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67화 (6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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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본격 축구소설! 리얼돌 프로선수 되다!

우리마을 예체능

오른쪽에 공간이 났다. 이광현이 달려가며 슬쩍 보니 라이트 윙어가 전력으로 전방으로 뛰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슬쩍 왼쪽으로 가는 척하다가 달리는 윙어에게 정확하게 스루패스를 넣어줬다.

‘그렇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그림 같은 장면이었다. 볼을 윙어에게 넘겨준 뒤 전속력으로 페널티 박스로 뛰어갔다. 그는 라이트 윙어를 보고 손을 들었다. 곧바로 윙어에게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왔다.

‘캬… 역시 내 안목은 대단해.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라이트 윙어 네가 역시 제일 낫구나?’

라이트 윙어도 중학교 때까지 축구 선수였고 지금은 연예인 축구단에 있다는 조연 배우였다. 딱 헤딩하기 좋은 높이로 볼이 올라왔다.

이광현이 헤딩슛을 시도하려고 독수리가 먹이를 노리듯 높게 점프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그보다 머리 하나는 높이 점프해서 아주 손쉽게 볼을 따내는 이가 있었다. 바로 군대스리가 출신 강전기였다.

툭!

강전기는 일부러 이광현과 공중에서 부딪쳤다. 물론 손은 전혀 쓰지 않은 보디 체킹이였다.

“켁…….”

강전기의 강력한 피지컬에 밀려 무슨 종이 인형처럼 날아가 버리는 이광현이었다. 다행히 떨어질 때 낙법을 사용해서 많이 다치진 않은 것 같았다.

떼굴떼굴…….

이광현은 술에 취해서 계단에서 구르는 아저씨처럼 그라운드에 널브러졌다. 그나마 관리가 잘된 푹신한 잔디라 거의 부상을 입지 않는 것 같았다.

얼굴을 잔디에 푹 파묻고 있는 그가 열이 단단히 올랐는지 주먹으로 그라운드를 쾅쾅 내리쳤다.

‘이 씨X 꺽다리 새끼…….’

굴욕감으로 얼굴이 벌게져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 애꿎은 잔디만 주먹으로 퍽퍽 내리치고 있었다.

“어이고… 잔디 다 죽는다.”

강전기가 수비 지역으로 내려가며 얄밉게 한마디 했다. 이광현의 고개가 들리자 흉신악살 같은 표정이 드러났다. 이를 꽉 물었는지 뿌드득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다시금 경기는 치열하게 펼쳐졌다. 썩어도 준치라고 이광현의 계속되는 화려한 기술이 펼쳐졌다. 하지만 번번이 군대스리가 코리안 반다이크에게 꼴사납게 막히고 있었다. 그는 가히 제2의 수문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탈일반인급으로 이광현이 뚫고 들어오면 귀신처럼 나타나 몸싸움으로 밀어버리거나 볼을 채갔다.

그러자 거의 돌아버릴 지경이 된 이광현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있었다.

‘내 살다 살다 이런 굴욕은 처음 당한다. 유럽 전지 훈련에서도 이 정도로 당한 적은 없다고! 이거 꿈 아니냐?’

급기야 현실까지 부정하고 싶은 그였다.

객원 해설진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고수인 이광현과 강전기의 치열한 일대일 매치에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아… 강 다이크 선수, 점프합니다. 높아요… 타점이 높습니다. 손쉽게 볼을 따내는 강 다이크! 이광현 선수, 또다시 그라운드를 구르고 있습니다.”

“또다시 붙는 이광현과 강 다이크! 몸싸움에서 이광현 선수가 완벽하게 밀리고 있습니다. 강 다이크 선수 정말 괴물이에요. 그야말로 미친 피지컬입니다. 이런 선수가 어릴 때부터 축구를 배웠어야 해요… 한국은 발롱드로 후보를 놓쳤습니다. 안타깝군요. 이런 청년이 작곡이나 하고 있다니……. 저는 정말로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급기야 객원 해설인 한문희가 강전기를 ‘강 다이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경기는 후반전 15분이 될 때까지 0 대 0으로 이어졌다. 골은 안 났지만 경기는 전반전과 경기와 다르게 박진감이 흘러넘쳤다.

