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16화 (16/277)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선추코 감사드립니다.

에로배우 연기

불타는 금요일이었다. 유민성에게서 술 먹자는 연락이 왔다.

―형, 오늘 클럽에서 술 한잔하자. 방송에서 사귄 애들인데 소개시켜 줄게.

“민성아, 미안. 일이 있어서 못 가.”

―불타는 금요일에 뭔데 그래? 제대하면 더욱더 화려하게 살 거라며?

“학교 일이야.”

―에이… 딱 보니 순진한 여대생 꼬시려고 하는구만? 그래, 알았어. 풋풋한 애들하고 잘 노슈. 근데 괜히 순진한 애들 타락시키지 말고.

“그런 거 아냐, 인마. 나 이제 쓰레기 아님.”

―형! 쓰레기 아니고 핵폐기물!

“야, 뒤진다. 전화 끊어라. 나중에 연락할게.”

―알았어. 형.

토요일 날 유하리와 데이트를 하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부터 그녀의 방송을 시청하기로 마음먹었다. 뭔가 그녀에 대해서 알아야 대화도 할 게 아닌가? 컴퓨터를 켜고 트위스터TV에 들어가 하링하링을 검색했다.

그녀 채널의 시청자 수는 약 이천 명 정도였다. 벌써 수백 명의 시청자가 더 늘어난 것 같았다. 한번 붙기 시작한 시청자 수 증가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불금인데, 할 일 없는 애들 많네.’

불과 며칠 전까지 본인도 그렇게 살았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전기였다.

유하리는 FPS 게임인 서바이벌 그라운드를 플레이 중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핫한 게임 중 하나였다. 시청자가 이천 명이라 그런지 채팅 창이 매우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아… 일렉케이 님. 구독 감사합니다. 하링하링!]

구독 버튼을 눌러 월 오천 원짜리 정기 구독을 신청하니 그녀가 귀여운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 왔다. 그녀는 솔로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벌써 7킬 중이었다. 그 정도 실력이면 상당한 고수였다. 게임 랭킹 사이트를 조회해 보니 솔로 순위가 782위로 상당히 높았다.

이른바 상위 0.01% 수준의 고인 물. 또한 그녀는 플레이 도중에 오디오가 절대 비지 않는 밀도 높은 방송을 하고 있었고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와, 아이콘을 보니 정기 구독자들도 많고 도네도 엄청 터지는구만?”

대기업 스트리머들이 아직 등판 전인지 서바이벌 그라운드 게임 내에서는 현재 1위 시청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웬만한 대기업들과 비교해도 코어 시청자가 꿀리지 않아 도네이션과와 구독 수입이 상당할 것 같았다.

얼굴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목소리만으로 이 정도 씹덕들을 양산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재능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미튜브용 배경 음악을 새롭게 작곡해 줄까? 그러면 좋아할 것 같은데…….”

그의 머릿속에서 그녀의 방송에 맞는 멜로디가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강전기가 생각난 멜로디를 허밍으로 부르면서 채팅 창을 가볍게 훑어보았다.

[시간을달리는남 : 목소리는 귀여운데 얼굴이 못난이면 배신감 너무 클 것 같다.]

[매니저-하링연구소 : 외모 언급은 제재 대상입니다. 주의해 주세요.]

[바보하링이 : 딱 봐도 모르겠어요? 하링이는 겅쥬입니다. 못생겼을 리가 없죠.]

[시간을달리는남 : 겁나 열심히 방송하는 것 보면 분명 추녀임. 예쁜 애들은 이렇게 열심히 방송 안 함.]

―시간을달리는남 님이 추방되었습니다.

게임하고 있는 하리의 표정에 미소가 피어났다.

‘후후… 점점 외모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구나. 얼굴 공개를 위해서 미리 빌드 업 좀 해야겠지?’

“님들아! 외모 이야기 좀 안 하면 안 되나요? 저 너무너무 부담되거든요. 제가 언제 예쁘다고 한 적도 없고. 하아… 그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이제는 지친다는 듯 힘이 빠진 모습을 보여주는 유하리의 연기였다.

[김미러브하링 : 자꾸 이상한 어그로꾼들이 분위기 흐리네요. 매니저님 바로 밴 부탁드려요.]

[내일의나 : 하링이 또 삐졌누. 띠링, 텐션 올리는 입금 갑니다.]

[내일의나 님께서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 내. 일. 의. 나. 님께서 소중한 십만 원을… 감사 하링하링…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후렁내하링내 : 바로 텐션 업 돼버리죠?]

[카와이하링 : ㅋㅋㅋ 이게 바로 자낳괴다!]

“내일의나 님 후원 다시 한번 감사드리구요… 바로 1등해서 치킨 먹도록 하겠습니다.”

[서바이벌킴 : 하링이가 맘먹고 랭커 도전하면 프로 게이머들하고도 비벼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후렁내하링내 : 맞아요. 방송하면서 설렁설렁하는데도 저 정도인데…….]

