뿐이다.

"그럼 이만."

더 대화할 가치가 없으니, 나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크레타의 황소를 죽이지 않은 건 분명 후환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죽이면 그 미래가 보인다.

파시파에 여왕은 상간수컷소의 죽음에 식음을 전폐할 것이고, 그런 아내의 상실감에 스윗한 남편이 되어주고자 하는, 불륜으로 태어난 자식마저 미궁에서 키워준 크레타의 왕이 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겠지.

귀찮은 일은 질색이다.

그리고....

'놈은 복수를 포기하지 않았어.'

나에게는 힘으로 밀려 패배했으니, 수컷으로서 패배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로서는 아직 패배한 게 아니니, 놈은 언젠가 힘을 회복하면 테세우스를 잡으러 갈 터.

나중에 테세우스에게 언질을 해두면, 테세우스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녀석은 똑똑한 녀석이니, 분명 지혜를 발휘하여 저 황소를 아들인 미노타우르스의 곁에 보내버리겠지.

저 황소는 테세우스의 몫.

고로,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딸랑딸랑.

집으로 돌아와, 귀가를 알리는 종을 울렸다.

딱히 그리스에서 뭘 이런 게 필요한가 싶지만, 나는 아내를 위한 배려이자 옛날 생각이 나는 느낌으로 종을 달았다.

"오셨어요?"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고 있던 메가라를 향해, 나는 벽에 걸린 물건을 가리켰다.

"어, 지, 지금요...?"

"써라."

"......."

메가라는 국자를 내려놓으며 벽에 걸린 머리띠를 집어들었다.

머리띠라고 하기에는 조금 과한 것이, 띠의 양옆으로 소의 뿔이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럼, 뭘 해야 하는지 알지?"

크레타의 황소를 쓰러뜨리고 난 뒤 만들어낸 아주 특별한 물건.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나와 저 여자 사이의 뒤틀림의 시작.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것은 '님프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죽는다'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내 남은 인간으로서의 판단.

혼은 남아 저기 별자리가 되었으니, 과거의 오해와 앙금은 이걸로 풀어버리면 될 터.

"...아아."

메가라는 뿔달린 머리띠를 머리에 꼭 눌러쓴 뒤,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입을 벌렸다.

그리고.

"우움...!"

찔컥.

나는 그대로 메가라의 뿔을 양손으로 잡고, 그녀의 입에 자지를 쑤셔박았다.

크레타의 황소.

놈의 뿔은, 우리의 뿔잡펠 플레이를 위한 섹스토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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