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음방 출격
소울퀸즈는 말 그대로 컴백 무대를 찢어버리고 내려왔다. 녹화장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녀들의 타이틀곡인 「쿨한 여자」의 비트에 맞춰 모두가 춤을 췄다. 무대가 끝난 후 엄청난 박수가 쏟아졌다.
“감사합니다.”
“우리 팬들도 아닌데 엄청 좋아하네.”
“자, 우리 작곡가님에게 박수… 이런 좋은 곡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 뭘요. 여러분들이 잘 부르신 거죠. 제가 뭐 한 게 있다고요.”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첫 번째 컴백 무대가 종료됐다. 아직은 생방송 초반이라 끝나려면 한 시간은 더 있어야 했다. 멤버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 누군가가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매니저 김 실장이 문 쪽으로 소리쳤다.
드르르륵―
문을 열고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무대 의상도 엄청 고급스럽고 비싸 보였다. 멤버 하나하나가 전부 오라를 뿜어대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무대 잘 봤습니다.”
들어온 사람들을 보고 소울퀸즈 멤버들의 눈이 다들 왕방울만 해졌다.
“어? .EXE?”
대기실로 들어선 이들은 바로 K-POP의 제왕 .EXE였다.
‘.EXE 당신의 보이그룹을 실행하라.’라는 특이한 구호로 데뷔한 5년 차 보이그룹으로 미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더니 빌보드 1위에 등극한 가히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보이 밴드였다. 엄청난 팬덤을 바탕으로 미국 시상식과 유명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급기야 세계 투어를 돌고 있는 슈퍼 아이돌 그룹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인지도만 따진다면 오히려 그녀들이 인사를 가야 할 처지였지만 같은 데뷔 5년 차라도 소울퀸즈가 몇 개월 빨라 선배 취급을 받고 있었다.
“안녕… 예전에 한번 본 적 있었지? 예능 프로였나? 강원도에서 찍었었지?”
리더인 김수진이 역시나 30대의 연장자답게 편안하게 대화를 건넸다.
“네, 그때 같이 방송에 나와서 엄청나게 헤맸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전 아직도 그때 누나가 몰래 주신 찐 감자가 생각나네요. 진짜 맛있었는데…….”
.EXE의 리더 래퍼 레온이 수진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다.
“와… 기억난다. 게임을 다 져버려서 쫄쫄 굶었었지. 그때 너희들 너무 안쓰럽더라. 그래서 작가님한테 혼나는 걸 무릅쓰고 감자를 몰래 줬었지.”
“뭐야… 그때부터 사심 있었어요? 언니 너무한다. 킥킥…….”
“강혜진 너는 왜 아까부터 내 성질을 살살 긁냐?”
“하하하… 누님들은 진짜 사이가 좋으신 것 같아요. 저희도 많이 싸우고 그래요.”
“어우… 내가 앓느니 죽지. 아무튼,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빌보드에서 밥 먹듯 1등을 하네. 너희 진짜 대단하다.”
김수진이 스스럼없이 슈퍼스타의 등을 토닥였다. 역시 30대의 빛나는 관록이었다.
“저희도 솔직히 아직 믿기지 않고 얼떨떨하네요.”
“우리 전부가 .EXE 팬이에요.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동료들끼리 덕담이 오갔다. 전 세계적인 인기 그룹이 겨우 짬이 나서 오늘 신곡 무대를 하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없는지 리허설도 없이 그냥 생방송으로 나가는 듯했다. 어차피 이들의 실력은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지라 리허설이 없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모양이었다.
어째 인기 그룹들이 다 안 보인다 했더니 .EXE 컴백을 피해가려는 속셈인 듯했다. 어차피 소울퀸즈는 이들과 경쟁할 게 아니었으니 상관없는 일이긴 했다.
“아까 나온 음원 잘 들었습니다. 노래 진짜 좋더라고요.”
.EXE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잘생긴 금발 머리 멤버인 에릭이 불쑥 입을 열었다.
“어머머… 고마워요. 친히 우리 노래도 들어주시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아… 그거 고마운데요? 여기 인사하세요. 이번에 우리 곡을 써준 작곡가님이에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같이 작업한 작곡가 일렉케이입니다.”
“어? 작곡가님이시라고요? 저는 신인 가수가 같이 방을 쓰는 줄 알았어요. 만드신 노래 잘 들었습니다. 에릭입니다.”
시크하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에릭은 남자인 강전기조차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미남이었다. 사실 고추돌(보이그룹)은 무조건 거르는지라 잘 몰랐는데 자신의 곡을 칭찬해 주니 없던 호감이 생길 정도였다. 역시나 바른말 하는 충신은 귀양 가고 아부하는 간신은 자자손손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것이 역사로 증명되지 않았는가? 칭찬은 대물도 춤추게 하는 법이었다.
에릭의 칭찬에 강전기의 입이 귀에 걸렸다.
