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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나라를 팔았습니다-96화 (96/131)

#96

뜨겁고 강한 물줄기가 연달아 내벽을 두드렸다 아랫배에 번지는 뜨거운 기운에 세라가 허리를 흠칫거리며 그것을 모조리 받아 냈다.

움찔. 움찔. 에녹은 사정하는 순간순간 몸을 경직시키며 강렬한 쾌감에 진저리 쳤다. 그의 몸이 튀어 오를 때마다 세라의 안쪽에는 뜨끈한 정액이 쏘아졌다.

헉, 허윽.

벌어진 입술 사이로 억눌린 숨이 짧게 잘려 나왔다.

겉도 속도 사이좋게 달아오른 탓에 한 번 올라붙은 절정이 쉽사리 식지 않았다. 정액에 얻어맞는 중인 곳에서부터 시작된 쾌락이 온몸을 돌아다니며 세라를 황홀경에 데려갔다.

가닥가닥 펼쳐진 발가락이 기지개를 켜듯 쭉 펴졌다가, 구부러졌다가 했다. 젖꼭지가 꼿꼿이 서면서 물 위로 둥둥 떠 있던 젖가슴이 묵직해졌다. 배꼽 근처가 딱딱해지고, 경련이 끊이지 않던 뱃가죽 위로 더운 땀이 비죽 솟았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감각과 함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벽이 움찔대면서 꿈틀대는 페니스를 연방 조여댔다.

“으음….”

만족스럽게 신음한 에녹이 허리를 뭉근하게 휘돌렸다. 아직 힘을 잃지 않은 기다란 몽둥이가 절정의 여운으로 예민한 곳을 비벼댔다. 벌름대는 요도구에서는 잠그지 않은 수전처럼 정액이 끝도 없이 죽죽 쏟아져 나왔다.

그는 간헐적으로 허리를 덜덜 떨 정도로 느끼면서도 정액을 지리는 귀두를 질 안쪽에 구석구석 쑤셔 넣으며 발라댔다. 에녹이 하도 제 샅을 비벼대는 바람에, 세라의 다리 사이에서는 온통 그의 냄새가 났다.

집요하게 이어지는 영역 표시는 사정이 완전히 멎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지독하리만치 긴 후희를 즐긴 그가 몸을 물렸다. 여전히 단단한 페니스가 정액을 긁어내며 굴을 빠져나가는 뱀처럼 쑤욱 미끄러졌다.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귀두가 퐁,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다. 주인이 빠져나간 뱀굴은 품고 있던 크기만큼 벌어져 안을 훤히 내보이고 있었다.

에녹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흘러내린 정액이 물과 섞여 주르륵 회음을 타고 흘러내렸다.

“으으응-.”

가뜩이나 예민해진 피부에 그것마저 자극으로 돌아왔다. 느릿하게 흐르는 유백색의 액체는 아직도 가랑이 사이에서 뱀이 기어 나오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안겨 주었다.

파르르, 허리를 튄 세라의 허벅지 안쪽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뻥 뚫려 있던 구멍이 빠끔대며 개폐 운동을 반복했다. 서서히 크기를 줄인 입구가 금세 처음처럼 좁아 들었다. 덩달아 힘이 들어간 속 길이 뱀이 사라진 빈 공간을 안타깝게 조여댔다.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했던 행동이었으나,

세라의 회음을 타고 쏟아진 에녹의 흔적들이 물에 섞여 자취를 감췄다.

“하아, 하아-.”

긴 거리를 전력 질주한 것처럼 숨이 가빴다.

헉, 헉, 터질 것처럼 뻐근해진 폐로 호흡할 때마다 눈앞이 꺼멓게 죽어 들었다가 허옇게 부서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후우-.

긴 숨을 크게 내쉰 에녹이 붙잡아 흔들고 있던 여체를 놓아주었다.

그가 특히 힘주어 붙잡고 있던 오른쪽 골반께에 벌겋게 손자국이 남았다.

