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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나라를 팔았습니다-19화 (19/131)

#19

그러면서 느릿하게 몸을 기울인 에녹이 서서히 아래에 깔린 여체 위로 무게를 싣는다. 배꼽과 배꼽이 맞닿는 감촉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민망했다.

중간에 얇은 옷감이 방어막처럼 끼어 있음에도 각지고 꿈틀거리는 에녹의 존재감이 똑똑히 느껴졌다.

“어어, 어어어…….”

이즈음 완전히 작동을 멈춘 세라의 이성은 그를 밀어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에녹이 이미 그녀의 다리 사이에 들어와 묵직한 하체를 꾸욱 눌러대고 있었다.

“어, 어, 언제……?”

어느 틈에 이렇게 되어 버린 거지?

제 다리가 벌어지는 줄도 몰랐던 세라는 그저 놀라워할 뿐이었다.

“재촉하지 마-.”

시작부터 많이 뒤틀린 대화는 이제 와서는 절대 정상 범위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끝이 생략된 문장을 언제 넣어 줄 거냐는 재촉으로 해석한 에녹이 진정하라며 세라의 골반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작은 몸이 꼭 맞춘 것처럼 그의 손에 착 맞아 들었다. 에녹은 그 감촉이 마음에 드는 듯 손끝에 감기는 말캉한 여체를 주물럭거렸다.

“젖어야 넣지.”

함부로 삽입을 입에 담는 목소리가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너무 달아서, 귀가 썩어 버릴 것 같았다.

음란한 발언을 내뱉은 그가 남은 손으로 이미 뒤집혀 의복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세라의 치맛자락을 들쳐 올렸다. 그러면서 맞닿은 아래를 뭉근하게 비벼 올렸다.

“……!”

세라의 다리 사이로 뜨거운 물건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얇은 옷감 너머로 잔뜩 성이 난 성기가 금방이라도 그것을 뚫고 나올 듯 꿈틀거렸다.

에녹이 두 손으로 잘록하게 들어간 세라의 허리를 붙들었다.

그가 손을 넓게 펼치자 마주 보는 두 엄지가 만날 듯 말 듯 가까워졌다.

“진짜 작아.”

기꺼운 듯이 혼잣말을 지껄인 에녹이 삽입이라도 한 것처럼 허리를 쳐올렸다.

“아응……!”

그 한 번의 움직임만으로, 세라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의도하지 않은, 지극히 본능적인 흐름에서 튀어나온 것이었다.

“……!”

깜짝 놀란 세라가 두 손으로 황급히 제 입을 틀어막았다. 도저히 자신이 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야릇한 목소리였다. 낭패라는 듯이 미간을 좁힌 그녀가 질끈 두 눈을 감았다.

‘들었을까…?’

들었겠지! 그렇게 크게 소리쳤는데!

자기가 듣기에도 가증스러울 정도로 간드러진 신음이었기에, 세라의 두 귀가 급격히 붉게 물었다. 쪽팔려…! 이를 악다문 세라가 곧이어 들려올 에녹의 헛소리를 대비했다.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에녹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분명, 꼴사나운 신음을 빌미로 질 낮은 농담 몇 마디 걸어올 때가 되었는데도 말이다.

“…….”

왜 이렇게 조용하지?

답지 않은 침묵에 의아함을 느낀 세라가 힐끗, 에녹을 올려다본 바로 그 순간.

“으읍!”

고개를 돌리자마자 그대로 입술을 잡아먹혔다.

“……!”

그에, 세라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크게 뜨여졌다.

세라를 덮치듯 내리누른 에녹이 완전히 그녀를 깔아뭉갰다. 제대로 자세를 잡은 그는 방금 전보다 더 무게를 실어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어떨 때는 강하게, 어떨 때는 애태우듯 뭉근하게 허리를 돌려댔다. 세라의 옷 아래로 파고든 손이 가슴을 움켜쥐고 부드럽게 주물럭거렸다.

