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3화 (1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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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호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수영 수업에서 생긴 일

스킬을 쭉 살펴본 강전기는 고민에 빠졌다. 1성 스킬인데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기능이 많아 결정하기 힘들었다.

‘내가 운동선수도 아닌데 신체 능력 강화는 뒤로 미루더라도 성 기능 강화도 괜찮고 상대방을 흥분시키는 고급 안마 스킬도 마음에 드네. 어차피 근력이나 민첩은 상위 0.1%니까 그 정도는 충분하지.’

이것저것 고민하던 그는 의외로 불임 스킬을 선택하였다.

[불임 스킬이 자동으로 활성화됩니다.]

“솔직히 남자가 사고는 치지 말아야지. 우선적으로 리스크를 피하는 게 최선이야.”

만약에 사고라도 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앙. 겨우 초월적인 능력을 얻어놓고 한 여자에 묶여 새벽에 우는 아기나 봐야 하는 경우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포인트는 더 모으면 되는 거고…….”

유하리를 떠올리자 또다시 아랫도리에 반응이 왔다. 귀여운 그녀의 얼굴과 한 손에 잡힐 듯이 잘록했던 그녀의 허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주말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안절부절못하는 연애 초보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에게 아직까지 쿨함은 요원한 듯 보였다.

* * *

경영학부 내에서는 개강 파티에서 나왔던 소문이 암암리에 퍼지면서 결국 강전기의 이미지는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술에 취해 소문을 퍼트린 범인은 강전기의 눈을 피해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짜증 나서 뭐라고 한마디 해주려고 했지만 댄스 동아리의 유하리와 그런 관계가 된 후부터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됐어. 뭐, 여자가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현재의 외모와 스킬로도 충분히 인생을 풍족하게 즐길 수 있는데 굳이 번거로운 변명을 하기 싫었던 것이다. 차라리 학부에서는 여자에 관심을 끊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로 천천히 이미지 개선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전기는 잠깐 쉬었다가 학내 스포츠 센터에서 실습하는 수영 수업에 가는 도중 걸그룹 마니아인 성기호를 만났다.

“전기야, 수업 끝났냐?”

“아니, 나는 교양 하나 남았어. 너는?”

“난 이제 끝났지. 오늘은 마이하트 팬미팅이 있어서 거기 가봐야 해.”

“오… 좋겠네? 그거 경쟁률 장난 아니던데…….”

“그나저나 어제 인기가요 봤냐? 키스마이걸은 역시나 1위 못 하더라.”

“뭐, 역시나 예상하던 바 아니었냐? 그런데 넌 꼬박꼬박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라이브로 챙겨 보니?”

“당연하지! 그런 거 말고 TV에 볼 게 뭐가 있냐?”

“…….”

“우리 캔커피나 한잔할까? 내가 쏠게.”

강전기와 성기호가 지나가자 많은 사람들이 힐끔거렸다. 분위기가 정말 상극인 둘이 같이 어울려 다닌다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경영학부의 소문난 여자 킬러 강전기와 매일 걸그룹 이야기만 하는 오덕후 성기호의 조합은 누가 봐도 이상한 것이었다. 물론 둘의 관심사가 같다는 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아직도 애들이 내 얘기 하냐?”

강전기가 차가운 캔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좀 줄긴 했는데 하긴 하나 보더라고. 네가 좀 화제성이 있잖아. 조용히 있으면 잠잠해지겠지.”

“그래야지.”

“내가 열심히 커버 쳐주고 있다. 그런 소리 들으면 헛소리 말고 본인 앞가림이나 잘하라고.”

“그래, 고맙다. 너밖에 없구나.”

“말만?”

“왜, 술이라도 한잔 사줄까?”

“술은 됐고 나중에 나랑 팬미팅이나 가자.”

“무슨 팬미팅? 마이하트 팬미팅은 아무나 못 가지 않냐?”

“마이하트 말고 신인 애들이야. 요즘 좀 애정을 주고 있지. 팬미팅 같은 데 혼자 다니면 너무 심심하거든.”

“뭐야? 나를 시간 때우는 용도로 사용하려고? 이게 콱!”

“아니면 내 채널에 게스트로 한번 나와주든가.”

“채널이라니? 너도 혹시 미튜브하니?”

“응, 뭐 개인적인 취미로…….”

“뭐 하는 채널인데 나를 불러?”

“걸그룹 관련 채널이야. ‘Brand New 걸그룹’이라고 이것저것 올리고 있는데 이번엔 새롭게 대형 기획사 연습생 경험담 인터뷰나 하나 올릴까 싶어서…….”

