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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나라를 팔았습니다-72화 (72/131)

#72

으득, 턱이 불거질 정도로 이를 사리문 에녹은 여태까지의 인내는 전부 끝났다는 듯 사정없이 퍽퍽 허리를 쳐올렸다.

“으으… 흐으… 흐으으…!”

난데없이 약한 곳을 얻어맞은 세라가 한 번 더 절정에 올랐다. 이제 그녀의 아래는 페니스에 찔릴 때나, 빠져나갈 때나 모두 물을 쏘아댔다.

와드득 조여든 속살이 억지로 파헤쳐진다. 에녹의 선단은 원수라도 진 것처럼 내내 예뻐해 주던 말캉한 지점에 쾅쾅 대가리를 찧어댔다.

아릿한 쾌감이 강해져 싸고 있는데도 감질나는 요의가 느껴졌다.

눈앞이 아찔해진 세라는 아래를 바짝 조이며 뭔지 모를 감각을 참아 냈다. 그럼에도 절정을 거듭하는 음부에서는 연신 꽃물을 쏟아 냈다.

툭 불거진 귀두가 자궁구를 뚫어 버릴 기세로 안쪽을 두드렸다. 벌겋게 익은 내벽이 짓뭉개지며 다리 사이에 뜨거운 기운이 번졌다. 제멋대로 경련하는 배 속은 꼭 투명한 뱀이 기어 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뱀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열락이 피어났다.

뭉근하게 피어오른 열감이 피부 위를 기어 다닌다. 열이 지펴진 자리가 참을 수 없이 간지러웠다.

그 감각을 내리누르려 다급히 제 배를 더듬어 보지만, 아무리 문질러도 지근거리는 소양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아, 아, 이상, 흐으, 이상…!”

끄윽, 끅, 억눌린 신음을 쥐어짠 세라가 무슨 일이라도 날 것처럼 바르작거렸다.

한계에 다다른 내벽이 수축을 멈춘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 비명을 지르듯 바짝 얼어붙은 내벽이 와드득 페니스를 물어뜯었다.

“하아, 엄청. 조여…….”

하지만 에녹은 도리어 그 감각을 기꺼워하며 더욱 강하게 샅을 쳐올렸다. 흥건하다 못해 축축해진 접합부에서는 굵다란 살 기둥이 쏘삭거릴 때마다 물장구를 치는 표면처럼 애액이 튀어 올랐다. 그러다 뱃가죽이 들썩거릴 정도로 콱, 들이받힌 순간.

지독한 쾌락에 허우적대던 여체가 기어코 한계에 다다랐다.

투둑,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무언가가 끊어졌다.

그와 동시에 안간힘을 다해 참고 있던 뜨거운 요의가 폭발했다.

“……!”

허리를 뒤로 튕긴 세라가 신음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참고 있던 것을 놓아 버렸는데, 아래쪽에서 터지던 물은 도리어 뚝 끊어졌다.

그 대신, 흰 종이 위에 붉은 물감 한 방울을 똑 떨어뜨린 것처럼, 걷잡을 수 없는 전율이 배 속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 나갔다.

“욱, 우욱…… 흐으윽……!”

세라가 입술을 크게 뻐끔거리며 잘린 신음을 짜냈다.

절정의 한계까지 다다른 질은 오히려 탁 풀어졌다.

흐물흐물하게 풀어진 내벽이 녹아내린 것처럼 단단한 기둥을 부드럽게 감쌌다.

“하아-.”

찰기 있는 점막이 쩍쩍 들러붙는 감각에 에녹이 미치겠다는 듯이 입술을 물어뜯었다.

남은 다리마저 완전히 침대 위로 올라온 그는 세라를 제 두 팔 아래 가둔 채 기다란 페니스를 쑥쑥 쑤셔 넣었다.

“아으으, 하으으…….”

세라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잔뜩 풀어진 신음이었다.

척추를 타고 올라온 전율이 그녀의 뇌를 흐물흐물하게 녹여 버렸다.

언제나 날카로운 독기를 품고 있던 자수정 빛 눈동자가 느슨해진다. 지독한 절정에 잠식당한 여체가 힘을 잃고 저 아래로 까라졌다.

