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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나라를 팔았습니다-39화 (39/131)

#39

에녹의 손가락이 두 사람의 결합부를 가리키고 있었다.

물기로 흥건한 페니스에 희미하게 피가 비쳤다. 아마 원래는 이것보다 더 선명했을지 모르지만, 엎어 놓고 박아대느라 아래를 확인하지 않아 그동안 흘린 애액에 대부분 씻겨 내려간 듯 보였다.

“읏!”

그 장면을 바라본 세라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에녹에게 빼앗긴 처음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흉흉하게 벌떡이는 살 기둥을 잔뜩 적신 게 자신이라는 걸 재차 확인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에녹이 제 첫 남자라는 사실보다는 그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느끼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게 더 수치스러웠다.

“축하해. 첫 경험이 무려 나라니.”

내 노예는 운이 좋네.

누가 봐도 축하를 받을 얼굴이 아니었음에도, 뻔뻔한 에녹은 서슴없이 자신과의 첫 경험을 축하한다는 개소리를 지껄였다.

“운이 좋긴 개뿔, 아, 아흐, 흐앙, 아아!”

그 말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던 세라가 그에게 붙잡힌 다리를 휘둘러 공격하려 했으나 무참히 실패하고, 벌칙처럼 깊은 곳을 얻어맞았다.

“아, 흐, 아프다고!”

“괜찮아. 너 안 아파.”

아프다고 성화를 부려 보아도, 에녹은 그녀의 얕은 거짓말 따윈 금세 꿰뚫어 보고는 욕심껏 다리 사이의 감촉을 즐겼다.

“오히려 기분 좋을걸. 지금.”

“흐으응!”

자신감 넘치는 단언이 재수 없었지만, 사실이었기에 딱히 변명하지 못하고 신음만 내질렀다.

빌어먹을 에녹 소서는 꼭 추삽질을 하고 나면 제 샅을 결합부에 딱 갖다 붙인 채 허리를 돌려댔다. 그러면 안쪽에 박힌 페니스가 각도를 비틀어 가며 내벽을 문질러 절로 다리에 힘이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꾸욱, 꾸욱 아래를 조이면 그녀의 발목을 씹으며 만족스러운 숨을 푹푹 내쉬다가.

세라가 작작 좀 하라고 한마디 하려고 하면 귀신같이 허리를 움직여 기어코 그녀의 입에서 신음을 터지게 만들었다.

그게 마냥 싫기만 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빠져나왔을 텐데, 질릴 정도로 벌어진 입구 근처가 형태가 분명한 솟대에 비벼질 때마다 야릇한 전류가 배꼽 아래까지 찌릿 파고들었다. 그 묘한 쾌감이 배 속을 찌를 때마다 다리와 이성이 점점 느슨해졌다.

그러다 강하게 파고든 딱딱한 선단이 막다른 길에 쿵, 하고 머리를 박으면 악,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아릿해져서. 세라는 번갈아 찾아오는 쾌감과 고통 사이에 그저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다.

“아파, 아프, 흐, 다고, 깊이 넣지 좀-.”

그래서 끝까지 넣지 말라고 애원해 봐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아픈 게 아니라니까-.”

가느다란 여체가 치받는 힘에 밀려 나가면, 에녹에게 붙잡혀 있는 다리 때문에 도로 원래 자리로 끌려왔다. 그 덕에 세라의 아래에 깔린 시트가 엉망으로 구겨지고, 하얀 시트 위에 펼쳐진 군청색의 머리칼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졌다.

허리 위까지 말려 올라간 치마 때문에 세라의 원피스는 멀쩡하게 입고 있던 상체에서도 반쯤 미끄러져 내렸다.

끈이 한쪽 어깨를 타고 흘러내려 앞섶이 훤히 다 보였다. 쭉 내려간 검은색의 옷깃 사이로 풍만하고 새하얀 가슴이 젖꼭지를 보여 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출렁거렸다.

제법 민망한 꼴을 하고 있었지만, 세라는 차마 거기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버겁다고만 생각하던 다리 사이에서 슬금슬금 다른 감각이 고개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에녹의 말처럼 그녀는 조금도 아프지 않았고,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밀부가 조금씩 선명하게 제 안에 든 살 기둥의 감촉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거대한 말뚝을 쑤셔 넣는 것만 같더니, 들락거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살아서 꿈틀거리는 근육의 감촉이나, 툭 불거진 귀두의 모양, 묘하게 휘어진 형태 등등 쓸데없이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요하게 쑤셔 올리는 배꼽의 바로 아래쪽, 세라의 가장 깊고 연약한 곳이 콕콕 쑤셔 왔다.

