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56화 (5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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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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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술게임

“자, 사람이 많지 않은 관계로 먼저 액션 훈민정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초성 두 글자를 술래가 미니 칠판에 써주면 나머지 사람들이 돌아가며 알맞은 단어를 5초 안에 답해야 합니다. 만약 대답하지 못하면 여기 이 술을 마셔야 합니다.”

얌체처럼 술을 조금씩 나눠 마시던 정진이 얼굴을 붉혀가며 사회를 봤다.

“잉… 나 단어 약한데…….”

“이거 은근히 어렵던데…….”

현재 상태는 리나와 수아가 좀 취한 상황이고 전기와 이화도 약간 알딸딸한 상태였다.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정진만 제정신이었다.

“자… 제가 선공하겠습니다. 저를 기준으로 오른쪽부터 갑니다. 제시어는 ㅈㅅ입니다.”

“조심!”

“조상!”

“자신!”

“종사!”

“제사!”

의외로 팽팽하게 진행되는 액션 훈민정음 게임이었다.

“5, 4, 3, 2, 1… 땡!”

“으악!”

수아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시늉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술을 많이 먹고 취한 상태라 머리 회전이 느려진 상태였다.

수아가 벌주로 소주 한 잔을 더 들이켰다.

“크…….”

“와… 멋지다! 이수아, 역시 참리다…….”

“야, 나 내일 아침에 가족들하고 여행 가야 해. 더 취하면 안 된다고…….”

“언니… 안 걸리면 될 거 아냐. 왜 걸리고 그래. 헤헷…….”

말하는 이화의 빨개진 볼이 매우 귀여웠다.

‘크흐흐흐… 되게 재밌네. 이런 게 술자리 게임의 즐거움이구나.’

평생 이런 술자리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전기에게는 모든 게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드레날린이 팍팍 뿜어져 나왔다. 너무 재미있다 보니 그도 상당히 흥분된 상태였다.

‘알딸딸하지만 머리 회전이 빨라진 내가 이 게임에서 절대로 질 리가 없지.’

술래인 수아가 다시 한번 초성을 제시했다.

그렇게 여러 차례 벌주가 돌아 모두 많이 취한 상태가 됐다. 전기도 너무 안 걸리는 건 노잼이라고 생각했는지 한두 번 정도 일부러 져줬다.

‘스킬 중에 알코올 분해 같은 건 없나?’

방금 걸린 이화가 칠판에 초성을 다시 한번 적기 시작했다.

“자, 제 초성은… 두구두구두구… 바로 이것입니다.”

[ㅈㅈ]

“…….”

이화의 초성을 본 멤버들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누구나 19금 특정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초성이었다.

“조짐!”

“종족!”

“족장!”

“재주!”

“장족!”

의외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오래 지속됐다. 누구라도 19금 단어를 말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테니까.

“5, 4, 3, 2…….”

“자X!”

궁지에 몰린 리나가 나도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19금 특정 단어를 뱉어냈다.

“꺄아악…….”

“저어질…….”

“푸핫…….”

리나의 선정적인 단어 선택으로 모두가 꺄르르 뒤집어졌다.

“아… 창피해……. 진짜 이것밖에 생각이 안 났어. 엉엉엉. 오빠 앞에서 무슨 망신이야.”

자괴감이 오는지 우는 시늉을 하는 리나였다.

“하아, 하아… 너무 웃겼다. 자, 이 판은 무효로 하고요. 리나야, 네가 초성 내라.”

“치… 다들 두고 봐. 복수할 테다. 참고로 이번 판에 걸린 사람은 소맥 한 잔입니다.”

리나가 미니 칠판을 품에 안고 비밀스럽게 초성을 적었다. 칠판을 안 보이도록 자세를 취했는데 그 때문이었는지 가운데로 모인 그녀의 D컵 가슴골이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다.

“자… 제시어는 바로 이것입니다.”