“제길……!”

세라의 몸이 뒤로 넘어가자 더 이상 추삽질을 이어 나가기 힘들어졌다.

이마에 불룩 핏줄을 세운 에녹이 그대로 일어서 세라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한쪽 무릎을 침대에 올린 그가 아래를 딱 붙인 채 마음껏 구멍 속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쩌덕, 쩌덕, 찰기 어린 방아 소리가 명징하게 울렸다.

거세게 굴착하는 압력에 안쪽에 싸지른 정액이 바깥으로 울컥울컥 밀려 나왔다.

욱여넣을 수 있는 가장 안쪽까지 턱, 턱, 살을 끼워 맞출 때마다 땀으로 촉촉하게 젖은 등 근육이 꿈틀거렸다.

뒤에서 보면, 에녹의 몸에 가려진 세라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조금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허리를 들썩일 때마다 언뜻 보이는 발간 접합부나, 에녹의 허리 양옆으로 활짝 벌어져 힘없이 흔들리는 다리로 보건대 본인이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얼굴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축 처진 발가락이 안쪽으로 확 굽어졌다.

가녀린 허벅지가 잘게 경련해댔다. 아아-. 좋아-. 색스러운 신음을 낸 에녹이 송곳처럼 고조되는 성감을 이기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허리를 퍽, 퍽, 내리찧었다.

낡은 회관 침대가 요란하게 삐걱거렸다.

“하으응!”

더는 버틸 수 없었던 세라의 입에서 불시에 높은 교성이 터졌다.

흐읍, 당황한 그녀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흔들리는 눈빛이 에녹의 어깨 너머 닫힌 문 쪽으로 향한다.

혹여나 소리가 샜을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긴장하니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갔고, 힘이 들어가니 아래가 조이고, 아래가 조이니 에녹은 더 흥분해서 날뛰고, 에녹이 날뛰니 또 신음이 샜다.

돌고 도는 악순환에 세라가 에녹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걸 안아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에녹이 냉큼 그녀의 두 팔 사이로 기어들었다.

그는 애액이 튀어 오를 정도로 거센 추삽질을 유지한 채 보기 좋게 출렁이는 가슴을 먹고 싶은 것처럼 앙, 앙, 깨물어댔다.

“아으!”

그러다 또 젖꼭지가 빨렸다.

이번에는 한 번도 그의 입에 들어간 적 없는 반대쪽이었다.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행위에, 허공에서 허우적대던 세라의 손이 붉은 머리칼을 휘어잡을 듯이 다가갔다가.

“…….”

차마 또 틀어쥐지 못하고, 어설픈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좀, 흣, 살살, 흐, 소리…….”

소리, 나면, 안 돼. 들키면, 안 돼.

짧게 끊어진 말이 명확한 의사를 가지고 전해졌다.

“…….”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에녹이 조용히 허리를 늦추었다.

크게 뜨여진 두 눈이 연신 끔뻑거린다. 정말 놀랐는지 끊어 먹을 것처럼 빨아대던 젖꼭지도 얌전히 뱉어 내었다.

“그럼-.”

놀란 고양이처럼 세라를 주시하던 에녹이 어딘가 얼이 빠진 목소리로 입술을 달싹였다.

미끄러지듯이 몸을 타고 오른 그가 정면에서 세라를 내려다보았다. 아까보다는 많이 총명해졌지만, 아직 약 기운이 빠지지 않은 눈동자는 여전히 몽롱해 보였다.

“같이 숨자.”

달콤하게 속삭인 에녹이 사르르 눈매를 접으며 웃는다.

손을 멀리 뻗은 그는 능숙하게 이불을 끌어와 머리 위로 덮었다. 두 사람은 거뜬히 덮을 만큼 큰 솜이불이 뒤엉킨 남녀의 모습을 완전히 감춰 주었다.

이불에 뒤덮인 형상이 몇 번 크게 들썩이더니, 침대 아래로 무언가가 툭, 툭, 내던져졌다.