그는 주먹을 쥐었다 펼 때마다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보드라운 살덩이가 마음에 든 듯 뜨거운 숨을 후욱, 내쉬었다.

여유로운 몸짓과는 다르게 입 안을 헤집는 혀는 다급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그녀의 모든 신음을 약탈하려는 포식자처럼 입을 맞추는 중간중간 이를 드러내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느리고,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아찔한 감각이 동시다발적으로 세라의 성감을 일깨웠다.

정신을 차릴 틈 없이 쏟아지는 생경한 감각 속에서, 세라는 속절없이 휩쓸렸다.

‘뭐지…? 이게 대체 뭐야…!’

평생 쓸 곳이 없었던 성감이 깨어나는 감각이란 가히 경이로운 것이었다.

한 번이라도 에녹과 맞닿은 적이 있는 자리엔 꺼지지 않은 불꽃이 붙은 듯 뜨거웠다.

그녀가 아무리 경험이 없어도, 일단 기본적으로 남녀 사이의 그렇고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라가 간접적으로 건너 들은 어느 이야기에도 성교가 이렇게 뜨거운 것이라는 말은 없었다.

그중 가장 놀라운 점은 상대가 에녹 소서임에도 불쾌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이렇게 말하면, 그녀가 육욕에 잠식된 음란한 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세라는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누구라도 지금 그녀의 입장이 되어 보면 불가항력이 무엇인지 똑똑히 체험할 것이다. 자신을 죽인 원수? 희대의 영웅? 재수 없는 새끼? 에녹 소서를 지칭하는 그 모든 수식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침대 위의 그는…. 자극적이었다.

너무 자극적이어서 절로 야하다는 말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과거의 세라는 남성의 몸을 보고 이런 식의 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 이외에 그녀가 겪고 있는 남자를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욕정을 품은 그의 손길은 수풀을 가르는 뱀처럼 소리 없이, 하지만 유영하듯 매끄럽게 세라의 전신을 쓸어내렸다. 닿아 오는 체온이 처음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뜨겁다. 그는 세라를 자신과 같은 온도로 만들고 싶은 사람처럼 끈질기게 그녀를 애태웠다.

구불구불 기어든 열기가 에녹이 이끄는 손길을 따라 배꼽 근처로 모여들었다.

형체가 있는 것처럼 존재감을 부풀리는 열기 때문에 세라는 자꾸만 아랫배가 조여드는 듯한 환촉에 시달렸다.

그렇게, 그녀의 몸속에 옮겨붙은 열기가 순조롭게 한곳에 모여들었을 즈음-.

에녹이 힘주어 세라의 배꼽 바로 위, 모여든 열기가 뭉쳐 있는 지점을 꾸욱, 눌러 버렸다.

“하으응!”

그와 동시에 심지에 붙은 불이 단번에 터져 나간다.

팡, 하고 터져 나온 전류가 세라의 다리 사이를 격추했다.

배꼽 선을 타고 흘러내린 전류는 있었는지도 몰랐던 세라의 깊숙한 동굴 속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가녀린 다리 사이. 그보다 더 안쪽, 아까부터 안타까운 듯이 발발 떨리던 내벽이 마침내 도달한 열락에 전율했다.

“아아앙!”

그에 세라의 허리가 크게 휘었다. 다리 사이에서 뜨거운 물기가 팍, 하고 터진다.

명확히 그런 감촉과 함께 다리 사이가 축축해졌다. 둥글게 휘어진 허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애매하게 벌어져 있던 다리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아으으으……!”

발끝을 확 구부린 세라가 길게 앓는 신음을 내질렀다. 급류의 물살처럼 다리 전체가 엉망으로 경련을 해 댔다. 배꼽에서 다리 사이, 그곳에서 발끝까지 한데 이어진 것처럼 전류가 흘렀다. 타닥타닥. 하반신에 산발적으로 불꽃이 튄다. 그때마다 눈앞이 번쩍번쩍 점멸했다.

생애 처음 맞이한 절정은 그만큼이나 강렬한 것이었다.

