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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어제는 50개 이상의 추천이 하루만에 박혔습니다. 감사합니다.
음방 출격
디어엔젤(Dear. Angel).
1.5군으로 분류되는 3년 차 5인조 걸그룹으로 최근 트랜드와는 가장 먼 청순형 아이돌이다. 전원이 여성스럽고 청순한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어 남초 팬덤이 크다. 개개인 아무나 드라마에 내놔도 배우들에게 꿀리지 않는 비주얼 중심의 그룹이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 안녕. 유명하신 분들이 여기까지 굳이 오셨네.”
리더 김수진이 뭔가 불편한 듯, 인사하러 온 디어엔젤을 아니꼽게 쳐다봤다.
“아니에요, 선배님. 저희가 인사드리러 와야죠.”
“아라는 요즘 드라마에서 예쁘게 나오더라. 드라마도 잘나간다며?”
“에이… 저야 뭐 조연인데요. 그냥 묻어가는 거죠.”
디어엔젤의 리더 주아라가 대표로 형식적인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강전기는 이야기하는 디어엔젤 멤버들을 한 명씩 훑어보았다. 그녀들은 역시나 명성답게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다들 외모에서 투명한 빛이 났다.
‘와… 메인보컬 한 명 빼고 거의 꿔다 놓은 보릿자루지만 비주얼은 씹사기라는 말이 맞네.’
강전기가 그녀들의 외모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다 우연히 리더 주아라와 눈이 딱하고 마주쳤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디어엔젤은 형식적인 대화가 끝나자마자 대기실로 휭하니 돌아갔다. 그런데 주아라가 나가기 전 고개를 돌려 강전기를 다시 한번 쳐다보는 게 아닌가?
‘응? 뭐지? 왜 다시 돌아보는 거야? 그런데 어우야, 진짜 청순하게 생겼네.’
그야말로 청순가련형의 대명사 같은 외모였다. 사슴 같은 큰 눈망울에 하얀 피부, 가느다란 목선, 하늘하늘한 허리…….
꿀꺽.
강전기가 마른침을 삼키는데 김수진이 손으로 탁자를 탕하고 내리쳤다.
“참나… 요즘 쟤들도 활동하나? 전혀 몰랐네.”
“짜증 나는 것들!”
소울퀸즈 멤버들은 청순파 그녀들이 나간 문 쪽을 향해 소금이라도 뿌릴 기세로 디어엔젤을 씹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강전기가 무슨 말이라도 물어봐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 작곡가님한테 말하기 좀 민망하긴 한데… 예전에 여러 걸그룹들이 나오는 예능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쟤들이 게임에서 우리한테 다 졌거든. 그런데 황당하게 프로그램 PD가 우리더러 나오지 말라더라. 알고 보니 대원기획에서 로비해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물론 이 정보는 내가 개인적으로 친한 제작진한테 들은 이야기야.”
“설마…….”
“대원기획이 얼마나 소문이 더러운 회사인데요? 그 회사랑 엮인 PD들이 어디 한둘이래야지.”
“그거라면 우리가 뭐라고 안 해요. 쟤네가 우리 욕을 뒤에서 엄청나게 했다고 하더라고.”
“김 실장님은 무슨 소문 들으신 거 없으세요?”
“아… 디어엔젤 멤버 중에 누군가가 유명 신문사 사주 집안이라고 하더라는 지라시가 있었죠.”
역시나 김 실장은 실무진답게 여러 가지 정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전기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까 자신을 주시하고 나간 주아라가 무척이나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자면 디어엔젤의 메인보컬 한소진 정도만 한여름하고 비슷한 수준의 외모이고 나머지 주아라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은 그야말로 넘사벽의 외모였다.
괜히 음치 수준의 노래 실력과 율동 수준의 춤 실력을 갖추고도 1. 5티어로 분류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청순가련형 그룹의 대표 격인 걸그룹이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였다. 90년대 후반을 주름잡았던 레전드 걸그룹 핑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많았다.
남초에서는 디어엔젤을 이렇게 언급했다.
‘네 명의 비주얼 센터와 한 명의 보컬로 이루어진 그룹’
‘포 센터즈’
말 그대로 네 명의 센터가 포진한 그룹이라는 뜻이었다.
‘열 팀 이상의 걸그룹이 방문했지만 디어엔젤이 원톱이군. 사실상 노래는 별로 생각나는 게 없지만 그 청순했던 뮤비는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있지.’
모니터로는 방송 리허설이 계속 중계되고 있었다.
“곧 우리 올라가야겠네. 팬들은 좀 왔으려나?”
“여름아, 분량 많다고 떨지 말고! 알았지?”
“알았어요, 언니! 걱정하지 마세요.”
강전기가 벽에 걸린 시계를 주시했다. 현재 열한 시 오십 분.
“여러분들 리허설 하고 내려오시면 음원이 출시될 것 같네요.”
“오케이… 이번엔 좀 높게 가자고!”
“무대 한번 찢어버리시죠?”
그렇게 소울퀸즈는 매니저와 함께 무대 리허설을 하기 위해서 이동했다.