앞섶이 젖어 버린 바지, 찢겨서 넝마가 된 원피스 순으로 겹쳐진 옷의 무덤 위에, 시간 차를 두고 잔뜩 말려 끈처럼 변한 속옷이 마지막으로 툭, 떨어졌다.

버려야 할 것들을 떨쳐 내고 나자, 불룩 솟은 이불이 거세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침대가 흔들리고, 두꺼운 솜이불 아래로 흐느끼는 신음이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제 굴에서 접붙이는 짐승처럼, 은밀한 공간에 숨어든 두 사람은 무아지경으로 가랑이를 얽었다.

시간은 이제 겨우 달이 꼭대기에 걸렸을 뿐이고, 에녹은 취했고, 세라가 하필 마음이 약해진 밤이었다.

미친 척 열락에 몸을 맡기기에 알맞은 밤이었다.

에녹을 끌어안은 세라는 어둠을 방패 삼아 기꺼이 쾌락에 몸을 던졌다.

***

던지길 뭘 던져. 씨발.

세라는 눈을 뜨기도 전부터 시원하게 욕부터 갈겼다.

충동과 욕정이 사그라든 자리에는 언제나 그렇듯 자괴감이 드는 현자의 시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성적으로 시작한 섹스는 동이 틀 때까지도 이어졌다.

약에 취해 해롱거리던 에녹도 정액을 다섯 번쯤 싸지르자 제정신을 찾았다.

넘치는 성욕까지는 약의 영향이 아니었는지, 행위를 멈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제정신을 찾은 에녹은 정말이지, 더럽게 굴었다.

‘노예야. 근데 왜 자국이 하나밖에 없었어?’

맑은 정신을 되찾은 그는 가장 먼저 세라의 목덜미에 찍혀 있던 순흔에 관해 캐물었다. 정말이지 대단한 집착이었다. 에녹의 뒤끝이 지긋지긋해진 세라는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신경 끄라 일갈했지만, 에녹이 그럼 스노우에게 들어야겠다며 허리를 마구 찍어대는 통에 결국 사정을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 그럼 진짜 스노우랑 안 한 거네.’

기어코 진실을 캐낸 에녹은 기분이 퍽 좋아 보였다.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 누가 믿어. 그걸?’

그리고 바로 잔소리를 시작했다.

고작 목덜미에 찍힌 붉은 자국 하나에 난리를 친 사람이 누군데, 에녹은 중요한 자국을 하나만 찍어 놓는 건 몹시 성의 없고 허술한 고증이라며 그녀를 나무랐다.

덕분에 세라는 스노우가 밤을 보낼 때, 상대의 목을 도사견처럼 물어뜯는다는 불필요한 정보를 주입 당했다.

‘내가 도와줄게. 노예야.’

배려심 넘치는 주인인 척 으스댄 에녹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침대 위를 유영했다.

적당한 핑곗거리를 찾은 그는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얀 세라의 몸에 되는대로 입을 가져다 댔다.

그러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더러운 말을 속삭이며 그녀의 정신이 썩어 들게 만들었다.

평소보다 컨디션이 더 좋아 보이는 에녹의 모습에, 세라는 약에 절어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제 행동을 크게 후회했다.

에녹에 비해 현저히 체력이 달린 세라만 중간중간 기절하듯 잠이 들고, 자지러지는 쾌감에 정신이 들기를 반복했다. 정신을 잃었다 다시 깨어날 때마다 그녀의 곁에는 에녹이 있었다. 이번에 아픈 건 그녀가 아니라 본인이었는데도, 에녹은 예전에 세라를 간호해 줄 때처럼 그녀의 몸에 들러붙어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건 아침이 밝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안녕.”

깨어난 세라와 시선을 맞춘 에녹이 가볍게 인사를 해 왔다.

한 손으로 고개를 받치고 있는 그는 세라의 머리칼을 빙빙 돌리며 가지고 놀고 있었다.

“…….”

세라는 그 간단한 인사에도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이슬을 머금은 장미처럼 쌩쌩한 그와는 달리 그녀는 조금도 안녕하지 못했다.

