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24화 (2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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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호작, 추천 감사드립니다~~~~~~~~~~~~~

발레리나의 제안

강전기는 일요일 오후쯤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본가에서 하루 종일 연기하느라 심신이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어제저녁에는 근처 고깃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우를 먹었고 밤에 집에서 야경을 보며 누나들과 맥주를 한 잔씩 하면서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고맙게도 그가 별말 안 해도 누나들이 워낙 할 말이 많은지 이야기가 끝날 줄 몰랐다. 덕분에 좋은 정보도 얻고 이 가족에 대한 배경지식이 넓어진 것 같았다.

중간에 아버지 관련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버지는 젊은 여자와 재혼했다고 한다. 둘째, 셋째 누나는 아직도 분이 가시지 않는 듯했지만 첫째 누나는 아주 담담했다. 오히려 아버지를 두둔하기까지 했다.

강전기의 아버지는 대학교수로 대학원생이었던 제자와 결혼해서 애를 낳아 키우고 있다고 했다. 물론 그 제자는 현역 대학원생이 아니라 졸업한 돌싱에 나이는 삼십 대 중반이라고 했다.

‘참 아버지가 대단하네. 새장가도 가시고?’

강전기야 아버지에 대해 전혀 감정이 없기 때문에 그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샤워를 마치자 침대 위에 던져놓았던 백팩이 눈에 띄었다.

‘맞다… 본가에서 가져온 외장 하드가 있었지. 어디 한번 살펴볼까?’

그 안에 뭐가 들어있길래 원판이 몰래 숨겨놨을까?

강전기는 컴퓨터에 외장 하드를 연결해서 탐색기를 켠 다음 폴더를 열었다. 외장 하드에 존재하는 폴더는 세 개였다. 첫 번째 폴더를 클릭했더니 화면에 사진이 주르륵 떴다. 맨 위 사진 파일을 클릭했다.

“으악…….”

사진은 고등학생 강전기가 여자 옷을 입고 찍은 셀카였다. 아무래도 셋째 누나 옷이거나 아니면 본인이 인터넷에서 산 옷인 듯했다. 초등학교 때의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골격이 있는 강전기가 여자 옷을 입고 있으니 엄청 타이트하고 이상해 보였다.

“아, 시발… 이 미친놈. 어우, 눈 버렸네…….”

얼굴에 화장하고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 언뜻 보면 얼굴 때문에 여자 같았지만 전체적인 라인이 굵다 보니 거부감이 팍 느껴졌다.

“이 의상 도착증 환자 같으니라고…….”

그런 사진들이 수백 장이나 더 있었다. 강전기는 눈살을 찌푸리며 사진을 일일이 보지 않고 아래로 쭉 드래그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봐서는 정말 중증인 것 같았다.

“도대체 몇 장이나 있는 거야? 이 새끼 군대는 어떻게 갔지? 토 나오네.”

강전기는 사진을 확인하며 몸서리를 쳤다. 그는 기본적으로 남자의 여장을 좋아하지 않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

한숨을 내쉬고 첫 번째 폴더를 닫은 그가 두 번째 폴더를 열었다. 갑자기 그의 눈이 엄청나게 커지기 시작했다.

“헉…….”

모니터에 커플 사진이 나타났다. 그냥 얼굴만 나온 사진이 아니라 같이 놀던 사진과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심지어는 옷을 벗고 관계 중에 찍은 사진까지 존재했다.

사진에 나온 남자는 물론 강전기였고 여자는 각 사진의 얼굴을 비교 확인해 보니 대여섯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두운 곳에서 그 당시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그런지 화질이 그리 썩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인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사진에 나온 애들이 다 예뻐 보이잖아? 이 천하의 쓰레기 같은 놈. 이때부터 지저분하게 놀았네. 도대체 여자가 몇 명이야?”

‘누구는 모태 솔로인데 누구는 놀다가 질리면 갈아치우면서 만나는 건가?’

그는 분노와 동시에 흥미(?)를 느끼며 또랑또랑한 눈으로 사진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 엿 같은 불공평한 세상. 잘생긴 놈은 애초부터 출발선이 다르네.”

사진을 감상하다 보니 강전기의 대물이 자신도 모르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응? 사진 말고 동영상도 있네? 미친 새끼, 별짓 다 했구만.”

동영상을 재생시켜 보니 아니나 다를까, 성관계 중인 동영상이었다. 정상위로 하면서 남자가 찍은 앵글이었다. 붉은 얼굴로 흥분하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약 2분 정도 길이의 동영상이었는데 촬영하는 상황을 여자도 인지하고 있는 듯 카메라를 보며 윙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사진이나 동영상이 몰래 촬영된 게 아니라 상대방도 다 알고 있는 앵글이네. 그렇다면 상대방 동의하에 찍은 거라고 봐도 되려나?’