‘후… 자식이 듣는 귀가 좀 있네.’
“그런데 작곡가님이 진짜 남자답게 잘생기셨네요. 키도 훤칠하시고…….”
“에이… 에릭 씨가 더 잘생기셨죠. 어디 빌보드 스타와 초보 작곡가인 저를 비교하시나요. 어불성설이죠.”
잘생겼다고 서로의 얼굴에 금칠하고 있었다.
“어? 옆에서 보니 은근히 닮았네? 꼭 로맨스 판타지에 나오는 형제 같다.”
.EXE의 리더 레온이 두 눈이 정화되는 두 명의 비주얼을 보며 감탄했다.
“그런가요? 하하하…….”
“잠시만요. 제가 사진 한 방 찍어드릴게요.”
강혜진이 에릭과 강전기의 투 샷을 빠르게 찍었다.
“우와… 이거 진짜 잘 나왔네요. 내가 소장해야겠는데?”
아닌 게 아니라 사진을 보니 진짜 닮은 것 같았다. 강전기가 마치 에릭의 형처럼 보였다. 그 후로 소울퀸즈와 .EXE가 단체로 사진을 찍었다.
“항상 응원할게요. 피곤하실 텐데 몸 관리 잘하시고 K-POP 널리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신곡 대박 나시길 빌겠습니다.”
그렇게 월드 스타 .EXE가 대기실을 떠나갔다. 녹화 후 미국으로 바로 출국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와, .EXE 부럽다. 촌티가 완전 쫙 빠졌네. 예전에 같이 예능 나와서 개고생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촌티라니? 빌보드 슈퍼스타님한테… 혹시나 경고하는데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 절대로 하지 마라. 팬클럽에 가루가 되도록 까이기 싫으면……. 이제 우리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위치로 올라간 사람들이야.”
“으으… 다들 부티가 줄줄 흘렀어.”
강혜진이 소름이 돋는 듯 두 팔을 어루만졌다.
“매출이 천 억이 넘는다던데…….”
“빌보드 1위? 만화에 나와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데… 레알 현실이라니…….”
정말 그랬다. 발롱드로를 한국인이 수상한 거라고 말하면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이들은 실제로 해냈다. 정말 대단한 업적을 이룬 셈.
‘.EXE한테 곡을 주면 저작권료가 엄청나겠지? 나도 한번 EXE를 타깃으로 잡고 작곡해 봐야겠어. 곡을 찾다가 없으면 혹시 내 곡을 써줄지도 모르잖아?’
벌써 김칫국을 사발째 원샷으로 드링킹하는 강전기였다.
그렇게 그녀들의 음방 일정이 끝났다. 강전기는 일일 매니저로 한 일은 별로 없지만 걸그룹은 실물로 실컷 보게 되었다. 그게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달까?
* * *
소울퀸즈의 타이틀곡 「쿨한 여자」는 .EXE의 컴백 이슈에 묻히긴 했어도 스트리밍 차트에서 선방을 이어가고 있었다. 며칠간 30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에 부른 노래 중 가장 성적이 좋았다.
가요계 평론가나 인플루언서들에게 소울퀸즈의 변신은 큰 이슈로 떠올랐다. 소울퀸즈가 드디어 트렌드에 맞는 노래를 들고 나왔다면서 호평이 줄줄이 이어졌다.
[걸크러시 비켜라. 진짜 센 언니들 나가신다 ― 연예투데이]
[트렌드로 무장해서 새롭게 태어난 소울퀸즈 ― 스포츠고려]
[소몰이는 이제 그만. 소울퀸즈의 화려한 변신. 스타일리시한 랩은 충격적! ― 디스리스팩패치]
[아이돌 게 섯거라. 30대 걸크러시 폭격 ― 일레븐아시아]
“아우… 30대 걸크러시 뭐야. 이거 나 저격한 거잖아.”
30대 리더 김수진이 기사를 보며 짜증이 나는지 스마트폰을 소파에 던져버렸다.
“언니… 그거 팩트잖아. 기자가 맞게 썼는데, 뭐.”
“야! 강혜진, 너 죽고 싶니?”
“이크… 30대 화나셨다. 도망가자.”
리부트 엔터에 출근한 소울퀸즈는 신곡이 발표한 곡 중 가장 좋은 반응이 오자 기분이 무척 좋은 듯했다. 멤버들끼리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하면서 밀려드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요즘 같으면 진짜 가수 할 맛 난다.”
“처음에 너무 노래가 센가 했는데 사람들이 되게 좋아하더라.”
“여름이 랩이 엄청 멋있다네. 사람들이 그 부분만 나오면 아주 난리가 나더라고.”
“그거 할 때 여름이 표정도 죽여줬잖아. 짤도 많이 돌더라. 특히 「유희관의 스케치북」에서 희관이 오빠가 여름이 보고 뿅 간 거 그거 흑역사 짤로 돌아다녀. 엄청 웃기다고 핫이슈야.”