‘어째 요즘은 개나 소나 다 미튜버냐?’

“걸그룹 채널이라니… 참 너도 일관적이다. 응? 그런데 구독자 수 뭐야? 12만 명?”

강전기가 스마트폰으로 조회해서 확인해 보더니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 그래서 용돈 벌이 좀 하고 있다. 조회 수가 구독자 수보다 많이 나와서 그런지 괜찮아.”

“뭐야? 본인 얼굴도 까고 상당히 전문적으로 하고 있네? 나 같으면 창피해서 못 할 거 같은데 너무 당당한 거 아니냐?”

“창피하다니? 무슨 소리야 그게?”

그는 오히려 그게 뭔 소리냐고 반문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성기호는 중학생 때부터 걸그룹 덕질을 해오던 오덕후였다. 그때부터 발로 뛰며 수집한 자료나 영상으로 미튜브 채널을 5년 동안 운영하고 있었다. 중간에 공익근무 판정을 받아 공백 없이 꾸준히 운영한 게 나름 통했는지 최근 그 세계(?)에서는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채널이었다.

주로 걸그룹 뮤직비디오 리뷰나 리액션 영상, 팬미팅 현장이나 직캠 등을 올렸고 자기가 꽂힌 그룹은 상세하게 뼈를 발라낼 정도로 분석하고 의견을 끊임없이 개진하는 진정한 덕후 채널이였다.

“기호야, 나 옛날이야기 하는 거 별로야.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사실은 잘 몰라서) 차라리 팬미팅이나 시간 되면 따라갈게.”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걸그룹 채널에 고추 연습생 나와봐야 좋은 소리 못 들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나중에 내가 연락하면 시간 좀 비워둬라.”

“그래… 알았어. 난 수업 받으러 간다.”

수영 수업은 연제대학교 스포츠 센터에 있는 수영장에서 진행했다. 기호와 이야기하다가 조금 늦은 강전기는 헐레벌떡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하게 샤워한 뒤 풀로 들어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기를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시선에 좀 적응해야 하는데 아직도 영 어색하네. 언제 적응되려나… 잘생기고 예쁜 애들이 평소에 이런 시선을 받으면서 살아와서 연예인 생활을 잘하는 건가?’

안에는 수영복을 입은 수십 명의 학생들이 모여있었는데 강사가 출석을 부르고 있었다.

‘이크, 안 늦었구만.’

30대로 보이는 남자 수영 강사가 출석을 다 부른 뒤 손으로 전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전기에게 집중되었다.

“거기 늦게 온 몸 좋은 학생은 이름이 뭐죠?”

강사가 가볍게 농담하자 학생들이 나직이 웃음을 터트렸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경영학과 강전기입니다.”

“다음번부터는 늦지 마세요. 오늘은 지각 처리 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늦지 않겠습니다.”

전기가 남자답고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하하, 거참 씩씩한 학생이네요. 생긴 것처럼 시원시원하네?”

“자,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여기 수영을 배워본 적 있는 사람?”

“…….”

“거의 없군요. 하긴 레벨1이라 수영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신청했겠죠?”

“네…….”

“학기 동안 우선 물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나서 호흡법을 배우고 물에 뜨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겁니다. 최종적으로는 자유형을 배우고 배영까지 배우는 것을 목표로 수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학점은 기말 시험을 패스해야 합니다.”

강사의 수업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의실에서 설명한 내용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거라 그의 눈이 학생들을 하나하나 훑고 있었다. 대략적인 성비는 5:5로 균형이 잡힌 모습이었다.

죄다 검은색 또는 남색 계열의 수영복을 입고 있고 더러는 벌써부터 수영모를 쓰고 있는 사람도 있어서 그런지 외모에 대한 판단이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여자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눈에 차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댄스 동아리의 유하리와 이다미급의 외모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흐미… 완전 꽝이구만. 이런 사태는 수업을 신청한 원판 녀석도 계산하지 못했겠지. 뭐, 어쩔 수 있나? 이번 기회에 착실히 수영이나 배워야겠다.’

“거기 뭐죠? 지금 수업 중인데……. 혹시 이거 듣는 학생 맞아요?”

학생들을 보면서 설명하고 있던 강사가 출입구 쪽을 보면서 말했다. 학생들의 고개가 출입구 쪽으로 돌아갔다. 강전기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거기에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금발 쇼트커트의 여자 한 명이 일반적인 수영복이 아니라 모노키니 수영복을 입고 화장을 진하게 한 채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모노키니란 원피스와 비키니의 중간 형태로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데 옆구리가 심하게 터진 모양의 수영복으로 허리를 얇아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는 수영복이었다.

