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33화 (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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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달콤한 독

예브게냐가 정하를 흘끗거렸다.

정하는 가슴이 파인 캐미솔을 입고 있어서, 종속의 낙인이 드러나 보였다. 수현이 정하를 절대적으로 지배한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예브게냐는 손끝으로 턱을 꼬집으며 묘한 표정을 짓는다.

셋은 거실의 쇼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네트워크를 통해 컴퓨터에 있는 동영상을 커다란 평면 텔레비전으로 튼 것인데, 정하와 수현은 최근 미드에 푹 빠졌다. 저녁이면 함께 한 두편씩 꼭 감상한다.

쇼파 가운데에는 수현, 그리고 양 옆으로 정하와 예브게냐가 앉아 있다. 정하는 수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이따금씩 무언가 속삭이며, 둘이 킥킥거리고는 했다. 둘은 정말 연인처럼 보여서 예브게냐는 소외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자, 수현이 정하의 뺨에 키스하고는, 더 나아가 입술을 맞대고 키스했다. 타액이 오가는 소리가 예브게냐의 귀에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 람보르기니에서 짐승처럼 덤벼들던 수현과의 행위 후, 서로가 어느 정도 연결되었다고 생각했건만, 정하와 수현을 보고 있으면 자신은 그저 몇 번 잠자리를 같이 한 욕구해소용 상대 정도인 것처럼 느껴진다.

"누나, 레모네이드 마실래요?"

"응."

"예브게냐 씨는요?"

"나도."

인스턴트는 좋아하지 않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

수현이 쇼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기 전에, 정하의 가슴에 드러난 낙인에 가볍게 키스했다. 정하가 뺨을 찡그리며 웃었다.

타인의 절대적 지배를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예브게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저렇게 친근하게 굴지만, 수현이 죽으라고 명령하면 그대로 자살해버릴 수밖에 없는 정하다. 만약 예브게냐가 수현에게 종속된다면…….

수현, 포식자의 실체를 떠올린다.

다시금 등골이 서늘해지며, 묘하게 몸이 달아올랐다.

유전자에 새겨진 암컷으로서의 본능이, 강한 수컷에게 굴종하고 그의 것이 되어 복종하라고 속삭였다. 그의 강력한 힘에 반항조차 할 수 없게 제압당하고, 그의 물건을 받아내며 진하기 짝이 없는 정자를 받아내면…… 멋대로 팽창하는 상상 때문에 예브게냐가 머리를 홰홰 저었다.

아까 차 안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행위의 여파에 잔뜩 고조되어 짐짓 거만하게 앙탈 부리던 예브게냐에게, 수현이 방금 정액을 짜낸 자신의 물건을 빨아 깨끗하게 하라고 했다. 자신의 애액과 수현 자신의 정액으로 더러워진 물건이었다.

예브게냐는 단연코, 남자의 육봉을 입에 댄 적이 없었다.

싫다고 했지만, 수현은 예브게냐를 자신의 정신지배로 꼼짝할 수 없이 제압하고는, 입안에 밀어넣어 강제로 빨게 했다. 육체가 자신의 의지를 벗어난 무력감과 공포를 예브게냐는 처음 느꼈다. 동시에, 자신이 항거할 수 없는 수컷에게 범해진다는 사실이 그녀를 흥분시켜서, 나중에는 스스로 그의 물건을 열심히 핥고 빨았다. 상처럼 주어지는 수현의 정액을 꼴깍꼴깍 삼키며 그에게 교태를 부렸다. 수컷에게 아양을 떠는 암컷이었다.

문득 정하가 부러워졌다. 정하는 결코 수현을 벗어날 수 없다. 영원히 그의 품에서 교태를 부려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과 같았다.

"부러워?"

문득 정하가 말했다. 예브게냐는 당치 않다는 듯 경멸의 눈으로 흘끗 쳐다보고는 콧방귀를 끼었지만, 정곡을 찔려서 움찔한다.

"난 매일매일 주인님께 안겨. 오늘밤도 그럴 거고. 부러워?"

정하는 놀리듯 말한다.

"나랑 주인님이 다정해서 부러워?"

"흥. 내 눈엔 노리개로 보이는데. 노예로 전락한 자신이 그렇게도 자랑스러워?"

정하가 눈을 휘며 웃더니 예브게냐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예브게냐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멘탈마스터였던 시절, 누구도 그녀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기에 가까이 살을 마주댄 것은 최근의 수현 뿐이었다. 하지만 정하 또한 스스럼 없이 동등한 강자로서 그녀의 사적 공간을 드나든다. 정하의 고혹적인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같은 여자지만 예브게냐는 움찔하고 말았다.

"난 주인님을 사랑하거든."

그 말에 예브게냐가 멍하니 정하를 보았다.

"너도 솔직해져봐. 꼬맹아."

그리고는 정하가 짖궂게 웃으며, 귀엽다는 듯 예브게냐의 뺨에 쪽, 입맞추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정하에게는 예브게냐 또한 수현과 다를 바 없는 꼬마인 것이다.

예브게냐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무어라 반론하려는데, 수현이 레모네이드를 쟁반에 올려 다가오고 있었다. 정하가 일어나 수현에게 다가갔다.

"주인님."

"왜요?"

정하가 수현의 쟁반을 받아 쇼파 앞 테이블에 두고는, 수현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했다. 예브게냐에게 과시하면서, 수현의 귓불을 핥으며 속삭인다.

