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33화 (3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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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의미 없는 떡신은 거른다!

너무 안 나오는 거 같아 넣어봤어요.

다른 여 캐릭터들도 줄줄이 구상해놓은 상태입니다.

탈주 금지요.

언제나 선호작, 추천 감사드립니다.

작곡가가 된 리얼돌

다음 날 강전기는 괜찮은 옷을 골라 입고 강남에 있는 리부트 엔터를 방문했다. 일단 건물은 평범한 7층짜리 빌딩이었다. 육안으로 보기엔 한 20년은 넘어 보였다.

출입문의 벨을 누르고 기다리니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문 앞으로 어제 밥을 같이 먹었던 이정수가 마중을 나왔다.

“오! 어서 와… 우리 회사 최초의 전속 작곡가님이 오셨네.”

“대표님이 최초 아니셨어요?”

“응? 그렇게 되나?”

이정수는 사람 좋은 얼굴로 전기를 맞이했다.

이정수가 방송계에서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성이나 노래뿐만 아니라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편안한 미소에 있었다. 그러한 인간관계로 회사도 이끌어간다고 봐도 무방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어제 잘 들어가셨습니까?”

“응, 그럼… 잘 들어가긴 했는데 어제 너무 과식해서 살이 찐 것 같아. 나이 들고 운동 안 하고 먹기만 하면 바로 살로 가거든. 이 나이엔 진짜 운동이 필수야.”

“지금 딱 좋아 보이시는데요?”

“몸은 말랐는데 배만 뽈록 나왔어. 옷 태가 안 살아서 큰일이다. 처음 온 김에 내가 회사 투어 좀 시켜줄게.”

“넵! 감사합니다.”

이정수는 전기를 데리고 경비실부터 차례로 돌며 인사를 시켜줬다. 지원팀 사무실에 들러 출입증을 만들고 매니저 사무실에도 들러 실장과 로드 매니저들한테 소개를 시켜주었다.

건물에는 나름 아담한 연습실까지 있었다. 그곳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기서 나중에 춤 한번 춰봐라. SSJ 출신 춤 실력 좀 보자.”

전기는 순간적으로 당황했으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네… 그런데 실망하지 마세요. 솔직히 군대 가는 바람에 다 잊어먹었습니다.”

“하하, 농담이야. 작곡가로 데려와 놓고 무슨 춤은 춤이야, 짜잔… 여기가 녹음실이야.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쪽에다 투자를 좀 많이 했지. 아무래도 우리 회사에 아티스트가 꽤 되거든. 그래서 장비에 욕심을 좀 많이 내는 편이야. 돈 좀 들여서 장비는 좋아졌는데 요즘에 감이 많이 떨어졌나 봐. 영 히트곡이 안 나오네.”

“와… 장비들 보니 눈 돌아가네요. 처음 보는 것들이 많네요. 많이 가르쳐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정식으로 우리 엔지니어한테 좀 배워봐. 홈 레코딩하고 기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어. 이것저것 기능이 많은 거지.”

“감사합니다, 대표님.”

“이제 사무실로 가서 계약서를 한번 훑어볼까?”

이정수는 강전기와 함께 대표실로 향했다. 대표실 앞에서 방송에 나왔던 이 대리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 대리야… 인사해라. 여기 우리 전속 작곡가 강전기 씨다. 어때? 배우처럼 잘생겼지?”

“안녕하세요, 총무부 이민영 대리입니다. 인터넷 마케팅, 홍보, 대표님 비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강전기라고 합니다.”

“어머머머… 실물이 깡패시네요.”

“아? 예…….”

“전기야, 얘 서른두 살 노처녀다. 조심해라. 잘못하면 코 꿰는 수가 있어.”

“대표님! 제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요?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52시간 근무는커녕 집에도 잘 못 들어가고 있잖아요!”

“아니, 누가 집에 가지 말래? 맨날 사무실에서 헛짓이나 해대니까 생산성이 떨어지는 거 아냐…….”

“아니, 요즘은 마케팅이 다 그런 거예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세요.”

“됐고… 얼른 계약서나 가져와 봐.”

“흥…….”

이민영 대리가 짜증 난다는 듯 문을 쾅 하고 닫고 나갔다. 그녀가 가족이 아니라면 분명 콩가루 회사가 분명했다.

“대표님, 혹시 이 대리님이 친척분이세요?”

“이야… 우리 전기 눈치 한번 빠르네? 맞아, 사촌 동생이야. 예전부터 하라는 공부는 더럽게 안 하고 볼케이노만 졸졸 쫓아다니더니 취업까지 여기로 했지 뭐냐.”

