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36화 (36/277)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포텐이라는게 폭발한다.

선호작, 추천 감사드립니다.

첫 번째 프로듀싱

7년 전 한여름은 뮤즈 엠파이어라는 기획사에서 가수를 준비 중인 고등학생이었다. 뮤즈 엠파이어는 현재 대표의 연이은 실책으로 회사의 기둥이 기울고 있는 곳이었다. 업계에서의 소문은 물론 인터넷에서도 흉흉한 도시 괴담이 돌고 있는 회사였다.

한여름을 눈여겨보던 매니지먼트 실장이 데뷔를 미끼로 성 상납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미성년자였지만 그런 것은 상관도 안 한다는 듯 당연하게 요구했다. 지금 같으면 회사가 아예 풍비박산 날 그런 막장스러운 일이었지만 내성적인 성격에 집안도 어려운 한여름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그 위기를 막아준 사람이 바로 소울퀸즈의 리더인 수진이었다. 억울한 사정을 들은 그녀가 연습생 일부를 데리고 사장실로 들어가 대신 싸워줬다. 물론 그 후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소규모 회사에 다시 들어가서 데뷔하는 기쁨까지 맛봤다. 그 후에도 위기의 연속이었지만 말이다.

그렇다 보니 같이 나온 언니들에게 부채 의식 같은 게 있었다. 자신은 언니들 뒤에서 최대한 보좌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그룹의 사정이 어려워져 가고 있었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인지도는 있었지만, 히트곡도 부족하고 결정적으로 팬덤이 없었다.

그룹으로 활동하려면 필수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게 바로 팬덤이었다. 바야흐로 팬덤이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대였다. 음원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도 금방 해체하는 이유가 바로 이 팬덤이 없어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

점차 경쟁력 있는 어린 그룹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고 소울퀸즈의 무대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다들 그걸 알지만, 딱히 대처할 방안이 없어서 말을 안 할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 한여름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족쇄를 모두 풀어버린 것 같았다. 자신을 극찬하는 잘생긴 작곡가의 말에 홀려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실천해 보지 않았던 것들을 폭발시키고 있었다.

마치 신이 들린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마치 다른 사람에 빙의한 것 같았다. 녹음실 밖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그 작곡가의 모습이 보였다.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흥이 응어리진 가슴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1절이 끝나고 작곡가님이 동그라미를 진하게 치면서 강조한 첫 부분이 나왔다. 곧바로 한여름의 폭풍 같은 랩이 튀어나왔다.

“어어어?”

이정수 대표가 자리에 앉아있다가 팔짱을 풀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물론 다른 멤버들도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랩 뭐야? 살짝 밀리네? 그런데 왜 이렇게 그루비하지?”

“넵, 그게 포인트입니다.”

“허어… 미쳤네.”

속사포 같은 랩 부분이 끝나고 브리지 부분이 이어졌다. 그다음 리더가 부른 후렴구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송곳 같은 보컬이 이어졌다.

“좋아, 좋아. 아주… 좋아.”

이정수 대표가 자기도 모르게 리듬을 타면서 노래에 빠져들었다.

“와… 이거 할 말 없게 만들어 버리네. 어떠냐? 내가 봤을 땐 곡의 레벨이 확 올라가 버렸다. 맞지?”

노래가 끝난 후 침묵을 깨고 이정수의 솔직한 감상평이 이어졌다.

“…….”

소울퀸즈 멤버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자… 여름 씨,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녹음 부스 안에서는 포텐을 그대로 터트려준 한여름이 눈을 꼭 감고 진한 여운을 음미하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나갈게요.”

최민호는 곧바로 믹싱 작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모든 멤버들이 다시 가운데에 모였다.

이정수 대표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너희는 어떠니? 나 오늘 너무 깜짝 놀랐다. 우리 여름이가 이 정도였어? 이런 인재를 랩 약간이랑 비주얼 센터 정도만 해줘도 된다고 생각했었다니… 나는 머리 박고 죽어도 싼 거 같다.”

“그러게요. 이게 훨씬 좋네요.”

