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세라의 내벽은 방금 전까지 정신없이 아팠던 탓인지 잔뜩 메말라 있었다.
하지만 푹 익은 속살은 놀랄 만큼 부드러워서, 아무런 저항 없이 에녹의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고열을 머금고 있는 안쪽이 뜨거운 것을 넘어 녹여 버릴 기세로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을 꾸욱, 조여 왔다.
그 덕에 홀로 다른 체온을 품고 있는 손가락의 이물감이 더욱 생생히 느껴졌다.
“으, 차…!”
다리 사이로 파고드는 서늘한 기운에 놀란 세라가 몸을 움츠렸다.
“응. 차가워.”
에녹이 어르는 말투로 세라가 하려던 말을 대신 끝마쳐 주었다.
“흐…….”
그에 허벅지를 바짝 오므린 그녀가 발끝까지 꾸욱 힘을 주었다. 제 안에 들어온 낯선 이물감을 내보내려는 것이다.
“피하지 마. 살려 주는 중이잖아.”
하지만 에녹은 깊이 쑤셔 넣은 손가락을 빼 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입 맞출까?”
대신, 세라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켰다.
곧장 입을 맞춘 에녹이 세라의 입술을 열어 성스러운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
원하는 걸 얻어 낸 세라가 반색을 하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힘없는 고개가 휙 넘어갔지만 에녹이 놓치지 않고 따라붙었다. 허겁지겁 에녹의 입 속으로 쳐들어간 세라가 아까처럼 두툼한 혀를 끌어다 쪽쪽 빨아댔다.
“흐음, 으음, 으으응.”
답답한 고열을 씻어 내려주는 상쾌한 감각에 세라의 입에서 연신 만족스러운 신음이 샜다.
그녀는 다시 찾은 안식을 또 빼앗길까 봐 에녹이 도망가지 못하게 두 손으로 그의 멱살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에녹은 세라가 자신을 잡기 편하도록 상체를 구부리면서, 현란하게 혀를 놀려 그녀의 혼을 쏙 빼놨다.
점점 경계심을 풀어낸 세라는 바짝 긴장하고 있던 몸을 서서히 이완시켰다.
그때까지도 딱 박혀서 떨어지지 않던 차가운 손가락이 갈고리처럼 구부러지며 내벽을 함부로 들쑤셨다.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은 뭔가를 찾는 것처럼 구불구불한 입구 끝을 연신 긁어댔다.
“흐응, 후으음-.”
배 안쪽이 간질거리는 느낌에 세라가 약하게 허리를 튕기며 바르작거렸다.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아까처럼 적극적으로 밀어내거나 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방어로 무릎만 슬쩍 세워 둔 그녀는 에녹의 손가락이 마음껏 제 안쪽을 희롱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때, 바깥에 있던 에녹의 엄지가 능숙하게 둔덕을 벌려 클리토리스를 뭉갰다. 그러고는 안쪽에 쑤셔 넣은 중지와 동시에 움직였다.
그렇게 몇 번 만져 주자, 빡빡하던 안쪽이 금세 흐물거리며 풀어졌다. 움직임이 한층 수월해진 에녹이 추삽질을 하듯 손을 들썩여 마음껏 내벽을 휘저었다.
하지만 아무리 깊이 쑤셔도, 세라에게서는 기대했던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더 깊이 숨어 있나.
그렇게 생각한 에녹이 자세를 다시 잡기 위해 끝까지 집어넣은 손가락을 뒤로 물렸다. 그러다 손가락을 반쯤 빼냈을 때, 구불구불한 내벽 사이 홀로 굴곡 없이 매끈한 지점이 느껴졌다.
“……?”
유난히 매끈한 감촉을 느낀 에녹이 손가락을 구부려 그곳을 슬쩍 갉작였다.
“흐아!”
그와 동시에 세라의 허리가 펄쩍 튀어 올랐다.
메말라 있던 내벽이 찔걱. 물소리를 뱉어 냈다.
너무나도 정직하게 녹아내리는 반응에 에녹이 허탈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여기야?”
열심히 찾아 헤맸던 게 무색하게도, 세라의 극점은 손가락을 전부 쑤셔 넣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뭐 이렇게 얕아?”
너무 쉽잖아.
