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45화 (4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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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한겨울은 당분간 봉인갑니다.흐흐~

선작, 추천, 댓글, 서평 감사합니다.

음방 출격

아침에 눈을 뜬 한여름은 그야말로 기절초풍하고 말았다. 그녀의 억눌렀던 제2의 자아가 술로 인해 오랜만에 깨어났다고 생각했다. 속옷까지 몽땅 벗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트 위에 묻어있는 정체불명의 자국들. 그야말로 멘붕 상태였다.

그녀가 침대에 주저앉아서 자책하며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퍽퍽 내리쳤다.

“야… 이 미친년아! 죽어! 죽어!”

한겨울에게 하는 소리일까? 분노와 짜증이 담긴 음성이었다.

‘어제 술은 왜 마신 거야. 내가 미쳤지. 재수 없으면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식당에서 밥을 먹은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뒤로부터는 기억이 안 나. 미치겠네.’

혹시 작곡가님하고 그랬을까?

“아악……! 안 돼!!”

자신의 이런 모습을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은 한여름이었다. 특히나 계속 얼굴을 봐야 하는 일과 엮인 사람들하고는 더더욱 금물이었다.

‘하지만 몸의 상태가 좋고 아랫도리가 멀쩡한 것을 보면 아무 일이 없었을 수도 있어. 이 시트 자국은 그냥 땀일지도 몰라……. 그래… 만약 무슨 일이 있었다면 몸이 거의 만신창이가 됐을 거야.’

가끔 이런 일이 있으면 며칠간 요양해야 할 정도였다. 그녀는 애써 자위하며 몸을 추슬렀다. 이제는 컴백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도 안무를 맞추러 가야 했다.

* * *

한편, 며칠 후 강전기는 드디어 케이 라임의 녹음 스케줄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다. 팬층을 고려해서인지 영어로 싱글 앨범을 낸다고 했다. 아마도 작사하느라 시간이 좀 오래 걸린 모양이었다.

노래 제목이 「That's my thing」. 한글로 번역하자면 그게 바로 내 특기지, 혹은 내 전공이지라는 의미였다. 음악과 노력이 바로 자신의 특기였고 결국 나는 그것을 끝까지 고수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승리자가 되었다는 의미로 케이 라임의 자전적인 가사가 들어있었다.

가사를 쓱 읽어보니 상당히 마음에 와닿았다.

“누가 썼는지 꽤 잘 썼는걸.”

Kstream 미디어에서는 전문 녹음실을 빌려 레코딩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강전기도 작곡가로 함께 배석했다. 프로듀서는 외국에서 영입해 온 전문 프로듀서였다. 아무래도 회사가 해외 레코드 회사와 손을 잡은 모양이었다.

30대의 외국 남자가 강전기를 보며 악수를 청했다.

“당신이 이 곡을 작곡한 사람인가요?”

“네, 일렉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전 브랜든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정말 감각이 뛰어난 작곡가입니다. 곡을 듣고 소름이 돋았어요.”

“감사합니다. 오늘 녹음 잘 부탁합니다.”

“우린 언젠가 다시 보게 될 겁니다. 제 느낌이 그렇다고 말해주고 있네요.”

“다시 한국에 방문해 주세요. 제가 구경을 시켜드리죠.”

“하하… 제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어쨌든 빨리 녹음을 하기로 하죠.”

외국인 프로듀서가 영어로 질문하고 전기도 영어로 대답했다. 발음은 누가 봐도 김치 스타일이었으나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영어를 공부해서 듣고 말하는 데 문제가 없는 편이었다.

녹음은 약 여섯 시간이 소요되었다. 외국인 프로듀서 브랜든은 역시 레코드 회사에서 보낼 정도로 실력과 감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전기는 그의 실력에서 엄청난 깨달음과 영감을 얻었다.

압권이었던 것은 케이 라임이 그 어려운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것. 과연 천만 미튜버, 가요계 10년 차 가수였다. 그녀의 강력한 보컬이 곡에 입혀지자 녹음을 하는 몇몇 사람이 소름이 돋는지 자신의 팔뚝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사람들이 모두 손뼉을 치고 있었다. 녹음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케이 라임의 엄청난 노래 실력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노래는 최고다. 하지만 흥행은 알 수 없어. 성적이 좋지 못하면 그녀는 사람들에게 그냥 미튜브 가수로 기억될 뿐…….’

과연 그녀의 이러한 노력이 통할 수 있을지 곡을 만든 강전기조차 궁금해졌다.

‘곧 알게 되겠지. 어쨌든 대중은 항상 냉정하니까…….’

녹음이 끝난 뒤 브랜든이 강전기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아직 명함이 없던 그는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대신 알려주었다.

“친구, 혹시 미국에 오면 나를 찾아와. 넌 재능이 있어. 유명 아티스트도 소개해 주지. 물론 선택은 그들이 하는 거지만…….”

