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0화 (20/277)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선추코 감사합니다.

안마 스킬

다시 시작된 학교생활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과에서는 소문이 안 좋게 나서 조용히 성기호와 수업만 듣고 있는 반면 동아리에 들렀을 때는 후배들하고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덤으로 지갑이 털렸다.

오늘은 오후 수업이 늦게 끝나 다섯 시가 다 되어 동아리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형, 오셨어요?”

1학년 후배 한정우가 춤추다 말고 반갑게 인사했다. 정우는 항상 강전기를 살갑게 대해 주는 후배였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 말을 편하게 놓은 상황.

“춤추고 있었냐?”

“저야 이게 낙이죠…….”

“넌 공부는 안 하냐?”

“1학년이 무슨 공부입니까? 군대 다녀와서 해야죠.”

“너 그러다 피똥 싼다. 나야 한 학기만 망했지만 동기 놈들 보니까 3학기 정도까지 망한 애도 있더라. 군대 가려면 빨리 가든가.”

“군대 이야기는 그만 좀……. 왜… 저를 못 보내셔서 안달이시죠? 때가 되면 갈 겁니다.”

그때 동아리 문이 열리며 이다미가 들어왔다. 그녀는 여느 때와 같이 고개만 까딱하며 아는 척했다.

이다미는 배꼽이 살짝 보이는 쥐색의 타이트한 탱크톱을 입고 있었고 그 위에 얇고 하늘거리는 실버색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아래는 몸에 쫙 달라붙는 편한 흰색 반바지를 입어 골반의 둥그런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낮은 운동화를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시원시원한 몸매였다.

‘어우야… 몸매 보소. 그냥 다리가 쭉쭉 뻗었네…….’

강전기가 조용히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다리가 발레리나처럼 곧게 쭉 뻗어있고 허리 라인이 잘록하면서 나올 건 다 나온 몸이었다.

‘그나저나 살만 조금 찌우면 진짜 최상의 몸매일 것 같은데?’

이다미의 라인은 걸그룹 중 부동의 몸매 1위인 블루비의 센터 이화를 연상시켰다. 물론 얼굴까지 생각한다면 이다미가 약간 처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인 수준에서는 천상계 레벨이었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구만. 이게 바로 좌하리 우다미인가?’

무슨 좌청룡 우백호도 아니고 동아리 후배를 저런 식으로 생각하다니 스스로 쓰레기가 된 것 같은 강전기였다. 정신적으로는 하리가 육체적으로는 다미가 더 끌리는 것 같았다.

하리는 이미 비밀 섹파가 되었으니 제외하고 다미와 어떻게 가까워질 것인가에 대해 고민 중이었다. 혼자 거울 앞에서 쿨하게 몸을 풀고 있는 다미를 계속 곁눈질했다.

한편, 몸을 풀고 있는 이다미도 동방에 앉아있는 강전기를 흘깃거리며 신경 쓰고 있었다. 그를 보러 동아리방에도 꾸준히 나오고 있었는데 좀처럼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요즘엔 무용 수업에서도 몸매 관리를 못 한다고 한 소리 들어서 기분도 안 좋은 상태였다. 안 그래도 발레리나치고는 큰 키라 다이어트를 평소에도 빡세게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대학에서 모임이나 술자리가 많다 보니 관리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집안의 반대만 아니면 발레보다는 연예인 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 그녀에게 다이어트란 명분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다미가 봤을 땐 한정우가 문제였다. 항상 강전기 옆에 붙어서 친한 척을 해대니 도무지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갑자기 열이 뻗쳤다.

‘에이, 짜증 나… 빠른 노래나 틀고 춤이나 빡세게 춰야겠다.’

그녀가 노트북 쪽으로 다가가 플레이 리스트를 보더니 펑크 음악을 재생했다. 곧바로 자세를 잡고 리듬을 타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냥 몸이 가는 대로 추는 프리댄스였다.

이른바 여자들이 섹시하게 많이 춘다는 왁킹이었는데 열정적인 그녀의 춤에 의해 동아리원들이 하나둘씩 반응하며 박수 치기 시작했다. 일부는 휘파람까지 불어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강전기의 눈이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으응? 춤 뭐야? 미쳤는데? 프리댄스?’

나름 걸그룹 덕질을 오래 한 전문가의 눈으로 봤을 때도 다미의 춤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형, 입 좀 다무세요. 다미 쟤 오늘 삘 받았나 보네요. 가끔 저렇게 미친 듯이 추는데 솔직히 쟤가 1학년 에이스 맞아요. 아무리 발레를 전공하고 있다고 해도 그렇지. 씹사기죠.”