갑자기 강전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구린 화질의 동영상에 나오는 여자를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만 보면 누구를 닮은 것 같은데?’

동영상 속 얼굴만 보면 현재는 유명한 모 걸그룹 멤버가 떠올랐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이런 건 가지고 있어봐야 도움이 안 돼. 바로 삭제해야겠다.’

바로 삭제를 누르려다 손을 잠시 멈추고 마지막 폴더를 클릭했다. 그 안에는 사진 파일 하나만 덩그러니 저장되어 있었다. 클릭해 보니 강전기와 어떤 여자의 스티커 사진을 스캔한 파일이었다.

과도한 포토샵이 적용된 스티커 사진이라 그런지 본인 얼굴 말고는 누군지 구별이 잘 가지 않았지만 사진 속 여자는 상당히 예뻤을 것 같은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무슨 사진이길래 화질도 안 좋은 스티커 사진을 이렇게 고이 보관하고 있는 걸까? 혹시 짝사랑하던 여자일까?’

따로 한 장만 보관하는 걸 보면 분명 강전기 인생에 중요한 인물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자신의 생각일 뿐이었다. 정작 본판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히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모든 폴더를 다 열어본 그가 과감히 삭제 버튼을 눌렀다. 그는 이런 사진들과 영상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전 홍콩의 모 배우가 컴퓨터를 수리하기 위해 AS를 맡겼다가 저장된 사진을 털려 비밀스럽게 수집해 놓은 은밀한 섹스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된 적이 있었고 할리우드의 모 배우는 SNS 비밀 계정이 털려 서로 공유하던 야한 사진들이 공개되는 일 등 사고가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정작 나는 모르는 과거의 사실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지.’

강전기는 삭제를 누르고 휴지통까지 싹 다 비워버렸다.

‘살짝 아깝긴 한데 깔끔하구만. 이제 나만 잘 살면 된다. 과오를 잊고 새 출발 하는 거다!’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텅 비어버린 외장 하드를 물끄러미 쳐다보니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양아치같이 학과 애들을 따먹은 이야기며 외장 하드에 비밀리에 저장되어 있던 적나라한 사진들, 데뷔 조에서 멤버 투표로 쫓겨난 사실까지…….

분명 원판은 뭔가 꼬여있는 듯했다. 아니, 솔직히 순화해서 말한 것이고 사실 쓰레기라고 해도 무방했다. 부모가 이혼한 거 말고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고 오히려 누나들 속에서 행복하게 보냈을 겉 같은데 어떻게 이런 인성이 튀어나온 걸까?

‘에휴… 모르겠다. 나름 사정이 있겠지. 나는 내 앞길이나 걱정해야지.’

강전기가 컴퓨터를 종료하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가만, 케이 라임에게 연락이 안 오네. 내가 보낸 노래는 들어보긴 한 걸까?’

역대급으로 좋은 곡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아마추어 작곡가의 곡 따윈 듣고 있을 시간이 없는 걸까?

“에라이… 낮잠 한숨 자고 저녁에 하리 방송이나 봐야겠다.”

* * *

그다음 주에 강전기는 학과 수업을 듣고 동아리에 들렀다. 요즘은 주중에 거의 매일 동방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복학생 박찬영과 함께 죽돌이 취급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오빠, 안녕하세요.”

1학년 애들 몇 명이 강전기를 보고 꾸벅 인사했다. 인사하는 무리 중에 이다미도 있었다.

‘오, 역시 이다미! 역시나 군계일학이네. 보자마자 눈에 딱 띄는구만…….’

“다미는 다리 좀 어떠니?”

“괜찮은 것 같아요.”

“하하… 내 마사지가 효과가 좋지? 전문가에게 가르침을 받은 마사지야. 아무나 못 받는 거다. 아프신 후배를 위해서 특별히 서비스한 거야.”

“…….”

다미가 마치 눈싸움을 유도하는 듯 강전기를 지그시 응시하고 있었다.

“오빠, 잠깐 저 좀 보실래요?”

다미가 강전기 옆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는 다미의 뒤를 따라 동아리방을 나섰다. 뒤를 따라가는 와중에도 곁눈질로 그녀의 뒤태를 훔쳐보는 강전기였다.

‘와, 끝내준다. 허리, 골반 라인 미쳤다…….’

변태로 오해받을까 봐 노골적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다미의 뒤태는 거의 예술에 가까웠다.

“오빠… 밖으로 불러내서 죄송해요.”

“크흠, 아냐, 아냐… 무슨 할 말 있니?”

강전기가 헤벌쭉 벌어진 입을 급히 다물며 대답했다. 다미는 뭔가 어색한지 쑥스러운 듯 뒷짐을 지고 한쪽 발로 땅바닥을 콕콕 차고 있었다.