“고마워. 일정 때문에 급히 나가야 한다고 하니 너무 아쉽다. 너도 한국 오면 연락해. 내가 이태원에 데려가서 끝내주게 재미있게 놀게 해주지!”

“이태원? 몇 번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하하하…….”

‘나도 사실 안 가봤어. 인마… 너 오면 민성이한테 연락해야 해.’

그렇게 미국에도 인맥을 깔아놓게 된 강전기였다.

케이 라임의 싱글 발매 일정은 아직 미정인 상태로 변수가 있다고 했다. 발매 2주일 전에는 연락이 올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이렇게 떨리지?”

아직 발매도 되지 않았지만,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자신의 곡을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었다.

* * *

시간은 흘러 드디어 소울퀸즈의 컴백이 눈앞에 다가왔다.

중간고사를 끝낸 강전기가 오랜만에 리부트 엔터 사무실에 들렀다. 소울퀸즈 컴백으로 사무실이 무척이나 분주했다. 이미 뮤직비디오도 완성이 끝난 상태였고 안무와 무대 의상도 준비가 완료됐기 때문에 출격만 남은 상황.

사무실에서는 바쁘게 홍보하고 언론에 전화해서 컴백 관련 기사 소스도 보내주었다. 그래 봐야 마케팅 담당 이 대리 한 명뿐이었지만 스마트폰 연락처를 훑어보면서 연예계 인맥으로 홍보하는 이 대표의 모습도 신선했다.

“이 대리야… 「유희관의 스케치북」 아직 연락 없냐? 내가 희관이한테 전화라도 해야 하나?”

“대표님, 유희관 씨하고 친하죠?”

“응… 그렇긴 하지. 그런데 거기는 음악방송 PD가 대부분 캐스팅을 하니까…….”

“그럼 방송국 가서 뮤비 한번 보여주세요. 이번 곡은 진짜 걸그룹처럼 찍었잖아요.”

“그럴까? 희관이 그 녀석 걸그룹 엄청 좋아하잖아. 어차피 이번 메인이 여름이라 우리 센터 쪽으로 푸시하면 쉽게 스케줄 내줄지도 모르겠네. 그 녀석 독수리 눈이야. 우리 여름이 발굴해 줄걸?”

“그랬으면 좋겠네요. 인터넷 짤빵이라도 생기게…….”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강전기가 의문이 생겨 이 대리에게 질문했다.

“대리님, 죄송한데요. 소울퀸즈는 음방 안 나가나요?”

“음방요? 지상파하고 케이블 순위 프로그램 말씀하시는 거죠? 소울퀸즈가 얼굴을 알려야 하는 신인도 아니고 음방 보는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그룹도 아니라 거기 나갈 바엔 「레전드 명곡」이나 「열린 음악쇼」, 「新가요 무대」라도 나가는 게 낫죠. 소울퀸즈 노래가 차트 하위권이라도 진입하는 이유가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이 들어주셔서 그런 건데…….”

“뭐, 음방은 애국가 수준의 시청률이라……. 그래서 아티스트들이 선호하는 「유희관의 스케치북」을 뚫으려고 하고 있어. 거기 못 나가면 음악 방송 시청률 톱인 「전국 노래자랑」에라도 나가야지. 끙…….”

“대표님! 거길 어떻게 나가요. 예전 곡 같은 스타일이면 모를까, 에지 있는 이번 곡은 절대 안 돼요. 차라리 음방을 나가면 나갔지…….”

“음방에선 컨택이 잘 안 올 거 아냐?”

“희한하게 케이블에서 컨택이 왔어요. 지상파는 응답 없었고요.”

“응? 케이블이면 뮤직넷 「쇼 카운트다운」 말이야?”

“네, 컴백 무대를 자기들 방송에서 해주겠다네요.”

“언제 우리 애들이 한 번이라도 거기 나간 적 있었어?”

“없죠. KM 미디어 계열 예능 프로그램에는 몇 번 나갔지만…….”

“희한하네? 노래 좋다고 벌써 소문이라도 났나? 음원은 거기도 돌린 거 맞지?”

“의례적으로 돌리긴 했는데… 컨택이 올지는 예상 못 했어요.”

“오케이. 일단 컴백은 「쇼 카운트다운」으로 하자. 무대 한번 화려하게 해보자고!”

다음 날 수업을 과감하게 모두 빠져버린 강전기가 매니저 자격으로 소울퀸즈와 함께 뮤직넷 녹화장에 함께 가기로 했다. 소울퀸즈 멤버들은 숍에 들러 머리와 풀 메이크업을 한 상태로 사무실에 도착했다.

“안녕, 우리 천재 작곡가님…….”

소울퀸즈의 멤버들이 강전기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맨 마지막으로 한여름이 들어왔는데 역시나 무대 메이크업을 하니 더 예뻐 보이고 얼굴이 한층 화려해졌다.

“안… 안녕하세요.”

한여름이 강전기를 오랜만에 보고 인사를 꾸벅했다.

“네… 안녕하세요.”

‘뭐지, 이 거리감은? 혹시 기억을 못 하는 거 아냐?’

