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에 나라를 팔았습니다-40화 (40/131)

#40

“괜히 번거롭게 돌아가지 말자. 노예야.”

코끝으로 세라를 내려다본 에녹이 도도하게 경고했다.

그걸 제 다리 사이에서 하고 있으니 보고 있기가 무척이나 민망했다.

충격과 공포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세라와는 달리 에녹은 이 사태에 대해 별다른 감상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뭔가 기대하는 바가 있는지 눈이 아주 반짝반짝한 게 즐기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대체 비결이 뭘까. 무슨 생각이지? 궁금하긴 했지만 안다고 해도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 비법이 무엇이든 세라에게는 소용이 없을 테니 말이다.

자신의 의지로 에녹 소서와 침대를 뒹굴고 있다니.

누가 이쯤에서 그녀의 머리를 내려쳐 꿈에서 깨어나라 말해 주었으면 했다. 아니면…….

“차라리 다시 기절시켜 줘…….”

“하긴 그때가 좀 더 편하긴 했지.”

그에게 묻는 말도 아니었는데, 에녹이 쓸데없이 친절하게 맞장구를 쳤다.

그러고서는 세라의 귓가에 의식이 없었을 적에는 에녹이 주는 대로 잘만 받아먹었노라 속닥거렸다.

“흐익!”

느끼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화룡점정으로 귀까지 스윽 핥아 주자, 세라를 질색하게 하는 모든 요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졌다.

“하지만 지금이 더 재미있으니까. 그냥 이대로 있어.”

창백하게 질린 뺨을 장난스레 쿡, 찌른 에녹이 제멋대로 결론을 지었다. 반발할 힘도 없었던 세라는 그저 뻣뻣하게 굳은 채로 눈만 껌뻑였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녀를 대신해 묻지도 않은 말을 떠들어 댄 건 이번에도 에녹 소서였다.

“환자가 너무 음란해서 좀 힘들었거든.”

“누가 누구더러 음란, 하으으윽!”

대놓고 모함을 당한 세라가 뒤늦게 따지려 들었지만 배 속을 징징 울리는 낯선 쾌감에 짓눌려 끝까지 말을 잇지도 못했다.

본의 아니게 눈앞에 증거를 들이밀어 준 꼴에 세라가 분하다며 이를 사리물었다.

에녹은 부러 모르는 척 대화를 이어 나갔다.

“기억 안 나? 네가 나한테 얼마나 들러붙었는지.”

“아냐!”

“…….”

끝까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를 두고, 에녹이 대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음흉한 눈웃음을 지은 그가 제 것처럼 꽉 끌어안고 있던 세라의 다리를 스르륵 놓아주었다. 한층 더 벌어진 다리 사이로 제 몸을 끼워 넣은 그는 키스라도 하려는 것처럼 세라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왔다.

“손가락만 넣어 줘도 좋다고 발발 떨었으면서.”

세라의 음란함을 비난한 그가 퍽! 하고 거칠게 안을 쑤셔 박았다. 그의 말대로 손가락만 넣어 줘도 발발 떨리던 내벽이 숫제 자지러지며 약한 곳을 모조리 뭉개 대는 살 기둥을 끌어당겼다.

찌걱. 찌걱.

이제 그녀의 안쪽은 어디를 찔러대도 찐득한 애액이 뭉개지는 소리가 났다.

쪽,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에녹이 세라의 뺨에 다정히 입 맞췄다.

“입 좀 맞춰 주니까 금방 다리 벌렸잖아.”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민망할 정도로 원색적이다. 평소엔 절대 이런 말 쓰지 않으면서, 자극적인 말만 잘라다 붙인 말투가 일부러 이러는 게 틀림없었다.

“그럴, 그럴 리가, 없, 흣?!”

흐아아아아-.

반박하려던 세라가 고개를 휙 꺾은 채 신음했다. 허리를 한껏 휜 그녀가 발끝을 꾸욱, 접으며 가볍게 전율했다.

벌어져 있던 다리가 공중으로 확, 튀고 허벅지 안쪽과 아랫배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경련을 해댔다.

아으으응-. 으으응-.

세라가 이번에는 고양이처럼 길게 울었다.

첫 삽입 섹스의 절정은 그다지도 예상치 못하는 순간에 찾아왔다. 첫 경험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쾌감이 버거울 정도로 강하게 세라의 전신에 빗발쳤다.

“후우-.”

뿌리부터 선단까지 잘근잘근 씹어 주는 차진 압착감에 에녹이 못 참겠다는 듯이 폭력적으로 몇 번 더 허리를 찧어댔다.

“아, 읏, 응, 아아!”