에녹의 능력 덕분에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어젯밤 그가 집요하게 물고 빤 피부가 열상을 입은 것처럼 홧홧했다. 특히 집요하게 입술을 비벼댄 목덜미가. 그 자리가 정확히 기구로 순흔을 찍어 낸 자리라는 걸 알고 있기에, 에녹을 바라보는 눈매가 도무지 고와질 수가 없었다.

열렬한 시선을 받은 에녹이 능글맞게 웃었다.

“왜 그렇게 봐?”

“사람을 얼룩말로 만들어 놨는데. 그럼…….”

세라는 그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다.

대신 피부병에 걸린 사람처럼 난리가 난 제 몸을 눈짓했다.

에녹이 의외라는 듯 눈썹을 까딱였다.

“마음에 안 들어?”

난 도와주려고 그런 건데.

시무룩한 척 낯빛을 흐린 에녹이 바로 다음 순간 세라를 향해 품을 열어 주며 덧붙였다.

“그럼 지워 주고.”

“…….”

눈에 빤히 보이는 수작에 세라의 입에서 허, 하고 기가 찬 추임새가 튀어나왔다.

분명 이렇게 써먹으려고 일부러 엉망으로 흔적을 남긴 게 틀림없었다.

“필요 없어?”

그녀가 답이 없자, 에녹이 펼쳤던 팔을 거두려 들었다.

“……아니요.”

간을 보는 게 분명한 괘씸한 수작이었지만, 세라는 못 이기는 척 빙글 돌아 그의 품에 안겨 주었다.

밤새 떨어질 줄 모르던 두 몸이 제자리를 찾은 퍼즐처럼 겹쳐졌다. 하아,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쉰 에녹이 이불 밖으로 드러난 어깨에 쪽, 쪽, 입술을 내렸다.

그의 입술이 닿자, 지독하게 시달렸던 다리 사이가 징징 울렸다.

아, 짜증 나.

괜히 민망해진 세라가 퉁명스럽게 명령했다.

“싹 다 지워요.”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는 그 태도에 에녹이 황당한 듯 눈을 끔뻑였다.

“그러지. 뭐, 근데 어떻게 지울지는 내 마음…….”

그러다 금방 능글맞게 웃으며 세라의 엉덩이에 물렁해진 성기를 슬슬 비벼댔다.

쾅쾅쾅!

그때, 분명 사흘간 찾아올 사람이 없었을 세라의 방문이 부서져라 흔들렸다.

헉, 세라는 도둑질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세라~. 일어났어?”

방문자의 정체는 스노우였다.

“일단은요…….”

주춤대며 침대에서 일어난 세라가 이불을 칭칭 감은 채 문을 향해 달려갔다.

스르륵, 미끄러진 이불 아래로 에녹의 나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황하는 그녀와는 달리, 그는 여유롭게 세라의 뒤태를 감상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문 앞까지 다가간 세라가 태연을 가장하여 용건을 물었다.

“그게……. 휴가 주기로 해 놓고 이런 말 하기 좀 그렇긴 한데.”

역시나, 좋은 소식은 아니었는지 스노우가 답지 않게 말을 빙빙 돌렸다.

곤란하고 귀찮은 기색으로 푹, 한숨을 내쉰 그가 늦지 않게 본론을 꺼내 들었다.

“……방금, 알타이르 길드가 도착했어.”

“예?! 진짜?!”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에 세라가 저도 모르게 펄쩍 뛰어올랐다.

이 소식을 같이 전해 들은 에녹도 나지막하게 ‘진짜?’하고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응. 진짜.”

결코 농담이 아님을 강조한 스노우가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으음…….”

곧장 대답하지 못한 세라가 곤란한 눈으로 제 방을 돌아보았다.

후끈한 정사의 기운으로 가득한 방 안은 지난밤의 격렬함을 증명하듯 완전히 흐트러져 있었다.

여기저기 흩뿌려진 정체불명의 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역시 침대를 떡하니 차지하고 누운 에녹이었다.

“잠시만요?”

양해를 구한 세라가 침착하게 창가를 향해 걸어갔다.

걸쇠를 풀어 창문을 활짝 연 그녀는 아직까지도 침대에서 빈둥대는 에녹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서 하지 않고 뭐 하냐는 듯 창밖을 고갯짓하며 명령했다.

뛰어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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