손가락만 넣으면 누구라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대놓고 드러나 있는 약점에 에녹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허탈한 미소를 지은 그가 방금 찾아낸 매끄러운 내벽을 빠르게 비벼 올렸다.
“아, 흐, 아, 흐아, 아!”
그의 손가락이 구부러질 때마다, 세라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찌릿한 쾌감을 참지 못한 그녀가 두 다리를 확 오므리며 끙끙 앓았다.
그러면서도 세라는 에녹에게서 입술을 떼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래로는 도망치고 싶은 것처럼 다리를 모으고 허리를 뒤틀면서, 위로는 제게 그 고난을 안겨 준 남자에게 매달려 생명을 갈구했다.
“귀엽네.”
투명하리만치 선명한 탐욕에 에녹이 낮게 실소했다.
그는 그즈음의 세라가 더 이상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굳이 나눠 주던 숨을 거두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리 열어 주면, 줄게.”
오히려 세라가 원하는 것을 미끼로 음란한 요구를 해 왔다.
“으, 으응…….”
그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세라가 힘겹게 다리를 열어 주었다.
크림처럼 새하얀 허벅지 사이의 비밀스러운 곳이 훤히 드러났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메말라 있던 음부가 이슬을 머금은 꽃처럼 그새 흠뻑 젖어 있었다.
“옳지.”
그 모습을 흐뭇하게 감상한 에녹이 멈췄던 입맞춤을 다시 이어 나갔다.
“자, 원하는 만큼 가져가.”
그리고 약속대로, 세라가 환장하는 청량한 숨을 양껏 쏟아부어 주었다.
“으, 으음-.”
에녹은 그녀의 입술이 제게 와 닿자마자 질척해진 구멍 속으로 손가락 두 개를 더 쑤셔 넣었다. 그러고는 적응할 새도 주지 않고 처음부터 강하게 약점을 들쑤셨다.
묵직해진 손끝이 딱 좋을 정도로 자극당하고 있던 내벽을 인정사정없이 긁어내렸다. 굳이 힘들여 끝까지 쑤셔 넣지 않아도 되어서, 에녹은 더 수월하게 세라를 괴롭힐 수 있었다.
근질근질 주변을 배회하고 있던 성감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변해 세라를 찔렀다.
“으응! 하으으, 켁, 케흑!”
화들짝 놀란 그녀가 먹던 것도 뱉어 내며 크게 사레가 들렸다.
그녀가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키는 사이, 에녹이 능숙하게 손목을 튕겨 추삽질을 해댔다. 분명 처음에는 빠듯했는데, 밑 준비가 끝나 풀릴 대로 풀려 버린 입구는 금세 흐물흐물하게 늘어져 손가락 세 개도 무리 없이 꿀떡 받아먹었다.
버거울 정도로 밀려드는 쾌감을 견디지 못한 세라가 크게 몸을 뒤틀었다.
발바닥으로 땅을 지지한 채, 지독할 정도로 한 곳만 쑤셔 박는 침입자를 피해 허리를 높이 휘어 올렸다.
“으, 아, 안, 드, 안…!”
하지만 집요하게 따라붙은 에녹이 한층 더 강한 힘으로 같은 곳을 푹푹 찍어 올렸다.
여전히 클리토리스를 희롱하는 엄지로는 단단해진 돌기를 눌러 터뜨릴 것처럼 함부로 짓이기는 중이었다.
“아, 흐, 아, 흐앗!”
짧게 끊어 내지르는 신음은 차라리 고통에 가까울 정도로 다급해 보였다.
세라가 내지르는 비명에 맞춰 아래에서 투명한 애액이 철퍽, 철퍽, 튀어 올랐다. 이쯤 되면 한 번 정도는 쉬어 줄 만한데, 집요하게 파고드는 손길이 다분히 악의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뿌리치기에는 배 속이 조여드는 감각이 나쁘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세라가 그저 에녹의 멱살을 붙잡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
찌걱. 찌걱. 찌걱.
다리 사이에서 찰박이는 물소리가 났다. 몽롱한 정신으로도 적나라한 소리가 귓가에 닿는 게 부끄러웠다.
그사이 완전히 말캉하게 풀어진 극점은 누르기만 해도 애액을 쭉쭉 뱉어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올 듯, 말 듯, 경계에 선 채 들쭉날쭉하던 쾌감이 임계점을 넘어선 것은 그 순간이었다. 급속도로 몸집을 불린 쾌감이 술렁이며 배꼽 아래로 모여들다가.