세라는 수치도 잊은 채 소리 높여 야릇한 비음을 내질렀다. 아직 절정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았는데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극점을 재차 찔리자 단단한 페니스를 품고 있는 속 길에 불이 붙은 듯 뜨거워지고, 저 깊은 안쪽에서부터 둑이라도 터진 듯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속도를 늦춘 에녹이 납작한 배에 제 배꼽을 딱 맞춘 채 위아래로 느릿하게 비벼댔다. 페니스의 각도가 달라질 때마다 젖은 살이 붙었다 떨어지며 그 사이로 끈적한 애액이 울컥 역류했다.

“이것 봐. 또 줄줄 흘리고.”

물기 어린 쫀득한 마찰음은 언뜻 세라의 밀부가 에녹의 페니스를 쩝쩝대며 빨아들이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구멍 벌름거리는 거 느껴져? 빼려고만 하면 이렇게 조여대서 잘 빠지지도 않더라.”

그 생각을 세라만 한 게 아닌지, 에녹이 일부러 찔걱이는 소리를 더 크게 내며 음란한 말들을 줄줄 쏟아 냈다.

“으으, 흣, 그, 만, 으응, 말하라, 고오!”

결국 참다못한 세라가 두 손으로 제 귀를 틀어막았다.

귀가 썩는다!

에녹이 쏟아 내는 난잡한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멀쩡하던 귀가 오염당하는 기분이었다.

아니야! 이건 함정이야! 내가 진짜로 이걸 좋아할 리 없어!

두 눈을 질끈 감은 세라는 제게 쏟아지는 음란한 현실을 애써 부정하려 들었다.

허리를 저릿하게 휘어 감는 쾌감도, 입에서 새는 신음도, 아래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도 전부 꿈이었으면 좋겠다. 이건 전부 자신에게 억하심정이 있는 에녹 소서의 계략인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라가 에녹 소서의 그 흉측한 괴물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서 좋다고 앙앙댈 수가 없었다.

그래! 뭔가 잘못된 거야! 이건 진짜 내가 아니야!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자기 최면에 혼란스럽던 머릿속이 조금은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다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에녹은 그녀가 맘 편히 도피하는 걸 두고 볼 위인이 아니라는 거였다.

“도망치지 마. 노예야. 맞서 싸워.”

가볍게 떼어 낸 에녹이 그녀를 응원했다. 본인이 도망치도록 만든 주제에 이 얼마나 냉혈한 같은 소리인가!

“흐익?!”

또다시 그의 목소리를 들어 버린 세라가 이번에는 타깃을 바꿔 에녹의 입을 닥치게 만들었다. 사람들을 구하느라 상처로 가득한 두 손이 영웅의 입을 틀어막았다.

일단 급해서 막기는 했지만, 세라는 에녹이 이번에도 가볍게 제 손을 떼어 내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에녹은 의외로 얌전히 그녀가 제 입을 막도록 내버려 두었다.

“……?”

오히려 기쁜 듯이 두 눈을 예쁘게 휘고 있었다.

“……손, 다쳤네-?”

입술을 쭉 찢어 웃은 에녹은 재미있는 걸 발견한 아이처럼 신이 난 목소리였다.

왜 웃지?

본능적으로 불안한 예감이 든 세라가 슬쩍 눈매를 좁혔을 때-.

내가 여기도 낫게 해 줄게.

의미심장하게 속삭인 에녹이 새빨간 혀를 내밀어 세라의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흣……!”

손가락 사이에서 꿈틀대는 축축한 살덩이의 감촉에 세라는 머리털이 비죽 곤두서는 것 같은 야릇한 전류를 느꼈다.

헉, 숨을 들이켠 그녀가 불에 덴 듯 놀라며 에녹의 입을 틀어막던 손을 뒤로 물렸으나, 완전히 도망치기도 전에 에녹에게 붙들려 다시 입가로 끌려갔다.

“내가 또, 여기가 다친 줄 모르고 있었네.”

세라의 손을 가져간 에녹은 그 좋아하는 허리 짓도 멈춘 채 상처가 난 손가락 하나하나를 느릿하게 핥아 올렸다.

하필 시선을 세라에게 고정한 채여서, 곧게 뻗은 손가락을 주욱 핥아 올리는 움직임이 괜히 더 음란해 보였다.

조명을 등져 테두리가 노랗게 빛나는 붉은 머리칼은 언제나 그랬듯 장미 꽃잎처럼 화려했고, 그 아래 반개한 페리도트 색의 눈동자에는 새빨간 정염이 번뜩이고 있었다. 세라의 손에 반쯤 가려진 입술도 빨간색, 그녀의 손가락을 핥고 있는 혀도 빨간색.

온통 강렬한 색채를 휘감은 에녹이 한숨이 샐 정도로 부드럽게 허리 짓을 하기 시작했다. 철썩, 철썩, 땀에 젖어 촉촉한 살결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해변의 파도 같았다.