“취업 사기당했죠, 뭐…….”

이 대리가 계약서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 대리야, 사기는 내가 당했다, 인마. 얼른 문 닫고 계약서나 줘봐라.”

강전기는 천천히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내용은 크게 이상한 것도 없었고 상당 부분 편의를 많이 봐준 티가 났다. 특히 전속 작곡가라 하더라도 타 회사나 아티스트에게 곡도 자유롭게 줄 수 있었다.

“괜찮네요, 대표님.”

“당연하지… 내가 의리로 벌써 몇 년 동안 굴려온 회산데. 그런 건 의심할 필요가 전혀 없지.”

“알겠습니다. 바로 사인하겠습니다.”

“그래, 내일부터 작업실 나와서 나한테 배우거나 기사님 계시면 거기서 디렉팅도 배워봐. 내가 이야기해 놓을게.”

“하하… 감사합니다. 너무 재미있겠네요.”

이정수가 환하게 웃는 강전기의 눈부신 미소를 멍하니 쳐다봤다.

“자식… 정말 잘생겼네. 부럽다, 인마.”

“헤헤헤…….”

“근데 너 그거 아냐? 같은 실력이면 잘생긴 작곡가가 더 잘나가는 거?”

“예? 그게 무슨 소리죠?”

“나중에 보면 알아. 잘생기면 방송에 얼굴도 가끔씩 비추고 몸값도 높일 수 있지.”

“…….”

강전기는 지금 이정수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잘 알지 못했다. 작곡가로 데뷔하기 위해서 열 명이 실용음악과를 나온다면 그중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만 작곡가로 데뷔하고 그 후 10년간 활동하는 작곡가는 그중 십 분의 일도 되지 않는 혹독한 경쟁 시장이었다.

한때 천재로 소문났던 이정수조차 10년을 버티지 못하는 곳이 바로 대중음악계였다. 프로로 데뷔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도 실력이 좋아야 했다. 데모를 끝내주게 만들어서 듣는 사람을 홀려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잘하는 사람 밑에서 열심히 배우는 것이었다.

이 작곡이라는 게 지금까지도 도제식 형태로 전수되는 일이 많았다. 최근에는 팀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잘하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배우면 그만큼 프로로 데뷔하는 게 빨라질 수 있었다.

JB Ent. 대표 프로듀서인 이준봉 형님도 그 당시 제일 잘나가던 작곡가에게 가르침을 받고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전해진다.

더군다나 이정수 하면 작곡하는 사람들 치고 존경하지는 않더라도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 강전기에게 천운이 따른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정수 대표는 케이 라임과 만나기 전에 좋은 팁도 알려주고 맛있는 삼계탕도 사주었다.

‘의욕이 막 샘솟는 것 같다. 여기 매일 출근해서 열심히 배우고 히트곡도 써보고 싶구나.’

꿈에 그리던 여자들과 만나는 것과 히트곡 작곡가가 되는 것이 그의 작은 목표였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과 스펙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후천적 서번트 신드롬을 겪은 후 15년 이상의 작곡을 해온 경험이 있는 그였다.

* * *

드디어 강전기가 케이 라임이 알려준 주소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뵙기로 한 일렉케이입니다. 케이 라임 님 계시나요?”

강전기가 1층 공용 현관에서 벨을 눌러 호출했다.

지이잉―

안에서 화면으로 전기를 확인했는지 자동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1013호였던가? 천만 미튜버라더니 역시 비싼 곳에서 살고 있네?’

강남같이 비싼 동네는 아니었지만 10억 이상을 호가하는 고급 빌라였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일렉케이 님. 어?”

찾아온 사람의 외모가 의외였는지 케이 라임의 동공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케이 라임 님.”

그녀는 160대 초반 키에 나이가 서른이라고 하더니 실물로 보니 이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관리를 열심히 받은 모양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못생긴 외모는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케이네요? 혹시 노렸나요? 호호…….”

“아… 이거 우연이네요. 사실 제 이름이라…….”

“아, 그래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강전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렉케이죠.”

“아… 본명 때문에 그런 예명을 쓰시는구나.”

‘사실은 하리 방송에서 후원 쏘려고 급히 만든 허접한 닉네임인데… 흐흐.’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진짜 젊어 보이시는데…….”

“아… 스물세 살입니다. 대학생이고요.”

“정말요? 곡만 들어보면 최소 30대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 네…….”

‘사실은 30대가 아니고 거의 40대지. 지금 이 얼굴만 20대고…….’

“혹시 제 곡을 쓰시기로 확정하신 건가요?”

“네, 오랜만에 오리지널 싱글을 낼 예정입니다. 십 년 만이네요, 휴…….”

