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3화 (2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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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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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TV 출연

“와… 오늘 너무 웃었다.”

“난 오랜만에 엄마표 해물탕을 먹어서 너무 좋았어.”

“정 PD님, 오늘 쓸 만한 거 많이 나왔나요? 요즘 시청률이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라 걱정 많으시겠어요.”

촬영이 끝나고 PD와 촬영 관계자들이 철수 준비를 하는 상황이었다. 조연출 정 PD는 강소라의 질문을 받고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소라 씨. 오늘 아주 좋았어요. 대박 가능할 것 같은데요?”

정 PD가 봤을 때 가족 하나하나가 다 개성 있고 스토리가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것 같았다.

“어휴… 진짜 그래야죠. 치트키라는 가족 카드까지 꺼냈는데…….”

촬영 팀이 철수하면 가족들한테 욕먹을 각오를 하는 강소라였다. 안 그래도 아침에 엄마한테 한 소리를 들은 터였다. 언니들에게조차 촬영 사실에 대해 함구하고 있었으니까. 특히 의사인 큰언니는 사실을 밝혔다면 안 왔을 것이 분명했다. 막내도 조금 위험했고…….

“걱정하지 마세요. 시청률 대박 확실합니다.”

“그래야죠.”

“제가 이번 촬영을 최대한 빨리 편집해서 홍보하려면 방송국 들어가서 또 야근해야겠네요. 저도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으니 아주 잘 나올 겁니다.”

“부탁해요, 정 PD님…….”

드디어 방송국 사람들이 모두 철수했다. 시끌벅적하던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특히 소파에서 커피를 조용히 마시고 있었던 강소희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강소라, 아까는 분위기상 가만히 있었는데 너 왜 말도 안 하고 방송을 찍니?”

서릿발 같은 큰언니의 표정에 강소라가 겁을 찔끔 먹었다. 화나면 엄마보다 무서운 게 큰누나인 것 같았다.

“미안해, 언니… 나 좀 도와주라. 지금이 내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야. 진짜 예능에서 뿌리를 내리느냐 못 내리느냐 하는 타이밍이거든. 말 못 한 건 진짜 진짜 미안해.”

“그래, 언니… 소라도 이제 나이 먹어가니 모델 하기 힘들잖아. 지금이 한창이니 인기 있는 프로에 빨대 꽂아서 경험 쌓고 예능 쪽으로 나갈 수 있게 응원해 주자. 응?”

맨날 투덕거려도 둘째인 강소영이 강소라를 많이 챙기는 듯했다.

“맨날 사고치고 다니더니 이게 아직도 정신 못 차렸 네. 방송이 어떻게 나갈지 알고?”

“괜찮아… 내가 봤을 땐 대박이야. 내가 지금 두 달을 찍고 있는데 그걸 모를까 봐?”

“짜증 나. 병원에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 과장 이상 노친네들이 방송 봤다고 또 난리 치겠네.”

“뭐 어때… 주목받고 좋지?”

“난 그런 거 정말 싫다고!”

강소희는 후폭풍이 두려웠다. 하루가 멀다고 대시하는 동료 의사에 환자들 그리고 껄떡대는 상사들까지……. 다들 한마디씩 할 게 아닌가? 안 그래도 귀찮아 죽겠는데 이제는 동생까지 발 벗고 나서서 얼굴을 팔아주고 있는 상황에 기분이 나빠졌다.

“언니는 별로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잖아. 솔직히 말해서 제일 화내야 할 사람은 막내 아니야? 계속 우리가 흑역사를 들췄는데…….”

강소라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실제로 강전기가 누나들 등쌀에 계속 치이는 모습이 나왔다. 마지막에는 변태스러운 의상 도착증까지……. 생각해 보니 그도 학교에서 후폭풍을 감당해야 했다.

“아씨… 생각해 보니까 큰일이네. 강소라가 누나라는 거 거의 모르는데…….”

“야… 강소라가 누나면 좋은 거지. 뭐가 큰일이야? 누나가 사인 좀 해줄까?”

“필요 없어. 걸그룹이면 모를까? 누가 누나 사인 갖고 싶다고?”

‘아… 황아영은 좀 관심 있으려나?’

“이 자식이 대세 예능인 강소라를 무시하네. 지금 내가 CF를 몇 개를 하는데. 엉?”

강소라가 강전기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아… 그 보쌈하고 꽉 막혔을 때 먹는 변비약?”

“이놈의 시키가? 돈 한 푼 벌지도 못하고 엄마한테 손 벌리고 사는 놈이 할 말이냐?”

“나는 아직 학생이잖아. 누나랑 다르지.”

“이게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엎어지면 코 닿는 곳이 집인데 자취는 무슨 자취야. 맨날 여자나 꼬시려고 나가 사는 거잖아. 예전에 그 집에서 엄마랑 불시에 상견례 한 여친은 잘살고 있니?”

