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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음방 출격
.EXE 에릭의 언급을 시작으로 많은 기자와 SNS에서 「이벤트는 필요 없어」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다.
―타이틀곡만 좋은 줄 알았는데 커플링곡이 내 취향이었네.
―한여름 씨 랩 진짜 독특하지 않아요? 귀에서 계속 맴돌고 있음.
―지금까지 왜 이런 식으로 랩을 안 했는지 의아하네요.
―소울퀸즈 노래에 랩이 들어간 곡 자체가 드물어요.
―제2의 헤이즐넛 탄생인가? 노래도 잘하니 상위 호환이네.
―헤이즐넛은 아니지. 걔는 싱어송라이터인데…….
―「이벤트는 필요 없어」라는 곡 한여름이 거의 90% 이상인 거 같던데 솔로로 나가는 거 아닌가?
―무슨 상관임. 그룹이라도 요즘은 다 솔로 활동도 하는데…….
―전 남자인데 「이벤트는 필요 없어」 이 곡 너무 좋네요. 저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여자들이 이벤트 해주면 좋겠다. 매번 기념일마다 이벤트 짜는 거 힘들다…….
―뮤비에 나오는 남자처럼 생겼으면 네 여친이 그렇게 해줄걸?
―아무튼, 듣고 있다 보면 힐링된다. 이벤트는 개나 줘. 내 남친 이벤트는 내가 직접 한다. 이게 바로 진정한 걸크러시지. 나 너무 속보이냐?
―남자 친구 있는 여자들한테 금지곡 되는 거 아냐?
―나도 받기만 했는데 우리 착한 남친한테 산타 복장으로 등장하는 작은 이벤트 한번 해볼까 생각 중임.
―그거 진짜 산타복은 아니겠지? 미니스커트 그런 거 맞지? 색깔만 그런 거고…….
[.EXE 에릭의 취향 저격 곡 소울퀸즈의 「이벤트는 필요 없어」] ― 스포츠고려
[스타일리시한 트렌드의 곡 「이벤트는 필요 없어」 한여름의 재발견] ― 주간뮤직
[화제의 주인공 소울퀸즈의 한여름 전격 인터뷰] ― 한국투데이
[충격의 모태 솔로 고백! 이벤트를 해줄 남자가 없습니다만?]
[이벤트 하는 여자 신드롬 현실은 남성들의 바람일 뿐.] ― 우먼스투데이
에릭의 SNS 언급으로 성기호가 미튜브에 올린 「이벤트는 필요 없어」의 M/V가 핫한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스트리밍을 듣지 못하는 해외 팬들이 미튜브에서 검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래가 좋다는 영어로 된 댓글이 많았고 키스마이걸 윤정이 의외로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뮤직비디오의 영향으로 여러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윤정은 굿피플엔터를 통해 공식적으로 감사 인사를 보내왔다.
한여름의 핫한 보디를 찬양하는 댓글도 폭주했다. 여러모로 숨겨진 고수라는 이미지가 생기고 있었다. 가끔 한글로 잘생긴 남자 배우 누구냐는 물음이 달리곤 했는데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성기호가 윤정과 한여름에게 대부분의 포커스를 맞춰서 편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구권에서는 강전기가 .EXE의 에릭 닮은 큐트남으로 서서히 알려지고 있었다. 에릭의 SNS 언급으로 소울퀸즈의 커플링곡이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에 에릭의 형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런 게 진짜 SNS, 미튜브 마케팅이구나.”
이정수 대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저희가 한 건 없죠. .EXE 팬들이 알아서 홍보해 주니까요.”
강전기도 자신의 곡이 상위권에 진입하자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고, 싸지 않아도 절정에 다다른 것 같았고,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화력이 정말 무시무시하네.”
현재 「이벤트는 필요 없어」가 6위, 「쿨한 여자」는 12위에 각각 위치하고 있었다.
리부트 엔터는 여기저기서 밀려들어 오는 섭외 연락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원래부터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소울퀸즈였는데 이슈까지 더해지자 행사 섭외가 부쩍 늘어난 모양이었다.
“대표님, 이 대리님이 정신이 없으신 거 같은데요?”
“이 대리 지금까지 놀았으니 이제 좀 바쁘기도 해야지.”
“사람 충원 안 하시게요?”
“뭘 이 정도로 충원이야. 다 한때라고. 우리가 아이돌이라도 만들면 모를까. 한두 달만 견디면 또 펑펑 논다.”
“이 대리가 대표님 이야기 들으면 난리 칠 것 같은데요?”
“난리는 무슨… 그게 팩트야!”
“흐흐… 그거야 대표님 권한이시니 제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혹시 우리 회사는 아이돌 안 만드나요? 건물에 연습실도 있던데 아깝네요.”
“내가 회사 설립 초기에 아이돌 제작했다가 두 번 말아 먹은 거 모르냐? 그때 진짜 골로 갈 뻔했지. 회사 기둥뿌리 몇 개 뽑혀서 휘청휘청했어. 신용 불량자 될 뻔했다.”
