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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걸그룹 숙소 탐방
‘커헉! 이화가 내 눈앞에 있다니… 실화냐?’
강전기가 자기도 모르게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찐따 시절 걸그룹 직캠 중 그녀의 영상을 가장 많이 봤을 정도로 최애 중 하나인 멤버였다.
동영상에서 봤던 라인을 실제로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녀는 화면보다 실물이 더 아름다웠다. 전신에서 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어? 깼니? 우리가 시끄럽게 했지? 촬영하느라 피곤할 텐데 미안하네.”
정진이 이화의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
“귀마개 안 하고 잤어? 항상 그거 끼고 자잖아.”
“몰라요. 자다가 빠졌나 봐요.”
이화가 수아 옆으로 가서 앉더니 팔짱을 끼고 머리를 어깨에 기댔다. 마치 고양이가 주인에게 가서 쓰다듬어 달라고 머리를 비비는 모습 같았다.
“으이구… 넌 지금 누가 왔는지 보이지도 않니?”
“응? 누구 왔어요. 나 안경 안 쓰고 나왔어.”
“리나야, 네가 대신 언니 방에서 안경 좀 가지고 와봐.”
잠시 후 이화가 리나가 건네준 안경을 쓰고 수아 앞에 있는 강전기를 응시했다.
“어머? 이분 누구세요? 혹시 수아 언니 남친?”
“남친은 아니고 남사친이래. 어렸을 때부터 친구고…….”
“인사해, 전기야. 이화 알지? 대한민국에서 얘 모르면 간첩이잖아.”
“안… 안녕하세요. 강전기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화는 마치 본인의 지인이라도 되는 양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와… 싹싹한 것 봐. 역시 예쁜 애들은 구김살이 없다니까……. 낯을 가리지도 않잖아.’
“언니… 휴가받고도 뭔지 모르게 적적했는데 숙소에 낯선 남자가 오니까 뭔가 기분전환이 되는 거 같아.”
“기분전환은 개뿔… 이화 넌 휴가 아니잖아. 내일도 영화 촬영 있다며?”
“힝… 나 슬포……. 영화 촬영장 너무 싫어. 틀딱 냄새나”
“왜? 또 누가 추근대니?”
이화가 워낙 인기인이다 보니 끈질기게 구애하면서 귀찮게 하는 녀석들이 많았다.
“아니잉… 그런 건 아닌데 분위기가 너무 답답해. 시대극이라 그런가?”
“그래도 그거 웬만하면 참고 해. 감독님이 유명하신 분이잖아.”
“그래서 군말 없이 하고 있잖아.”
“그래, 우리 이화 착하다. 우쭈쭈… 피곤하면 좀 더 자지 그래?”
“아냐… 방금 짧게 자긴 했는데 엄청 꿀잠 잤어. 그리고 언니 친구가 왔는데 나만 자는 것도 예의가 아니잖아?”
이화가 귀여운 말투로 애교를 부렸다. 수아가 이화와 다른 멤버들 얼굴을 한번 쓱 훑어보더니 고개를 가로로 도리도리 흔들었다.
‘이것들은 좀 괜찮게 생긴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네. 대기실에서도 그렇게 주야장천 남자 이야기만 하더니…….’
“와, 이 언니 표정 뭐야… 왜 그래요? 남자는 자기가 데려와 놓고 말이야.”
리나가 뭔가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아를 보며 가볍게 항의했다.
“저… 저는 이만 갈까요?”
강전기가 소심하게 말을 꺼냈다. 그러자 정진이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빠는 가만히 계세요. 우리 항상 이러고 놀아요.”
‘아흑… 간지러워… 정진아, 이것아! 내 귀는 성감대란 말이야.’
“그런데 친구분은 여기 왜 온 거예요?”
“그게…….”
수아가 강전기가 숙소에 온 이유를 설명하고 강전기의 곡을 다시 한번 들려주었다.