좋아, 더, 조금만 더.

세라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허리를 들썩이며 삽입을 졸랐다. 애써 이건 자신이 원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몸으로는 진심으로 에녹을 밀어내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좋아? 미쳤나?’

갑자기 돌아온 이성이 세라의 뺨을 호되게 후려친 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었다.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뭔가 잘못되어 가는 것을 느낀 세라가 설핏 인상을 굳혔다. 결코 제 머리로는 할 리 없는 생각에 세라가 매서운 눈으로 에녹을 노려보았다.

저놈이 나에게 무슨 수작을 부린 게 틀림없다.

궁지에 몰린 이성이 모든 원인을 상대에게 뒤집어씌웠다. 세라는 자신을 이따위 음란한 생각이나 하게 만들어 놓은 에녹 소서를 향해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너, 나한테 이딴, 이딴 짓을…….”

“이딴 짓? 이딴 짓이 뭔데?”

“떠, 떡 치고 있잖아……!”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천박한 단어에 에녹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떡이라니.”

그러고서는 세라와의 섹스를 통해 한 번도 느낀 적 없는 사람처럼 도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건 쾌락을 얻기 위해 하는 거잖아.”

에녹은 그런 건 자신과 아무런 관련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그거보다 훨씬 숭고한 일이거든?”

에녹은 잘난 척 나불대는 동안에도 아래를 들쑤시는 허리 짓을 늦추지는 않았다. 굵은 뿌리 끝까지 봐주지 않고 처넣는 게 퍽이나 숭고해 보였다.

“숭고는, 무슨, 으응, 흐읏!”

“맞다니까? 굳이 단어로 설명하자면…….”

으음…….

청산유수처럼 주절대던 에녹이 신중한 표정으로 말을 골랐다. 생각하는 데 허리 짓이 방해가 되는지, 추삽질을 멈춘 채 허리를 뭉근하게 돌려댔다.

그러자 마침내 결론에 이르렀는지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길.

“의료 행위?”

고민한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쓰레기 같은 변명이었다.

“뭔, 개…….”

정색한 세라가 가감 없이 그를 비난하려던 그때, 내벽을 뭉개던 선단이 평소보다 더 깊이 들어오면서 어느 한 곳을 푹, 찔렀다.

“아앙!”

그러기가 무섭게 세라의 다리 사이에 난 길을 타고 번쩍, 천둥이 내려쳤다. 입구 근처에 있는 극점이 비벼졌을 때처럼 힘이 풀리는 게 아니라, 몸이 절로 확 움츠러들 정도로 강한 자극이었다.

“……!”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야릇한 신음에 세라가 헙, 하고 제 입을 틀어막았다.

“이렇게 깊숙이?”

모른 척하기 어려울 정도로 명확한 반응에 에녹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 노예는 중간이 없네.”

그러다 놀리는 게 다분한 어조로 씩 웃으며, 새로이 찾아낸 극점을 확인하듯 철썩, 허리를 쳐올렸다.

“흐아아!”

세라는 목청 높여 신음함으로써, 그곳이 맞다며 확실히 쐐기를 박아 주었다. 하, 처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지러지는 반응에 에녹이 기가 찬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세라가 재수 없어 하는 느물대는 말투로 극점을 찧어대는 박자에 맞춰 그녀의 귀를 능욕했다.

“하나는, 누구나, 닿을 수 있는 곳에, 대놓고, 내보이더니, 다른 하나는, 아무나, 올 수 없는 곳에, 꼭꼭, 숨겨 놓고.”

“아, 아흐, 닥, 응, 하읏!”

세라는 자연스럽게 음담을 중얼대는 에녹에게 닥치라 소리치고 싶었으나, 그의 허리 짓에 밀려 말이 끊어졌다.

“참 음란한 몸이야. 좆이 작은 놈이든 큰 놈이든 누구랑 뒹굴어도 기분 좋아질 수 있잖아. 안 그래?”

이런 몸을 가진 게 세라의 의지도 아니었는데, 에녹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이유를 들어가며 그녀를 음란하다 매도했다.

세라가 가장 나약하게 녹아내리는 약점을 찾아낸 그는 거칠 것 없는 야생마처럼 그녀의 음부를 들이받았다. 적응할 틈도 없이 처음부터 강하게 극점을 찔린 세라는 곧 배가 뻐근할 정도로 조이는 심상치 않은 전조를 감지했다.

