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우스 엑스 마키나-228화 (228/235)

안티오페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아마존에 진입했다.

작전은 간단.

설득해보고, 안 되면 바로 엎어버린다.

인간이 짐승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며, 대화를 통해 우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겠지.

지금까지의 행동은 그냥 그 지역의 문화라고 치부한다고 치고, 앞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새롭게 바뀌어나간다면 아마조네스를 살려둘 수도 있다.

작전의 첫 번째.

"예쁘구나, 테세우스. 그 누구도 너를 남자라고 생각하지 못할 거다."

"......."

테세우스의 여장.

내가 처음 그를 봤을 때 여자라고 착각하고 자지를 세웠을 정도로 그는 여자같았고, 본격적으로 여장을 시켜놓으니 각 도시마다 한 명씩 있는 도시 최고 미녀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악, 하악, 하악."

안티오페는 여장한 테세우스의 모습을 보며 코피를 흘릴 기세로 거친 숨을 내뱉었다.

"헤라클레스. 이 화장은 대체...?"

"아아, 이것은 아이돌리쉬라는 것이다."

나는 한국 여자 아이돌이 하는 화장과도 같이 테세우스를 분칠했다.

딱히 불가능한 건 아닌 게, K-유피테르의 기질은 버렸지만 그 테크닉은 남아있는 내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자에게 점수를 따려면 자고로 아름다움을 가꾸어주게 하는 것이 기본.

화장이라는 건 전혀 모르는 이 그리스에 아이돌 스타일의 화장을 해준 순간, 모든 여신들이 달려들어 화장을 해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제우스조차도 함부로 다른 이들에게 해주지 않는 화장을, 내가 직접 테세우스에게 해줬다.

"아프로디테 여신이 내려와도 네가 죽으면 아름다움의 님프로 환생시켜줄 거다. 분명."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목소리도 굳이 교정할 필요없이, 완벽하군. 좋아. 치마 아래만 다른 녀석에게 걸리지만 마라. 내가 진짜 친구니까 빌려주는 거지, 어휴."

현재.

테세우스는 치마 안쪽에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두르고 있다.

가죽의 일부를 잘라서 테세우스의 낭심보호대로 만들었고, 설령 남자라는 게 들킨다고 해도 다른 부분은 몰라도 낭심만큼은 사자가죽이 지켜줄 터.

사실상 돌려받을 수는 없다.

팬티를 빌려줄 수는 있어도, 그 팬티를 다시 돌려받은 다음 빨아서 다시 쓰는 경우는 정말 궁하거나 다급할 때나 할 수 있는 일.

"다녀와라. 최대한 내부를 헤집어둬. 너희가 최대한 내부를 뒤집어 엎을수록 내가 침투하기 쉬워지니까."

"후.... 알겠다. 그럼, 가자. 안티오페."

"안티오페라고 부르지 말고, 더 친근하게 불러주세요, 나의 테시스."

"...언니."

"꺄아앙!!"

안티오페는 테세우스를 껴안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럼, 잘 부탁해요!"

"......."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테세우스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안티오페와 함께 안으로 향했다.

나는 숲 안쪽으로 들어가는 두 커플의 뒤를 멀찍이 밟으며, 혹시나 다른 순찰대원들이 나를 발견할까 최대한 숨을 죽이며 뒤를 밟았다.

"누구냐! 정체를...안티오페 여왕님!!"

곧, 멀리서 안티오페와 테세우스를 발견한 순찰대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드디어 오셨군요! 하지만...옆은 누구입니까?"

"인사해. 이 사람이 누구냐면, 내 사랑이야."

"......예?"

"내 사랑. 나의 아내."

그렇다.

안티오페는 테세우스를 '연인'으로 아마존으로 돌아온 것으로, 축제를 벌이려고 계획했다.

"언니는 어디에 있어? 나, 이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하는데."

"겨, 결혼...?"

"아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반응을 보아하니, 그냥 집 나간 공주-여왕이지만-가 갑자기 결혼 상대를 물어온 것에 놀라는 눈치다.

남자라면 환멸하면서 죽이려고 한다고 하더니 그런 반응은 일절 없는 걸로 보아, 테세우스가 남자인 걸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다.

"안티오페 여왕님께서 좋다고하면 괜찮습니다만...."

"저는, 인정 못 해요!!"

서서히 아마조네스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안티오페 여왕님의 연인이 저런 비실비실해보이는 여자라니! 인정 못합니다!"

축하한다, 테세우스.

남자 무조건 죽이는 나라에서도 인정하는 여자.

꼭 얼굴에 아이돌 화장을 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

남자라면 누구나 있는 목젖도 유독 안으로 들어가있고, 체형은 호리호리하고, 그나마 남성성을 증명할 수 있는 세 번째 다리는 낭심보호대로 압박하여 도드라지지 않게 해놨다.

"나름 꽤 예쁘장하기는 하지만, 예쁘장하기만 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누가봐도 여자같으니, 저렇게 아마조네스들에게 칭찬 아닌 칭찬을 듣는 거지.

참아라, 테세우스.

작전을 위해.

이 아마존에서 죽어간 남자들을 위해.

"그럼, 뭘로 증명할 수 있는 거시에요?"

그거다, 테세우스.

"저는 언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언니의 가족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여기까지 왔사와요."

말투가 상당히 고깝기는 하지만, 안 그래도 미성인 목소리를 더 곱게 만드니 천상 여자가 따로 없다.

