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하! 흐, 으, 아아-.”
꼼짝없이 깊은 곳을 찔리게 된 세라가 울음 섞인 신음을 내질렀다.
그녀는 짐승이 제 허리를 부술 듯이 온 체중을 실어 짓쳐 들 때마다, 잘린 호흡을 겨우 뱉어 내며 연명했다.
납작하게 깔려 있는 자세 때문에, 아플 정도로 단단한 선단이 자궁구를 쾅쾅 찧어대는 게 생생히 느껴졌다. 가끔 짐승이 힘 조절을 하지 못하고 유난히 깊이 들이닥칠 때면, 바닥에 닿은 뱃가죽이 다 들썩거렸다.
이래서야 정말로 말뚝에 박히는 기분이었다.
짐승은 세라를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고정한 채 그녀조차 잘 모르는 여리고 깊숙한 곳을 제멋대로 쑤석거렸다.
잔뜩 성이 난 근육질의 몸이 그녀의 엉덩이를 체벌하듯 깔아뭉개면, 쇠몽둥이처럼 딱딱한 살 기둥이 세라의 깊은 곳을 뚫어 버리고 싶은 것처럼 콱 짓뭉갰다. 그러면 세라의 배 속은 마치 종이 울리는 것처럼 징징 울리며 안으로, 안으로 조여들었다.
그 과정이 다시 처음부터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에녹은 달군 쇠를 두드리는 장인처럼 집요하게 같은 곳을 계속해서 찍어 댔다.
세라는 그때마다 얻어맞은 곳에서 불꽃이 탁탁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제 몸이 오로지 그 한 점을 향해 여러 차례 조여들었다.
아랫배가 뻐근해질 정도로 수축하는 감각은 아슬아슬했다. 꼭 누군가 활시위를 팽팽히 잡아당긴 채 그녀의 약점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람도, 그것을 맞아야 하는 사람도 모두 본인이라는 게 아이러니했다. 화살을 맞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화살을 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은 이율배반적인 흥분이 세라의 척추를 오싹하게 달구었다.
쩍, 쩍, 쩍, 쩍.
그사이 착실하게 자극당한 내벽이 쉼 없이 애액을 내뿜었다. 안쪽에 고인 찐득한 애액이 선단에 들러붙어 늘어났다 뭉개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려 퍼졌다.
“으응! 으, 으으, 으으읏……!”
점점 고조되는 쾌감을 느끼며, 세라의 신음이 조금씩 길어진다.
그러다 결국.
끝까지 붙들고 있던 활을 놓아 버렸다.
“흐으아아아아……!”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정확히 그녀의 자궁에 명중했다. 세라는 사냥 당한 짐승처럼 길게 울부짖었다.
“흐으으, 으으, 흐으으응!”
고개를 시트에 처박은 세라가 무릎을 모아 몸을 둥글게 웅크렸다. 발끝이 곱아들고, 그녀의 온몸이 다리 사이에 든 것을 짜부라뜨릴 기세로 경직되었다.
속살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작된 경련이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황홀경에 이른 세라가 야릇한 신음을 끊어 뱉을 때마다 추위에 떠는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첫 경험, 첫 삽입, 첫 오르가슴을 동시에 겪었으나 열과 쾌락에 짓이겨져 녹진녹진해진 머리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숨 쉬어야지.”
“으음-.”
그저 입술을 벌리고 불어넣어지는 숨을 허겁지겁 받아 마실 뿐이었다. 바라 마지않던 해갈의 순간. 세라는 한껏 입술을 벌려 달콤한 맛이 나는 혀를 받아들였다.
“자, 이제 다시 해 볼까?”
겨우 갈증을 축인다 싶었는데, 어르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몸이 돌아갔다.
다시 다리가 벌어진다.
“흐응-.”
이끄는 대로 끌려간 세라가 낮게 칭얼거렸다.
절정과 해갈을 동시에 해결한 육체가 빠르게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발목에서부터 올라붙은 차가운 손이 천천히 세라의 몸을 쓸어 올린다.
차가워. 기분 좋아.
지극히 원초적인 감상을 중얼대며, 세라가 스르륵 눈을 감았다.
***
지긋지긋한 열이 조금씩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진짜, 뒤지는 줄 알았네…….’
의식을 되찾는 중인 세라는 제 몸이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와 비교하면 결코 최상의 몸 상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력하게 견뎌야 하던 때에 비하면 감지덕지였다.
“으응.”
입에서 의도치 않게 잠꼬대가 샜다.
몸을 뒤척이지도 않았는데 왜 소리가 나왔지. 잠시 의문을 가졌으나, 세라는 그보다는 대체 무슨 약을 썼기에 제 몸이 이리도 좋아졌는지 궁금해졌다.