“와-.”

그 감격스러운 첫 순간을 함께한 에녹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세라가 허리를 튕겨 올릴 때부터 입맞춤을 멈춘 그는 훌륭하게 달아오른 여체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벌써 갔어?”

밤 생활을 한 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은어에 세라가 불만스럽게 미간을 좁혔다.

아까부터 자꾸 가긴 어딜 간다는 거야….

자신이 절정에 오른 줄도 모르는 세라는 허덕이며 함부로 신음을 내지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저, 아직도 허리에 흠칫흠칫 들러붙는 열기가 간지럽다고만 생각했다.

“엄청, 민감하네.”

세라의 몸이 징징 울릴 정도로 낮게 뇌까린 에녹이 무방비하게 드러난 여체를 쓸어 올렸다. 닿을 듯 말 듯 다가온 손가락이 아래에서 위로, 그녀의 몸을 그어 올린다. 그에 산발적으로 퍼져 나간 열락이 다시 에녹의 손가락 아래로 모여들었다. 그 열기는 또 다른 분출구를 찾듯 두둥실 떠올라 세라의 명치로, 갈비뼈 사이로, 가슴으로 이동했다.

그리하여, 느릿하게 기어오른 손끝이 툭, 치켜든 턱을 건드렸을 때-.

“……!”

팍, 하고 또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입을 틀어막은 손등 위로 뜨거운 물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뭐가 나온 거지. 세라가 혼미해진 눈을 억지로 붙들어 제 손등을 확인했다.

“……허으-.”

코피였다.

“하하!”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선혈에, 에녹이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뭘 또 그렇게까지…….”

세라의 코피를 본 에녹이 뿌듯함과 쑥스러움이 절반씩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녀에게로 더 가까이 몸을 숙인 그가 다정히 코피를 닦아 주었다.

“가끔 감격해서 우는 애들이 있기는 했는데, 이건 또 나름대로 신선하네.”

꼼꼼히 얼굴을 훔쳐 준 에녹이 침대 위로 다른 경험을 끌고 들어왔다.

그냥 일상을 나누듯 스스럼없는 게 문란한 생활을 감출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였다.

“……!”

굴러다니는 천 쪼가리에 피를 닦아 낸 그가 세라의 발목을 잡아 가차 없이 옆으로 활짝 벌렸다.

훤히 드러난 아래에 바람이 불었다. 그와 동시에 아직도 발씬거리는 구멍 속으로 길쭉한 무언가가 쑤욱 파고들었다. 에녹의 중지였다.

“흐?!”

손등이 닿을 정도로 제 손가락을 깊숙이 밀어 넣은 에녹이 무언가를 시험하듯 손가락을 깔짝거렸다. 찌걱. 찌걱. 민망한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속을 들쑤시는 움직임에 겨우 진정되었던 아래가 다시 들뜨기 시작했다.

“으읏!”

그 감각을 견디지 못한 세라가 발끝을 와락 구부리며 다리 사이에 잔뜩 힘을 주었다.

하-.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쉰 에녹이 예고도 없이 손가락을 뽑아냈다.

“이것 봐.”

그리고 전리품을 자랑하듯 그녀의 눈앞에다 대고 흔든다.

밝은 햇살을 받아 성스러워 보이는 손가락이 온통 물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세라가 충분히 확인할 시간을 기다려 준 에녹이 그 손가락을 여봐란듯이 핥아 먹었다.

그러면서 속삭인다.

“젖었네. 흠뻑.”

“……!”

그 목소리는 형체가 있는 것처럼 세라를 덮었다.

왼쪽 귓가에서부터 시작된 소름이 어깨를 타고 아래로 퍼져 내렸다. 진저리를 친 세라가 어깨를 움츠린 사이, 상체를 일으킨 에녹이 머리를 쓸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좀 좁기는 한데. 이 정도면 들어갈 것 같아.”

뭐가?

라고 생각할 새도 없이 훌렁, 그가 바지 앞섶을 끌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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