저기 협곡을 지날 때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고 하는 괴물 세이렌보다도 더 고운 미성에, 이미 몇몇 아마조네스들은 테세우스에게 반쯤 넘어온 상태였다.

"테시스. 괜찮아. 내가 다 이야기할게."

"증명하라고 하면, 얼마든지 증명하겠어요. 제가 약한...여자가 아니라는 걸."

"테시스...."

"그렇다면."

히히힝.

말발굽 소리와 함께,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말에 탄 채로 다가왔다.

"......!!"

나는 너무 놀라서 그만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붉은 머리의 여자는 너무나도 매력적이기는 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녀가 타고 있는 흰 말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유니콘을 타고 있다고?'

머리에 달린 노란 뿔은, 분명 유니콘이었다.

'좆됐다.'

유니콘이 만약 내가 아는 그 유니콘이라면-

"아, 언니."

"오랜만이구나. 그런데 너...."

"푸르르."

유니콘은 안티오페 쪽을 바라보더니, 대놓고 경멸하는 눈빛을 보내며 뒤로 슬쩍 물러났다.

"크, 크흠."

안티오페는 헛기침을 하며 당황했고, 나는 유사시에 개입할 수 있도록 무언가 큰 소리를 낼 준비를 마쳤다.

혹시나 테세우스가 남자라는 걸 저 짐승이 알아채기라도 한다면-

"푸르르."

유니콘은 테세우스의 앞에 서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며 테세우스 쪽으로 섰다.

"......안티오페. 너는 도대체."

"어, 언니. 오해야."

"테시스라고 했나? 만나서 반갑다. 나는 이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라고 한다."

적발의 미녀, 히폴리테는 테세우스를 향해 말 위에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의도치않게 증명해버렸지만, 내 동생은 이미 남자 경험이 있는 여자다. 그런 여자와 함께 하겠다면, 그만한 각오가-"

"되어있사와요."

"...음. 좋다. 그 기개, 인정하지."

인정해야지.

안티오페를 비처녀로 만든 당사자인데.

물론 테세우스(처녀)지만.

"창을 내려라! 나 히폴리테는 나의 여동생이자 여왕, 안티오페의 귀향을 환영한다! 그리고 안티오페의 연인, 테시스 양의 아마존 방문을 환영한다!"

히폴리테 여왕의 선언에 모여있던 아마조네스들이 모두 무기를 내렸다.

"돌아가는 즉시 환영식을 준비하라! 오늘 저녁은, 축하연이니라!!"

안티오페의 귀향.

테세우스의 진입을 위한 명분.

그리고 귀향을 축하하는 환영회.

계획의 첫 단추가 딱 맞아떨어졌다.

* * *

꺄하하하하!

'잠입 완료.'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테시스 양과 안티오페 커플의 상황이 어떻든, 나는 연회 덕분에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노려 아마존의 본거지에 잠입하는데 성공했다.

'의사결정과정이 탑-다운으로 이루어지는 부족이라면, 여왕을 치는 게 최우선.'

고로, 내가 노려야 할 사람은 우선 한 명-여왕 히폴리테.

안티오페는 내게 히폴리테를 설득할 것을 당부했다.

그 방법은 내게 맡긴다고 했고, 여왕을 설득하여 아마조네스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도하라고 말했다.

여왕이 전쟁을 하지 말자고 하면 하지 않는 것이고, 여왕이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자고 하면 부하들도 따르겠지.

설령 안티오페가 같은 여왕이자 여동생이라고 해도, 밖에 나와있던 기간이 길었던 만큼 여왕의 자리에 올라도 폐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히폴리테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나는 나 개인의 목적을 하나 이루어야 한다.

'임신에 성공시킨다면, 헤라클레스의 정자에는 문제가 없는 거야.'

몸 속에 스며들어있는 히드라의 독.

생각해보면 히드라를 상대한 이후, 메가라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한 경우가 없었다.

주기적으로 지옥에서 올라온 히드라와 몇 번 섹스를 하기도 했지만, 원정 사냥을 나간다면서 키타이론 산을 찾아가 조심스럽게 암사자를 안기도 했지만.

일단 싸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내 정액에 히드라의 독기가 묻어나왔다면, 당장 메가라부터 보지가 히드라의 독에 중독되어 폭발했을 것이다.

그런 게 없으니, 그저 조심스럽게 무정자증이 걸린 게 아닐까 의심할 뿐.

'이번에 확인하자고.'

아마조네스들을 상대로 부담없이 확인한다.

그걸 위해, 나는 서서히 연회가 막을 내리는 때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움...."

혼자서 밖으로 나오는 붉은 머리의 여성.

왕을 상징하는 허리띠를 착용했고, 얼굴과 체형은 분명한 아마조네스 여왕 히폴리테였다.

저벅, 저벅.

그녀는 밤 사이에 시선을 피해 조용한 곳으로 향했고, 나는 소리를 죽이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스르륵.

히폴리테가 허리띠를 풀어, 치마를 들어올린 순간.

"......!!"

나는 수풀에서 뛰쳐나가, 히폴리테를 덮쳤다.

"소리지르지마라. 움직이지마라."

나는 미리 꺼내둔 자지를 히폴리테의 허벅지에 붙이며, 히폴리테를 붙잡았다.

"소리지르거나 움직이는 즉시, 유니콘을 타지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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