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가 아마존을 강간하고 있다.
바깥의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딱 그 말이 어울릴 것이다.
"와...."
안티오페는 하나둘 죽어나가는(?) 아마조네스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저 남자, 진짜 모두를 상대로 이기려고 하는 건가...?"
"아마도 그럴 거야."
안티오페의 옆으로 테세우스가 따라붙으며 안티오페의 손을 붙잡았다.
"짐승을 죽이는 건 누구보다도 가차없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건 누구보다도 인정이 많은 녀석이다. 자기가 여기에 있는 모두를 임신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 있는 이들을 모두 죽이고 싶지 않겠지."
"모두를 죽일 힘이 있으면서...."
"모두를 따먹는 거지. 그게 정말로 평화로 이어진다면 두 말 할 것도 없고."
테세우스는 또 한 명의 아마조네스를 보내버린 헤라클레스의 등을 보며, 믿음직한 미소를 지었다.
"나머지는 굳이 두고 볼 필요도 없군. 안티오페. 일단, 이대로 숨도록 하지."
"숨어요?"
"당연하지. 다른 아마조네스 중에 누가 너보고 도와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 나보고 도와달라고 하면, 내가 저 녀석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건가? 아니잖아."
"그건, 절대 안 되죠."
"마찬가지다. 나도 너를 저 녀석과 싸우게 할 생각은 없어. 그러니, 잠시 자리를 피하자."
"그, 그래도."
테세우스는 안티오페의 손을 잡아끌었지만, 안티오페는 머뭇거리며 쉽사리 떠나지를 못했다.
"만약 당신 친구, 헤라클레스가 아마조네스 중 아무나에게 패배한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헤라클레스가 여자한테 진다?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죽었다면 히드라한테 진작에 죽었겠지."
"그렇다면...."
안티오페는 마지못해 테세우스의 손길을 따라 창문으로 몸을 내던졌다.
"안티오페 여왕님! 여왕님...?"
"크읏, 여왕님이라면 저 괴물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방을 나서자마자 바로 방에 다른 아마조네스가 들이닥쳤고, 둘은 최대한 숨을 죽이며 마을에서 벗어났다.
아아아앙ㅡㅡㅡㅡ!!
여자들의 교성만이 숲 높은 곳으로 울려퍼질 뿐.
테세우스와 안티오페는 조용히 마을에서 벗어나, 마을이 잘 내려다보이는 나무 위에 올라 마을의 동향을 살폈다.
"다음ㅡㅡㅡㅡ!!"
헤라클레스는 지칠 줄을 몰랐다.
"분명 히폴리테 여왕을 어제 덮쳤을텐데, 역시 아직도 팔팔한 걸 보면 녹슬지 않았군."
"녹슬지 않았다뇨...?"
"저 놈이랑 내가 예전에 같이 여행을 할 때, 저 놈의 정력을 본 적이 있었지."
테세우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놈은 처녀 50명을 상대로 한 번씩 질싸를 하고도 살아남은 녀석이다. 그 때보다도 더 강해졌으니, 지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그렇다면...아, 저기!"
히히힝.
둘의 아래, 하얀 말이 지친 얼굴로 마을을 떠나고 있었다.
노란 뿔을 이마에 단 일각수는 피를 토하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마을의 반대편으로 걷고 있었다.
"저건...."
"언니의 백마...!"
푸르르릉.
일각수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등허리를 나무 옆에 부딪쳤다.
그러자 일각수의 등 양쪽의 근육이 꿈틀거리더니, 곧 하얀 날개가 펼쳐졌다.
히히잉!!
다그닥, 다그닥.
일각수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마치 신선한 공기를 찾아, 더럽고 오염된 곳을 떠나겠다는 듯.
"........"
하나둘.
아마존에, 처녀 여전사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우오오오ㅡㅡㅡㅡㅡ!!"
헤라클레스가 아마존을 정복한 건, 그로부터 약 1주일이 지난 뒤였다.
* * *
내가 아마존에 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아마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전사로 기른다.
그저 고추를 가지고 태어난 것만으로도 죽어야 하는 세상이라니.
아무리 문화가 그렇다고 하지만, 어떻게 자기 배로 낳은 자식을 고추 달렸다고 죽일 수 있단 말인가.
뭐, 직접 죽이지는 않았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미가 제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을 죽이지는 않았겠지.
그러나 다른 이들이 죽였을테고, 그 죽은 아이들은 그대로 명계로 내려갔다.
태어나는 아기를 죽이는 건 크로노스나 할 짓이다.
제우스 신은 인간들의 일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이해한다.
나니까.
신이 일일이 인간세상에 개입하기에는, 제우스라는 신의 사상에 티탄신으로서의 사고가 박혀있기에 마냥 개입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대신, 내가 왔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사를 부르기 마련이고, 나는 해결사가 되어 아마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아마존, 정복.
아마조네스라는 부족을, 수백 명에 이르는 이 여전사들을 맨몸으로 전부 제압했다.
무기를 들고 덤벼드는 이는 무기를 빼앗아 집어던진 뒤, 육탄전으로 들어가 강제로 눕히고 자지를 박고.
보지로 덤벼드는 이는 보지를 손가락으로 적셔서 손가락만으로 가버리게 만든 다음 그 뒤에 안에 자지를 쑤셔박고.