“저 수영 수업 맞아요.”

“여기 학생 맞구나. 그런데 수업이 아니라 화보 촬영 온 거 아니에요?”

“와하하하…….”

강사의 말에 학생들의 웃음이 빵하고 터졌다.

“색조 화장, 마스카라에 틴트까지……. 웬만하면 실내 수영장에서는 좀 자제합시다.”

강사가 과도하게 화장하고 온 학생에게 충고했다. 그러나 쇼트커트 여학생은 짜증 난다는 듯이 성질을 부렸다.

“워터 프루픈데요?”

얼굴이 팍하고 굳어버리는 강사님.

‘썩을! 해도 어지간히 해야지 얼굴에 무슨 방송 메이크업을 했냐?’

요즘 하도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 파리 목숨의 강사는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하고 입맛이 쓴지 표정이 썩어들어 갔다.

“크흠, 오늘 지각했으니 결석 처리 안 당하려면 끝나고 이름 알려주세요.”

말을 마친 강사가 다시 강의를 시작했다.

강전기는 옆에 선 그녀를 곁눈질로 쓰윽 스캔했다. 그녀는 웃음거리가 된 게 열 받는지 팔짱을 딱 낀 채 강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음… 몸매는 이다미보다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네. 얼굴은 화장을 진하게 하긴 했는데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꽤나 화려한 미인이구나.’

여자들이 남자처럼 쇼트커트를 잘못하면 폭망하는 경우가 많다. 괜히 여자들이 머리를 기르는 게 아니다. 머리가 길면 심미적으로 훨씬 예쁘게 보이는 법이다. 머리카락은 강력한 액세서리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짧을수록 본판인 얼굴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얼굴에 자신이 없다면 하기 힘든 스타일이다.

귀가 보이는 쇼트커트를 했는데 예쁘다? 그렇다면 머리를 길렀을 때도 100% 미인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반대라면? 쇼트커트를 하고 망하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 금발녀는 미인 축에 들어간다고 봐야 했다.

“뭘 봐요?”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키 작은 한 학생을 향해서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니, 그게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아 가지고…….”

그 학생은 까칠한 그녀의 말에 그만 목을 움츠리고 말았다.

수영 강습 첫날은 물 밖에서 자세 잡고 물장구치는 것을 배우고 끝났다. 사람들은 수영복만 입고 누워서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서로 부끄러워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았다.

수질(수영장 말고)은 안 좋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워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진 강전기가 생수를 한 모금 마시면서 스포츠 센터를 나서고 있었다.

“저기요.”

뒤에서 누군가가 강전기를 불렀다. 그가 돌아보니 아까 그 금발녀였다. 그녀는 타이트한 하늘색 바탕에 레드, 화이트 스트라이프가 있는 티셔츠와 짧은 하얀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얼굴은 아까 수영장에서 본 것처럼 완벽하게 세팅된 상태였다. 볼에 분홍색 볼 터치를 했는데 금발과 꽤 잘 어울렸다.

“저요?”

“네… 그쪽요! 여기에 누가 또 있나요?”

“…….”

“수업 혼자 들으시나 봐요?”

그녀가 껌을 씹으면서 그를 위아래로 쓰윽 훑어보는 게 아닌가! 강전기는 공격적으로 묻는 그녀의 말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엥? 뭐지 이거? 쪼끔 기분이 나쁜데……. 쇠몽둥이(?) 찜질이라도 해줘야 하나?’

“저기요. 귀먹으셨어요?”

“아… 혼자 듣습니다. 전 경영학과 2학년 강전기라고 합니다.”

“같은 2학년이네. 난 의류환경학과 황아영. 나도 수업 혼자 듣거든. 학년도 같은데 우리 친하게 지내자. 말 놔도 되지?”

‘갑자기 반말을? 난 복학생인데 좀 무개념이네. 쩝……. 뭐, 상관있나? 약간 싹수없는 것도 스웩으로 포장되는 자기 PR 시대인걸…….’

“나야 좋지.”

강전기는 본인만 정색하고 진지 빨면 사람 우스워 보일까 봐 쿨하게 대답했다.

“어디 가는 길이야? 난 수업 다 끝났는데 넌?”

“나도 끝나긴 했는데 동아리방에나 갈까 생각 중이었지.”

“그래? 뉘앙스를 보니 공식적으로 별로 중요한 일은 없나 보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러면 나랑 술이나 한잔할래?”

“…….”

강전기가 그녀의 말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이런 게 헌팅인가? 잘생겨지니 하루하루가 스펙터클의 연속이구만.’

“왜? 싫어?”

‘싫을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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