한여름은 며칠 전 충격에서 말끔히 벗어난 상태였다. 혹시 몰라서 강전기에게 조심하고 있는 것이었다.

“저… 작곡가님, 그날 별일 없었죠?”

그녀가 강전기 옆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가 한여름의 상태를 눈치채며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

“아… 네… 별일 없었습니다.”

“아… 다행이다. 감사해요, 작곡가님.”

금세 얼굴빛이 환해지는 한여름이었다. 이런 단순한 사고방식은 보고 배울 필요성도 있어 보였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 지금 눈치로는 기억을 못 하는 것 같다.’

“자자… 이야기는 들었겠지. 이번 컴백 무대는 「쇼 카운트다운」이다. 왜 컨택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전과는 다르다. 너희도 걸그룹이라는 걸 대중들에게 알릴 기회야!”

“대표님이 좀 오버하시는 거 같긴 한데 이런 분위기의 곡은 처음이라 살짝 기대되네요.”

“오늘 우리 전기가 따라갈 테니까 일일 매니저처럼 생각하도록 하고…….”

“어우… 매니저는 무슨… 그냥 방송국하고 음방 구경이나 좀 시켜줄게요. 오늘은 김 실장님이 오시는 거 맞죠?”

“네… 수진 씨, 제가 이번 곡 활동하는 동안 함께하겠습니다.”

사무실 구석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던 김수호 실장이 수진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정수 대표의 일장 연설이 끝나고 강전기는 일행을 따라 벤 조수석에 올랐다. 운전대는 리부트 엔터에서 잔뼈가 굵은 김 실장이 잡았다.

“전기 씨, 음방 가면 사람도 많고 볼 것도 많을 거예요.”

“네, 실장님. 약간 떨리는데요?”

“실장님… 「쇼 카운트다운」 가면 우리가 최고참 아닐까요?”

“에이… 설마…….”

“야, 설마가 사람 잡는다. 솔직히 음방에 선배님들 잘 안 나오시잖아? 잘못하면 최고 노땅일 수도 있어.”

일행이 KM 미디어의 뮤직넷 방송국 공개홀에 도착했다. 간단한 출입 절차를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섰다.

리허설과 녹화가 진행되는 동안 리더 김수진의 말이 현실이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저희는…….”

“하나, 둘, 셋… 아침을 여는 싱그러움! 안녕하세요, XX소녀입니다.”

“하나, 둘, 셋… 귀여움은 우리가 담당한다. 안녕하세요, XX러브입니다.”

“안녕하십니까! XX걸즈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새롭게 데뷔한 보이그룹… XXX…….”

열 팀 이상의 신인들이 소울퀸즈의 대기실에 들러서 인사하고 갔다.

두꺼운 메이크업을 한 채 불편한 무대 의상을 입고 십여 팀이 넘는 가수들에게 인사를 받다 보니 의자에서 궁둥이를 붙일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었다. 매니저 김 실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날카로운 눈으로 걸그룹을 주시하고 있는 이가 있었다. 바로 자칭 걸그룹 전문가 강전기였다.

‘호오… 대한민국의 예쁜 애들은 죄다 여기에 모여있는 게 사실이었군.’

계속 들어오는 걸그룹들을 매의 눈으로 훑어보며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보이그룹은 전혀 모르지만, 신인 걸그룹은 다 알고 있었다.

‘보이그룹은 거른다.’

나름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그였다.

‘그룹에 괜찮은 애가 한두 명은 꼭 끼어있다. 이름 있는 소속사 애들은 세 명 이상이기도 하고… 실제로 보는 거랑 화면이랑 다른 애도 많다.’

청순, 귀여움, 섹시, 상큼, 걸크러시…….

타입도 다양했다.

신인급 후배 그룹의 인사가 끝나자 어느 정도 숨을 돌리는 소울퀸즈였다.

“푸하… 거참 정신없네.”

“원래 음방이 이랬었나?”

“글쎄… 우리도 데뷔 초에 발바닥에 땀 나도록 선배님들한테 인사드렸잖아.”

“와, 벌써 5~6년 전 이야기네.”

“그나마 「레전드 명곡」에 가끔 나와서 후배들이 아는 척이라도 하는 거지. 너희는 대표님한테 항상 고마워해야 돼. 그거 대표님이 MC 오빠 술 엄청 사줬다더라.”

“원래 둘이 허구한 날 술 먹던데, 뭐…….”

“야… 갈데없는 우리 거둬준 분이야.”

“언니, 언니만 말조심하면 되거든?”

소울퀸즈 멤버들이 오랜만에 방문한 음방 녹화에 긴장했는지 쓸데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대기실 문이 열리며 3년 차에 접어든 대원기획 소속의 디어엔젤이 들어왔다.

강전기의 눈에 일행 중 한 명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어엇! 디어엔젤 주아라!’

강전기의 집에 숨겨져 있던 외장 하드에서 봤던 XX 동영상! 그 주인공으로 의심되는 주아라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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