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을 자지로 정복하고 테베로 돌아온 이후.
약 반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테베로 돌아왔을 때는-
별 달리,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히드라가 땅 위로 올라올 때마다 섹스를 했고.
중간중간 기간테스를 잡아 수컷은 죽이고 암컷은 겁탈하고.
그리스 최강의 사냥꾼이라는 명성은 계속 이어나가며, 나는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메가라를 따먹었다.
테세우스?
저기 아테네로 돌아가 왕이 되었다고 하더라.
안티오페라는 아내를 들이고, 마지막으로 아테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황소 한 마리를 직접 죽이는 걸로 전사로서의 자신을 증명하고 왕위에 올랐다고 하더라.
다음에 만나면 왕이라고 존대를 해야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사실상 지금 테베의 왕이나 마찬가지인 입장이다보니 예전처럼 대해도 괜찮은 건지 고민하던 중.
"첩을 들여야 할 거 같다고?"
"예...."
메가라는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바보같은 여신의 신탁 때문에."
"하긴. 그 여신이 신탁을 이상하게 한 덕분에 지금 섭정이 완전 미쳐 날뛰기 일보직전이지."
메가라는 임신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헤라클레스의 아이를 임신하지 못하면 테베가 멸망한다고 하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못한 게 무려 1년이나 되었으니 크레온 왕으로서는 미쳐버릴 수밖에.
아무리 상대가 헤라클레스라고 해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시집보냈는데, 여신의 신탁에 따라 딸을 헤라클레스의 좆집으로 만들었는데 재앙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문제가 자기 딸에게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메가라가 불임이었다?
미치고 팔짝 뛰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 뒤로 크레온 왕에게 뭐 여신이 신탁을 내리기라도 한 게 있나?"
"이, 일단 주체를 바꾸긴 바꿨는데요."
"뭐라고."
"헤라클레스의 아이가 테베의 왕위를 잇는 것이, 이 나라가 멸망을 피하는 길이라고요."
"그래서 첩을 들이라는 건가."
"네."
"그럼 저기, 아마존에 다녀올까."
약속이고 나발이고 히폴리테를 납치해오면 해결되는 거 아닐까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아마존에 다녀온 사이 이미 모든 일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칼리돈의 공주가 이미 대기 중이니까."
"칼리돈?"
"네. 테베가 이번에 새로 동맹을 맺은 나라예요. 공주의 이름은...데이아네이라."
"그녀를 임신시키면 된다는 건가."
의외로 간단한 일이었다.
첩을 들이라는 게 꼭 결혼을 하라는 목적이 아니라, 헤라클레스의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함이라면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너는 괜찮나?"
"그리스에서 임신 못하는 여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옛날 시대다.
세상이 바라보는 여자의 능력이라는 건 가정적인 부분을 가장 중요시하며,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머니'로서의 기능이다.
출산과 양육.
남성중심적인 이 그리스 시대에 메가라가 그 어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국 아이를 낳지 못하면 공주라는 신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지금 메가라의 역할은 '헤라클레스를 테베에 묶어둘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뿐.
나와 메가라 사이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세상은 모르니, 그저 내가 메가라를 좆집으로 취급한다고 생각을 하니, 헤라클레스의 아이를 테베의 왕으로 세우기 위해 자연히 다른 여자를 투입하면 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별로 안고 싶은 생각 없는데."
"왜요?"
"다른 여자 보지에 박을 바에는 메가라 보지를 허벌로 만들고 말지."
진심이다.
아마조네스 수백 명을 따먹고 와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 메가라를 따먹고 느낀 거지만, 역시 조강지처가 좋더라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누가 그랬다.
여보라는 말에는 여신보지라는 말도 있다고.
메가라의 허벌보지가 다른 그 어떤 처녀인간 100명을 데려와도 더 가치있는데, 뭐하러 다른 여자를 범한단 말인가.
그저 처녀를 땄다는, 트로피 이외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래도 헤라클레스로서 살려면 임신시키셔야죠."
"끙.... 귀찮은데."
나는 메가라의 가슴에 몸을 던졌다.
"인간, 그냥 그만둘까."
"뭐래요. 그럼 신이라도 되어서, 저를 찾아오려고요?"
"신 대 신으로 따먹으면 족보가 어떻게 되는 거지."
"이미 족보라는 게 개판으로 시작했는데, 뭘 족보를 따질 필요가 있겠어요."
하긴.
우라노스가 가이아의 아들에서 남편으로 신분이 상승한 건 가이아가 아들을 낳을 때 한 번, 아들을 낳기 위해 두 번 다리를 벌려줘서 가능했던 일.
이미 신으로서의 족보는 개판이 났으니, 이제는 딱히 신경 쓸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당장 제우스만 하더라도, 슬슬 자기 딸들에게 첫 경험을 어떻게 해주면 될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녀오셔요. 데이아네이라, 임신시키고 오시면 테베 사람들이 귀찮게하지는 않을 거예요."