한참을 무겁게 침묵하고 있던 리더 수진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인제 보니 우리가 막내 앞길을 막고 있었네요.”

그녀가 허탈하게 웃었다.

“언니… 흐으윽…….”

수진이 한 이야기를 들은 한여름이 급기야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막내야, 그렇게 잘하고 왜 우니? 우리가 진짜 미안해. 신경도 못 써주고…….”

수진이 울고 있는 한여름을 살포시 안고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다른 멤버인 혜진과 영주까지 눈물을 글썽거리며 서로를 껴안았다.

그 모습을 본 강전기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농담이 아니라 한여름의 보컬과 랩은 그런 모습을 시뮬레이션한 강전기조차 깜짝 놀라게 만들었으니까. 이건 진짜 프로듀서였던 이정수 대표가 각성해야 할 문제였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놀 인재를 3부 리그에서 썩히다니…….

“난 이제 진짜 방송에만 전념해야겠다. 감 다 죽었다. 가까이 있는 고수를 몰라보다니…….”

이정수는 입맛이 쓴 듯 품속에서 담배를 꺼냈다.

“민호야, 마스터링 다 됐냐? 한 번 듣고 담배 피우러 가자.”

곡 작업이 완료되고 완곡을 쭉 들어보았다. 비록 한여름에게 파트가 몰빵되었지만 전보다 곡의 퀼리티나 임팩트가 훨씬 올라갔다. 곡을 듣고 있으니 한여름 맞춤형 곡이라 그녀가 각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수 대표를 탓할 문제가 아니었다.

‘멤버들도 귀가 있으면 알겠지. 이렇게 가야 성공한다는 걸 말이야. 냉정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어. 솔직히 방송에서 노래를 부를 때 예쁜 애가 많이 나올수록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왜 한여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거야?’

처음 해본 디렉팅인데 결과가 아주 좋아서 웃음이 났다. 음원에서 높은 순위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포시 들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었다. 대중의 관심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가수들은 외부 요인에 의해 성적이 크게 좌우되는 편이었다. 노래의 신이라는 병수 형조차 100위 차트에서 광탈하곤 했으니까.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우리 비밀 병기 고생 많았다. 그래도 배운 게 많지?”

“네, 형. 전 이게 적성에 맞는가 봐요. 너무너무 재미있네요.”

“그래. 그런데 민호야, 우리 곡 여유가 있던가? 아무리 싱글이라고 해도 한 곡만 넣기는 좀 그렇지?”

“적당한 게 있는지 한번 훑어봐야지. 한 곡 더 넣는 거지?”

“어, 무조건 오늘 녹음한 곡이 타이틀이고… 아, 이거 곡명이 뭐라고 했지?”

“「쿨한 여자」요.”

수진이 누나가 핸드백을 어깨에 메며 대답했다.

“「쿨한 여자」? 노래 제목이 좀 촌스럽긴 한데 그만큼 어그로는 끌겠네.”

“당연히 그걸 노린 거죠. 굳이 뭐 하러 그런 제목을 쓰겠어요. 뇌리에 팍팍 박히도록 하는 거죠.”

“오케이! 수진이도 오늘 수고했고 너희도 아침부터 피곤할 테니 어서 들어가서 쉬어라. 아참, 수진아. 이 대리한테 말해서 안무가들한테 「쿨한 여자」 시안 받으라고 해라.”

“알았어요, 오빠. 오랜만에 댄스 연습 좀 하겠네.”

마지막으로 소울퀸즈가 나가기 전 한여름이 강전기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작곡가님,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제가 뭐 한 게 있다고요. 다 여름 씨가 잘해서 그렇죠. 나중에 무대에서 카리스마만 폭발시켜 주시면 됩니다. 제가 바라는 게 그거예요.”

소울퀸즈가 녹음실을 떠났다. 그들의 얼굴엔 미소와 자신감이 가득 차 보였다. 과연 결과도 좋을 것인지 궁금해졌다.

“형, 제가 커플링 곡까지 만들어도 되나요?”

“응? 진짜? 나야 찬성이지. 그래야 일관성도 있을 거고. 혹시 만들어놓은 곡 있어?”