“…….”

아마도 사실인 것 같은지 강전기는 말문이 턱 막혔다.

“킥킥… 근데 그 변비약 선전 웃기더라. 확실하게 싸게 해드립니다. 나 그거 보다가 빵 터졌잖아…….”

“이 씨… 강소영 너까지?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그냥 내레이션이라고!”

“뭔 상관이야. 네가 나온 CF 맞잖아? 그냥 웃겨서 웃었다고 하는 거지. 말도 못 하냐? 한국이 무슨 독재 국가도 아니고…….”

“아… 짜증 나. 죽이고 싶다. 그 광고 만든 놈.”

강소라가 열 받는지 식탁을 꽝하고 내려쳤다.

“강소라, 너 족발 먹는 거 그거 뭐니? 이제 모델 안 한다고 몸매 관리 포기했어? 무섭게 입에 처넣더라? 네가 무슨 하마니?”

계속 짜증 난 표정을 하고 있던 큰누나까지 옆에서 거들었다.

“…맛있게 먹어야 광고 효과가 있을 거 아냐! 먹는 거 연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모르면 아는 척하지 말라고”

“그래도 클래스는 좀 유지하자. 너 모델인 거 잊어버렸니? 그까짓 예능 그거 얼마나 오래 나올 수 있다고 그렇게 망가져 가면서 하니? 남자들이 참 좋아하겠다. 진짜 이해가 안 가네.”

“큰언니가 맨날 환자 배나 째서 모르나 본데 요즘은 나 같은 여자가 대세라고!”

강소희가 강소라의 말을 듣고 피식 웃고 말았다.

“그거 저속하네. 아무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적당히 해라. 할 거 없으면 경력 살려서 엄마 일이나 좀 도와주든지… 이번에 새 브랜드 론칭했잖아.”

어머니 윤정희는 여러 가지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동신어패럴이라는 중견 의류회사의 CEO였다. 동대문에서 일하던 어머니가 거의 맨손으로 브랜드를 일궜다고 하는데 그쪽에서는 거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그 얘기는 이제 그만 좀 해. 안 그래도 그거 내가 아이디어 준 거야. 그 정도면 됐지. 그런 것은 전기가 경영학과 다니니까 걔한테 이야기하라고.”

강소라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새로운 브랜드는 젊은 층을 공략하는 아웃도어 의류로 화려하고 과감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면서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이었다. 최근 들어 회사의 판매 마진이 급등하고 있었다.

“그건 아주 잘했어. 내가 봤을 때 넌 괜히 TV에서 얼굴이나 팔지 말고 회사일 하면 좋을 텐데……. 쯧쯧.”

“언니 충고는 고맙게 받아들일게. 근데 나는 아직 그런 틀에 박힌 회사 생활은 질색이라고!”

“소희야, 이제 그만해라. 엄마 아직 창창하다. 아직 안 도와줘도 돼. 소라 부담 주지 마. 이번 브랜드도 소라가 도움 많이 줬어. 방송에 계속 입고 나가서 도움 된 것도 크고…….”

윤정희 여사가 조용히 커피를 마시면서 말했다.

“…….”

“막내, 너 공부는 열심히 하는 거지?”

큰누나가 팔짱을 낀 채 눈을 치켜뜨고 무섭게 물어보았다.

“으응? 그렇지, 뭐…….”

“기획사 박차고 나왔으면 쓸데없이 연예계 기웃거리지 말고 착실하게 졸업할 생각부터 해라. 알았어? 내가 학점 체크할 거야.”

“…….”

큰누나의 무서운 말투에 그의 고개가 저절로 숙어졌다. 아무래도 이 집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은 엄마보다 큰누나인 것 같았다. 말하는 게 추상과 같아서 사람을 절로 주눅 들게 하는 강력한 포스가 있었다.

차분하고 차가운 눈빛은 상대방을 구석구석 해부하는 것만 같았다. 저러면서 날카로운 메스로 사람들의 가슴을 여는 것이다. 왠지 그 모습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저 얼굴에 외과 의사라니? 후덜덜하네. 말하는 것도 진짜 카리스마 쩌네. 저러니 동생들이 꼼짝을 못 하지. 완전 엘프에 얼음 여왕이잖아?’

“그리고 강소라,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 한번 말도 안 하고 촬영하고 그러면 진짜 죽을 줄 알아. 알았어?”

“알았어. 고마워, 언니. 진짜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맘에 안 들긴 하지만 네가 중요한 순간이라고 하니까 한 번만 도와준다.”

“와, 언니… 난 언니가 촬영한 거 싹 다 지우라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어.”

둘째 누나가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그녀는 방송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았다.

“난 가끔 방송 나가는 것도 좋은 거 같은데… 히히.”

“어휴… 누가 영혼의 관종 콤비 아니랄까 봐.”

