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
하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영원히 허리를 흔들어댈 것 같던 에녹이 우뚝, 추삽질을 멈추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속에 든 페니스가 꿈틀거리며 뜨거운 정액을 쭉, 쭉, 쏘아 버렸다.
“크읏-.”
계획에 없는 사정을 하게 된 에녹이 빠득, 이를 갈았다. 이미 절정에 올랐는데도, 무언가를 참는 것처럼 목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불끈 힘이 들어간 전신에 굵은 핏줄이 위협적으로 불거졌다.
쿵, 쿵, 등 뒤로 맞닿은 두툼한 가슴에서 살가죽을 뚫고 올라올 정도로 맹렬한 박동이 느껴졌다.
하아, 하아. 세라의 어깨에 그가 내쉬는 뜨거운 숨이 아스라이 흩어졌다.
잠시 숨을 고르던 에녹이 곧 하, 하고 헛웃음을 토해 냈다.
그 순간, 에녹은 의문의 변태 청년 연기를 완전히 그만두었다.
“하-. 넌 진짜 가망이 없다.”
가히 절망적인 수준이라며 혼잣말을 중얼댄 에녹이 어김없이 그녀에게 낙제점을 주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내 놓아주지 않던 세라의 한쪽 다리를 얌전히 풀어 주었다.
흐읏, 마침내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자 오래도록 한 자세로 굳어 있던 근육이 부르르 떨린다. 드디어 해방인가. 비틀거린 세라가 저도 모르게 가랑이를 조여 깊이 꽂힌 페니스를 조여 물었다. 확연하게 경도를 잃은 살 기둥에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봐주려고 해도 도와주질 않네-.”
그 경련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에녹의 손이 세라의 목덜미를 콱 잡아 아래로 눌렀다.
그러고는 처음과 같은 자세를 하게 된 그녀의 둔부에 순수하게 허릿심만으로 제 성기를 깊이 찔러 넣었다.
쩔퍽!
그사이 단단하게 발기한 페니스가 제가 싸지른 정액을 잔뜩 품은 구멍을 푹, 찔렀다.
한 번 사정을 맛본 에녹은 여태까지는 장난이었던 양 사납게 자궁을 들이받았다.
“대가리를, 깨트려도, 모자랄, 시간에, 애교를 부려. 감히?”
어디 오늘 아래가 헐도록 박혀 볼래? 어?!
겁박하는 목소리가 더없이 살벌했지만, 구멍을 드나드는 페니스는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부풀어 그가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아, 흐아, 놔, 이거, 놔아……!”
진저리를 친 세라가 제 목을 휘어잡은 손을 떨쳐 내기 위해 열심히 고개를 도리질 쳤다.
퍽, 퍽, 치받힌 몸이 에녹의 성기가 한 번 왕복할 때마다 크게 덜컹거렸다. 들이받힐 때의 충격이 하도 커서, 옷 안에 얌전히 들어가 있던 가슴이 반쯤 바깥으로 삐져나왔다. 아슬아슬하게 가려져 있던 유륜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아앗!”
그러다 아슬아슬하게 세면대를 잡고 있던 손이 기어코 미끄러져 버리고 말았다.
지지대를 잃은 상체는 원래라면 바닥을 향해 추락해야 했지만, 에녹이 그녀의 목덜미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 허공에 붙잡힌 채 흔들렸다.
“어떻게, 놔줄까?”
그녀가 곤란해질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는 에녹이 그제야 목을 놓아줄까. 하고 물었다.
다정한 척 속살대지만, 끝에 묻어 나오는 흉포한 웃음을 감추지는 못했다.
“놓지 마, 아, 안 돼. 놓으면, 흑, 나 넘어져……!”
잠깐 사이 입장이 바뀐 세라가 절대 놓치지 말라고 소리쳤다.
오로지 에녹의 손 하나에만 의지한 세라는 언제든 그가 놓아 버리면 바닥으로 엎어질 위험이 있었다. 매달릴 곳이 유일하니 바짝 긴장한 몸이 에녹의 손길을 떨쳐 내는 게 아니라, 더 안전해지기 위해 오히려 그의 손아귀에 제 목을 깊이 가져다 대기까지 했다.