‘후후… 축구도 상당히 재밌는데? 왜 운동을 하는지 알겠다. 이거 너무 재밌잖아?’

축구의 의외의 재미에 흠뻑 빠진 강전기가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청팀 미드필더는 이광현이 번번이 막히자 이번에는 섀도 스트라이커인 김수곤을 향해 전방 패스를 넣었다.

“나이스!”

김수곤이 짧지만 빠른 다리로 미드필더 한 명을 쉽게 제치고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막아, 막아…….”

“다리 걸어…….”

“아씨, 다리는 왜 걸어? 막을 테면 막아봐… 정당하게!”

왼쪽 최종 수비수까지 우연히 벗겨낸 김수곤에게 결정적인 찬스가 왔다. 곧바로 슛을 때릴 생각으로 볼을 앞으로 툭 밀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기다란 다리가 쑥 나타나 공 앞을 가로막았다.

“으아아, 강 다이크 선수 태클 타이밍 보세요… 소름 끼칩니다. 거의 완벽하게 공을 빼갑니다. 어어어? 벌떡 일어난 강 다이크 선수가 앞으로 볼을 몰고 수비 라인을 이탈합니다.”

이미 전방에서는 박민호와 이정수가 미친 듯이 앞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야!! 막아, 사람 막아!!”

청팀의 수비진에 비상이 걸렸다. 골키퍼 황호동이 최후방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치며 라인을 조율했다.

볼을 몰고 전진하는 강전기의 시야에 박민호가 팔을 드는 게 보였다. 민호는 거의 노마크 상태나 다름없었다. 패스를 날리려고 하는데 측후방에서 맹렬한 살인 태클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민첩을 올렸더니 시야가 비약적으로 상승해서 그라운드의 선수들 위치가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강전기의 발목을 결딴낼 심산으로 이광현의 태클이 아주 거칠고 깊숙하게 들어왔다. 급작스러운 사태에 모두가 기겁했다. 볼턴의 이성룡이 당한 태클이 생각날 정도로 악랄한 태클이었다.

“어맛…….”

한 여성 스태프가 깜짝 놀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모두가 큰일 났다고 느낀 그 순간!

강전기가 발끝으로 칩샷을 때려 공을 위로 띄우더니 점프하며 살인 태클을 피해냈다.

다시 볼을 잡은 전기가 손을 들고 있는 박민호의 앞으로 정확하게 롱패스를 했다. 박민호는 정확히 발 앞쪽으로 오고 있는 공을 집중해서 쳐다봤다.

툭.

박민호가 공을 트래핑하지 않고 곧바로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이정수를 향해 논스톱 패스를 날렸다. 무슨 라리가에서나 나오는 환상적인 패스 같았다.

“나이스!”

정확하게 도달한 공을 이정수가 발 안쪽으로 쉽게 골대로 차 넣었다.

“골…!”

“이정수 선수, 골입니다. 이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홍팀이 앞서갑니다.”

이정수는 미친 듯이 그라운드를 뛰고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었다.

“으하하하하…….”

이정수와 박민호 그리고 강전기가 그라운드 위를 뒹굴고 있었다. 청팀은 다들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살인 태클을 가했던 이광현도 그라운드 위에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체력 문제로 전후반 모두 20분씩 뛰기로 한 시합이었다. 이제 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으로 청팀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지금 화면으로 느린 장면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 다이크 선수, 이미 이광현 선수의 태클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았어요. 완전 반대편을 보고 있지만 여기서 앞발로 공을 위로 띄우고 점프하죠? 이건 프로 선수들이 위험한 태클을 피할 때 쓰는 기술입니다. 한국의 불세출의 공격수 손형민 선수가 자주 쓰는 기술이죠.”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거의 배컴의 택배 패스로 볼이 박민호 선수 바로 앞으로 떨어졌어요. 그것을 무슨 스페인 선수처럼 논스톱으로 때려서 최전방 공격수인 이정수 선수에게 패스한 박민호 선수입니다. 이 선수도 미쳤어요. 어떻게 여기서 이런 집중력이 나오죠? 프로도 아닌데? 놀랍습니다. 그다음 이정수 선수의 슛은 뭐… 못 넣으면 이상한 상황이죠…….”