둘째 강소영과 셋째 강소라는 연년생(27세, 26세)으로 서로 친하기도 하고 취향도 비슷한 경우가 많은 듯했다. 얼굴도 비슷한 구석이 많았으니까…….

“언니야, 나중에 언니네 부대 좀 놀러 갈까? 비행기 촬영도 좀 하고…….”

“올… 그거 좋은 생각인데? 내가 윗선에 한번 말해봐?”

“꼴값들 하고 있네, 정말… 작작 좀 해라. 엄마, 나 씻고 잠깐 잘게. 수술을 너무 길게 했더니 피곤하네.”

이 큰 집에 누가 사는가 했더니 엄마와 큰누나가 같이 살고 있었다. 둘째 누나는 군인이라 부대 관사에서 살고 있고 소라 누나는 독립해서 강남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큰누나가 전임의가 되고 약간 여유가 생겨서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아들… 자고 갈 거지? 오랜만에 누나들이랑 맥주 한잔하면서 이야기도 좀 하고?”

“알았어요. 자고 갈게요.”

강전기는 안 그래도 오늘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낼 생각이었다. 혹시 원판의 방에 중요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큰누나는 이미 씻고 방에 들어갔고 둘째와 셋째 누나는 거실에서 TV로 방송을 모니터링 중이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는 잠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게 이 녀석의 방인가? 방은 상당히 큰데 뜻밖에 단출하네? 짐을 다 빼서 그런가?’

강전기 본가의 방은 침대, 책상, 책장, 간단한 옷장만 있는 상태였다. 책도 영양가 있는 건 다 가져간 모양이어서 그런지 드문드문 빈자리가 많았다. 옷장도 거의 비어있는 상태였다.

책상에는 몇 개의 조그마한 액자에 본인의 사진과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놓여있었다. 위 서랍을 열어보니 문방구류와 각종 쓸데없는 전자 기기 부속품 등이 보였다. 아래쪽 서랍을 열어보니 예전 가요 음반들과 브로마이드가 수집되어 있었다.

“뭐야? 이런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네?”

자취방에서는 최근 강전기의 모습을 추정해 볼 수 있었고 본가에 와서 어렸을 때 정보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중, 고등학교 때 정보만 습득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전기의 방에서 별다른 특별한 사항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일기 같은 게 있으면 좋겠지만 쓰는 거로 뭔가를 남기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았다.

‘혹시 비밀스럽게 숨겨놓은 거 없나?’

그가 서랍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응? 뭔가 미묘하게 책상 서랍 바닥이 높은 것 같은데?’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퉁퉁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는 바닥에 뭔가 유격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문방구류에서 보이던 강철 자로 지렛대의 원리를 사용해서 서랍 바닥을 뜯어 올렸다.

덜컹―

서랍 바닥의 판자가 위로 밀려서 나오며 속에 있던 내용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납작한 직사각형 형태의 금속 물체였다.

‘오호라… 발견!! 어? 외장 하드 같은데? 이걸 왜 비밀스럽게 숨겨놨지? 뭐가 있길래…….’

강전기의 방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내용 확인이 불가능했다. 아마 큰누나 방에 있을 것 같았는데 거기서 확인하는 건 무리였다.

‘아무래도 집에 가져가서 확인해 봐야겠구나.’

그는 가지고 온 백팩에 의심스러운 외장 하드를 넣고 다시 한번 방을 둘러보았으나 별다른 것은 건지지 못했다.

‘큰누나는 좀 무섭고 다른 누나들하고 대화해서 친해져야겠군.’

거실에서는 「왜 혼자 살고 있니?」 재방송을 보며 두 자매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친해지기 위해 다시금 연기가 필요한 시간이었다.

‘나는 강전기다. 잊지 말자.’

강전기는 누나들이 있는 거실로 가서 소파에 앉았다. 그들은 강소라가 나오는 장면을 돌려보고 있었다.

“야! 강소라. 너 카페에서 무슨 책을 읽고 있냐? 설정 오지네? 너 책이라곤 잡지랑 만화책밖에 안 보잖아?”

“카페 아냐. 그리고 다들 저렇게 허세 좀 떨고 그런다고…….”

“저기 어디야? 분위기 좋네?”

“나중에 저기 가볼래? 아는 오빠가 하는 가게인데 음식도 진짜 맛있어. 나랑 가면 편하게 먹을 수 있지. 저기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비밀의 방이 있거든. 옥상도 개방하는데 거기에도 테이블이 있어. 친한 연예인들 저기가 아지트야.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도 있고 좋지.”

“난 연예인도 아닌데 갈 수 있나?”

“너랑 전기 정도 되면 들어갈 수 있지. 그 오빠 은근히 외모 많이 따지거든.”

“그럼 언제 한번 데려가든가… 맨날 말만 해.”

그 이야기를 들은 강전기가 귀를 쫑긋 세웠다.

‘비밀 아지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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