여전사의 긍지를 버리고 도망간 이는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가 붙잡은 다음 들박으로 자지를 박은 채 모두가 보는 광장으로 다시 잡아오고.
마지막으로 한 바퀴를 다 돈 결과, 최후의 마무리로 히폴리테 여왕을 상대로 한 번 더 자지를 박은 것으로 나는 아마존을 정복했다.
솔직히.
전부 처죽이는 게 더 쉬웠다.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뒤집어 쓰고, 한 손에는 몽둥이를 들고 한 손에는 사자의 엄니칼을 들고 전부 죽인 다음 명계로 보내버리는 게 더 빠르고 쉬웠다.
하지만 나는 우선 대화를 시도했고, 그 다음에는 전사로서 승부를 걸었다.
'잉카 문명도 아니고 마냥 죽일 수는 없지.'
저기 어디 사람을 죽여서 해골을 모은다거나, 인신공양을 하는 그런 것도 아닌데 전부 죽이는 건 좀 그랬다.
인간은 변할 수 있다.
그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나는 아마존을 자지로 굴복시켰다.
한 가지, 개인적으로 확인을 할 게 있었다면.
내 정자는 살아있는가.
나는 여자들을 임신시킬 수 있는가.
히드라의 독이 나를 무정자증으로 만든 게 아닐까.
그런 건.
없었다.
"임신했군."
"......."
"역시, 나야."
히폴리테가 가장 먼저 임신했고, 나는 나 자신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약, 두 달이었다.
* * *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한다고?"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을 모아 테베로 보내겠습니다."
"남자가 들어오면 어떻게 한다고?"
"아마존에 남자가 들어올 일이 없으니, 죽입니다."
"수컷의 씨를 가지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헤라클레스님을 찾아 씨를 받으면 됩니다."
"똑똑하군. 상으로 자지를 주마."
"아앙...!"
아마조네스들의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졌다.
아직 임신하지 못한 아마조네스는 어떻게든 내게서 씨를 받기 위해 발정난 암컷의 춤을 추며 나를 유혹했고, 이미 임신한 아마조네스도 한 번 더 섹스를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임신교미는 한 번 뿐. 내 자지를 계속 받아낼 수 있는 건 히폴리테 여왕 뿐이다."
나는 히폴리테만을 챙겼다.
다른 여자들에게도 자지를 베풀어줬지만, 수백 명을 매일매일 번갈아 가면서 박기에는 나도 약간은 버거웠다.
'테세우스 개자식.'
테세우스는 내가 아마존을 정복하는 걸 보자마자 안티오페를 데리고 도망쳤다.
그 바람에 안티오페는 지금 아마존에서 도망친 변절자 비슷한 게 되었지만, 아마 지금쯤 테베로 돌아간 다음 테세우스와 같이 진심질싸교미섹스를 하느라 정신이 없겠지.
"아앙, 헤라클레스 님!!"
"비켜라."
나는 달라붙는 아마조네스를 옆으로 물린 뒤, 히폴리테를 따로 불러냈다.
"여기는...."
"너와 내가 처음 섹스를 했던 곳이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는 내 아이를 임신한 히폴리테와 손을 맞잡았다.
"나는 떠나야 한다."
"......."
"아마존에서 계속 살 수는 없어. 내게는 아내가 있고, 고향이 있고, 내 삶의 터전이 있다."
솔직하게 다 이야기했다.
아마존에 들이닥친 헤라클레스라는 건 자연재해와도 같은 것이며, 닥치는대로 모두 임신시킨 정액괴물이라고.
"그리고 테베에서 너희들이 낳을 남자아이를, 나의 아들들을 기를 장소를 마련할 것이다."
"...기다리겠습니다."
히폴리테는 내 손을 맞잡았다.
"언젠가 당신께서 다시 이곳을 방문하실 때, 그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종종 들리마. 저기 어딘가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말도 목격되었다고 하니, 그 말을 타고 여기까지 날아와서 자지를 박아주겠다."
"...꼭 자지가 아니더라도, 함께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걸요. 떠나시기 전에, 이걸 드리겠습니다."
히폴리테는 자신의 허리띠를 풀어 내게 건넸다.
"이건...?"
"아마존 여왕의 증표입니다. 여왕을 당신께서 굴복시키셨으니, 이것은 이제 당신의 것입니다."
"다른 아마조네스들이 질투할텐데."
"이미 모두 같이 당신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뭘 질투하겠어요."
"그런가."
그래도.
히폴리테는, 조금 특별할지도.
"나중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너의 아이는 내가 특별히 대하겠다."
"...헤라클레스님, 그건."
"남자아이가 태어난다면 표식을 남기고, 여자아이가 태어난다면 그 아이에게 이걸 주거라."
나는 네메아의 사자 가죽옷에서 엄니칼을 꺼냈다.
"아니, 이건...!"
"사자의 엄니검이지. 히드라의 목을 수 차례 썰었던, 나의 애병이다. 아마존의 모든 아마조네스들이 나의 딸이겠지만, 네 딸이라는 걸 알 수 있게 이걸 건네주거라. 그 때까지, 이걸 네가 쓰고."
허리띠를 받은 대신, 헤라클레스의 상징 중 하나를 건넸다.
"정말, 이렇게까지 특별히 대해주시면...."
"너니까 그러는 거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히폴리테."
나는 간과했다.
"태어날 아이를, 잘 부탁한다."
인생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하다는 것을.
언제나 희극만이 존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