“하긴 아이돌 제작이 도박이나 다름없죠. 키우는 데 거액이 들어가지만 대부분 쪽박이고 진짜 하늘이 도와야 로또가 터지니까요.”
“역시 나랑 같은 SSJ 출신이라 뭔가 다르구만. 아주 빠삭해요.”
‘내가 SSJ 연습생 출신이고 당신은 작곡가였잖아!’
“이번에 소울퀸즈로 돈 좀 들어올 거 같은데요? 어차피 이익 잉여금으로 남겨두실 거 아니면 차라리 그 돈으로 연습생들을 좀 받으면 어떨지……. 기존 기성 가수만 데리고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겠습니까? 떡볶이 가게도 아니고, 회사라는 게 비전이 중요하잖아요.”
회계 용어를 들먹이는 강전기의 두 눈이 열망으로 번들거렸다. 그것은 걸그룹을 만들어보기 위한 광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걸그룹 덕질 20년 차 고인 물의 집념이었다.
“그렇긴 하지. 언제까지 기존 애들이 돈을 벌어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우들은 뭐 그냥저냥 유지비조 푼돈에 가깝고, 요즘 소울퀸즈 빼고는 딱 운영비나 버는 수준이고…….”
“그러니까 반전을 노려봐야죠.”
“그… 그래야 할까?”
“당연하죠. 제가 노래는 책임지고 최고로 뽑아놓겠습니다. 대표님은 연습생 영입만 해주세요.”
“아이돌 연습생 모집한다고 공고라도 띄워야 하나?”
“그것도 방법이죠.”
“아이돌은 역시 남자겠지?”
“켁… 아니요! 절대 안 됩니다. 무조건 걸그룹이죠.”
“왜. 여자 아이돌 매출이 남돌 반이라도 따라와?”
“그… 그게 아니라…….”
강전기가 논리적인 이정수 대표의 말에 빠르게 반박하지 못했다.
‘안 돼! 고추들한테 줄 노래는 없다고! 빨리 적당한 대답을 해야 하는데…….’
“남자애들은 맨날 사고 치고 관리하기도 힘들죠. 맨날 여자 만나려고 안달할 텐데요. 그 젊은 혈기를 우리같이 체계가 안 잡힌 회사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흐음… 일리가 약간 있긴 한데 그래도 굳이 돈 안 되는 걸그룹을 해야 할 이유론 부족한데?”
“이미 곡들이 쫙 준비되어 있습니다.”
“흐음…….”
“필요하다면 제가 길거리에 나가서 캐스팅이라도 하죠, 뭐. 까짓것…….”
“농담이지? 헌팅을 캐스팅이라고 착각하는 거 아니냐?”
“캐스팅이나 헌팅이나 엎어치나 메치나죠. 공적이냐 사적이냐의 차이일 뿐…….”
“클클… 우리 천재 작곡가 선생님이 의지가 강하네. 그럼 어쩔 수 없지. 내가 양보해야지. 헌데…….”
“넵! 말씀하십시오.”
“곡은 확실한 거겠지?”
“어우… 확실하죠. 대박 원헌드래드 퍼센트!”
“오케이… 알았어. 지난주에 뮤직넷 관계자가 넌지시 연습생 필요하지 않으냐고 물어보던데 한번 알아보지, 뭐.”
“네? 뮤직넷이 무슨 브로커라도 되나요? 왜 뜬금없이 연습생을?”
“아… 그거 뮤직넷에서 이번에 하는 거 그거 뭐냐. 아씨…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 나이 들면 기억력이 떨어져. 아… 금요일 열한 시에 하는 프로그램 있잖아.”
“혹… 혹시 「걸즈 스쿨」요?”
“어, 맞아. 너 그거 보냐……. 예전에 뮤직넷에서 「아이돌 사관학교」인가 그거 했다가 그냥 폭망했잖아. 조작설 어쩌고 난리도 났고…….”
“네, 「걸즈 스쿨」이 포맷을 바꿨지만, 사실상 「아이돌 사관학교 2」 시즌이죠.”
“나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다네.”
“여자들이 하도 난리 쳐서 미디어에서 조용하긴 한데 시청률은 2.5% 정도로 나름 중박 이상 성과 내고 있어요.”
「걸즈 스쿨」!
24명을 외모 위주로 뽑았다는 콘셉트부터 미친 프로그램!
순전히 덕후들과 아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본과 합작한 「아이돌 메이커48」에서 덕후들과 아재들의 화력을 확인한 뮤직넷이 약 빨고 만든 프로그램으로 여초의 아무런 도움이 없이도 의외의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이돌을 만드는 프로듀서가 된 듯한 느낌으로 소녀들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공전에 히트를 치고 있는 「미운 우리 쌔깽이」와 국민 참여 오디션 「아이돌 메이커」를 짬뽕시킨 하이브리드 프로그램이었다. 아기자기한 설정과 멤버들의 케미,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들로 모여있는 자체로 스스로 콘텐츠가 마구 제작되고 있는 극남초 프로그램이었다.