피를 토하고 쓰러진 뒤, 어렴풋이 죽는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그 말을 한 사람도 그 이후의 일도 기억이 희미했다.
뭔가. 굉장히 중요한 걸 잊어버린 기분인데…….
“흐으-.”
아쉽다는 생각이 들자 또 소리가 샜다.
오늘따라 잠꼬대가 심하군. 세라는 아프니 별 증상이 다 나타난다며 가볍게 넘겼다.
다시 정신을 집중해 안개가 낀 듯 흐릿한 기억을 헤집어 본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만 느껴질 뿐 이렇다 하게 손에 잡히는 건 없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기억이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한 세라는 굳이 잊힌 기억을 끄집어내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언제나 말했던 대로.
중요한 건 과정이 아니라 결과였으므로.
세라는 과정을 생략하고 제게 선물처럼 안긴 이 결과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아픈 게 나아서 그런가. 지독하게 앓았던 것에 비하면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른한 탈력감이 드는 게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분 좋은 고양감에 감싸인 세라는 고롱고롱 만족스러운 숨을 내쉬었다.
멀리서 헛손질을 하는 것 같던 감각이 서서히 선명하게 잡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흐……?”
세라는 문득 제 다리가 몹시 불편한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잠버릇이 요란하지 않은 편인데 어쩌다 이런 자세가 되었는지 허벅지 안쪽이 당길 정도로 다리가 벌어져 있었다. 심지어 한쪽은 허공에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것처럼 하늘을 향해 뻗은 채다.
그러고 보니 배 속이 유독 불편한 것 같은 기분이…….
뭔가 제 몸에 이변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철썩! 차진 소리와 함께 다리 사이에서 화르륵, 불꽃이 튀었다.
“흐아앙!”
반사적으로 신음을 내지른 세라가 두 눈을 번쩍 떴다.
“으으응-.”
눈을 뜸과 동시에 아랫배에 바짝 힘이 들어가며 다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자 맞물려야 할 곳이 맞물리지 않고 둔탁한 이물감을 꽉 조여 무는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흐, 흐으, 여기가 왜-.”
허억, 허억.
급한 숨을 몰아쉰 세라가 부릅뜬 눈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고 처음으로 마주한 광경이란…….
“일어났어?”
그녀의 위에 올라타 멀끔하게 웃고 있는 에녹과.
“……!”
도톰한 둔덕을 열어젖히고 제 안에 틀어박히는 중인 새빨간 살 기둥이었다.
“생각보다 늦게 일어났네.”
흥분한 숨을 헐떡인 에녹이 그 와중에도 허리를 늦추지 않고 들썩거렸다. 그때마다 징그러울 정도로 핏줄을 세운 성기가 세라의 다리 사이로 쑥쑥 잘도 틀어박혔다. 아무렇지 않게 보여지는 음란한 행위에 세라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다리 사이가 북북 긁힐 때마다 잠들어 있을 때 느꼈던 기분 좋은 탈력감이 간질간질 배 속에 고여 들었다.
이게 말이 돼?!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세라가 소리쳤다.
“이, 흐, 이거 뭐야!”
그녀를 경악게 한 ‘이거’는 지금도 충분히 버거운 이물감을 선사하고 있음에도 아직 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에 남은 부분이 상당했다.
“이거라니. 듣는 사람 섭섭하게.”
충격적인 상황에 비해 몹시 점잖은 반응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에녹은 그마저도 말이 심한 거 아니냐며 그녀를 타박했다. 섭섭? 지금 섭섭이라고 했나? 적절하지 않은 단어 선택에 어버버 거리던 세라가 혼이 빠져나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는 좋다고 들러붙어 놓고선.”
시선이 마주친 에녹이 애살스럽게 웃으며 세라의 복숭아뼈를 앙, 깨물었다.
“흐으응!”
그것만으로도 자극을 받은 허리가 급하게 활처럼 튀어 올랐다. 눈으로 확인하고 나자, 잠들어 있었던 시간만큼 축적되어 있던 쾌락이 한꺼번에 세라를 향해 들러붙었다. 에녹과 연결된 곳에서부터 뻗어 나온 수백 개의 손이 제멋대로 세라의 안쪽을 주물러댔다.
하지만 몸의 반응과는 별개로, 이제야 삽입을 인지한 정신은 다리 사이에 틀어박힌 이물감이 버겁다며 아우성쳤다.
“내가 언, 흑, 제!”
파드득, 떨리는 몸을 겨우 진정시킨 세라가 뒤늦게 앙칼진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발끝이 말릴 정도로 꾸욱 힘을 주어 에녹의 페니스가 더 안쪽으로 밀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밀어냈다.
내벽이 흥건할 정도로 젖어 있었던 덕분에 에녹의 페니스가 쉽사리 주륵 밀려 나갔다.