목을 뒤로 더 젖히자, 허리가 더 활처럼 휘었다.
안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들고 있던 까치발을 한계까지 끌어 올린다.
무게 중심을 등 뒤로 하여 에녹에게 들러붙자, 삽입이 더할 나위 없이 깊어졌다.
그녀가 스스로 대 준 덕분에, 에녹의 페니스가 뿌리까지 쑤셔 박히며 수풀 하나 없이 매끈한 샅에 동그란 엉덩이가 와그작 형태를 잃고 뭉개졌다.
끝까지 짓쳐 든 살 기둥이 뒤로 뽑혀 나갈 때면, 튼튼하게 발기한 귀두가 안에 든 정액을 긁어내 바깥으로 퍼 날랐다. 속절없이 내쫓긴 유백색의 액체가 세라의 꽃잎에 온통 덕지덕지 들러붙었다.
그녀가 싸지르는 물보다 확연히 점도가 높은 씨물은 에녹의 손자국이 남은 다리를 느리게도 핥으며 내려갔다.
“으응! 아으응! 잠깐, 깊, 깊어! 그거 너무 깊어……!”
쩔퍽! 쩔퍽! 쩔퍽! 아플 정도로 얻어맞은 세라의 신음이 점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울음과 쾌감이 섞인 날것 그대로의 신음이 불같은 성욕이 단단하게 뭉쳐 있는 에녹의 아랫배를 기분 좋게 할퀴었다.
“그래. 비명이라도 질러. 그러면 누군가 달려와서 널 구해 줄지도 모르잖아.”
그것을 감미로운 음악처럼 감상한 에녹이 잘하고 있다며 그녀를 격려해 주었다.
세라는 비명 대신 다른 것을 내질렀다.
“응, 하읏, 으응, 그, 그만, 우읍.”
본능적으로 ‘목소리’를 사용하려 했으나 중간에 방해를 받아 실패했다. 비명이라도 지르라며 부추기던 에녹이, 막상 그렇게 할 기미가 보이니 입을 틀어막은 것이다.
“하지만 노예야.”
안쓰럽다는 어조로 세라를 부른 에녹이 미안해서 어쩌냐며 그녀에게 쓰디쓴 현실을 알려 주었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쪽, 목덜미에 입술을 맞춘 그가 그러니까 힘을 내라며 그곳에 잇자국을 남겼다.
우웁, 우윽, 그에게 입술을 막힌 세라가 억눌린 신음을 쏟아 냈다.
나가지 못하고 중간에 꼬여 버린 마력이 그녀의 회로를 들쑤셨다. 분명 심장이 불타오를 정도로 뜨거운 작열감이 느껴졌지만, 이미 온몸이 불구덩이 속에 내던져진 것처럼 뜨거워 통증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를 완전히 지배해 버린 독한 취기 덕분일지도.
확실한 건 이대로 에녹이 계속 입을 틀어막고 있으면 숨을 쉬기가 버거워진다는 거였다.
헥, 헤윽, 헥…….
점점 호흡을 가눌 수 없게 된 세라가 혀를 길게 빼물고 신음인지 숨인지 모를 것을 뱉어 냈다. 아무리 숨을 들이쉬어도, 폐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산소가 모자란 머리가 저렸다. 이렇게 괴로운 데도, 자궁을 관통하는 쾌감은 계속해서 날카로워지기만 했다.
“금이야 옥이야 보살펴 줬더니. 날 내팽개치고 이딴 짓이나 하는 변태 새끼를 침대에 끌어들여?”
이러니 내 억장이 무너져. 안 무너져.
변태 짓을 하는 건 본인이면서, 에녹은 현재의 자신과 진정한 자신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지금 이곳에서 세라를 욕보이는 자는 아까 전 그녀가 섣불리 침대에 들이겠노라 선언한 침실 노예이고, 자신이 쏟아붓는 온갖 변태 같은 행위 또한 겁 없는 네가 감당할 뻔했던 미래라고 윽박을 질렀다.
“흐으, 으응, 앙, 아앙!”