“흐아!”
에녹이 마지막으로 강하게 긁어내린 순간 팍, 하고 터졌다.
“아, 흐으, 으으응……!”
짐승처럼 길게 신음한 세라가 발끝을 곱은 채 아랫배를 꾸욱 힘주어 조였다.
내벽 깊은 곳에서 뜨거운 액체가 왈칵 쏟아져 내리는 감각이 선연했다. 폭발과 함께 극도로 응축되어 있던 쾌락이 전류가 되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허벅지 안쪽이 파르르 떨리고, 와들와들 떨리던 배 속은 완전 진탕이 되었다.
절정이었다.
호흡조차 멈춘 세라가 오랫동안 흠칫, 흠칫, 튀어 올랐다.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포근한 고양감에 취해 있던 그녀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다.
욕심껏 빨아먹은 만큼 높이높이 날아올랐던 정신이 딱 그만큼 충돌해 산산조각이 났다. 그 충격이 너무나 강렬해서, 세라는 뭍으로 건져 올려진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에녹은 제 손으로 하늘에 날려 보낸 세라를 손수 땅바닥에 처박은 후에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자유를 되찾은 세라가 몸을 둥글게 말았다. 이성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서도 시트를 끌어당겨 얼굴을 가린다. 지극히 본능적인 자기방어였다.
굴에 머리를 처박은 짐승처럼 스스로를 가둔 그녀는 쉽사리 식지 않는 여운을 원망하듯 낑낑거렸다. 아직도 손가락이 헤집던 극점이 무언가에 자극당하고 있는 환촉이 느껴졌다.
“저번에도 생각했던 건데, 노예야….”
그때, 에녹이 진지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넌 대체 이걸 왜 싫어하는 거야?”
이렇게 잘 느끼는데.
본의 아니게 타인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하게 된 영웅이 의문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달리 있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제 노예가 딱 그 짝이었다.
“어쩌면 다행이지. 우리의 수요가 맞아서.”
담담하게 읊조린 에녹이 제 바지춤을 열어 그 안에 든 걸 덜렁 꺼내 들었다.
언젠가 세라가 보고 기겁을 했던, 그의 페니스였다.
그의 하반신에 달린 물건은 딱딱하게 부풀어 하늘 높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그 상태였는지, 성질 더럽게 생긴 귀두 끝에는 투명한 선액이 진주처럼 동그랗게 맺혀 있었다.
“그러니까 날 너무 원망하지는 마.”
당사자는 결코 듣지 못할 경고를 읊조린 에녹이 세라를 괴롭히던 손으로 제 살 기둥을 몇 번 추어올렸다.
찌걱. 찌걱. 메마른 페니스가 젖은 소리를 내며 세라의 것으로 젖어 들었다.
“다-. 널 위해서 하는 짓이거든.”
세라에게 다가간 에녹이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듯 새하얀 엉덩이를 제 페니스로 비비적거렸다.
이렇게 가까이에 대고 보니, 자그마한 체구에 비해 제 성기가 조금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괜찮겠지.
그의 노예는 손가락으로 몇 번 쑤셔 준 것만으로도 쉽게 가 버리는 남다른 재능의 소유자니까.
세라가 머리는 싫다고 하면서도 몸은 솔직한 녀석이라 다행이었다.
“으으으…….”
때마침 죽은 듯이 엎어져 있던 세라가 괴로운 신음을 앓기 시작했다. 그거 잠깐 떨어져 있었다고 다시 열이 오르는 모양이다.
기꺼이 부름에 응한 에녹이 웅크린 채 헐떡이는 몸을 제 앞으로 쭉 끌어당겼다. 손바닥에 와 닿는 체온이 뜨겁다. 저런, 하고 과장스럽게 탄식한 에녹이 한 줌이나 될 법한 허리를 붙잡아 올렸다.
“내가, 열심히 간호해 줄게.”
다정히 속삭인 에녹이 그새 꽉 다물린 둔덕 사이로, 번들거리는 귀두를 밀어 넣었다.
비좁은 입구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을 음미하며, 에녹이 포식을 앞둔 맹수처럼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