그는 뱃사람을 유혹해 죽이는 전설 속의 인어처럼 농염한 존재감을 한껏 흩뿌려댔다. 이러한 자극에 면역이 없는 세라가 반쯤 홀린 눈으로 그를 빤히 올려다보다가.

“흐으…, 좀, 놔아-.”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고 애원하듯 으름장을 놓았다.

빨려 들 것처럼 쳐다보던 시선을 돌리니 머리로 뜨끈하게 몰리던 열기가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하마터면 또 코피를 쏟을 뻔했다.

하여튼 더럽게 야해 빠져 가지고. 이를 부득부득 간 세라가 에녹에게서 제 손을 빼내려 바르작거렸다.

불온한 움직임을 감지한 에녹이 이번에는 아예 수갑처럼 세라의 손목을 붙잡아 버렸다. 그러고는 방금 전보다 훨씬 과장스럽게 손가락을 핥아댔다.

“괜찮아. 그냥 약 바른다고 생각해.”

누가 약을 이렇게 발라!

일단 본인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주제에 헛소리가 아주 청산유수였다. 진저리를 친 세라가 질색을 하며 주먹을 쥐었다.

꽉 쥐어진 주먹을 귀엽다는 듯이 쳐다본 에녹이 무방비하게 노출된 엄지를 입 안에 쏙 넣고는 쪽쪽 빨아 버렸다.

부드러운 점막에 휩싸여 한없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자꾸만 이상한 생각을 들게 했다.

“빠, 빨지 마!”

“알았어.”

“씹지도 마!”

“까탈스럽긴.”

그 뒤로도 에녹은 여러 방법으로 세라의 손가락을 가지고 놀았다. 기어코 주먹을 풀어 손가락 끝을 잘근잘근 씹어대기도 하고, 손가락 두어 개쯤을 한 번에 삼켜 추삽질을 흉내 내듯 제 혀 위에 비벼대기도 했다.

세라는 그 모든 행위 내내 손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오는 오싹한 전율을 견디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귓가의 솜털을 쭈뼛 세우던 그 전류의 일부는 세라의 다리 사이까지 흘러내리기도 했다.

손가락도 빨리고, 아래도 찔리니 두 배로 예민해진 성감 때문에 세라의 속 길에서는 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흐으, 으으, 흐으으.”

하지만 세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은 힘이 하나도 없었다.

제풀에 지쳐 쓰러진 세라는 그저 에녹이 흔드는 대로 얌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벌어진 다리는 후들거리고, 쉼 없이 찔린 배 속은 경련이 멈추지 않았다. 여러 차례 절정을 겪은 몸은 진한 탈력감에 지배당해 이제 그만 나를 재워 달라 외쳐대고 있었다.

이렇게 오래 흔들어 재꼈으면 에녹도 예의상 한 번쯤은 사정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째 그에게서는 그럴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 행위에 끝이 있을까.

쾌감에 녹아내리던 세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지쳐 갔다.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허약한 체력으로 버티기에는 교접이 주는 강렬함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이제, 그만, 좀, 끝내…….”

그래서 세라는, 자신이 빼지 말고 넣어 달라 했던 것도 잊고 꺼져 달라 빌었다.

퍽! 그 요청에 대답하듯 에녹이 마지막으로 깊게 안쪽을 찔러 넣었다. 강한 압력에 밀려 나온 찐득한 애액이 바깥으로 퓻, 튀어 올라 그의 샅을 적셨다.

더 이상 신음을 내지를 힘도 없어진 세라가 그저 아, 하고 입술만 뻐끔거렸다.

한 차례 허리를 뭉근하게 휘돌린 그가 묘하게 음산해 보이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까딱거렸다.

“아까부터 말이 짧다?”

사르르 눈웃음을 친 그는 물 흐르듯이 놓아 버린 세라의 버르장머리를 지적했다.

그 사실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세라는 허를 찔린 것처럼 앗, 하고 입을 뻐끔거렸다. 앓느라 정신이 없어서, 열심히 유지하고 있던 존댓말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젠, 뭐, 막 나가겠다, 이거야?”

사납게 으르렁거린 에녹이 감정을 실은 표정으로 일부러 강하고 빠르게 피스톤질을 해댔다. 에녹이 푹푹 박아 넣을 때마다 요란하게 튀어 오른 애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으응! 흐으! 아니! 아니요! 아니요!”

개겨 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깨달은 세라가 얼른 말투를 고쳐 공손하게 외쳤다.

“하긴, 이제 와서 날 존중하는 척하는 것도 웃겨. 그치?”

비굴할 정도의 태세 전환에도 에녹은 여전히 충분치 않은 듯 빈정거렸다.

“그렇게 대놓고 내 등을 밀어 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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