[ㅂㅈ]

다시금 누구나 쉽게 19금 특정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 초성이 제시되었다. 거실에 긴장감이 잔뜩 감돌았다. 모두 저것만큼은 걸리지 않으리라 다시금 입술을 꽉 깨무는 멤버들이었다.

“바지!”

“보존!”

“배제!”

“복지!”

“복제!”

“부자!”

“보장!”

다시금 피를 말리는 공방전이 이어졌다. 이번의 위기는 수아 차례였다.

“5, 4, 3, 2…….”

“보… 보… 봉지……. 후아, 후아…….”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하마터면 그 단어를 내뱉을 뻔한 수아였다.

반면, 옆에 있던 정진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으악! 나야, 어떡해…….”

“보… 보… ㅈ, 으악…….”

정진은 결국 특정 19금 단어를 언급하지 못했다. 수치보다는 술을 택한 것이다. 그나마 술을 다른 사람보다 덜 마신 탓이었다.

“크흐흑… 나 배불러… 엉엉…….”

소맥을 원샷한 정진이 배를 쓰다듬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야… 우리 이거 그만하자. 머리에 불날 것 같다.”

“난 토할 거 같아. 이거 술 너무 많이 먹게 되네.”

수아가 고개를 흔들면서 정신을 차리려는 듯 물을 한 잔 들이켰다.

“그런데 전기 오빠는 진짜 안 걸리잖아. 무슨 걸어 다니는 국어사전이야, 뭐야?”

“이 자식 연제대 다녀. 연습생 했던 놈이 연제대라니 말이 되냐?”

“와… 전기 오빠 뇌섹남이었네. 난 머리 좋은 오빠가 너무 좋더랑…….”

리나의 술 취한 애교가 아주 볼만했다.

‘크흐흐… 뇌섹남이라… 좋구만, 아주 좋아. 예전에는 뇌만섹남이었지.’

잠시 동안 안주를 먹으며 잡담이 이어졌다.

“자… 다음 게임은 왕게임입니다. 다들 아시죠? 왕을 뽑은 사람이 무작위로 특정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처음엔 약하게, 갈수록 점점 세지도록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정진이 사회자로 빙의했는지 숟가락을 들더니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대사를 줄줄 읊었다. 부엌에 가서 나무젓가락을 가져오더니 왕과 번호를 쓴 다음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채웠다.

“자… 이제 나무젓가락을 하나씩 고르세요…….”

“아우… 이거 긴장되네…….”

다들 조심스럽게 나무젓가락을 뽑고 마치 타짜의 도박사들처럼 적힌 숫자를 몰래 확인했다.

“자… 왕 누구야?”

“하하하… 나다, 이 녀석들아. 어디 감히 버르장머리 없게 왕 누구야라니? 말이 아주 짧구나? 혼구녕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헉… 죄송합니다, 여왕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왕을 뽑은 사람은 다름 아닌 수아였다. 그녀는 기분이 엄청 좋은지 미소를 지으며 좌중을 쓱 둘러보았다.

“1번, 4번 스쿼트 20회!”

“에이… 약하다, 약해.”

“처음에는 약하게 가는 게 정석이지.”

“자 1번, 4번 누구야?”

이화와 리나가 동시에 손을 들었다.

“뭐 해… 빨리 명령을 수행해야지, 어서…….”

“이거 정도는 우습지. 처음에 걸리는 게 낫다니까?”

리나의 스쿼트가 먼저 실시됐다.

“하나… 둘… 셋…….”

강전기의 눈앞에서 걸그룹이 편한(?) 복장을 하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일단 아재들의 1티어인 육덕 리나의 슴부먼트는 정말로 예술이었다.

‘허헉… 무슨 백설기 같은 게 파도처럼 꿀렁꿀렁 움직여. 미쳤다. 이러니까 아재들의 1티어지…….’