애초에 실력이 안 되는 애들로 무리한 경연을 시켜 재미가 뚝 떨어질 수 있었는데 콘셉트를 살짝 바꾼 아이디어로 극복해 낸 것이다.
“그거 일본 아이돌 벤치마킹했다고 욕먹고 있잖아.”
“말도 안 됩니다. 일본 아이돌하고는 달라요. 포텐 넘치는 애들이 많습니다.”
「걸즈 스쿨」 열혈시청자 강전기가 분노로 가득한 눈으로 이정수를 노려보았다.
“뭐야, 눈빛 왜 그래. 화났어? 갑자기 안 어울리게 왜 그래. 순간 덕후인 줄?”
“크흠, 아닙니다. 요즘 그 프로를 재미있게 보다 보니…….”
“후후… 그 프로그램에서 몇 명 뽑는다고 했지?”
“일곱 명이죠.”
“그렇다면 열일곱 명은 나가리잖아?”
“탈락한 참가자는 학교로 복귀하면 KM 미디어에서 장학금을 지원해 준다고 하던데요?”
“그런 건 모르겠고, 계속 이쪽에 관심이 있는 애들은 어쩌겠냐? 뮤직넷 관계자가 말한 애들이 바로 그런 애들이야. 내가 기획사 하는 거 아니까 혹시 관심 있느냐고 물어보는 거지. 연결해 주려고.”
“그렇군요. 예전 같으면 떨어진 애들 신경도 안 썼을 것 같은데 KM이 갑자기 회개라도 했답니까?”
“글쎄다. 최근 바뀐 임원이 KM 쪽 직계라던데 그 사람 입김이 작용했을지도 모르지. 조작 사건으로 워낙 그룹 이미지를 조져놔서…….”
이정수의 말을 들은 강전기가 생각에 잠겼다. 「걸즈 스쿨」 A반에 뽑힌 애들은 외모로 보자면 아무 그룹에 넣어도 센터를 노릴 수 있는 애들이었다. B반도 나름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었다.
‘그 애들을 잡을 수만 있다면…….’
「걸즈 스쿨」 열혈 시청자인 강전기의 눈에 몇몇 포텐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반짝이고 있었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애들은 떨어졌으면 좋겠군. 이제 남은 방송 횟수는 2회뿐이고…….’
아직은 안정적인 한두 명을 제외하고 치열한 순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어서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형님, 다음다음 주 금요일에 별일 없으시면 고양체육관 가시죠. 거기서 생방송으로 7인 뽑거든요. 그때 어떻게든 인재를 좀 주워 와야죠.”
“흠… 그런데 네가 눈여겨본 애들 다 데뷔 조 들어가면 어떡하냐?”
“설마요…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죠.”
‘한 네 명쯤 찍어놓은 애들이 있는데… 전부 다 데뷔 조에 들어가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이거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순수하게 팬이라면 데뷔 조에 들길 바랄 테지만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강전기였다.
“아… 그날 희관이랑 술 한잔하기로 했는데…….”
“희관이 형님도 같이 가시든지요.”
“안 돼… 걔 안 그래도 변태로 프레임 씌워지고 있는데 거기까지 갔다가 무슨 오해를 사려고?”
이정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럼 곤란하겠네요.”
“어찌 됐건 일이 먼저니 나중에 먹자고 해야지. 일단 연습생 주워 올 생각이나 하자.”
“형님도 심심하시면 집에서 「걸즈 스쿨」이나 재방송으로 좀 보세요. 아무래도 한 번도 안 보고 가는 것보다는 낫겠죠.”
“오케이… 알았어. 우리 작곡가님께서 친히 열정적으로 나서는데 대표가 돼서 모른 척하고 있을 순 없지. 내가 뮤직넷 PD 놈에게 연락해 놓을 테니 걱정 마라. 대기실 하나는 주겠지.”
“혹시 형님하고 저 방송 나가는 건 아니죠?”
“너 저번에 누나랑 TV에 나온 거 때문에 그러는 거냐? 사람들 의외로 금방 잊어먹어. 너무 부담 갖지 마. 아마 방송은 안 나갈 거야. 음… 아냐, 아냐 잘 모르겠네. 어쨌건 나가기 싫으면 너는 그냥 매니저라고 하지, 뭐.”
“예… 형, 부탁 좀 할게요.”
“전기야.”
“넵, 형님!”
“왜 너랑 이야기하다 보면 꼭 친구랑 이야기하는 거 같을까?”
“그건 절대 기분 탓일 겁니다.”
강전기가 정색하며 얼굴을 굳혔다.
‘내가 그렇게 틀딱처럼 말하나? 뭐, 어때… 여자애들은 소탈해서 좋다잖아.’
강전기는 걸그룹을 만든다는 생각에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정수 대표는 약속이 있어서 사무실을 나갔고 강전기 혼자 사무실에 남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현실적으로 우리 회사 같은 곳에서 걸그룹을 론칭해서는 성공할 확률이 거의 로또급인 게 사실이지.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내가 해낸다. 메가 히트곡을 꼭 쓰고야 만다!’
그가 주먹을 움켜쥐며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