지지대를 잃은 몸이 무겁게 까라졌다. 욕조 턱에 머리를 기댄 세라가 편히 몸을 늘어뜨렸다.

전신을 감싸는 부드러운 물의 감촉이 불안하게 술렁이는 마음을 어루만졌다.

둥실 떠올라 잔잔한 물살을 타고 몸이 가볍게 흔들렸다. 가파르던 숨이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런 표현은 너무 과해서 좋아하지 않지만, 어머니의 양수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해일과도 같은 정사에 휩쓸려 저 멀리 밀려난 환청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언뜻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였지만, 세라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더, 좀 더, 엉망이 되고 싶었다.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모든 기력을 쥐어짜이고, 부서져서 의식이 끊어지듯이 깊은 잠에 빠져야만 만족할 것 같았다.

찌이익. 그때, 에녹이 뜨겁게 젖은 셔츠를 찢어서 욕조 바깥으로 던져 버렸다.

철퍽, 물기를 가득 머금은 옷이 질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들러붙었다. 무릎을 꿇고 앉은 에녹이 여태 멈추지 않고 뜨거운 물을 쏟아 낸 수전을 잠갔다.

뚝, 물소리가 멎는다.

붉은 머리끝에서 투명한 이슬이 방울져 떨어졌다.

에녹이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겼다. 훤히 드러난 희고 반듯한 이마에는 아직도 열락의 여운을 보여 주듯 굵은 핏줄이 하나 솟아 있었다.

“…….”

그 모습을 반개한 보랏빛 눈동자가 내내 좇았다.

낮은 곳에서 영웅을 올려다보는 노예의 시선이 그의 하체를 감싸고 있는 수면 그 아래를 들여다보았다.

단단하게 힘이 들어간 넓적다리 사이에 한껏 독이 오른 구렁이 한 마리가 대가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얼굴에 찌를 듯이 와 닿는 시선이 느껴졌다.

물가에 머무르던 시선이 위를 향해 올라붙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두 사람 다 용건이 있는 것처럼 서로를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조금씩 느려지는 호흡을 들이쉴 뿐.

먼저 시선을 피한 것은 세라였다.

몸을 일으킨 그녀는 뒤로 돌아 욕조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에녹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

수면 위로 희고 봉긋한 엉덩이가 떠올랐다.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휜 허리 위로 군청색 머리카락이 거미줄처럼 들러붙었다.

제 뒤를 내어준 세라가 가만히 그를 돌아보았다.

무언의 부름을 받은 에녹이 무릎걸음으로 그녀의 뒤에 가 섰다.

사정하기가 무섭게 벌겋게 일어선 성기를 엉덩이 사이에 내려놓았다.

씨물이 잔뜩 든 살 기둥이 벌써부터 묵직했다. 끔찍할 정도로 힘이 들어간 선단이 동그란 엉덩이골을 지나 하얀 등을 깊게 가로지르는 골짜기 위까지 그림자를 드리웠다.

뜨거운 손이 예술 작품을 만지듯 늘씬한 날개뼈를 문지르다 잘록한 허리로 흘러내려 꽉 쥐었다.

이미 가까이 붙은 몸을 바투 끌어당긴 에녹이 오로지 허릿심만으로 다리 사이를 가르며 삽입했다. 찌일걱. 충만한 물소리를 낸 페니스가 젖은 길 사이로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아직 절정의 여운을 품고 있는 내벽이 부드럽게 에녹을 받아들였다.

아아, 매끄럽게 이루어진 삽입에 고개를 꺾은 세라가 안타까운 탄성을 쏟아 냈다.

금세 흥분한 숨을 내쉰 에녹이 적응할 새도 없이 곧장 안쪽을 들이받았다.

거대한 성기가 여린 살을 가르고 들어와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극점을 들이받았다가, 단박에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다시 거세게 끝까지 들어와 세라의 배 속을 꽉 채워 주었다.

세라는 정신을 놓고 되는대로 말을 지껄였다.

“더 세게 해 줘. 더, 깊이.”