그녀가 앉을 때마다 가로줄 무늬 롱 티셔츠 아래로 검은색 돌핀 팬츠가 살짝살짝 보였다. 마치 보름달 같은 그녀의 둔부 라인과 하얀 살결이 거침없이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전기의 입꼬리가 사정없이 올라가려고 했지만, 표정을 관리하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헉헉헉… 어휴, 힘들어……. 술이 확 깨네.”

“막내야, 나 하는 거 좀 보고 배워. 넌 운동 좀 해야 해.”

“언니! 내가 살을 못 빼서 이러는 거 아니잖아. 회사에서 이런 콘셉트로 미는데 어떡해…….”

“조용! 스쿼트 자세란 이런 거야.”

얼굴이 벌게진 이화가 자세를 잡고 스쿼트를 실시했다. 전기 눈앞에 바로 딱하니 섰는데 그녀의 몸에 딱 달라붙은 분홍색 레깅스가 눈에 확 들어왔다.

‘큭… 레깅스 무엇? 미친 라인 보소. 와, 색깔 너무 자극적이네.’

그녀가 주저앉자 레전드인 명성 그대로 하체 라인이 쫙하고 드러났다. 과학적으로 분석해봤을 때 두상이나 얼굴의 생김새나 어깨너비, 상체 길이, 허리와 골반 사이즈, 하체의 길이 등이 거의 모든 사람의 이상향에 가까운 생김새였다. 그야말로 축복받은 유전자요, 타고난 게 기적에 가까운 아가씨였다.

한 번 두 번 스쿼트를 할 때마다 그녀의 레깅스가 둔부의 압력으로 인해 조금씩 말려 올라가고 있었다.

‘헙! 도끼 자국이…….’

강전기의 오른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 올라와 쩍 벌어진 입을 가렸다.

이화의 위치가 본인의 정면이어서 잘 보이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은 살짝 각도가 틀어진 상태라 자세히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분신이 팽창하려고 시도하는 것 같자 급히 손으로 허벅지를 꽉 꼬집었다.

‘크흐흑… 넘 아프다. 하지만 커지면 큰일이야.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발생할 거야.’

“휴, 가뿐하네… 리나야, 자세 봤지? 스쿼트는 이렇게 하는 거야.”

이화는 스쿼트를 마치고 옷이 엉덩이에 끼는지 레깅스를 자꾸만 아래로 내렸다.

“힝… 나랑 별 차이도 없구만.”

“자자… 다시 한번 뽑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골라보세요.”

“꺄악, 이번엔 내가 왕이다…….”

“어우, 저 망나니 막내 같으니라고……. 저거, 저거 또 어떤 거 하려고 그러지?”

“2번, 3번 손들어…….”

이번엔 수아와 강전기가 비적비적 손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본 리나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큭큭… 자, 2번은 3번의 귀를 입술로 물어라. 소리가 나야 하며 이는 허용하지 않겠노라.”

“야! 강리나? 미쳤어? 처음부터 왜 이렇게 달리는 거야?”

“어허… 더한 거도 시킬 수 있었는데 참은 건데… 쫄리시면 소맥 원샷 하시든지, 킥킥…….”

“알았어, 알았어… 더 마셨다간 내일 여행이고 뭐고 없을 거 같으니 내가 참는다. 어휴… 소꿉친구 귀를… 참나…….”

수아가 양손으로 강전기의 얼굴을 손으로 잡았다.

강전기의 목은 긴장으로 뻣뻣하다 못해 깁스한 것 같았다.

‘으으으…….’

“야, 전기야. 힘 좀 빼봐. 한 번에 끝내게.”

꼭 마리오네트가 된 것 같았다. 강전기는 자신의 얼굴을 잡고 똑바로 바라보는 수아의 시선이 많이 부담스러웠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에게서 향긋한 체 향이 났다.

‘킁킁… 으아아아…….’

수아의 얼굴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로션인지 향수 냄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의 머릿속이 꽃향기로 새하얘졌다. 강전기의 심장 박동이 달리는 야생마처럼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수아의 입술이 강전기의 왼쪽 귀를 덥석 물었다.

