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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추천 감사드립니다.
방송 후폭풍
[오우, 집이 으리으리하네요? 한 50평쯤 되나 봐?]
[한강 뷰 봐. 진짜 멋지네요, 소라 씨.]
[제집도 아닌데요, 뭐…]
[아… 어머님이 회사 하신다고 하셨지?]
[맞아요.]
그러자 어머니의 짧은 인터뷰가 탁하고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소라의 엄마 윤정희입니다. 현재 동신 어패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새로 나온 브랜드 삐… 사랑해 주세요.]
PD가 직접적인 브랜드 언급에 대해 삐 소리 음소거로 재미나게 편집을 했다.
[와, 어머님 진짜 예쁘시다. CEO라 그런지 포스 있으셔…]
[하하하, 나오자마자 대놓고 홍보시네…]
[뭐야… 소라 씨 금수저였어?]
[금수저 아니에요. 어머니가 노력해서 자수성가하신 분이세요. 어릴 때부터 집이 잘산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거든요.]
강소라의 말은 팩트였다. 동신 어패럴이 최근 몇 년간 크게 성장하고 안정권에 접어든 것이지 10년 전엔 숱한 위기를 겪었다.
[근데 소라 씨가 누구 닮아서 예쁜가 했더니 어머님을 닮으셨네요.]
[맞다. 그러네…]
띵동― 띵동―
집에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으악… 나온다.]
강소라가 나지막이 소리를 질렀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둘째 누나 강소영이었다. 스틸샷이 잡히며 개인 인터뷰 영상이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제8 전투비행단 소속 강소영 중위라고 합니다. 강소라의 둘째 언니입니다.]
[와와, 예쁘다… 소라 씨보다 예쁘신데요?]
[정수 오빠! 뭐가 저보다 예뻐요.]
[아니, 사실이잖아. 거기다 공군 파일럿이라고? 완전 엘리트 아냐!]
[음, 엘리트라……. 뭐, 아니라곤 못 하죠.]
[거봐… 인정하네.]
[아이씨…]
[근데 역시 자매라 그런지 느낌이 닮으셨네요.]
[어릴 때부터 쌍둥이 아니냐는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언니분 제복이 진짜 멋지네요.]
방송에는 강소영이 카메라에 놀라는 장면과 강소라와 계속 티격태격 싸우는 장면이 나왔다.
[와… 큰 댕댕이들이 서로 물어뜯고 장난치는 거 같아요.]
[자매가 크긴 크네…]
[근데 가족들한테 방송 찍는다고 말 안 했나 봐?]
[찍는다고 하면 분명히 이탈자가 발생할 것 같아서요.]
[가족들 당황하셨겠네.]
[후후…….]
띵동― 띵동―
드디어 자신의 모습이 방송에 나오는 순간이었다. TV로 보는 모습이 아주 생소하게 느껴졌다. 강전기로 살아온 지 얼마 안 돼서 더 그런 것 같았다.
제작진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에 슬로 모션과 CG 광원 효과를 넣었다.
“으악… 닭살.”
강전기의 얼굴에 후광이 비치게 CG를 넣고 편집을 했다.
“와, 내 얼굴이지만 미쳤다리… 화면발 뭐냐?”
방송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니, 뭐야, 뭐야… 리즈 시절 디카프리오 닮았어…]
[꺄아아… 미남이다!]
개그우먼 김나리가 입을 가리고 호들갑을 떨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제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강전기라고 합니다. 강소라 님의 막냇동생입니다. 전역한 지 두 달 됐습니다.]
[오… 전역한 지 얼마 안 됐구나.]
[캬… 명문대생이네.]
[키가 몇이에요? 소라 씨하고 비교해 봐도 차이가 많은 것 같은데 저 정도면 185도 넘을 것 같은데요?]
[와… 동생분이 연예인 데뷔해야겠다. 배우인 나보다 잘생겼어.]
[에이… 제 동생이 그 정도는 아니죠.]
[누나가 눈이 좀 이상하네.]
[그러게.]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누나들에게 치이는 애처로운 강전기의 모습이 나왔다.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 집을 나가 자취하고 있다고 놀림당하는 장면에서 멤버들의 웃음이 터졌다.
[잘생긴 남동생이 착하네. 누나들한테 꼼짝을 못 하고…….]
[착하긴요. 여자를 얼마나 밝히는데요. 방송이라 그래요.]
[자꾸 그러다 나중에 동생 만나면 머리채 잡힐 거 같은데?]