“자, 잠깐! 멈, 춰! 멈춰어……!”

무언가 터져 나올 것 같은 두려운 감각에 세라가 다급하게 그를 밀어냈다.

“왜. 또 가려고?”

세라보다 더 세라의 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에녹이 비웃는 게 역력한 목소리로 깐족거렸다.

“몸이 너무 쉬운 거 아니야? 간호할 틈이 없네.”

그러면서도 세라가 원하는 대로 허리를 늦춰 주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고, 뿌리만 슬쩍 밖으로 빼 얕게 퐁당퐁당 제 성기를 음부에 담갔다 뺐다.

“시, 시끄러, 쉬, 흐, 쉽기는, 흐응!”

덕분에 절정 직전까지 고조되었던 성감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지만, 세라의 분노는 한층 더 끓어올랐다.

정작 능숙하게 난잡한 짓거리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데, 에녹은 세라만이 음탕한 몸을 가진 사람인 양 당당하게 그녀를 매도했다.

“가, 간호, 같은, 흣, 소리.”

“왜, 못 믿겠어?”

너 같으면 믿겠냐!

세라는 그렇게 대답하는 대신 그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럼, 뺄까?”

에녹이 웬일로 반가운 소리를 해댔다.

“어, 어서 빼. 이 변태 같은, 으응-.”

반색을 한 세라가 다른 쪽 발로 그의 복근을 꾸욱 밀어내며 한시라도 빨리 제 안에서 꺼지라 독촉했다.

“그러지 뭐.”

좀 더 질척거릴 줄 알았던 에녹은 의외로 싱겁게 뒤로 물러났다. 주르륵, 끝까지 짓쳐 들었던 페니스가 느릿하게 미끄러지며 세라의 아래에서 빠져나간다.

“……!”

그러기가 무섭게, 다 나은 줄 알았던 고열이 급속도로 치솟아 올랐다. 급작스럽게 끓어오른 체온은 에녹의 페니스가 세라에게서 빠져나갈수록 높아져 갔다.

모르는 척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한 작용 반작용이었다.

설마 했던 상관관계에 세라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자, 잠깐!”

“왜?”

페니스를 반쯤 빼다 만 에녹이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변태 새끼 꺼지라며.”

나는 그런 말 들어 가면서까지 좋은 일 해 주고 싶진 않은데. 일부러 더 얄밉게 빈정거리는 꼴을 보아하니 이렇게 될 줄 미리 알고 있었던 눈치였다.

세라는 순간적으로 이렇게까지 치사하고 음란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까 고민이 되었으나, 급속도로 땅바닥에 처박히는 중인 몸 상태 때문에 더는 망설일 수가 없었다.

“취, 취소. 취소할, 게. 다시 넣어. 얼른 넣어!”

결국 확실한 성능 앞에 무너진 세라가 민망함을 무릅쓰고 어서 뺐던 것을 도로 집어넣어 달라 요청했다.

“그게 너의 최선이야?”

하지만 나갈 땐 마음대로였어도 다시 들어올 때는 아닌 모양이다. 삐딱하게 고개를 튼 에녹이 더 잘할 수 있지 않으냐며 세라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얼른 넣어. 보다 최선을 다한 표현이 뭘까 생각하던 세라는 답이 떠오르자마자 팔뚝에 우수수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런 말을 에녹 소서를 보며 할 생각을 하니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뤄야 할 대의가 있는 몸으로 쉽사리 죽음을 택할 수는 없었기에, 세라는 적당히 타협한 절충안을 내밀기로 했다.

“너, 넣어 주십시오…….”

공손하다 못해 비장하게까지 느껴지는 그 말에 에녹이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픽, 웃었다.

“이번만 봐준다.”

원하던 답은 아니었지만 에녹은 두 번은 없다는 경고를 날리곤 반 이상 빠져나온 페니스를 쑤욱 밀어 넣어 주었다.

“흐읏-. 뭐가 이렇게…….”

끝도 없이 밀려드는 감각에 발끝을 꽉 굽은 세라가 가볍게 전율했다. 미끄덩거리는 살덩이가 배 속을 쑤욱 가르고 들어오는 감각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덕에 치솟는가 싶었던 체온이 다시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하아아-. 기적처럼 나아지는 몸 상태에 세라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샜다.

“그것 봐. 내 말이 맞지?”

에녹이 한껏 으스대며 얄밉게 킬킬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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