[카와이하링 : 에이… 그건 개오바죠. 프로 중에 진짜 피지컬 미친놈들 천지임.]

‘얼굴 공개하면 불편해서 그러나? 과감히 얼굴 까면 더 늘어날 거 같은데?’

강전기도 유하리의 뛰어난 빌드 업 연기에 속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까지 결정적인 이슈가 터지지 않은 관계로 아직 얼굴 공개를 보류 중이었다. 차근차근 폭발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유하리였다.

“프로랑 맞다이 뜨는 반응 속도와 무빙 센스 보소. 우리 하리가 게임도 잘하면서 목소리도 귀엽고 말도 재미있게 잘하네. 시청자 2천 명이면 플랫폼에서 거의 삼십 위권……. 여자 스트리머로만 따지면 10위권 수준이네. 솔직히 게임 실력만 따진다면 여스트리머 중에서는 1위도 노려볼 정도야.”

이미 하리에게 푹 빠진 강전기가 그녀의 방송을 열심히 분석하고 있었다. 찐따 시절 감성이 어디 가지 않는 전기에게 씹덕 제조기 유하리와 같은 스타일은 치명적인 존재였다. 불금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채널에 죽치고 앉아서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는 방송을 끄고 내일 갈 곳에 대해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미 SNS를 검색해서 인기 있는 여러 군데를 물망에 올려놓고 고민 중이었다.

점심에 맛있는 일본 라멘 집을 들렀다가 오후에 영화를 본 다음 분위기 좋은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노을이 멋있다는 야외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와 피자를 먹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큭큭큭, 내일이 진짜 기대된다. 우후!”

기적적으로 섹스 토이로 새롭게 태어나 굳게 결심했던 미인 박애주의를 이미 엿 바꿔 먹은 강전기였다.

* * *

다음 날, 근처 공원에서 만난 시간은 열두 시 정오였다.

“안녕? 왔구나…….”

“오, 오빠. 옷 뭐예요?”

“왜? 이상해?”

강전기는 하늘하늘한 화이트 롤업 반팔 남방과 발목까지만 딱 내려오는 검은색 슬랙스 바지를 입고 단화를 신고 있었고, 바지와 신발 사이의 발목이 그대로 드러나서 댄디한 느낌을 주었다. 손목에는 애플와치를 차고 평소에는 안 하던 팔찌까지 액세서리로 착용했다.

아침에 영상 통화로 치트키 황아영을 등판시켜 매치한 옷차림이었다. 또한 머리는 촉촉하게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왁스를 써서 자연스럽게 뒤로 넘겼다. 평소에 머리 관리를 안 해본지라 몇 번을 망쳤으나 미튜브를 보고 따라 해보니 그럴싸하게 세팅이 된 것이다.

“꼭 모델이 화보 찍으러 가는 줄?”

“너 만나는데 신경 좀 썼지.”

강전기는 검지로 관자놀이를 찍고 하리를 가리키면서 윙크했다. 그야말로 왕년의 청춘 스타 차림표 스타일!

“어우… 오빠, 너무 느끼해요.”

그들은 라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유하리는 긴 검은색 후드 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왔는데 반바지가 거의 가려지는 하의 실종 패션이었다. 검은색 루즈 삭스를 무릎까지만 올려 신은 모습이 꽤 귀여웠다.

“이제 라멘 집으로 가자. 그런데 마스크는 왜 쓰는 거야?”

그녀는 감기도 안 걸린 것 같은데 가방에서 연예인이 쓰는 검은 마스크를 꺼내 착용했다.

‘혹시 모르니까 마스크로 얼굴 가려야지. 이 오빠는 너무 외모가 튀니까 나중에 나까지 누가 기억할지도 몰라.’

그녀가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천연덕스럽게 둘러댔다.

“제가 목을 관리해야 하잖아요. 네 시간씩 떠들려면 힘들거든요. 요즘 미세 먼지도 심각하고.”

“아! 그렇구나. 너 방송에서 진짜 말 많이 하더라.”

“방송 보셨어요? 보지 마요… 창피해요.”

“잘하기만 하드만. 나도 어제 구독했다.”

“어? 혹시 일렉케이?”

“눈치챘냐? 흐흐…….”

“오빠, 네이밍 센스 뭐예요? 킥킥…….”

“이름을 따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만들었어. 근데 너 얼굴이 좀 피곤해 보이네?”

“어제 도네이션이 계속 터져서 새벽 두 시까지 방송했어요. 여섯 시간을 집중했더니 오전에 너무 피곤하더라고요.”

‘내가 이따가 안마라도 좀 해줘야겠네. 어제 모은 포인트로 안마 스킬을 구매해야겠군. 어제 아영이랑 할 때 몇 번을 보냈는데 겨우 3점이라니? 쯧.’

“몸 관리 잘해야겠더라. 말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닌 거 같던데…….”

“그래도 통장 보면 힘이 팍팍 나서 괜찮아요.”