그 외에도 많은 말들을 했지만, 이성이 완전히 뭉개진 세라에게는 제대로 된 의미가 되어 와닿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귀는 세라에게 있어서 소리가 들어왔다 나가는 통로일 뿐 소통의 창구가 아니었다.
풀어진 동공으로 허공을 응시하던 세라는 막힌 입술을 소리 없이 달싹여 솔직한 감상을 읊었다.
‘기, 기분, 너무, 좋아…….’
그럴 리가 없는데도, 그녀의 굴속을 굴착하던 에녹의 성질 나쁜 선단이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성지까지 대가리를 들이미는 것 같은 관통감이 들었다.
“으으응, 으응…….”
한참을 에녹에게 꿰뚫리던 세라는 어느 순간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배 속이 벌벌 떨렸다.
이상, 이상해……. 이거 정말 이상해…….
같은 생각만 반복하는 그녀의 머리는 스스로가 절정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쉬익, 쉬이익, 쉭! 숨이 모자란 아래에서 연신 투명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가느다란 다리를 타고 흘러내린 절정의 흔적이 같은 방향을 보고 선 두 사람의 발 사이에 고여 물웅덩이를 이뤘다.
“……!”
시리고 뜨거운 전류가 세라의 하반신에 내리꽂혔다.
작살에 꿰뚫린 물고기처럼 파닥인 세라가 크게 까무러쳤다. 클리토리스 주변에 불이 붙은 듯 뜨거워지더니 아래에서 팍, 하고 애액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발끝에서부터 온몸의 털을 바짝 세우는 전율이 끼쳐 올랐다.
숨죽여 그 감각을 감당하기에도 버거운데, 그녀와는 달리 아직 절정에 오르기 전인 에녹은 처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 힘찬 허리 짓으로 세라의 음부를 짓뭉갰다.
“흐으, 그만, 그만해. 알았어. 알았다고! 이제 알았다니까!”
숨통을 조여 오는 쾌감에 세라가 결국 항복하듯 소리쳤다.
덮어놓고 알겠다고 소리친 그녀는 악령에 들린 사람처럼 정신없이 고개를 저어댔다.
무엇을 알겠다고 하는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빈칸에 들어갈 말이 무엇인지 에녹은 아는 눈치였다. 기다렸던 말이었는지 에녹이 처음으로 그녀의 말을 귀담아들어 주었다.
“그래? 알겠다고?”
“어!
세라가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역할극인지 뭔지 하자고 할 때는 왜 이딴 걸 하자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정말 잘 알았다.
그는 세라에게 섣부른 잠자리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있었다.
몸소 그녀가 만날 수도 있는 최악의 변태 새끼를 흉내 내면서.
몹시 비효율적인 방법이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세라가 알았으니까.
잠자리의 다양성에 대해 깊이 생각지 않았던 그녀는 에녹에게 엉덩이를 후려 맞은 시점에서 자신이 조금쯤은 경솔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고, 변태는 그보다 더 많다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섣부른 잠자리를 남발하고 다녔던 인간이 하기에는 상당히 적반하장이지만, 어쨌든 의미는 깨우쳤다.
그 사이 허리 짓을 늦춘 에녹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이는 주인님을 향해 물었다.
“그럼, 이제 할 말이 생겼겠네?”
아직도, 자신에게 할 말이 아무것도 없는지.
“…….”
고작 손 두 개에 붙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가여운 주인님의 물기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하악, 학, 손바닥 아래로 호흡을 가누는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
그 여린 존재감 하나로도 단전 아래로 폭력적인 성감이 치솟아 올랐다.
하-. 만족스러운 탄성을 내쉰 에녹이 느긋하게 세라의 답을 기다렸다.
하-. 그와 비슷한 시기에 숨을 토해 낸 입술이 서럽게 달싹였다.
잘못했어요…….
그 순순한 항복 선언에 에녹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잔뜩 취해서 그런가. 한마디를 지지 않던 노예가 오늘은 제법 순순했다.
고분고분한 태도에 슬쩍 마음을 푼 에녹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인 그때.
“……라고, 할 줄 알았냐?!”
번뜩, 날카롭게 눈을 빛낸 세라가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그의 새카맣고 탐스러운 머리채를 두 손으로 잡아챘다.
“죽어!”