“쓰읍… 맞다. 다미가 무슨 기획사에 연습생 잠깐 했다고 하지 않았어?”

“예, 어디였지? 다인기획이었나? 그냥 계약 안 하고 5개월 정도 연습했다고 하더라구요. 레슨 좀 받으면서…….”

“그 정도 레슨 받고 저 정도 추면 재능충인 거 같은데 왜 그만뒀대?”

“그건 자세히 모르겠어요. 그냥 집에서 반대한다는 소리가 있더라구요.”

한정우가 강전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소문을 들어보니 쟤네 집이 아주 대단한 집안 같더라구요. 정치인 그런 집안이라던데요?’

역시나였다. 딱 봐도 다미는 댄스에 대한 재능이 넘치는 대단한 인재였다. 조금만 연습하면 웬만한 걸그룹에 꽂아놔도 메인 댄서를 꿰찰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 걸그룹에 있어서 메인 댄서 포지션은 보컬과 비교해도 중요성이 밀리지 않았다. 명품 보컬과 수준급 댄서는 걸그룹의 완성도에 마침표를 찍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비주얼이 달려도 댄스 전문 요원을 일부러 박아놓는 이유가 그룹의 완성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요즘 각종 예능에서 메인 댄서에게 랜덤 댄스를 자주 시키다 보니 안무를 만드는 창의력 있는 댄서가 필요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거기다 비주얼이 되는 메인 댄서라면 더 희귀한 존재로 여겨졌다.

‘센터까지는 좀 애매하지만 메인 댄서 롤로는 차고 넘치는 녀석이네.’

강전기는 지가 무슨 기획사 프로듀서라도 되는 듯이 이다미를 평가하는 중이었다. 예전에 예쁜 여자에 대해서는 항상 걸그룹 프레임을 씌워서 생각하는 이상한 버릇이 또 도진 것이다.

미친 듯이 춤을 추는 다미가 순간적으로 옆을 굴러다니는 플라스틱 생수병을 밟고 휘청했다.

‘어엇! 위험하다.’

“꺄악…….”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지만 흘러넘친 물에 미끄러져서 발목이 접질린 것 같았다. 그녀가 발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부상이 가볍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다미야, 괜찮아?”

이때다 싶어 강전기가 순식간에 번개처럼 달려 나갔다. 엎어진 다미를 일으키고 접질린 다미의 발목을 만져보았다. 모양을 보니 벌써부터 약간 부어오르는 것 같았다.

[안마 스킬 가동]

강전기의 스킬이 가동되었다. 일요일 방송 내내 피곤해하던 하리를 위해 3포인트를 써서 구매해 놓은 안마 스킬이었다.

‘하리를 위해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걸 이다미에게 먼저 사용할 줄이야.’

[스킬을 발동합니다. 해당 개체 접촉을 통해 분석을 시작합니다. 분석 중…….]

[충격에 의한 발목 염좌가 감지되었습니다. 망막으로 발목 부근 신체 지도를 송출합니다. 송출 중……. 해당 부위를 마사지했을 때 통증을 2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으며 후유증을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회복 예상 시간 2일!]

강전기가 다미의 다리를 잡고 망막에 보이는 종아리와 발목 부위를 떡 주무르는 듯 마사지했다.

‘오… 탄력 무엇? 근육이 진짜 촘촘하네. 역시 오랫동안 춤을 춰서 그런가?’

“아아아…….”

“형… 어때요? 얘 괜찮아요?”

“괜찮아. 조금 삐끗한 거야.”

“아까 넘어지는 거 보면 조금이 아닌 거 같던데…….”

“다미야… 가만히 있어봐. 내가 군대에 있을 때 공인 자격증 있는 안마사였던 동기한테 마사지를 배웠거든?”

물론 전기가 즉흥적으로 지어낸 개소리였다. 국가 공인 자격증은 시각장애인만 취득 가능한데 그들이 군대에 올 리 만무했다.

“아아아… 아파욧!”

하지만 전기의 불가사의한 손길에 이다미의 비명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이 부근도 종아리, 무릎 근육과 연결돼 있어서 같이 풀어줘야 빨리 회복되거든?”

그는 눈을 딱 감고 일부러 망막에 송출된 통증 부위도 아닌 허벅지 안쪽 근육을 살살 주물렀다.

“으으음…….”