“어우… 누나가 아니라 원수네. 안 그래도 과에 안 좋게 소문났는데…….”
강소라의 말을 듣고 있던 전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시 장면이 바뀌고 어머니가 해물탕을 끓이고 같이 먹는 장면이 나왔다.
[와, 이 집 비주얼 뭐야……?]
[어머님은 식사 안 하셔도 자식들 때문에 배부르시겠어.]
[어머니가 제일 잘 드시는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해물탕이 진짜 맛있어 보인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엄청 맛있어요. 엄마가 해물탕 해준다고 하면 자매들이 다 뭉칩니다.]
[띠띠띠…….]
누군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 나온다. 얼음 마녀!!]
문을 열고 큰누나가 들어왔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슬로 모션과 CG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거기다가 덤으로 배경 음악으로 「겨울 왕국」 OST가 흘러나왔다.
[우와앗!!]
방송 멤버들이 너도나도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임영애 님?]
[와… 뭐야? 진짜 예뻐!!]
방송에 나온 강소희의 외모는 한마디로 미쳤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여신 강림! 한국 여배우 중 레전드라고 불리는 임영애의 리즈 시절 업그레이드판이었다. 강전기조차 멍하니 화면을 쳐다볼 정도였다. 실물보다 화면발이 더 잘 나왔다.
[안녕하세요. 한국대 흉부외과에 근무하고 있는 강소희라고 합니다. 강소라 큰언니입니다. 우리 모지리 이뻐해 주세요. 이렇게 하면 되나요?]
큰누나의 무표정한 인터뷰 멘트가 이어졌다. 일반인답게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그야말로 압도적인 미모였다.
[푸앗! 아니… 이 집안 뭐야? 다들 외모 미쳤어…]
[대학병원 외과의사? 거기다 한국대? 미쳤다, 미쳤어.]
[큰언니가 공부를 좀 잘해서…….]
다들 질렸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흔들었다.
[보스인 줄 알았더니 더한 보스가 있고 거기에 끝판왕까지 있었네요.]
[아, 좀… 나한테 집중해 주실래요?]
강소라가 화난 표정을 하며 책상을 두들겼다.
[지금 소라 씨한테 집중하게 생겼습니까?]
가수 한열이 눈을 부릅뜨고 대들었다.
[나 지금 사랑에 빠진 거 같아. 39년간 못 만난 임자를 드디어 만난 거 같아. 큰언니 남자 친구 있어요?]
노총각 작곡가 이정수가 책상에 팔을 괴고 사랑에 빠진 하트 눈을 하고 있었다.
[치… 몰라요…]
강소라가 장난스럽게 삐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큰누님 진짜 아름다우시다. 시청자들 깜짝 놀라셨을 거 같아요.]
[큰언니가 진짜 배우 하셔야 되는 거 아녜요? 이거 한국 연예계의 큰 손실인데…….]
[배우는 무슨? 우리 집 얼음 마녀는 감정 기복이 없어서 연기 같은 거 못 합니다.]
[아니… 소라 너는 가족들 디스하러 나왔냐?]
[그러니까 나한테 집중 좀 하라구요.]
[난 못 해. 사랑에 빠졌어.]
[오빠는 어쩜 그렇게 맨날 사랑에 빠져요?]
[얘가 또 멀쩡한 사람 음해하네. 내가 뭘 맨날 사랑에 빠져?]
[저번에 채연수 씨 나왔을 때도 그러더니…….]
[그… 그건 장난이었지…]
강소라와 이정수의 티키타카가 계속 이어졌다. 이것이 방송 케미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한 멘트였다.
그 후로 두 번 더 크게 빵 터지는 장면이 나왔다. 강소라에 대한 동네 어르신의 평가와 여자 옷을 입고 머리를 밀리고 있는 강전기의 어렸을 적 사진이었다.
“으… 얄짤 없네. 그냥 흑역사 고대로 나왔네. 난감하구만.”
방송이 끝나고 「왜 혼자 살고 있니?」가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했다.
# 실시간 검색어 순위 #
1. 강소라 큰언니
2. 왜 혼자 살고 있니?
5. 강소희 한국대
7. 강소라
15. 강소라 남동생
“전국에 얼굴 다 팔렸네, 젠장.”
그래도 다행스럽게 큰누나 강소희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다. 임팩트가 컸는지 강전기에 대한 검색 순위는 15위에 불과했다. 한눈에 보이는 실시간 검색어 10위권이 아니라 그런지 검색량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휴… 큰누나가 살렸네. 이슈를 큰누나가 다 가져갔어.”