“네, 여름 씨한테 딱 어울리는 곡이 있는데 조금만 손보면 될 것 같아서요.”

“너 여름이한테 꽂혔다? 그렇게 자세히 분석했으니 오늘 각성까지 시켰겠지.”

‘꼭 게임 캐릭터 같네. 각성이라니. 후후후…….’

“목소리가 제가 딱 좋아하는 톤이에요.”

“그래, 좀 부탁할게. 나도 조금 이따가 녹화하러 가야 해. 민호야, 미안한데 넌 마무리 좀 해줘라.”

그렇게 소울퀸즈의 타이틀곡 녹음이 끝났다.

집에 도착한 강전기는 샤워한 뒤 남아있던 여운을 느끼며 커플링 곡을 만지기 시작했다. 걸그룹용으로 만들어 놓았던 달달한 댄스곡이 있었는데 비트를 바꿔서 마이너 소울풍이 약간 가미된 미디엄 템포의 곡으로 탈바꿈시켰다.

제목은 「이벤트는 필요 없어」였다. 원래 노래 가사는 항상 거창한 이벤트를 해주는 남자친구에게 이제부터 이벤트는 필요 없다고 하면서 내가 도시락을 싸주거나 애니메이션 코스프레 같은 소소한 이벤트를 해주겠다며 넌 평생 나만 좋아하면 된다는 내용의 곡이었다.

음악은 한 시간 동안 편곡을 완료했지만 뜻밖에 가사를 바꾸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소녀소녀한 느낌에서 상처받은 남자를 품으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으로 개사했다. 더는 전 여자 친구를 위한 이벤트는 이제 그만! 만약 나에게 온다면 당신의 상처를 이벤트로 치유해 주겠다는 힐링 노래였다.

멋진 곳을 드라이빙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재미있는 것을 하며 상처를 어루만져 주겠다는 가사였다. 곡의 60~70% 이상이 한여름의 감각적인 랩으로 이루어진 솔로곡이나 다름없는 노래였다. 후렴구는 한여름의 약간 절제된 미성의 보컬로 트렌디하고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다 됐다. 이 정도면 뭐 훌륭하네. 잔잔하면서 후렴구도 좋고… 요즘 노래 뽑는 게 진짜 수월해진 것 같다. 역시 몸이 바뀐 영향이 큰 걸까?”

전생 상찐따 주기만 시절 서번트 신드롬 영향으로 음악적 재능이 발휘되고 머리도 좀 영민해졌지만 절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노래를 만들 때 제3의 시선으로 모든 과정을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궁극의 능력이었다. 마치 강전기 본인이 아닌 듯한 그런 느낌 말이다.

그는 커플링 곡을 클라우드에 저장했다. 내일부터는 소울퀸즈가 어떤 식으로 컴백을 준비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예정이었다. 필요하면 매니저처럼 따라다닐 생각도 있었다. 그런 매니지먼트 프로세스를 꼭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런 경험은 나중에 걸그룹을 만들 때도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

회사에 연습생조차 없는데 김칫국부터 드링킹하고 있는 강전기였다.

“물론 방송국에서 다른 걸그룹도 실물로 보고…….”

찐따 시절 걸그룹 덕질만 했지 한 번도 실물을 본 적 없는 그로서는 참으로 좋은 기회였다. 사실 그의 마음속엔 그런 목적이 더 클지도 몰랐다.

‘화면으로 보는 것하고 실물로 보는 게 차이가 클까? 키스마이걸은 이제 음방 활동이 거의 끝나가는데… 세린이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는걸.’

역시 최근 최애인 세린이의 실물을 한 번쯤은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블루비 수아는 화면이랑 똑같았었는데… 흠… 오랜만에 세린이 직캠이나 봐야겠다.”

강전기는 최근에 끊었던 걸그룹 직캠 영상을 다시 플레이했다. 모니터로 상큼한 세린이의 얼굴이 등장했다.

“우앗! 귀… 귀여워.”

역시 찐따 습성은 버리기 무척이나 힘든 모양. 그래도 바지를 내리지 않았다는 게 무척이나 발전된 모습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