노래를 듣더니 이화의 눈빛이 180도 달라졌다. 그녀는 스케줄이 엄청 바쁜지 일렉케이와 관련된 정보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뭔가 아쉬웠지만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다.
‘하긴 이화라면 바빠서 잘 시간도 부족하겠지. 내가 무슨 JB Ent. 준봉이 형도 아니고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
다행히 이화도 강전기가 작곡한 곡을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
“이거 진짜 언니 친구분이 작곡한 거 맞아요? 곡 미쳤어요.”
‘이화 씨, 비록 마이너한 회사긴 하지만 저 이래 봬도 전속 작곡가입니다.’
“내가 리더로서 회사에 정식으로 건의할 거야. 요즘 두 곡 연달아 망했잖아. 이 곡까지 안 쓰고 자체 제작한 곡으로 다시 낸다고 하면 진짜 전쟁 선포할 거야. 대표님 아들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
“와아아… 이것이 바로 참리더다!”
“수아 짱! 수아 짱!”
“나도 도와줄게, 언니. 꼴 같지도 않은 곡에 맞춰 춤추는 거 진짜 싫어.”
“이화 네가 나서주면 더 수월하지…….”
“전기야, 이건 꼭 우리가 쓰도록 할게. 걱정하지 마.”
수아가 마치 엄청 소중한 것을 다루듯 강전기의 스마트폰을 두 손에 꼭 쥐고 가슴에 포개었다.
“내가 왜 걱정을 해? 너희가 안 쓰면 다른 사람 주면 되는데 뭘…….”
전기가 수아가 들고 있던 자신의 스마트폰을 탈취한 뒤 바지 주머니 속에 쏙 넣어버렸다.
“안 돼!! 이건 우리 곡이야!”
“얘들아, 어서 저 녀석의 스마트폰 탈취해라. 어서 이 녀석의 주리를 틀라. 어디 금남의 구역에 들어온 주제에 튕기는 거야?”
“와아아…….”
“어어엇…….”
우두둑.
수아가 강전기의 목을 잡고 헤드록을 걸었다. 그녀의 몸무게 때문에 강전기가 앞으로 쓰러졌다. 술기운이었을까? 주위에 있던 멤버들이 모두 달려들어 강전기의 바지 뒷주머니를 노렸다.
‘으허헉… 거… 거긴… 엉덩이란 말이야…….’
[띠링… 도파민 50/100, 아드레날린 55/100 ― 해당 개체는 호감도, 흥분도가 낮습니다.]
[띠링… 도파민 80/100. 아드레날린 80/100 ― 해당 개체는 호감도, 흥분도가 높습니다.]
[띠링… 도파민 70/100, 아드레날린 90/100 ― 해당 개체는 호감도, 흥분도가 높습니다.]
[띠링… 도파민 70/100, 아드레날린 70/100 ― 해당 개체는 판단을 보류합니다.]
머릿속에 특정 호르몬 분석 내용이 미친 듯 연달아 떠올랐다.
‘어윽… 내가 기능을 안 꺼놨나? 근데 메시지 내용 뭐야… 개꿀인데?’
강전기는 수아에게 깔려서 숨이 막혔지만 행복 회로가 풀가동되며 입꼬리가 무의식적으로 올라갔다.
두 명은 홈런, 한 명은 파울, 한 명은 아웃이었다.
‘야구로 따지면 타율이 5할이다. 한 명만 건졌어도 2할 5푼! 그것만으로 주전 타자란 말이지. 고로 나는 초일류 타자다.’
어떤 손이 주머니로 쑥 들어와서 스마트폰을 꺼내 갔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꺼내 갔는데도 누군가의 손길이 강전기의 엉덩이를 계속 터치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범인은 내 엉덩이를 노리고 있어. 그게 누구지?’
강전기의 눈빛이 꼬마 탐정 코오난처럼 번뜩였지만, 헤드록을 걸고 있는 수아 때문에 범인이 누군지 볼 수 없었다.
‘젠장… 누구야! 누구냔 말이다.’