만약 이것이 경주였다면 에녹은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말이고 세라는 그의 위에 올라탄 기수였다. 발정 난 말 위에 올라탄 아름다운 기수는 미쳐 날뛰는 짐승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더욱 날뛸 수 있도록 충동질을 해 댔다.

자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에녹이 세라의 자궁구에 제 선단의 모양을 새겨 넣을 기세로 맹렬히 달려들었다. 처음보다 더 급하게 내달린 행위는 욕조의 물이 절반쯤 흘러넘쳤을 때에야 끝이 났다.

숨 돌릴 틈도 없이 거셌던 경주를 마친 두 육체가 땀으로 온통 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에녹은 언제나처럼 한두 번으로는 만족하는 법이 없었고, 세라는 끝없이 제게 달려드는 남자에게 이쯤에서 그만하라 애원하지 않았다.

행위가 반복될수록 둘 사이에는 대화가 사라져 갔다.

그저 허전한 곳에 서로의 가랑이를 끼운 채 고개를 꺾으며 상대가 주는 감촉을 앓았다.

짐승처럼 흘레붙은 두 사람은 욕조의 물이 다 식도록 쾌감을 좇아 내달렸다.

아주 길고, 뜨거운 겨울밤이었다.

***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해가 질 즈음 그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밤이 되어서도 그치는 법이 없었다.

흐린 먹구름이 달을 온통 가려 버려서, 안 그래도 반 이상이 가려진 창문에서는 인사치레에 가까운 희미한 빛만이 새어 들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 위로 쉴 새 없이 굵은 빗방울이 흘러내린다.

희미한 달빛에 비친 비 그림자가 창가에 선 에녹의 뺨 위로 미끄러졌다.

새카만 실크 가운을 느슨히 걸친 그는 간만에 연초를 태우는 중이었다.

흉통을 크게 부풀려 연초를 빨아들인 그가 다음 순간 느른하게 숨을 뱉어 냈다.

연기가 흩어지는 어깨 너머에는 커다란 침대가 보였다.

엉망으로 구겨진 시트 위로 자그마한 인영이 잠들어 있었다.

에녹을 등진 채 옆으로 돌아누운 여인의 몸이 느리게 호흡했다.

아직도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군청색 머리카락, 가녀린 어깨, 잘록한 허리, 그 아래로는 에녹이 덮어 준 이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몸의 절반이 가려져 있었지만, 부분부분 드러난 곳에 어김없이 찍혀 있는 순흔이나, 어깨를 여러 번 깨물린 듯한 잇자국으로 미루어 보아 잠들기 직전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여자의 몸에 남은 제 흔적을 되짚어 보던 에녹이 한 번 더 느른하게 연기를 뱉어 냈다.

욕실에서 세 번. 복도에서 한 번. 침대 위에서 두 번.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흘레붙은 덕분에 자진하여 그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 온 노예는 기절하다시피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제발……. 그만, 그만해. 잘못, 했…….’

내일 따위 없는 것처럼 그를 유혹하던 되바라진 태도는 침실로 들어올 즈음에는 완전히 꺾여 이쯤에서 그만하자는 애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의 품에 축 늘어진 노예는 그만하고 재워 달라느니, 자신을 원래 쓰던 방으로 돌려보내 달라느니, 그것도 싫으면 그냥 침대에 던져두고 네가 나가라느니 했다.

횡설수설한 게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핵심은 진짜 죽을 것 같으니 이쯤에서 자신을 놓아 달라는 뜻이었다.

‘자제하지 말라며.’

물론 에녹은 그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아냐. 제발. 너무 힘들어. 이러면 내일 걷지도 못-. 아, 아응!’

변덕스러운 노예는 욕조에 담가 놓았을 적에는 자신을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하더니. 막상 정말로 그 일을 당해 보니 아니다 싶었는지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였다.

종국에는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기까지 하는 노예를 어르고, 달래고, 찍어눌러서 기어코 욕심을 채운 사람이 바로 그였다.