“방금.”
세라의 분노가 보이지도 않는지, 에녹이 코끝으로 도도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입술만 갖다 대도 아주 잡아먹을 듯이 쭉쭉 빨아댔잖아.”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아주 가관이다.
저놈이 지금 아파서 죽다 살아난 사람한테 무슨 모함을 하는 건가.
이마에 불룩 핏줄을 세운 세라가 본격적으로 따지고 들려던 그때-.
“흐아아읏?!”
퍽!
에녹이 그 순간을 기다린 사람처럼 거칠게 허리를 밀어 넣었다. 입구까지 후퇴했다가 질러 나간 그 한 번의 전진에, 모양이 느껴질 정도로 흉포하게 부푼 선단이 자신을 밀어내는 속 길을 억지로 열어젖히며 깊이 대가리를 찧어 박았다.
“……!”
예상치 못한 곳까지 꿰뚫려 버린 세라가 허리를 바들바들 떨어댔다. 크게 홉뜬 두 눈이 결합부를 향해 추락했다. 에녹의 샅에 제 갈라진 둔덕이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터럭 하나 없이 깨끗한 음부에 와 닿는 까슬한 음모의 감촉이 지나치게 선명했다.
“……?!”
도저히 보고 또 봐도 익숙해질 수가 없는 광경이다. 그게 다 들어왔다고? 에녹의 페니스가 얼마나 크고, 길고, 굵고, 징그럽게 생겼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 질릴 정도로 무섭게 생긴 살 기둥이 제 다리 사이에 박혀 있다고 생각하니 안 그래도 쿡쿡 쑤시던 깊은 곳에서 더 아릿한 통증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오, 이젠 다 들어가네.”
뿌리까지 깨끗하게 집어넣은 삽입이 본인도 신기했는지, 에녹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했다.
하아-. 낮은 한숨을 쉰 그가 시험 삼아 얕게 허리를 튕겨 안쪽을 쿡, 찔렀다. 헉, 세라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자기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열려 버린 곳을 밀고 들어오는 무게감이 상당했다.
“윽, 억, 너, 너어……!”
기다란 페니스를 전부 품은 배 속이 버겁고 무거웠다. 난생처음 겪어 보는 감각이라 어떻게 잘 표현이 안 됐지만, 누군가 방금 전의 일로 다시는 아래가 다물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럴 줄 알았다고 고개를 주억거릴 정도였다.
“응. 나 왜?”
그녀를 이 꼴로 만들어 버린 주제에, 에녹은 뻔뻔하게도 선량한 얼굴을 한 채 두 눈을 깜빡거렸다.
할 말 있으면 해 보라는 식으로 세라를 기다려 주던 에녹은 그녀가 곧장 말을 잇지 못하자, 유유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 나갔다.
한 손으로는 세라의 허리를, 다른 한 손으로는 어깨에 짊어진 가느다란 다리를 붙잡은 에녹이 처음부터 힘차게 허리를 쳐올렸다.
철썩! 철썩!
강도가 다른 두 육체가 맞붙었다 떨어지는 차진 소리가 났다. 이미 한차례 절정에 달했던 몸이었기에, 세라의 안쪽은 터무니없이 좁기는 해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미끈거렸다.
“하아-.”
그 감촉을 음미한 에녹이 감탄 섞인 숨을 내쉬었다.
한참을 지분거려 부드럽게 풀어 놓은 입구는 그새 좁아 든 반면, 억지로 밀고 들어간 속살은 서서히 저항을 풀고 기꺼이 그를 받아 내고 있었다.
이대로 모르는 척 계속해서 제 몸을 집어넣어도 한정 없이 받아 줄 것처럼 완벽히 감싸 안기는 느낌이었다. 그것을 시험하듯 잔인하게 들이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단전이 부글부글 끓었다.
반면, 세라는 그의 페니스가 여린 내벽을 비비적댈 때마다 아무렇게나 찔린 안쪽이 찌릿찌릿해 참기 힘들었다. 상처가 헤집어진 것처럼 선득한 전율이 자꾸만 발끝까지 쭉쭉 뻗어 나갔다.
“아, 흑, 잠깐, 잠깐 움직이지 마!”
그 감각을 고통으로 착각한 세라가 덮어놓고 아프다고 소리쳤다. 소금을 맞은 생선처럼 몸을 파닥거리는 그녀를 두고 에녹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파?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움직임을 멈춘 그는 세라가 왜 아파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확인하듯 깊숙이 집어넣은 살 기둥을 귀두가 걸릴 때까지 쑤욱 잡아 뽑았다.
“아아-.”
제 성기를 확인한 에녹이 이제야 알겠다는 투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다시 세라에게로 시선을 옮겨 심드렁한 어투로 물었다.
“처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