“저번 주에 저 다쳐서 넘어졌을 때요. 그때 마사지해 주셨잖아요.”

“으응, 그래. 그랬지. 왜?”

‘음… 내가 그때 마사지를 핑계로 다미를 너무 주물럭댔나?’

“그거 다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다미가 황당해하는 전기의 표정을 보자 본인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 죄송해요. 제가 앞뒤 자르고 말해서… 그게 사실은…….”

이다미의 말은 이랬다.

금요일 날 플라스틱 물병을 밟고 심하게 넘어진 그 날 강전기의 마사지 효과가 진짜 좋았다는 것이었다. 다친 부위는 물론이고 안 다쳤지만 평소에 무리해서 항상 아프던 부위가 신기하게 말끔해졌다고 했다.

“흐음… 역시 마사지 효과가 있었구나. 그런데 그걸 또 해달라고?”

“네… 그때 왼쪽만 해주셔서 왼쪽은 멀쩡해졌는데 오른쪽은 예전 그대로라…….”

“아하… 밸런스가 안 맞게 된 거구나?”

“네, 맞아요. 평소에도 제가 마사지를 가끔 받고 있어서 아는 건데 오빠 마사지는 그런 것들과 전혀 달랐어요. 뭐라고 해야 하나? 진짜 부상이 치유되는 느낌이랄까?”

이다미의 현재 상태는 치유된 왼쪽은 멀쩡한데 오른쪽은 아직도 아픈 곳이 많아 몸의 밸런스가 깨진 상태였다. 만약 오른쪽까지 좋아진다면 요즘 겪고 있는 극심한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일말의 희망이 생긴 것이다.

“하하하… 거봐. 아무나 못 하는 거야. 일종의 나만의 전매특허 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 후배를 위해서 당연히 해줘야지. 그런데 어디서 마사지를 하지? 장소가 애매한데…….”

“장소가 문제네요.”

“애들 나가면 동아리방에서 해줄까?”

“아뇨, 저녁 늦게도 오는 애들이 있어서 그건 좀 그러네요. 오해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긴… 그럼 어쩐다? 모텔 갈래?”

내심 가슴이 벌렁벌렁했지만 나름 쿨한 척 가볍게 의견을 제시했다. 곁눈질로 다미의 표정을 조심스레 살폈다.

“모… 모텔요?”

“응, 그럼 어디서 해? 맘 편하게 받으려면 거기가 제일 낫지 않아?”

“으음… 그래도 될까요?”

“나 이상한 놈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지? 내가 마사지를 억지로 해준다는 것도 아닌데…….”

“당… 당연히 그건 아니죠. 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오빠.”

역시나 상당히 쿨한 성격의 이다미였다.

“그래… 그러면 조금 이따가 가자. 저녁은 아직이지?”

그렇게 둘은 동아리방에서 조금 있다가 학교 앞 모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파스타와 피자를 시켜서 먹고 맥주까지 마셨다. 먹을 게 들어가고 술도 한잔 들어가다 보니 경직됐던 분위기가 많이 풀린 것 같았다.

“오빠, 진짜 신기해요. 어쩜 마사지가 그렇게 효과가 있어요? 무슨 국가 대표 물리치료사한테 배운 거예요?”

“후후, 내가 말했잖아. 나이 많은 마사지 전문가인 군대 동기한테 배웠다고…….”

“에이… 저도 겉은 멀쩡하지만 진짜 부상이 많거든요. 그래서 병원도 많이 다니고 마사지도 받고 그러는데 이런 적은 진짜 처음이에요.”

“글쎄? 내 손이 약손인가 보지. 원적외선이 뿜뿜 나오나 보다.”

“뭐래… 그건 오징어나 구울 때 쓰는 거 아닌가요? 히히…….”

둘 사이에 뭔가 격의가 없어진 느낌이었다.

강전기는 모텔 가는 길에 뷰티숍에 들러 마사지용 보디 오일도 구매했다.

“오빠… 이런 건 왜……?”

“이거 마사지할 때 꼭 필요해. 민감한 피부에는 필수품이지. 내가 괜히 전문가라고 하겠니? 내 말만 들으면 다 좋아진다. 돈 워리…….”

“알았어요, 오빠.”

강전기는 안마 스킬을 완전히 믿고 있었다. 피로 해소와 부상을 완화하는 1성 스킬이 다미를 공략하는 특급 스킬로 사용될 것이다. 심지어 성감을 올려주는 기능까지 있었으니 금상첨화였다.

‘흐흐흐… 별생각 없이 피로나 해소시켜 주려고 구매한 스킬인데 지금 보니 완전 꿀 스킬이네. 2성 스킬부터 포인트가 비싸던데 과연 어떤 스킬들이 있을지 궁금하군.’

그들은 그렇게 모텔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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