그 허접한 솔로 데뷔 앨범을 들어봤으니 그녀의 한숨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자신의 곡을 쓴다면 적어도 천만 미튜버로 명성은 까먹지 않으리라.

“그럼 이야기가 쉽게 풀리겠네요. 제가 사실은 아마추어로 있다가 최근 전속 작곡가로 계약해서 관련 내용을 좀 배웠거든요. 혹시 계약은 어떤 식으로 하실 건가요?”

“여기 이거 읽어보세요. 곡비로는 5백만 원을 드릴게요. 제 마음 같아서는 천만 원이라도 드리고 싶지만 아무래도 데뷔도 안 하신 아마추어라 저희 내부적으로 최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 아시겠지만 다른 저작권에 대한 사항은 다른 작곡가들과 동일하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저도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실적이 없는 작곡가들은 백에서 이백 정도 받는 게 보통이라고 하던데 그 정도면 후하신 거죠.”

“혹시 가사는 안 쓰셨죠? 그거는 저희가 알아서 해도 되겠죠?”

“네, 라임 씨가 쓰셔도 좋고 전문가에게 맡기셔도 되고요.”

“알겠습니다. 아예 초보이신 줄 알았는데 다행이시네요. 잘 모르시는 분들은 혹시 사기당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많거든요.”

“녹음할 때 연락주세요. 제가 아직 디렉팅은 자신이 없습니다만 옆에서 지켜볼 필요성은 있는 것 같아서요.”

“그럼 일정 확정되면 연락드릴게요. 오래는 안 걸릴 것 같아요. 곡이 워낙 좋고 별로 수정할 곳이 안 보이거든요.”

“네,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이 곡은 저에게만 보내신 건가요?”

“네, 라임 씨에게만 보냈습니다.”

“왜요? 이 정도로 데모를 만들었다면 어디 퍼블리싱 회사에서도 계약하자고 했을 것 같은데요?”

“사실은 작곡이 순전히 취미여서 그런 걸 잘 몰랐어요. 최근에 기획사에 들어가면서 그런 회사가 있다고 알게 됐습니다.”

“취… 취미요?”

‘이런 수준의 곡을 취미로 썼다고? 이런 게 말로만 듣던 천재라는 사람들인가?’

케이 라임이 깜짝 놀라 강전기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창백할 정도로 잡티 하나 없는 매끄러운 피부에 약간은 날카로워 보이는 샤프한 얼굴. 전체적으로 묘한 색기가 흐르는 남자였다.

거기다 체형도 운동선수처럼 늘씬했다. 여자 열이면 여덟, 아홉은 말만 걸어도 넘어갈 듯한 마성의 남자였다.

하지만 케이 라임은 그녀의 나이를 생각했다.

‘곡도 좋긴 한데 외모가 진짜 천재네. 내가 몇 살만 더 어렸어도…….’

“혹시 보내주신 곡 말고 다른 곳도 있으신가요?”

“네… 라임 씨 곡을 쓰고 몇 곡 더 만든 게 있는데요. 그건 이정수 작곡가님이 다른 가수들 곡으로 쓰신다고 해서요.”

“이정수 작곡가님이라면 리부트 엔터 대표님 말씀이시죠?”

“맞습니다. 저희 막내 누나 지인분이셔서…….”

“알겠습니다. 혹시 나중에 이 곡 잘되면 다른 곡도 써주실 거죠?”

“물론이죠. 제가 부탁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사실 저도 이게 잘하는 짓인지 확신이 없네요. 좀 찾아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제가 젊었을 때 데뷔하고 심하게 망해서 그런지 불안감이 있어요. 10년간 가요계를 떠나지 않고 있다 보니 엄청 좋은 곡을 들고 데뷔해도 운이 나쁘면 못 뜨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예, 알고 있습니다.”

‘정수 형이 작곡가의 첫 번째 미덕은 일단 무조건 곡을 잘 뽑는 거라고 했다. 히트 여부는 상당 부분 운에 달린 일이라고…….’

“잠깐 집 구경 좀 해도 될까요? 어떤 식으로 작업하셔서 찍고 올리는지 궁금해서요.”

“아… 내 정신 좀 봐. 차도 한 잔 안 드렸네요. 잠시 둘러보고 계세요.”

‘흐음, 개방감 좋고… 전망도 좋고……. 나중에 돈 벌면 나도 이런 곳에 집을 사야겠다. 야경 보면서 하리랑 다미랑 큭큭큭……. 어우…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

전망 좋은 창 앞에 놓인 퀸 사이즈 침대에 엎드려있는 쫙 빠진 하리와 다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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