해설위원 한문희가 미친 듯 침을 튀기며 해설을 이어갔다.

“예능 축구에서 이런 수준 높은 플레이를 보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자, 다시 하프 라인에서 청팀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남은 시간은 단 5분!”

“앗! 미드필드에서 볼 트래핑 실수를 한 이광현 선수입니다. 박민호 선수가 귀신처럼 볼을 채갑니다. 홍팀의 모든 선수가 전방으로 뛰고 있습니다. 아… 이거 무슨 토털 사커인가요… 미쳤어요… 박민호 선수 패스하는 척하더니 한번 접고 슈우우웃…….”

텅!

볼이 골대 위를 강타하면서 최후방 수비수 앞으로 떨어졌다. 청팀 수비수는 황급히 볼을 걷어냈는데 하필이면 페널티 박스 10m 밖에 서있던 강전기에게 배달되었다. 그의 앞 공간이 훤히 열린 상황이었다.

‘때릴까? 어차피 이기고 있잖아?’

강전기는 별다른 생각 없이 냅다 공을 발로 갈겨버렸다.

쾅!!

축구공이 터질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거의 미사일처럼 골대 가장자리로 빨려 들어갔다.

“고올…….”

한문희의 전매특허인 샤우팅 해설이 이어졌다. 아무도 반응조차 하지 못한 강력한 30m 거리의 대포알 슛이었다. 그야말로 Goal of the year(올해의 골)에 나올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강전기는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포즈로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재밌다…….”

홍팀 동료들이 강전기를 덮치기 시작했다.

“와, 미쳤다.”

“형님, 나이스…….”

“이 미친놈…….”

청팀 선수들은 이제 그라운드 위에 다 누워버렸다. 그의 슛을 끝으로 심판의 호각 소리가 울려 펴졌기 때문이다.

“헉헉… 이 씨X… 저 새끼 뭔데?”

이광현은 방금 벌어진 일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의 상식으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게 일반인이라고? 어디 영국에 축구 유학이라도 갔다가 온 거 아냐?’

그는 정신이 쏙 빠진 듯 멍하니 골 세리머니를 하는 꺽다리를 쳐다보았다.

“지금 다시 골 장면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민호 선수가 잘 찼죠? 하지만 불운하게 골대 위를 맞고 흘러나옵니다. 수비수가 잘 걷어냈지만 재수 없게 강 다이크에게 걸렸습니다. 보지도 않고 그냥 냅다 차버립니다. 이거 누가 스피드 좀 재봐요. 이건 K리그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거의 일직선으로 골망을 가릅니다.”

“이거 앞에서 누가 몸으로 막았으면 큰일 날 뻔했겠는데요?”

“맞습니다. 그만큼 엄청난 슈팅이었습니다. 킥력이 진짜 대단합니다. 몸을 봐도 알겠지만, 진짜 리버풀의 반다이크와 흡사한 체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군대스리가의 코리안 강 다이크네요. 대박입니다.”

“반다이크가 킥력 하면 알아주는 선수잖아요?”

“그렇습니다. 킥력은 오히려 강 다이크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수비 능력은 못 미치겠지만요.”

“느린 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엄청난 속도죠? 이건 반응도 못 합니다. 키퍼인 황호동 선수는 아예 방향조차 감을 잡지 못했어요.”

“다들 그냥 눈 뜨고 당한 것 같네요.”

