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화 (1/277)

리얼돌 섹스토이의 탄생

[여기는 S69X. 모선 들리는가?]

[무슨 일인가? 잡음이 있지만 수신된다, 오버]

[큰일이다. 비행선이 워프 도중 항속 계산 오류로 1818 평행차원의 한 행성에 추락한 상태다.]

[피해는 없는가? 1000억분의 1의 확률로 오류가 나는데 정말 운도 없다.]

[다행히 비행선은 무사하다. 하지만 추락한 곳에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그…거 큰일이군… 혹시…….]

[그렇다. 이곳 생명체가 추락에 휘말렸다. 지적 생명체 1기 완파, 2기 반파, 기타 생명체 1기 완파되었다.]

[지적 생명체가 완파되다니!! 재앙이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본 모선이 거기로 출발하겠다. 좌표를 입력하라!]

그 순간 클로킹 상태의 모선이 0.1초도 안 되어 달의 뒤편에 나타났다. 지구의 위성인 달의 1/4에 육박하는 크기였다.

[S69X, 들리는가? 시간이 촉박하다. 10분 안에 모든 것을 수습하고 철수해야 한다. 이미 우주의 아카식 레코드에 오류가 발생하여 모든 사건이 틀어지고 있다. 완파된 1기는 어쩔 수 없으나 반파된 2기는 신속히 되살려야 한다.]

[원본 상태로 되돌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최소 한 시간 이상 소요된다. 다른 방법이 없겠는가?]

[양자컴퓨터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 방금 최적의 방안이 도출되었다. 모선 안 격납고에 수백 년간 자료용으로 냉동 보관되어 있던 생체형 안드로이드 2기가 남아있다.]

[그거 천운이로군.]

[하지만 그것은 일반 제품이 아니다.]

[그런 것을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잘못하면 사건의 오류로 인해 우리도 돌아갈 수 없다.]

[알겠다. 다행히 사고에 휩쓸린 3기 중 2기의 사고 전 모습이 영상에 잡혀있다. 그 외형을 바탕으로 최대한 비슷하게 복원을 시작하라.]

얼마 후.

[7분 42초. 외형이 완성되었다. 안드로이드를 추락 좌표로 이송하겠다. 곧바로 반파된 지적 생명체의 백업된 의식을 업로드할 것! 신속히 탈출하라!]

[로딩 중…….]

[앗!]

[또 무엇인가? S69X.]

[생각해 보니 정확하게 의식이 주입되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의식인지 구분이 안 되었는데…….]

[도대체 왜 그런 실수를!! 아니다. 어차피 반파된 2기에서 꺼낸 의식과 영상에 저장된 두 개체가 처음부터 다를 수도 있다. 오류는 어쩔 수 없다. 아카식 레코드의 피해를 최소화하라. 이것만 해도 우리는 수십 년의 시간을 낭비했다. 언제 본행성으로 돌아갈 것인가! 1초라도 빨리 워프를 실행하라.]

[알았다. 로드가 완료되었다. 워프를 가동하겠다.]

스팟!

그 수신을 끝으로 달 뒤편의 거대한 모선과 지상의 한적한 공원에 추락한 비행선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에너지의 분출이 있었으나 지상에서는 어떠한 감지도 불가능했다.

* * *

8월 말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따가운 햇볕이 서울의 한적한 공원을 내리쬐고 있었다. 직장인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꾸역꾸역 이동하고 있었고 학생들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인도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 순간, 공원 잔디밭에 누워있던 한 사내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이름은 주기만이었다. 그는 머리가 어지러워 고개를 흔들고 싶었지만,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움찔.

주기만의 눈동자가 죽은 사람처럼 순간적으로 풀어졌다. 뇌 속에서 폭발적인 의식 활동이 발생했다.

[개체 스캔 중… 동기화 과정을 시작합니다. 띠링… 인공적으로 주입된 의식이 존재합니다. AI가 보조 의식으로 자동 동기화됩니다. 로딩 중…….]

[모델 넘버 2080-001 리얼돌 섹스 토이 초급 모드 동기화 완료!]

주기만의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며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뭔가 가사 상태처럼 영혼이 몸을 관조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으윽! 몸이 왜 이러지?’

분명 공원에서 술에 취해 신세 한탄을 하며 펑펑 울고 있다가 엄청난 빛에 휘말렸다. 그 뒤로는 기억이 없고 방금 깨어난 것이다.