그리고 두피를 뜯어버릴 기세로 흔들어 제꼈다.
“아, 아! 너 이거 안 놔?!”
에녹이 이것 놓으라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세라는 놓아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머리끝까지 차오른 취기가 그녀를 평소보다 더 솔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솔직한 세라의 모습은 고분고분하고 여린 노예가 아니라 위엄있고 앙칼진 주인님이었다.
“너나 빼! 이 개 같은 놈아! 이 세상에 다 너 같은 변태 새끼만 있는 줄 알아?! 이게 어디서 생사람을 잡고 지랄이야!”
세라가 말하는 생사람 잡는다의 생사람은 자기 자신이었지만, 이미 한번 꼬일 대로 꼬여버린 에녹의 머리로 생각했을 때, 그건 황금새에서 수줍은 눈빛을 교환하던-그런 적 없다-여우 같은 노예 새끼를 칭하는 말이었다.
“지금 내 앞에서 그 새끼 편들어?”
남아있는 평정심마저 박살이 난 에녹이 유치한 편 가르기를 시전했다.
무섭게 정색한 그가 깊이 묻어둔 페니스를 단숨에 뽑아냈다.
아으, 아래가 통째로 딸려 나가는 감각에 다리 힘이 풀린 세라가 비틀대자 한 팔로 번쩍 들어 올려 침대에 패대기친다.
“아직 반성을 덜 했네.”
싸늘하게 일갈한 에녹이 세라를 내려다보며 쯧, 혀를 찼다.
“반성은 네가 해야지. 저 좋은 일 실컷 하게 풀어줬더니 어디 와서 행패야?!”
세라 또한 지지 않고 똑바로 노려보며 되받아쳤다.
자신의 경솔함을 깨우친 것과는 별개로, 에녹이 괘씸한 건 괘씸한 거였다.
그가 제게 화를 내는 이유에는 세라의 섣부른 잠자리와 더불어 그를 환락가에 풀어 주었다는 사실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하고서도 욕을 얻어먹는 기분이란 나쁜 짓을 하고 욕을 얻어먹을 때보다 수배는 더 기분이 더러웠다.
“왜. 여자가 잘 안 낚여? 그래서 남의 일에 훼방 놓는 거야?”
간만에 제대로 반발심이 든 세라는 이 싸움에서 결코 지고 싶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했나. 시험해보는 용도라고는 했어도 방탕한 주인님 잠자리까지 신경 써준 배려심? 아니면 주인님 따라 섣부른 잠자리를 시도해보려는 용맹함?
둘 중 무엇이어도 세라에게는 잘못이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지.
그녀의 침대 사정은 에녹을 보고 배운 게 전부였다.
“뭐? 이게 진짜-.”
끝까지 당당한 세라의 모습에 에녹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불룩 솟았다.
제대로 열받은 표정을 지은 그가 세라의 위로 몸을 날린 건 그다음이었다.
그리고 곧장 뿌리 끝까지 쑤셔 박았다. 이미 한껏 농익은 여체는 막힘없이 그를 받아들였다.
그 순간 흥분하여 씨근덕대던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튀어나왔다.
잘못했다고 해.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싫은데. 내일 당장 오라고 할 거야.
안되겠네. 야, 너 내일부터 다시 노예 해.
웃겨. 너나 해. 까망아.
이게 진짜 주인님 무서운 줄 모르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이 오간다. 갈수록 심화 되는 갈등에 내려찍는 허릿심도 점차 강해졌다. 삐걱. 삐걱. 침대가 우렁차게도 흔들렸다. 서로를 헐뜯던 두 사람의 입에서 점점 언어가 사라져간다. 헐떡이는 숨소리가 짐승처럼 거칠어지고, 앙앙대는 신음이 섞여들기 시작한다.
에녹이 부러 세라의 약점을 긁어 올리면, 세라는 반격하듯 다리 사이에 묻힌 살덩이를 힘주어 조였다. 경쟁하듯 서로에게 얽혀들던 두 사람의 입에서 오로지 탄성만 터져 나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입으로는 물어뜯지 못해 안달을 내면서도, 주인과 노예는 이 세상에 둘 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서로를 향해 매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