본래 원판의 외모는 국내 톱 기획사의 비주얼 센터일 정도로 잘생겼다. 거기다 섹스 토이의 몸은 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몸매였고 거기에 더해 최근 색기까지 한층 강해진 상태였다. 여러 여자를 거치면서 레벨이 조금씩 상승했기 때문이다.
강전기를 보는 여자 둘 중 하나는 무의식중으로 그와 함께 침대에 뒹굴고 있는 상상을 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강전기의 존재 자체가 여자들의 종족 번식 본능을 자극하는 무의식의 영역을 건들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사실은 강전기 본인도 모르는 것이었지만…….
“항… 항복…….”
강전기는 항복하고 나서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전기의 스마트폰을 다시 손에 넣은 수아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 곡은 우리 것이라는 것을 인정합니까?”
“네… 인정합니다. 그 곡은 당신들의 곡입니다.”
“아하하… 너무 웃겨…….”
이화와 다른 멤버들이 배를 잡고 깔깔 웃어댔다.
곡을 주기로 약속한 강전기는 자연스럽게 블루비 멤버들과 함께 맥주, 소주를 나눠 마셨다. 수아와 리나가 술을 잘 먹는 것 같았다. 그와 비슷한 속도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까 그 파울은 누구지? 혹시 이화일까? 아아… 안 되는데…….’
아웃 된 이는 무조건 수아였다. 예전 자취방으로 찾아왔을 때와 비슷한 수치였다. 아니, 그때보다는 좀 높았나? 어쨌건… 파울이 이화만 아니길 바라는 전기였다.
‘어우… 술이 달다, 달아.’
쓴 술이 무슨 감로수처럼 목구멍으로 쭉쭉 넘어갔다.
‘역시 술자리는 분위기야. 예쁜 여자하고 있으니까 술이 술 같지 않네. 이런 분위기라면 소주를 원샷 때려도 안 취할 것 같다.’
“오빠… 나 술잔 비었어요.”
“어이쿠… 내 잘못이네. 리나 술잔이 비다니? 자, 받으시오… 받으시오…….”
“와… 전기 오빠 말투가 진짜 아재 스타일이다, 킥킥…….”
뼈를 때리는 이화의 말에 웃음기를 지우고 근엄하게 입을 열였다.
“내가 외모랑 다르게 좀 구수하다는 말을 많이 듣지.”
“그 갭이 진짜 재밌어요.”
“너 군대에서 무슨 장성들하고만 놀았냐? 어쩜 말투가 그렇게 달라져?”
“왜요? 전기 오빠 예전에는 안 그랬어요?”
“어우… 말도 마. 성격이 얼마나 냉정했는데 장난 아니었어. 어렸을 때는 안 그랬는데…….”
“근데 이 오빠 진짜 스타일 압도적으로 독특하다. 연구 대상 아님?”
“그러니까요. 생긴 건 완벽한 차도남인데 말투는 완전 아재 스타일이야. 킥킥…….”
‘젠장… 티가 그렇게 많이 나나? 영혼이 아재니까 어쩔 수 없다. 상관없어. 누가 나를 섹스 토이로 생각하겠어? 그냥 약간 특이한 사람으로 보겠지.’
“근데 얘가 이러니까 좀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니? 원래 사람이 뭔가 빈틈 같은 게 있어야 정이 가잖아.”
“하긴 그렇네요. 그런데 그런 성격이 잘못하면 여자한테 흘리고 다니는 스타일이 될 수도 있죠.”
‘흠… 이화가 나에게 약간 공격적이네.’
그녀가 안경을 벗어 옷으로 알을 닦으면서 말했다. 입고 있던 티가 살짝 올라가서 탄탄한 복근이 그대로 노출됐다. 그 모습을 본 강전기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커… 미친… 가는 허리에 복근 보소. 진짜 백만 불짜리다.’