"앗, 갑자기……."

"사랑해요. 주인님."

그녀의 속삭임에 수현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다. 부끄럽다는 듯, 그리고 고백이 기쁘다는 듯 정하의 허리를 감싸 안아 하체를 밀착시키며 키스했다. 예브게냐는 둘의 애정행각에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하도 수현도, 정말로 키스를 좋아한다.

어느새 정하와 수현의 옷이 벗겨지고, 거실에서 알몸으로 엉키기 시작한다.

정하는 수현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듯 입술로 수현의 목덜미를, 가슴을 할짝이며 이따금 키스마크를 새겼다. 수현은 정하의 애무를 받으면서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주물렀다가, 손끝을 뻗어 엉덩이 사이의 구멍을 희롱했다.

정하는 수현이 국문을 건드리자 움찔, 하더니, 더 해달라는 것처럼 엉덩이를 흔들며 교태를 부렸다. 그녀의 반응에, 수현이 손가락을 구멍 속으로 삽입했다. 이미 뒷구멍이 개발된 정하는 쾌락의 신음을 흘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예브게냐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잔뜩 붉어져 있으리라.

수현과 눈이 마주쳤다.

수현이, 미안하다는 듯 쓰게 웃으며 사과의 의미로 가볍게 턱짓했다.

예브게냐는 절대 저 둘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내심, 수현이 그녀를 불러들이기를 기대했다. 지긋지긋한 흡혈귀와 함께여도 좋으니, 그녀 못지 않게 수현의 사랑을 받고 싶다. 그의 키스를 받고 싶다. 하지만 수현과 정하는 둘만의 세계에서 애정을 나누고 있었다.

수현이 쇼파에 앉고, 수현의 허벅지 위에 올라탄 정하가 그의 육봉을 질 가득 품었다. 삽입한 것만으로도 정하는 가볍게 가버렸는지 흐느끼는 기색이다. 그 광경을 보는 예브게냐의 꽃잎도 차츰 젖어든다.

정하가 예브게냐를 바라보며, 도발하듯 웃는다.

그녀에게서 수현을 빼앗을 수 없다는 듯이.

예브게냐가 입술을 깨물었다. 수현의 남근을 꽃잎으로 꽉 물고서 허리를 흔들어대는 정하의 자리에 자신이 있기를 바랐다.

"수현."

예브게냐가 말했다.

"수현!"

수현이 고개를 돌려 예브게냐를 쳐다보았다. 정하 또한 수현의 허벅지 위에 앉아 성기를 연결시킨 채, 수현의 목을 끌어안으며 나른하게 예브게냐를 쳐다본다.

예브게냐가 입을 열기 전에 숨을 골랐다. 순간, 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공백의 시간이 지루하다는 듯, 정하가 그 자세 그대로 질근육을 조였다 풀며 수현을 자극하는 것이다. 정하가 배시시 웃는다. 못이기겠다는 듯 수현이 정하의 아랫입술에 가볍게 입맞춘다.

예브게냐가 말했다.

"날 물어."

"네?"

"날 네 노예로 만들라고."

"……."

수현이 갸웃했다.

"내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 해. 이런 기회 흔치 않으니까."

당당한 내용과는 달리, 목소리는 잔뜩 기죽은 듯한 어조였다. 예브게냐는 그녀 자신도 스스로가 한심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노예로 만들어달라고 애원하는 멘탈마스터. 코미디다.

수현이 정하를 밀어냈다. 정하가 아쉽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며 몸을 일으킨다.

"갑자기 왜 그래요?"

수현이 예브게냐에게 다가갔다. 발기한 남근이 덜렁거리는데도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다. 그 커다란 육봉이 코앞에서 흔들거리자 오히려 예브게냐가 평정을 잃을 것 같다. 저 살덩이가 그녀를 찍어누르던 쾌감을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일단, 나 좋아해요?"

순수한 물음이었다. 예브게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자식이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좋아한다는 말 따위, 섹스하면서도 충분히 했다.

"내 노예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요?"

예브게냐가 멍하니 수현을 올려다보았다.

수현이 묘하게 웃는다. 그 눈에서 예브게냐는 다시금, 짐승을 발견하고서 전율한다.

"내 노예는요……."

수현이 속삭였다.

"정하 누나."

"응, 주인님."

[손을 허리 뒤로 돌리고 손목을 겹쳐요. 손을 사용하지 말아요. 수갑을 찬 것처럼.]

수현의 명령에, 정하의 양손이 그녀의 허리 뒤로 돌아갔다. 종속의 낙인이 희미하게 빛난다. 노예는 주인의 명령에 굴종했다.

[이제 발로 바닥을 밟지 말아요. 무릎을 사용해요.]

정하가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얼굴은 묘한 열기로 가득차, 수현이 명하는 것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이리 와요. 빨리."

정하가 수현에게 기어왔다. 양손을 뒤로, 무릎을 통해 바닥을 짚어 걸어야 했기에, 무릎의 고통 때문에 결코 빠르게 갈 수 없었다.

정하는 결국 균형이 흔들리며 바닥으로 형편 없이 널부러졌다. 무릎만으로 일어서려 낑낑거렸지만 쉽지 않아, 결국 엎드려진 채 애벌레처럼 굴욕적으로 수현에게 기어온다. 그녀의 젖가슴이 바닥에 짓눌리며 바닥을 온몸으로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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