쪼옥.

‘크흐흑…….’

찌릿찌릿―

사실 별거 아닌 단순한 키스였다. 하지만 평소 성감대인 귀를 물린 강전기가 의외의 자극 때문인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래도 동경하던 걸그룹 멤버에게 귀를 헌납해서일까?

“와하하… 전기 오빠, 이름처럼 전기에 감전된 거 같다. 왜 그렇게 몸을 움찔움찔 떨어요? 킥킥…….”

“얼레리 꼴레리… 소꿉친구가 먹었대요, 먹었대요…….”

“야! 강리나 죽고 싶어? 먹긴 뭘 먹어?”

“아니! 귀 말이야, 귀. 언니! 게임인데 왜 이렇게 화를 내고 그래. 본인도 왕 걸려서 복수하면 될 거 아님?”

“오호라… 그래, 갈 데까지 가보자 이거지?”

술에 만취 직전까지 간 수아가 리나의 놀림에 과민 반응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다들 초성 게임에서 술을 많이 먹었는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광란의 현장!

다시금 왕게임이 열정적으로 진행됐다.

“아자! 이거 봐. 왕이지? 죽었어, 너희들… 1번, 2번 손들어.”

조용히 손을 드는 다음 벌칙자는 정진과 리나였다.

“에이, 아까워……. 여자끼리 무슨 재미야… 지지리 재수도 없지…….”

“킥킥… 역시 똥손 리다! 예능에서 꽝 뽑는 건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조용히 해! 여자고 남자고 다 필요 없어. 키스 실시. 소리 나게 세 번 키스 실시!”

“으악… 여자끼리 무슨 키스야 키스가… 왕이 너무하는 거 아냐?”

“자자, 아니꼬우면 왕 돼서 복수하든가?”

‘자… 잠깐, 정진과 리나가 키스한다고?’

헤롱헤롱거리던 강전기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평소에 박찬옥 감독의 영화 「아씨」를 감명 깊게 본 전기는 GL(Girl's Love = 백합)에도 약간의 로망이 있었다.

‘남자끼리는 토 나오는데 여자끼리는 의외로 괜찮지 않나?’

철저히 자기 취향대로 생각하는 틀딱다운 생각이었다. 특히나 정진과 리나는 외모로 톱클래스 아니던가? 정말 둘이 키스가 가능한 걸까? 강전기의 꽉 쥔 손바닥에서 땀이 송골송골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젠장… 왕게임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만든 놈은 천국 가겠지?’

꿀꺽.

무의식적으로 마른침을 삼키는 강전기였다. 잘만 하면 라이브로 「아씨」에 나왔던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문득 정진과 리나가 방 한가운데에서 홀딱 벗고 가위 치기를 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말았다.

‘그 장면은 정말로 대단했어. 미치는 줄 알았으니까.’

“엉엉엉… 언니, 한 번만 봐줘요. 제발 다른 거로…….”

“나 자비 없는 거 모르니? 아까 너는 어땠더라? 어? 이것아!”

“뭘… 나는 언니 좋은 거 시켜줬잖아. 내가 언제 이런 거 시켰쪄요…….”

리나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수아에게 매달렸다. 진짜 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좋기는 뭐가 좋아. 너 술 취하니까 점점 머리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니니?”

“좋았자나… 좋았자나…….”

과격한 리나의 생떼가 이어졌다.

급기야 수아가 리나의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티셔츠로 인해 리나의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 강전기의 눈이 호강하고 있었다.

‘커헉… 한 떨기 백설기여… 으으으… 죽겠다.’

강전기는 커질 것 같아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별로야… 안 좋다고! 쟤는 내 친구란 말이야!”

“안 좋기는……. 나 같으면 얼씨구나 하겠다!”

“이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블루비의 숙소는 점점 광란의 현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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