평소 자주 가는 남초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제목 : 세계적인 톱모델에 대한 동네 어르신의 평가 (HIT)
(둘째 언니 공군 파일럿 : 사진)
(막내 남동생 명문대생 : 사진)
(큰언니 한국대 외과의 : 사진)
(TV에 나오는 세계적인 톱모델 강소라 사진)
동네 할아버지 : 그 집 다른 애들은 다 어디 가고 왜 제일 못난 애가 TV에 나와?
“헤헤… 꼴좋다. 강소라 흑역사 짤이네.”
댓글들이 넘쳐났다.
―강소라 흑역사 짤… 괜히 가족들 출연시켜서 ㅋㅋㅋ
―강소라만 공부 안 하고 놀았나 보네. 큰누나 입을 막는 거 보니……. 쯧.
―공작가의 망나니 딸이랍니다.
―큰누나… 내 가슴 고장 났쪄… 수술해죠…….
└나 부정맥 있는데 내일 한국대 흉부외과 입원 간다.
―외모가 미친 집안이다. 레전드각.
└큰누나 존예 보스… 아버지가 엄청난 미남이시네. 역시 유전의 힘인가……. 젠장.
└큰누나 문 열고 들어올 때 놀라서 소리 질렀다가 마누라한테 등짝 스매싱 당함.
―남동생 존잘인데?
└저 얼굴에 저 키로 하루만 살고 싶다.
└응, 다시 태어나.
└고추는 작을 거야.
└남자 아이돌 센터감이네.
└너무 키가 커. 짐승남 콘셉트 한물갔다.
―난 공군인 둘째가 맘에 든다. 내가 그 부대 출신이거든…
└둘째도 괜찮더라. 얼굴은 강소라인데 키가 강소라같이 부담스럽지 않더라.
└너 180도 안 되냐? 루저 시키.
└야, 그러는 너는 160이지?
―큰누나 임영애인 줄?
└나도… 진심 외모 미쳤더라. 사진 한번 비교해 봐. 큰누님이 더 예쁘다.
└어? 그러네? 저런 얼굴로 왜 연예인 안 했지?
└머리 좋아서 한국대 의대 갔는데 너 같으면 사람들한테 알랑방귀 뀌어야 하는 연예인 하겠냐?
└연예인이 얼마나 좋은데. 놀면서 돈 벌고…….
└미틴넘… 거기가 얼마나 치열한지 알아?
└그래도 큰누님이면 다 씹 바르지 않겠냐?
―동신 어패럴이면 거기 요즘 잘나가는 브랜드 몇 개 있지 않냐?
└어, 요즘 핫한 G2X… 강소라가 광고 모델임.
└ㅆ ㅣ ㅂ 금수저네…….
└집이 무슨 궁궐 같드만. 뷰 보니까 마포 같던데……. 거기 아파트 20억임.
└후덜덜…….
여초 커뮤니티에도 강소라 흑역사 짤이 인기 게시물에 올랐다. 거의 강소희에 대한 댓글이 넘쳤지만 간간이 강전기에 대한 댓글도 있었다.
―막냇동생 진짜 내 타입이다.
└외모, 키, 두뇌, 집안 다 빵빵함.
└우리 언니 연제대 다니는데 이 오빠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하다고 함.
└뭔데, 뭔데? 쪽지 보냅니다.
└됐고. 여자관계가 좀 복잡하다, 그런 소문이 돈다고…….
└이보세요. 이분 일반인인데 괜히 이상한 헛소문 퍼트리다가 고소당합니다.
└댓글 조심요.
└이 사람 걱정되네.
―오빠… 나 죽어… 샤프하지만 남자답게 잘생긴 이중기 버전이네.
└오… 자세히 보니 정말 그러네요.
강전기는 무심코 댓글을 읽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은 일반인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소문에 대해 댓글이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소문이 빛처럼 빨리 퍼지는구나. 다행히 내가 일반인이라 그런지 다들 자제하는 모양새네. 방송에 더 얼굴 비추다가는 나도 모르는 원판의 악행이 튀어나올지도 몰라.’
여자들을 후리고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성관계 동영상까지 찍었던 놈이다. 어떤 더러운 일에 관여되었는지 짐작하는 게 불가능했다.
‘다시는 누나 때문에 방송에 엮이지 말아야겠어.’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다르게 강소라 동생으로 나름 유명인이 되고 말았다. 그 프로그램이 예능 시청률 1위라는 걸 깜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