성질 나쁜 주인님은 제게 매달려 애원하는 노예를 기꺼운 눈으로 감상하면서도, 더 처절한 밑바닥을 보고 싶어 적당히 타협하고 물러서지 않았다,

덕분에 에녹은 실로 오랜만에 내키는 대로 질펀하게 뒹굴었다.

척추를 뻐근하게 당기는 본능에 이성을 방기하여 하고 싶었던 것, 할 수 있는 것을 가리지 않고 했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여한 없이.

그래, 정말 여한 없이 뒹굴기는 했는데.

“…….”

연초를 비벼 끈 에녹이 침대 가를 빙 돌아 세라의 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팔짱을 낀 채 노예를 훑어보던 주인님이 별안간 옆으로 스르륵 쓰러져 잠든 여인과 마주 본 상태로 툭, 침대에 머리를 누였다.

그렇게 세상모르고 잠들어 버린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불만스럽게 미간을 좁히고는 툭,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

분명 원하는 만큼 취하고, 무너뜨리고, 울리고…….

더 이상 나오는 게 없을 때까지 불타오른 정욕을 모조리 쏟아 냈건만.

어째 질척한 욕망이 꿈틀대던 뱃속이 개운해지기는커녕 더욱 찝찝하게 질척거리기만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이 ‘그 사람’을 꼭 닮은 노예에게 바라는 것은 딱 교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일시적인 만족감. 그거 하나였는데.

바라던 것을 원하는 만큼 취했는데도 전혀 만족스럽지가 않다.

도리어, 안으면 안을수록 가져야 하는 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는 듯한 까닭 모를 초조함만 커져 갔다.

이토록 확연한 불만족의 이유는 아마도 하나일 것이다.

“……가짜로는 어떻게 해도 만족이 안 된다는 건가.”

공허한 시선이 그리운 이를 떠오르게 하는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빼곡한 속눈썹, 가녀린 눈매, 오뚝한 코, 매정한 말만 내뱉는 미운 입술.

소름 끼치도록 똑 닮은 얼굴, 한마디도 지지 않는 톡 쏘는 말을 듣고 있으면 아닌 줄 알면서도 문득문득 혹시, 하는 희망이 피어나곤 한다.

혹시, 설마, 행여라도.

무언가의 착오로 인해서, 세라 로젠바움이 제 곁에 살아 돌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부질없는 희망이 들곤 한다.

이것이 제게 주어진 최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으로는 왜 너는 그 사람이 아닐까 순간순간 원망하고 좌절한다.

“그러면 안 되는데.”

자조 섞인 비소를 내쉰 에녹이 씁쓸하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비슷한 것을 곁에 두면 이 사무치는 외로움이 조금은 잊힐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갈증만 더 커져 가는 기분이었다.

에녹은 아직도 제게 욕심 같은 의욕적인 감정이 남아 있는 줄 그제야 깨달았다.

그리고 조용히 피어나는 감정을 눌러 죽였다.

이 상황에서, 눈앞의 노예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여태까지 그래 왔듯이, 가장 비슷한 대체품을 끌어안고, 그것을 예뻐해 줌으로써 만족해야 한다고.

다짐을 거듭한 에녹이 한층 간결해진 눈으로 노예를 마주했다.

꼭꼭 걸어 잠근 빗장처럼 끼고 있던 팔짱을 풀어, 잠든 뺨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린다.

그리고 읊조린다.

“나에게 희망을 주지 마.”

눈앞의 여자에게 하는 말 같았지만, 그 말은 기실 스스로에게 내리는 경고였다.

이토록 닮았지만 이 여자는 세라 로젠바움이 아니다.

죽을 만큼 그립지만 이 여자는 세라 로젠바움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기적을 행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헛된 희망을 품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에녹 소서.’

왜냐하면 그가 바라는 소원은.

‘네가 그리워하는 그 사람은 결코 네 곁에 돌아오지 못한다.’

아주 오래전에,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못 박힌 죽은 마음이었으니까.

‘이 예언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신으로부터.

확실하게 살해당한 희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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