비틀비틀―

주기만은 어렵게 몸을 뒤집고 팔로 땅바닥을 밀면서 겨우겨우 일어났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니 어제 그 공원이 맞았다. 아침잠이 없는 노인들이 멋들어지게 옷을 입고 공원에서 러닝 중이었다.

“휴, 날벼락이라도 맞은 건가? 밤새도록 여기서 잔 거 같은데…….”

밤에 땅바닥을 뒹굴었는지 옷에 흙이 많이 묻어있는 상태였다. 기만은 무심결에 옷을 털다가 입고 있는 옷이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에게는 이렇게 화려하고 패셔너블한 옷이 전혀 없었다. 아니, 있어도 안 샀다.

‘어? 어라?’

그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그리고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다.

‘뭔가 눈높이가 다른 것 같은데…….’

자신이 36년간 보던 높이가 아니었다. 그의 키는 162cm였다. 보통 남자 키에 한참 못 미치는 높이였다. 입고 있는 옷이라든지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근처의 화장실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헉…….”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넋이 나가고 말았다. 비록 옷에 흙이 듬성듬성 묻어있었지만 엄청나게 잘생긴 미남이었다.

“뭐, 뭐지? 이게 나라고?”

180cm는 훌쩍 넘어 보이는 키에 뽀얀 피부. 어깨는 넓은데 모델같이 몸이 잘빠졌다. 이른바 여자들이 제일 선호한다는 수영 선수 체형이었다. 얼굴은 약간 날카로워 보이긴 하나 미남이었고 적당히 찰랑거리는 깔끔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입고 있는 옷은 어떤가! 말끔한 흰색 에르메스 셔츠에 살짝 타이트한 유광 검정 바지를 입고 있는데 무슨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제비처럼 생겼다. 물론 잘생겼다는 좋은 의미였다.

삐뽀삐뽀―

어디선가 아침부터 울려 퍼지는 앰뷸런스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기만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뺨을 힘껏 후려쳤다.

짝!

‘윽, 아프네? 이거 진짜 꿈이 아니잖아!’

주기만은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자신의 몸을 체크하고 있었다. 손등을 이리저리 쳐다보기도 하고 눈을 크게 떠서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셔츠 단추를 풀어서 상체를 살짝 들여다보고 엉덩이도 더듬더듬 만져보았다.

“크흠! 젊은이, 뭐 하는가? 세면대 청소해야 하는 거 안 보이나? 아침부터 실성한 사람처럼 뭐 하는 거야? 옷은 꼴이 그게 뭐고? 밤새 술 먹고 여기서 기절했었나? 쯧쯧…….”

“죄, 죄송합니다.”

공원 화장실 청소를 하는 노인이 얼굴을 찌푸렸다.

“혹시 이거 자네 윗옷 아닌가? 받고 얼른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

주기만은 공원 화장실에서 쫓겨나듯 걸어 나왔다. 이제 자기가 누구인지 헷갈리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현기증이 오는 것 같아 벤치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나 주기만 36세.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백석빌딩. 마포도서관 행정직 공무원으로 근무. 키 162cm, 40kg. 시력 양쪽 1.0.’

머릿속으로 빠르게 자신의 신상 명세를 읊고 있는 기만이었다.

‘어젯밤 정신을 잃고 모든 게 홀라당 바뀐 것 같아. 난 분명히 주기만이 맞다.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걸 잊을 순 없지. 그런데 이 몸뚱어리는 뭐지? 분명히 이것도 나인데……. 이건 꿈이 아니야! 설마… 혹시 내가 구원이라도 받은 걸까? 몸이 바뀌었으면 분명 병도 없어졌을 터…….’

갑자기 그의 눈에 습기가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흐흑… 혹시 나를 불쌍히 여긴 신님이?’

갑자기 그가 벼락에 맞은 듯 미친놈처럼 벤치에서 일어나더니 하늘에 대고 소리치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흐어어헝!”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청소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따… 아침부터 앰뷸런스가 오질 않나, 멀쩡한 놈이 실성한 놈처럼 발광하질 않나. 오늘 일진이 사납구먼. 쯧쯧…….”

“꺼이꺼이…….”

실컷 울고 나니 정신이 들었다. 주기만은 어제를 복기했다. 그는 종합병원에서 고환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았었다.