“아무튼, 이번 특집 경기는 홍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청팀은 전 프로 선수인 이광현 선수를 데려오고도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절대 이광현 선수가 못한 게 아닙니다. 6개월간 쉰 것치고는 정말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홍팀의 박민호 선수와 강 다이크 선수가 이광현 선수의 원맨 팀을 무너트렸습니다.”

심판의 지시에 따라 하프 라인에 모든 선수가 모였다. 두 팀은 서로 악수했다. 역시 남자들 사이에서는 축구를 잘하면 모두에게 인정을 받는 법이었다. 모두 악수하며 강전기에게 호의를 보내고 있었다. 단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이광현은 딱 보기에도 귀신에 씐 듯 허연 얼굴을 하고 멍하니 강전기를 쳐다봤다.

“혹시 해외에서 축구 유학했어요?”

강전기의 얼굴을 보며 악수한 손을 놓지 않고 있는 이광현이었다.

‘아… 이 새끼… 믿을 수 없겠지. 큭큭… 나도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섹스 토이 이거 개사기네.’

“유학요? 전혀 아니고요. 나중에 기회 되면 음악을 배우러 미국에 가고 싶습니다만…….”

강전기는 살짝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담담하게 음악 이야기를 하는 꺽다리를 보니 말문이 콱 막혀버린 이광현이었다.

‘내… 내가 아마추어한테 발리다니……. 전 프로가 이게 무슨 개쪽이냐?’

양학하러 왔다가 최악의 흑역사를 만들어버린 이광현이었다. 방송 클로징을 하는 동안 그냥 멍한 상태였다.

황호동의 멘트가 끝나고 김 PD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 진 팀은 벌칙을 받으러 가셔야 합니다. 저 옆에 보이시죠? 저기서 상의 탈의 후 번지 점프를 하시면 됩니다.”

“아… 안 돼… 나 죽어… 나 고소 공포증 있다고…….”

“그런데 벌칙 별거 없네? 이런 정도는 늘 하는 거잖아.”

“아… 제가 말을 하나 빼먹었네요. 거꾸로 매달릴 때 여기 보이는 망원 카메라가 여러분들의 모습을 아주 상세하게 찍을 예정입니다. 편집해서 클로징 화면으로 쓸 거예요.”

개그맨들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가수들과 배우들은 질겁했다. 그런 장면들은 인터넷에 짤방이 양산되어 박제당하기 때문이었다.

청팀 선수들은 번지 점프대에 올라 상의를 탈의했다. 그 모습을 카메라로 지켜보던 이정수가 말했다.

“야… 호동이 형 벗은 것 좀 봐라. 진짜 근돼다. 줄 끊어지는 거 아니냐?”

“으하하하… 매달린 꼴 좀 봐라. 진짜 추하다. 큭큭…….”

모두 청팀이 번지 점프대에 매달리는 것을 라이브로 시청했다.

“형… 오늘 멋있었어요. 축구 진짜 잘하시더라.”

“너도 잘했어. 중간에서 패스 진짜 잘하더라.”

박민호와 강전기가 서로 잘했다고 칭찬하고 있었다.

“어떻게 편집돼서 나올지 모르겠네요. 제가 예능 나가보니 이게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아, 그래?”

‘누나들하고 출연한 「왜 혼자 살고 있니?」는 그냥 그대로 나오던데…….’

“제가 생각하기엔 오늘 있는 그대로는 안 나올걸요?”

“왜?”

“아까 이광현요. 그 사람 소속사가 유앤아이 액터스예요. 아시죠? 우리나라 3대 배우 기획사요. 거기서 이광현한테 거액의 계약금을 걸고 연예계로 데려온 거라 상품성이 훼손되는 걸 분명히 막을 거예요. 오늘 형 때문에 진짜 역대급으로 굴렀잖아요.”

“그냥 아까 처음부터 표정이 거만하길래 손 좀 봐줬지. 하하…….”

“크… 일반인 중에 이광현을 축구로 손봐줄 수 있는 사람은 형밖에 없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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