"금방 처녀 따먹고 올게. 보지 데워놓고 기다리고 있어. 여보."
"여신보지라는 거죠?"
"그것도 있고."
나는 메가라와 입을 맞춘 뒤, 왕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지옥을 경험했다.
"아니 씨발."
"왜, 왜 그러세요...?"
"공주가...처녀가 아니야?"
비처녀였다.
* * *
그리스 여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남자의 상을 묻는다면, 단연 '제우스'라고 답할 것이다.
그 수많은 여신들이 제우스의 손길 한 번을 받기 위해 얼마나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던가.
인간은 감히 신을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어떤 여인이든 제우스 신전에 가서 제우스의 신상을 보고 집에 가서 제우스와의 섹스를 상상하며 섹스를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남자들 또한 그런 제우스를 닮기 위해 몸을 가꾸기 시작했다.
평범한 인간의 노력으로는 제우스와 같은 근육질이 되지 못하지만, 그만큼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면 제우스의 절반이라도 따라붙는 체격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인류는 깨달았다.
몸이 좋은 남자가 수컷으로서 더 강인하다는 것을.
농사일도, 사냥도, 밤일도, 수컷으로서 강한 자가 모든 면에서 매력적이라는 건 이미 역사적으로도 신화적으로도 증명된 사실.
그래서, 테베 왕국에서 여자들에게 가장 선망받는 남자는 헤라클레스다.
사냥이면 사냥, 몸이면 몸, 섹스면 섹스.
심지어 으레 남자라면 누구나 여러 여자를 품에 안고 싶어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메가라 왕녀와 결혼을 한 이후 그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가 선망했다.
헤라클레스와의 섹스를.
실제로 어쩌다가(?) 헤라클레스와 섹스를 한 여자가 종종 나타나고는 했는데, 그 여자가 술집에서 헤라클레스와의 섹스를 이야기할 때는 여자들 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술을 가지고 다가와서 귀를 세우고 헤라클레스의 섹스를 들을 지경이었다.
이런 말을 하면 신성모독이 될 수 있겠지만, 헤라클레스와의 섹스는 티탄 여신이 제우스신과 섹스를 하는 것과 같다.
그런 말을 듣고 왔기에 데이아네이라는 헤라클레스의 부인이 되는 걸 몹시 기대했다.
그 어떤 남자도 주지 못한 쾌락을 줄 거라고 확신했고, 그건 분명 사실이었다.
극락.
다른 남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극상의 쾌락.
그저 느끼는 것만으로도 올림포스 산을 오르내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
하지만 그 쾌락은, 섹스는 단 하룻밤 뿐.
"......."
데이아네이라는 부풀어오르는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저멀리 왕궁의 화단을 걸어가는 두 남녀를 보며 이를 갈았다.
"어째서."
이해할 수 없었다.
"저런 폐녀를 왜?"
임신도 하지 못하는 여자가 여자로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이도 늙어가기만 하고, 피부는 주름지고 가슴은 처지기만 하는 그런 늙은년이 뭐가 좋다고 저렇게 옆에 데리고 있는 건가?
테베의 왕녀라서?
아무런 의미는 없다.
테베의 섭정 크레온조차 메가라가 아니라 다른 공주를 헤라클레스와 결혼시키려고 했고, 공주들이 결혼은 아니고 섹스는 할 수 있다면서 언니 대신 임신을 하기도 했는데, 왕녀라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헤라클레스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는 많다.
크레온 왕은 헤라클레스가 이 여자 저 여자 임신시키기를 바랐고, 헤라클레스 또한 임신하고 싶다고 달려드는 여자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동침의 밤을 보냄에 있어, 헤라클레스는 메가라와 항상 이야기를 나누고 양해를 구했다.
메가라 왕녀에게 '너, 임신 못하잖아'라고 말을 했던 한 왕녀는 메가라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헤라클레스에게 뺨을 맞고 얼굴이 뒤틀려 반 년을 누워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하필 메가라 왕녀인가.
임신도 못하는, 여자로서는 존재 의의가 없는 여자를 왜 계속 챙겨주는 건가.
그리고 왜 계속 다른 이들과의 잠자리를 보류하며, 오직 메가라와의 잠자리만을 계속 하는 건가.
"하아. 헤라클레스 님...."
"아가씨."
얼굴이 말처럼 생긴 남자, 칼리돈 왕국에서부터 시종으로 따라온 네소스는 데이아네이라 왕녀에게 물건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뭐예요?"
"미약입니다."
"미약?"
"예. 이걸 헤라클레스 님과의 잠자리에서 한 번 사용해보심이 어떠신지요?"
"......그것도 좋지만, 단검 하나만 준비해주세요."
스륵.
수풀 사이로 들어가는 두 남녀를 보며, 벽에 등을 기대고 선 메가라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 혀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헤라클레스를 보며, 데이아네이라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섹스 안 하면...."
"섹스 안 하면, 제 배를 찌르겠어요."
누가, 칼 들고 섹스해달라고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