그들은 마주 보고 웃으며 길을 걸었다.

도착한 라멘 집은 핫스타그램 맛집이라서 그런지 줄이 길었다.

“여기가 유명하대. 근데 좀 기다려야겠네. 저기요.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10~15분 정도 기다리시면 됩니다.”

웬 모델 같은 남자가 큰 소리로 물어보니 주변의 시선이 집중됐다. 여자들끼리 온 일행은 강전기를 힐끔거리며 쳐다보고 있었고 유하리의 시선도 강전기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우와… 전기 오빠 진짜 잘생겼다. 얼굴이 무슨 인형처럼 빛이 다 나네. 부럽지, 이년들아?’

그녀의 콧대가 한껏 높아지고 자존감이 하늘로 치솟았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 특제 돈고츠라멘, 소유라멘, 닭튀김을 먹었다.

“오빠 거가 더 맛있다. 소유라멘은 그냥 일반적인 맛이네요.”

“그래? 그럼 내 거랑 바꿔 먹자.”

“잉… 그럼 내가 미안한데. 같이 먹어요, 오빠.”

“아냐 아냐. 먹어 먹어.”

자신의 라멘을 그녀의 메뉴와 바꿨다. 하리의 조그마한 입으로 면이 쏙쏙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면 꼭 자신이 먹는 것처럼 배가 부른 강전기였다. 그 입이 오늘 밤에는 다른 것을 물고 있겠지 하는 쓰레기 같은 상상을 하고 있었다.

유하리는 귀여운 강아지상으로 유명한 배우 정보영을 닮았다. 그런데 쌍꺼풀이 없는 정보영과는 달리 엷은 쌍꺼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정보영을 위아래로 늘려놓은 현대적 버전이라고 보면 됐다.

강전기의 뇌에서 호감도를 나타내는 도파민이 뿜뿜하며 분출되는 것 같았다.

‘겁나 귀엽네.’

강전기가 어제 시청한 그녀의 방송 이야기를 꺼냈다.

“너 게임 엄청 잘하더라? 거의 프로 수준이던데?”

“에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그냥 실력 방송할 정도? 오빠는 게임 잘 못 하신다고 하셨죠?”

“나는 뭐, 게임 자체를 별로 안 해봤지.”

사실은 전생에 걸그룹 덕질이 주된 취미였고, 간간이 여캠 방송을 보고 호구 짓까지 했었는데, 그 사실을 말할 순 없었다.

“하긴 오빠랑 게임이랑 이미지가 잘 안 어울려요.”

“뭐? 너 게임하는 사람들 다 찐따라고 매도하는 거야? 혹시라도 방송에서 그런 말 하면 절대 안 돼. 큰일 난다.”

“절대 안 그래요. 저도 집순이, 겜순이인데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오빠 이미지가 그래요.”

“이미지가 어떤데?”

“음, 그냥 겉모습만 보면 게임보다는 여자를 후리고 다닐 거 같은…….”

“어허, 얘가 사람 잡네? 여자를 후리다니!”

“아니아니… 여자를 건드리고 다닐 거 같은 이미지요. 맛집이나 놀러 자주 가는…….”

“건드리는 거나 후리는 게 전혀 차이 없어 보이는데? 맛집 탐방이나 놀러 가는 거 좋아하긴 하지만.”

겉모습이 바뀌고 그런 거 많이 해보고 싶다는 거지 예전에는 방콕하고 책이나 보던 인생이었다.

“하리 네가 방에서 오래 방송하니까 쉬는 날 나랑 맛있는 거도 많이 먹고 놀러 다니자.”

“아싸… 나도 좋아요. 오빠. 기대할게요!!”

방송할 때 보여주는 수준의 리액션을 보여주는 그녀가 너무 귀여웠다.

‘아우… 깨물어주고 싶다.’

그가 그녀와 음식을 모두 해치운 뒤 잠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다가 한 여성과 부딪쳤다. 고개를 꾸벅하며 미안하다고 스쳐 지나가려는 찰나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혹시 전화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옷도 잘 입고 꽤 예쁘게 생긴 처자였다.

“죄송한데, 여자 친구랑 왔습니다.”

“아… 그러세요. 전 상관없는데…….”

“제가 상관있습니다. 그럼…….”

‘이거 참… 잘생겨도 문제네. 여친(?)이랑 왔는데도 이렇게 유혹의 손길이 미치는구나.’

아무래도 강전기가 쓰레기 테크트리를 탄 것이 그냥 이 녀석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이렇게 쑤셔대는데 정상적으로 일반인 같은 생활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어찌 됐건 그녀는 일반인치고는 예쁜 편이고 예전 같으면 황송해했을 미녀였지만 유하리나 이다미 같은 상위 1%의 미녀에 비하면 처지는 면이 있었다. 그의 취향이 아닌 황아영하고 비교해 봐도 처지는 상황이었다.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여자의 대시에 기분이 좋아져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 이제 영화 보러 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