‘이게 바로 꿀벅지지. 역시 사람은 운동을 해야 돼. 이 꽉 들어찬 섬세한 근육……. 내가 본 사람 중에 각선미 쪽으로는 단연 원톱이네.’

발레를 배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연습할 때 스트레칭을 기본으로 해서 근육을 풀어준다. 스트레칭을 계속하면 근육이 길어져 몸 라인이 예뻐지고 전신에 힘이 생기게 된다. 또한 발레 동작을 취하는 동안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어깨를 펴야 하기 때문에 체형도 올바르게 교정되는 것이다.

특히 장기간 발레를 배우면 복부에서 엉덩이, 허벅지까지 근력이 강화되고 힙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다미는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배운 덕분인지 전형적인 발레리나 근육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발끝으로 서보면 근육이 어떻게 긴장되는지 알 수 있다.

[띠링… 하체에 경미한 부상 부위가 광범위하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망막으로 지도를 송출합니다. 치료하시겠습니까?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통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뭐야? 얘 상태가 왜 이래?’

그의 망막 지도에 나타난 부상 부위를 살펴보니 방금 접질린 발목을 제외하고도 허벅지부터 발끝까지 다양한 부위에 이상이 감지되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이다미의 체형은 근육이 발달한 애슬레틱 계열이었지만 평균보다 큰 키로 인해 상시 지속되고 있는 다이어트로 몸에 무리가 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지독하게 관리하던 날렵한 체형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뭔가 전문적인 것 같은 손놀림에 일말의 의심도 품지 못하는 다미와 동아리 후배들이었다.

[부상 부위의 통증이 완화되었습니다. 경비한 부상이 완치되었습니다.]

“으으음…….”

완료 메시지가 떴지만 강전기의 손은 이다미의 다리를 여전히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만지는 재미가 상당했다.

[띠링… 다친 부위가 아닌 곳을 안마 시 성감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에?… 역시나 대단한 스킬인데 이거? 안마 스킬로 먼저 조지고 입으로 싹 핥아주면 그냥 살살 녹겠는데 이거?’

안마는 뒷전이고 더럽고 불온한 상상이 그의 뇌리를 가득 지배했다.

반면 이다미는 이상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발목이 너무 아팠는데 이내 통증이 사라지고 전기 오빠의 손길에 짜릿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방금 허벅지를 마사지할 때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한 것이다.

그녀의 깊은 곳이 축축해지고 있었다.

‘아흐… 오… 오빠…….’

‘어디 한번 좀 더 주물러볼까?’

강전기의 손이 점점 과감해졌다.

그때, 동아리 방문이 열리면서 유하리가 등장했다.

“무슨 일이야?”

강전기가 이다미의 다리를 마사지하고 있는 것을 본 유하리의 눈이 순간적으로 꿈틀했다.

“다미가 춤추다가 생수병을 밟고 미끄러져서 넘어졌어. 지금 전기 오빠가 응급 처치 중이야. 군대에서 공인 마사지사한테 배웠대.”

“그게 무슨 개솔… 흐음…….”

순간적으로 마주친 강전기의 눈빛에 뭔지 모를 죄의식 같은 게 살짝 느껴졌다.

‘후후후, 이 오빠 안 되겠네…….’

“다미야, 괜찮니? 오빠… 얘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아니,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아.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으니 파스 좀 뿌리고 테이핑해서 고정하면 될 거 같아.”

“진짜로 이제 좀 괜찮아진 거 같아. 오빠, 고마워요…….”

“고맙긴, 후배가 다쳤는데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

강전기는 유하리의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고 파스를 뿌리고 테이핑까지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택시라도 불러서 집에 들어가야겠다.”

“택시 안 불러도 돼요. 내가 집에 전화해서 차 보내 달라고 하면 돼요.”

얼마 후 차가 도착했는지 이다미가 1학년 여자애들의 부축을 받고 동아리를 나갔다. 창문으로 아래층을 보니 커다랗고 시커먼 고급 차가 대기 중이었다. 이른바 기사 딸린 회장님 차였다.

“금수저 맞네…….”

그 광경을 같이 보던 한정우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부축했던 유하리가 다시 동방으로 들어왔다. 강전기는 그 모습을 보며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서로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괜히 도둑이 제 발 저린 모습이었다.

“오늘 방송하러 가야 하는 거 아냐?”

강전기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오늘 휴방하고 내일 대신 하려구요.”

유하리가 강전기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씨익 웃었다.

‘쟤가 왜 저렇게 웃고 있는 거지? 좀 무서운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