여자 보디빌더처럼 만들어진 식스팩이 아니라 가벼운 운동과 춤으로 단련된 근육이었다. 남자가 봤을 때 무조건 섹시하다고 느낄, 호불호가 없는 몸매였다.
“오빠, 여자 엄청 많죠? 솔직히 말해봐요.”
“사귀는 여자 친구 없는데요.”
이화의 시선이 강전기의 얼굴부터 시작해 아래로 천천히 내려왔다. 그는 연예계에서도 보기 드문 미남자였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를 안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녀도 어쩔 수 없이 강전기의 압도적인 색기에 조금씩 침식당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리나가 끼어들었다. 이화가 이상한 생각이 드는지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오빠, 솔직히 말해봐요. 여자 친구는 없는데 만나고 다니는 여자는 많잖아요? 안 그래요? 킥킥킥…….”
“노…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강전기의 어설픈 실수였다. 그 대답은 누구나가 의심할 만한 대답이었다. 역시나 모솔아다 출신이라 그런지 말발에서는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했다.
“에이… 뭔가 있네. 이 오빠 생긴 거 보면 없는 게 이상하지.”
“야… 강리나! 너 요즘 남친이랑 깨져서 아주 말투가 프리해졌다?”
“언니! 그 새끼 이야기는 하지도 마. 짜증 나니까.”
아무리 리더의 친구라고 하지만 걸그룹이 누구를 사귀었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쉽게 하다니? 다들 술이 알딸딸하게 취해서 그런지 대화 수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어휴… 나쁜 새끼!”
“아니, 무슨 일이길래 그래?”
“뻔하지 뭐. 전 남친이 바람을 피워서 깨진 이야기지. 아이돌 판에서 굴러다니는 흔하디흔한 이야기.”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해도 되는 건가?”
강전기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질문했다.
“오빠, 어차피 우리한테 노래 주는 거 아니었어요?”
“그렇지.”
“그럼 우린 공동 운명체잖아요. 우리 작곡가님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리가 없잖아요. 이상한 얘기가 퍼져봐야 곡을 준 오빠도 손해인데…….”
“아아아…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구나. 리나 똑똑하다.”
“헤헤… 오빠도 SSJ에서 연습생 오래 하셨다면서요? 다 아시면서 그래요. 연습생도 많아서 끼리끼리 더 그럴 텐데… 수아 언니, 이야기 좀 해줘요. 네?”
다인기획은 다 망해가던 회사라 그런지 연습생이 많지 않다고 했다.
강전기가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수아를 힐끗 봤다. 아마도 원판 녀석이 쫓겨난 게 데뷔 전에 기획사 연습생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지금은 삭제한 비밀 외장 하드에도 이상한 사진들이 잔뜩 있었고 말이다.
수아도 강전기의 눈빛을 읽은 모양이었는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소주 한잔을 원샷했다.
“뭐 알게 모르게 다 사귀고 그러지. 왜 다 알면서 물어봐?”
“흐흥… 역시 그렇구나.”
젊은 미남미녀가 모여있는 아이돌 세계. 다들 죽어라고 연습만 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도 사람이었으니 젊은 혈기를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막아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연락하고 만나고 사랑했다.
그 나이 때는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기도 한다. 이성으로 본능을 억누르는 사람들은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봐야 했다. 물론 미친 듯 바쁠 때는 시간이 없어서 연애 같은 건 꿈도 못 꿨다. 하지만 블루비 정도라면 이화를 빼면 미친 듯 바쁜 것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자! 여러분… 우리 술도 어느 정도 들어갔는데 이제 게임할래요?”
“뭐야, 뭐야… 어떤 게임?”
여자들이 게임 이야기가 나오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이 전혀 없는 강전기만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게임이라고? 젠장… 게임이라고는 맞고밖에 모르는데…….’
사이버 머니로 1,000억 원이 잠자고 있는 그의 맞고 계정이 뜬금없이 생각났다.
존잘러가 되니 걸그룹과 술자리 게임까지 해보게 된 강전기였다. 그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