방에는 강전기 혼자 덩그러니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다.
똑똑.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예… 들어오세요.”
강전기가 문에 대고 크게 소리를 치자, 방문을 열고 아까 인사하고 나갔던 주아라가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강전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
“그… 그래.”
강전기는 그녀가 건넨 첫 인사말로 원판과 그녀의 사이가 깊은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 엮어있는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너 여기서 뭐 해? 소울퀸즈랑 일해?”
“응, 뭐 정식은 아니고 그냥 겸사겸사… 이번에 곡을 썼거든.”
“아… 그렇구나.”
강전기가 곡을 썼다고 했지만, 전혀 믿지 않고 흘려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단순히 매니저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군대 제대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걸.”
“그래. 잘 지냈어?”
“나 요즘에 드라마 나오는데 못 봤니?”
“내가 TV를 잘 안 봐서…….”
주아라가 볼을 부풀리며 약간 삐진 표정을 지었다. 강전기가 그 모습에 또 심쿵하고 말았다.
‘커헉… 넘 귀엽잖아…….’
“다른 사람들 눈도 있고 지금 시간이 없어서 본론만 이야기할게. 예전에 우리가 장난삼아 찍었던 거 그거 아직도 가지고 있니?”
‘응? 아아… 그거였나?’
역시나 외장 하드에 저장되어 있던 그 영상을 언급하는 주아라였다.
“아… 그 사진하고 영상은 싹 다 지웠어. 나도 이제 새 출발하려고…….”
“그러니? 잘 생각했다. 계속 그게 걸렸었거든. 너 보니까 그거부터 생각나더라. 그건 그렇고, 우리 언제 한번 보자. 오늘 내가 촬영 스케줄이 있어서 이만…….”
주아라는 강전기의 대답만 간단히 듣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강전기가 나가려는 주아라를 향해 팔을 뻗었다.
“갈 땐 가더라도 연락처는 알려주고 가야지.”
“훗…….”
주아라는 고개를 돌려 강전기를 보면서 미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전 애인(?)일지도 모르는 1. 5티어 걸그룹의 리더를 그냥 보낼 순 없었다.
“뭐… 그럴까?”
그녀는 자그마한 손으로 강전기가 내민 스마트폰에 연락처를 남겼다.
“그럼 잘 있고… 나중에 보자.”
“그래… 잘 가라.”
강전기가 나가는 주아라의 뒷모습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얼굴은 극청순가련형에 몸매도 버드나무 가지같이 쫙 빠졌다. 일반인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마른 몸매이긴 하지만 카메라 화면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
“흐미… 떨려라. 이거 연기하기 너무 힘든데? 태연하게 행동하는 게 언제 익숙해지려나?”
강전기가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풀썩 주저앉았다. 물론 주아라의 번호가 담긴 폰은 손에 소중히 모셔진 상태였다.
‘그 영상 속 주인공이 진짜 주아라였을 줄이야! 가만! 혹시 주아라도 SSJ 출신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강전기가 급히 주아라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디어엔젤 리더 주아라 : 4년간 SSJ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었으나 모종의 내부 사정으로 여자 팀 데뷔가 엎어지면서 계약 해지 후 대원기획에 들어가 디어엔젤로 데뷔함. 가장 긴 연습생 경력으로 팀 내 리더가 되었다. SSJ 여자팀이 엎어지면서 나간 대표적인 인재로 꼽히고 있다.
그 외에 블루비의 수아, 초대형 KPOP 드라마로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유어걸 프로젝트의 히로인 신이나와 강수정, 정보람도 SSJ 여자 팀 데뷔 조였던 걸로 알려졌다. 최근 CF계를 평정 중인 인기 연기자로 등극한 신이나는… 중략… 만약 SSJ가 여자 팀 데뷔를 뒤엎지 않았더라면 현재 마이하트의 자리를 그들이 차지하고 있었을 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 중략…….]
‘역시나! SSJ 연습생이었군! 연습생끼리의 사랑이라니…….’
뭔가 낭만적이고 야릇한 상상 속에 빠진 강전기였다.
그것도 잠시, 대기실 문이 벌컥 열리며 소울퀸즈가 땀을 흘리며 들어왔다.
“작곡가님, 저희 무대 어땠어요? 괜찮았나요?”
“네… 네, 좋았습니다.”
사실 주아라에 정신이 팔려서 소울퀸즈의 무대에 전혀 신경 쓰지 못했지만, 그냥 다 좋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고개를 끄덕이는 강전기였다.
“분위기 봤어?”
“응! 괜찮았지?”
“여름아… 진짜 잘했어. 무대 완전히 살더라. 진짜 신나던데?”
“언니들이 잘 도와주셔서 그렇죠.”
리허설 반응이 엄청 괜찮았던 모양이었다. 리허설이 끝나면 여섯 시부터 있는 생방송 무대를 기다려야 했다.
한 다섯 시 반쯤 되니 점점 긴장되는 자신을 느꼈다. 이제 진짜 생방 무대였다. 과연 소울퀸즈가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가슴이 떨려왔다.