‘어제 유서를 써놓고 자살하려다 실패하고 깡소주 두 병을 들이켜며 공원에서 처울고 있었었지. 그러다 정신을 잃은 거고……. 그리고 뭔지는 모르지만 어떤 일이 일어났어. 그게 신이든 아니면 외계인이 장난친 것이든! 그렇다면 지금 나는 누구란 말인가?’

그가 조금 전 노인에게서 받은 상의를 뒤져보니 스마트폰이 나왔다. 최신형 사과폰이었다. 화면을 보자마자 잠금 해제가 풀리며 바탕화면의 아이콘들이 나타났다. 기만은 바로 이것저것 탐색하기 시작했다. 연락처 내 프로필에 [강전기]라고 저장되어 있었다.

“이름이 강전기구나! 전기라… 멋지네.”

그는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연락처에는 약 30명 정도의 이름이 저장되어 있었다.

“찐 아싸였던 나도 연락처가 백 명이 넘는데… 물론 직장 전화지만. 뭐지? 스마트폰을 새로 했나?”

깨톡을 확인해 보니 방이 두 개밖에 없다. 하나는 가족 단체방인 듯했고 하나는 유민성이라는 이름의 남자였다. 이렇게 대화방이 없는 건 찐 아싸거나 일부러 대화를 지운다는 거였다.

사진 앨범에도 최근에 운동한 사진이나 옷 사진, 풍경 사진 외에 별다른 게 없었다. 정말 스마트폰을 최근에 했거나 별도로 백업하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어디 살지. 보자, 여기 지갑이 있구나.”

주머니를 뒤져 명품 지갑을 열어보니 신용 카드 몇 장과 정체불명의 카드키 그리고 다소간의 현금이 있었다.

“여기 운전면허증이 있구만. 보자… 집이 나랑 비슷하게 홍대 근처로군. 그런데 이게 실주소 맞나?”

간혹 운전면허증 주소를 갱신 안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잉―

그 순간 스마트폰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큐팡맨입니다. 주문하신 제품을 배달 완료하였습니다.]

곧바로 문자와 함께 온 배달 인증 사진을 확대해 보니 배송 주소가 적혀있었다. 면허증의 주소와 일치했다.

‘일단 그 집으로 가서 좀 씻어야겠다.’

주기만은 천천히 걸어서 주소상 집을 찾았다. 지도 앱으로 찾아보니 자신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고급스러운 건물에 나름 깔끔한 동네였다.

“이곳이구나. 501호였지? 지은 지 얼마 안 된 건물이라 그런지 엘리베이터도 있네.”

내장재도 고급스럽고 상당히 비싸 보이는 건물이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5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중앙으로 양쪽에 집이 있는 아파트 형태의 구조였다.

“응? 돈 많은 집안 녀석인가? 이런 곳에 살려면 월세가 상당할 텐데…….”

다행스럽게도 지갑에 있는 정체불명의 카드가 바로 이 현관문 키였다. 주기만은 지갑을 갖다 대고 문을 열었다.

띠리릭―

그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 인테리어 좋고! 투룸이구나. 뭐, 괜찮네…….”

전체적으로 집 안이 차분하게 옅은 아이보리 계열로 도배된 상태였고 원색이나 블랙 색상의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포인트를 줬다. 침대도 퀸사이즈로 컸고 연두색 소파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화장실에 샤워실만 있는 게 아니라 분위기 있는 욕조도 있었다.

“투룸이긴 한데 있을 건 다 있네.”

원목 책상에는 컴퓨터와 작곡용인지 마스터 키보드가 놓여있었다. 책장을 보니 여러 가지 미디 프로그램 책이 있는 거로 봐서 집의 주인이 작곡 같은 것도 하는 모양이었다.

“뭐야. 원판 녀석, 나랑 취미가 비슷하네?”

친구도 없는 모태 솔로 주기만은 걸그룹 덕질도 모자라 노래까지 작사, 작곡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아는 사람들에게도 들려준 적 없었고 사운드 클라우드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가볍게 마스터 키보드를 눌러보았다.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학생증이 보였다.

[연제대학교 경영학과 강전기]

“윽! 얼굴도 잘난 놈이 공부까지 좀 했나 보군. 좀 살짝 재수 없는데?”

대한민국 사립대 중 1, 2위를 다툰다는 그 학교다. 심지어 주변에 상권도 좋아 놀기도 좋은 곳이다.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오는 대학교였다.

기만은 더러운 옷을 벗고 욕조에 들어가서 샤워기를 틀었다. 아무리 새벽이라고 해도 더운 여름에 밖에서 뒹굴어서 먼지와 땀으로 범벅인 상태였다.