“맞아, 희관이 오빠 그때 진짜 웃기더라.”
“여름이는 왜 아무 말도 안 하니? 요즘 노래 많이 해서 힘드니?”
“아뇨… 그럴 리가요. 그냥 이게 진짜인지 실감이 안 나서요. 그리고 방금 래퍼 쿨타임 님이 SNS에 제 칭찬을 하셨네요. 그거 답장 다느라…….”
“그 오빠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진짜 맘에 들었나 보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강전기는 아까부터 뭔가 맘에 안 드는 듯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울퀸즈는 노래도 좋고 이슈도 되었는데 뭔가 한 방이 부족해 보였다. 그게 뭔지는 자신도 몰랐지만…….
‘아… 뭔가 아쉬워. 겨우 30위권이라니?’
물론 .EXE의 줄 세우기 곡들과 음원 강자들이 차트 10위권에 꽉 포진해 있긴 했지만 20위권에 포진한 주작러들을 제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개 같은…….’
강전기는 평소에는 안 하는 욕까지 하며 차트 주작러들에게 극도로 분노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아무 상관도 안 했었는데 막상 자신의 일이 되니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다.
‘이래서 SNS로 저격하고 그러는 건가? 젠장, 충분히 이해된다. 나도 저격하고 싶네.’
그래도 해외 투어 중인 .EXE와 방송 활동을 잘 안 하는 음원 강자들 그리고 차트 주작러들을 빼면 실제로 최상위권이라고 봐야 했기 때문에 방송에서 섭외가 물밀듯 들어왔다.
“작곡가님, 어디 가세요?”
김수진이 가방을 챙기면서 일어나는 강전기를 보며 이야기했다.
“아… 저 열한 시에 수업이 있어서요.”
“아아… 우리 작곡가님 대학생이셨지. 어째 아침부터 와계신다 했네요.”
“우리 리부트 엔터의 보물 일렉케이 님! 싸랑해요!”
“하하하… 갑자기 왜 그러세요? 민망하게…….”
“요즘 제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러니까 이해 좀 해요.”
“알겠습니다. 그런 거라면 언제나 이해해야죠.”
“그런데 요즘 기분 어때요? 곡 반응이 엄청 좋은데요?”
“뭐, 얼떨떨하죠.”
‘지금 가슴속이 분노로 가득 차있다고 말하긴 좀 민망하지.’
“아무튼, 너무 고마워요. 작곡가님 덕분에 진짜 가수다운 생활을 하고 있네요.”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누님들이 열심히 하시면 저도 좋죠. 저작권료 짭짤할 거 같은데요.”
“알았어요. 우리가 더 열심히 할게. 우리 일렉케이 작곡가님 얼른 저작권으로 돈 벌어서 차 한 대 사셔야죠.”
“옙!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 * *
강전기가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도착했다. 요즘에 방송국도 들락거리고 본 게 있어서 그런지 패션 감각도 좋아지고 있었다. 물론 황아영의 코디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 내에서 옷 잘 입는 잘생긴 애로 유명해지고 있었다. 그가 지나가면 많은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곤 했다.
‘이제는 슬슬 많은 이들의 시선에 면역이 돼가고 있군.’
그는 당당하게 상대 건물로 들어가 강의실에 도착했다. 중간쯤에 앉아서 책을 꺼내놓고 스마트폰을 꺼내 파인트 앱을 실행시켜 「쿨한 여자」의 순위를 확인했다. 하루에 열 번 이상 순위를 체크하고 있었다.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자꾸 확인하게 되네, 이거. 중독인데?’
「쿨한 여자」의 순위는 29위였다. 다른 노래 순위들도 확인하다가 갑자기 눈에 뜨이는 걸 발견했다.
43위 이벤트는 필요 없어 ― 소울퀸즈
커플링곡으로 넣은 곡인 「이벤트는 필요 없어」가 갑자기 TOP 100 차트에 등장했다.
“응? 뭐지? 갑자기?”
그때 강의실로 성기호가 후다다닥 뛰어 들어왔다.
“전기야! 대박이다, 대박!”
“야, 인마. 숨넘어가겠다. 갑자기 무슨 일인데 그래? 호떡집에 불났냐?”
“허억허억……. 하여간 멘트는 항상 왜 그러냐? 호떡집? 아재냐?”
‘짜슥아, 속은 아재다. 네놈 막내 삼촌뻘.’
“후… 어쨌거나 핫스타그램 좀 봐라. 난리 났다.”
“뭔데 그래? 난 SNS 안 하잖아.”
“이거 봐봐. .EXE 에릭이 소울퀸즈에 대해 언급했더라.”
그는 성기호가 내민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했다. .EXE와 소울퀸즈가 대기실에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었다.
“오마이갓… 에릭 이 귀여운 자식…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