“우왓! 우리 벌써 실시간 차트에 진입했어요. 말석이긴 하지만…….”
“진짜? 역대급 속도인데?”
“벌써 뭔가 조짐이 좋다.”
“평도 엄청나게 좋다. 곡이 진짜 세련됐다는 평도 있어요.”
“작곡가님 기분 좋으신 것 같으신데요? 입이 귀에 걸리셨어요.”
아닌 게 아니라 기뻐 죽을 지경이었다. 자신이 만든 곡이 차트에 진입하다니… 이건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와… 너무 기쁘다. 내가 이제 진짜 작곡가가 되었구나. 취미로 외롭고 지질하게 시작했지만, 끝은 창대하구만.’
강전기는 매우 기쁜 나머지 눈물을 찔끔 흘릴 뻔했다.
* * *
한편, 주아라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면서 소울퀸즈 대기실을 나섰다. 그리고 자신의 대기실로 들어가기 위해 모퉁이를 돌 때 문 앞에 기대고 서있는 같은 그룹 멤버 지원희와 딱 마주쳤다.
“너 뭔데 거기서 나와?”
되도록 조용히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지원희에게 걸릴 줄이야. 주아라는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아… 그게…….”
“늙다리 소울퀸즈 이제 막 리허설 올라갔는데 거긴 왜 들어가? 너 아까 그 키 큰 애 만나고 온 거지? 솔직히 말해봐.”
지원희가 당황하는 주아라를 보고 사악하게 미소 지었다.
“…….”
“누군데 그래? 아는 애니?”
“음… 원희야.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주아라는 꼬치꼬치 캐묻는 지원희가 살짝 짜증 났지만, 그녀를 데리고 본인들 대기실로 들어갔다. 디어엔젤 멤버 지원희는 『지존일보』의 손녀로 아무리 리더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그런 존재였으니까.
“아까 걔 진짜 잘생겼더라? 거기다가 키도 크던데? 몸도 좋고…….”
“어머머? 또 무슨 일이야. 잘생겼다고? 누구? 우리도 좀 알자.”
같은 디어엔젤 멤버인 정미래와 백장미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원희에게 쪼르륵 다가갔다.
“아까 소울퀸즈 대기실에서 본 키 큰 애 말하는 거야. 아라가 아는 것 같더라고.”
“아! 외국 배우같이 생긴 그 사람?! 맞다. 되게 잘생겼던데…….”
“빨리 말해봐. 어떻게 아는 사이야?”
“SSJ에 있을 때 같이 연습생 생활하면서 알게 된 친구야.”
“그래? 그런데 아까 아는 척하지 왜 몰래 갔다 왔어?”
“그… 그냥 처음엔 긴가민가하더라고. 아이돌 연습생이 갑자기 매니저를 하고 있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래서 확인차 다시 한번 가본 거지.”
“에이… 이년 뭔가 있네.”
샤방한 얼굴과는 다르게 지원희의 입에서 과격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뭐야… 아라가 또 호박씨 까는 거야?”
정미래와 백장미도 호기심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5인조에서 네 명이 스물세 살로 동갑인 특이한 그룹이었다.
“내가 봤을 땐 뭔가 있어. 너 걔랑 연습생 때 사귄 거지?”
“아니라니까… 그냥 안부차 갔다 온 거야.”
주아라가 노답 3인방에게 필사적으로 해명했다.
“언… 언니들… 콜록콜록… 저 그분 알아요. 얼마 전에 「왜 혼자 살고 있니」에 나온 강소라 님 남동생이에요.”
옆에 조용히 찌그러져 있던 막내이자 메인보컬 한소진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정말이야? 주아라, 너 알고 있었어?”
“…….”
“허… 이년 알고 있었네. 너 혹시 걔랑 예전에 잤니?”
“아… 아냐…….”
“얼굴 빨개지는 거 봐. 잤네, 잤어. 어땠어? 끝내줬어?”
“…….”
“하여간 주아라, 호박씨는 겁나게 까요. 얼른 다 털어놔 봐…….”
청순파 걸그룹이라면 결코 입에 담기 힘든 과격한 내용의 대화가 이어졌다.
“야이… 쌍년들아. 관심 꺼라. 내가 누구랑 떡을 치든 너희가 무슨 상관인데? 더럽게 노는 년들이 짜증 나네.”
주아라는 더는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탁자를 쾅 하고 내리친 뒤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소파에 앉았다.
“오우… 쿨한 우리 리더! 도둑이 제 발 저리시나 보네. 평소에 안 하던 욕까지 하는 거 보면…….”
계속 주아라를 놀려대는 지원희였다. 급기야 주아라 귀의 이어폰을 빼고 입을 대고 속삭였다.
“나중에 나 좀 소개해 줘라. 몸이 딱 내 타입이더라.”
“아씨… 이년들이 진짜!”
급기야 주아라가 분노의 핵주먹을 치켜들었다.
“까아…….”
그러자 노답 3인방이 소리 지르며 도망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