‘어휴, 개운하다. 이제야 살 것 같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머리까지 감고 찬물로 시원하게 마무리했다. 머리를 말리면서 바뀐 몸을 유심히 살폈다. 전신 거울을 보며 물기 있는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보았다.

‘풍성하구나. 탈모의 조짐도 전혀 없고…….’

20대 초반부터 정수리가 비기 시작한 기만이 천천히 바뀐 몸의 머리숱부터 체크하기 시작했다.

화장실 조명발이긴 하지만 확실히 잘난 얼굴이었다. 뽀얀 얼굴에 눈 밑 작은 점이 샤프한 인상을 더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뭔가 연예인 같은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

‘크흑! 눈부셔… 훈남… 아니 미남…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했던가? 이 정도 얼굴이면 어디 가서 외모로 꿀릴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그의 화장대에 여러 가지 스킨케어 제품들이 놓여있었다. 스킨, 로션은 기본에 마스크팩, 선크림, 각종 기능성 화장품들이었다.

‘평소에도 꾸준히 관리했나 보군.’

평생 마트에 파는 싸구려 니베아 로션 하나로 버틴 기만으로서는 그야말로 신세계. 그나마 추워지면서 얼굴에 각질 생길 때 발라줄 뿐, 평소에는 비누로 세수하고 끝이었다.

사실 관리해 봐야 나아질 게 없는 비호감상이라 어쩔 수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어? 진짜 못생겼다고 단박에 얼굴이 찌푸려지는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바뀐 몸은 그야말로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헬스충 같은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닌 날렵하고 서양인 같은 모델 체형이었다. 운동으로 꾸준히 관리한 모양인지 같은 남자지만 감탄이 나오는 몸매였다.

“후후… 여자들이 우락부락한 근육보다는 이런 몸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기만이 아랫도리에 수건을 두르고 헬스 대회를 나온 것처럼 몸에 힘을 주며 거울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골격이 시원시원해서 계속 눈이 가는 스타일이었다.

스르륵…….

많이 움직여서였을까? 허리에 두르고 있던 수건이 풀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기만의 눈이 부릅떠졌다. 거울에 비친 그의 심벌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대, 대물.”

샤워하면서 보긴 했지만 전신 거울로 보니 정말 실감 나는 사이즈였다. 길이와 두께가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서양 포르노에 나오는 특대 사이즈의 배우는 아니었지만, 5센티 실잣에 불과했던 기만으로서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와씨, 실화냐?”

대부분 한국 남자의 물건이 시커멓고 흉악하게 생긴 게 많았는데 반질반질한 게 깔끔한 모양이었다. 물건 주위는 왁싱을 했는지 털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점점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탄탄한 허벅지가 눈에 들어왔다. 다리에 힘을 주자 허벅지 근육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오! 이게 바로 말벅지구나. 하체가 강하면 강직도가 대단하다던데?’

단단한 강직도! 모든 악조건을 가진 남자 주기만은 결코 가져본 적 없는 꿈의 단어였다. 실잣이면 단단하기라도 해야 했지만, 신은 그를 끝끝내 외면했었다.

한참 동안 나르시시즘에 빠져 자신을 감상하던 기만에게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만? 그런데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어떻게 되는 거지? 혹시 나랑 이 몸 원주인의 영혼이 바뀐 거 아냐?’

어딘가에서 내 원래의 몸을 한 녀석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럴 게 아냐. 얼른 집에 가보자. 바로 근처니까.”

기만은 입을 옷을 꺼내기 위해 옷장을 열었다. 옷장에는 멋진 옷들이 가득했다.

“어우, 이거 너무 부담스러운 디자인이 많은데?”

아싸 중의 아싸 주기만은 몇십 년간을 남의 눈을 피하고 살다 보니 화려한 옷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주로 눈에 안 띄는 회색 계통을 입고 다녔다. 최대한 남의 시선을 벗어나야 마음이 놓였던 것이다.

그는 옷을 고르고 골라서 가장 무난한 흰 티에 청바지를 꺼냈다. 그냥 티셔츠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유니클론에서 파는 싸구려 티셔츠와는 다른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스마트폰을 꺼내 그의 집과의 거리를 체크했다.

‘집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로군.’

주기만은 빠른 걸음으로 5분도 안 돼서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그가 건물 앞 명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백석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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