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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연습생 2호 (내용 수정)
네임드로즈의 「크레이지 러브 스캔들」은 힙합을 베이스로 하는 그들의 곡 중에서도 상당히 빠른 템포를 가진 곡으로 중독성 있는 신스가 특징인 곡이었다. 4/4 리듬에 하우스, 레게, 뭄바 톤을 다양하게 섞은 상당히 트렌디하지만 호불호가 없는 댄스곡이었다.
마이크로 흘러나오는 레이카의 목소리는 약간 여리여리했지만, 상당히 깨끗하게 들리는 톤이었다.
‘오, 좋다. 발음 좋고, 음색 좋고…….’
강전기의 얼굴이 밝아졌다. 얼굴만 봐서는 노래를 엄청 못하게 생긴 초절정 미소녀였으니 그도 약간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다.
무난하게 진행되던 곡이 중반쯤 네임드로즈의 메인 보컬 라미의 파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성대가 크게 열리는 것 같더니 고음이 있는 파트를 무난하게 소화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아주 여유롭게 말이다.
강전기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정수 대표를 쳐다보았다. 이 대표도 엄청 놀랐는지 똑같이 강전기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대박…….’
그녀는 네임드로즈의 메인 보컬 라미 특유의 끈적끈적하고 그루브 있게 부른 것이 아니라 깨끗하고 청량감 있게 리듬감을 충분하게 살린 보컬로 파트를 소화했다. 그 모습이 너무 독특하고 귀여워서 탄성이 나왔다.
‘캬아… 뭐야? 노래 되게 쉽게 쉽게 잘하잖아? 일본인 특유의 쿠세도 없고 발성도 좋아서 그런지 귀에 팍팍 꽂히네. 냉정하게 판단하더라도 보컬로 따진다면 1호기인 인하하고 비슷한 수준인데? 그런데 이상하네. 기획사에서 몇 년 배운 연습생처럼 노래를 부르다니… 그것도 일본인인데…….’
강전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으로 입술을 매만지고 있었다. 옆에 있던 김인하도 입을 가리고 매우 놀라는 모습이었다.
“자… 다른 곡도 한번 해볼게요.”
그녀가 알고 있다는 다른 곡도 두 곡 정도 더 불러보았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보컬 쪽에서는 그다지 가르칠 필요가 없는 수준의 재능을 보유하고 있는 레이카였다.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레이카가 녹음 부스에서 나오자 이정수 대표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짝짝짝―
“와우, 브라보… 최고다! 나 지금 감동했잖아. 진짜로…….”
“제… 제가 그 정도로 잘했나요?”
“라미 정도는 아니지만 거의 필적할 정도로 잘했어. 이건 진심이라고.”
“맞아요, 레이카 씨.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보컬 트레이닝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던데 혹시 어디서 연습생 생활 같은 거 하신 거 아니시죠?”
레이카가 움찔 놀라는 거 같더니 이내 표정을 수습하고 강전기의 질문에 대답했다.
“열아홉 살까지 일본에서 살았고, 한국에 온 지 이제 11개월이라 연습생 생활 같은 건 해본 적 없습니다.”
“아… 맞다. 그랬죠. 정말 잘하셔서 제가 깜빡했네요. 무슨 연습생 경력이 있는 사람처럼 부르시더라고요. 연습생으로 들어가서 트레이닝 받은 뭐랄까… 꼭 그 특유의 느낌들이 나오거든요. SSJ 엔터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시는 것 같아요.”
강전기의 그 말을 들은 레이카가 약간 놀라는 것 같아 보였다.
“제가 어릴 때부터 소녀세븐을 좋아해서 노래를 많이 불렀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아하, 그렇구나… 알겠습니다.”
강전기는 속으로 좀 미심쩍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와, 우리 센터 히메 노래도 엄청 잘한다! 레이카 짱 초 가와이 러블리 소중이잖어… 우잉, 넘나 귀여운 거…….”
김인하가 흥분해서 레이카를 껴안았다. 레이카의 얼굴이 급히 밝아지는 것 같았다.
레이카가 김인하의 품에 안긴 거로 유추해 보면 레이카의 키는 김인하보다 약간 작은 168cm 정도 되는 듯했다. 1호가 워낙 모델 같은 기럭지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2호도 여자 키치고는 큰 키였다.
“혹시 인하 짱 일본어 공부했어?”
레이카가 일본어 단어를 섞어 쓰는 인하를 보고 상당히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 전 소속사에서 2년 정도 일본어 레슨 받았지. 일본어가 의외로 쉽더라고. 한자만 빼고…….”
“헤에…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마치 프로듀서처럼 뭔가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전 소속사가 어디인데?”
“아… 인하가 더블케이에서 네임드로즈 최종 후보였어. 아쉽게 떨어졌지만…….”
인하 대신 이정수가 대답해 줬다. 최종까지 갔으니 실력은 확실하다는 뜻이 담긴 말이었다.
“아, 스고이… 대단해. 너무 어려서 떨어진 거 아냐? 좀 아쉬웠겠네.”
“그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나이 때문에 떨어진 건 아닌 거 같아. 실력이 부족했겠지. 뭐,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실제로 방황하다가 소속사도 나왔으니까. 그런데 이제 보니 너를 만나기 위해서인 것 같아. 뭔가 운명 같은 건가 봐.”
운명이라니? 강전기가 보기에 1호에게는 허당 기가 약간 탑재된 것 같았다. 감정의 과다랄까? 김인하는 감정의 기복이 상당히 큰 것 같았다.
“자자…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은 내일부터 나와서 인하하고 같이 연습해야 해. 목표는 내년 상반기 안에 데뷔야.”
‘이 형 또 김칫국 마시네. 이제 연습생 두 명밖에 없는데 데뷔는 무슨 데뷔야…….’
“넵!!”
이정수의 말에 두 명의 소녀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허… 이거야 원…….’
“잠깐, 레이카 씨는 지금 어디에 사시죠?”
“에… 저는 지금 연제대 기숙사에 살고 있습니다.”
“아… 유학생이라고 했죠. 흠… 형, 우리 연습생 숙소 마련해야 하지 않아?”
“해… 해야지.”
‘이 형 또 돈 깨지는 소리에 벌써 겁먹었네.’
“자… 숙녀분들은 이제 나가셔서 이야기 나누세요. 인하야, 레이카 씨 회사 투어 좀 시켜줘라.”
“넵, 알겠습니다, 피디님…….”
두 명의 소녀가 녹음실을 나갔다.
나가자마자 최민호가 이정수의 심기를 살살 건드렸다.
“오, 드디어 숙소 마련하시게? 돈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구만… 제발 이번엔 까먹지 말자. 응? 이게 몇 번째냐?”
“하여간 이 시키… 넌 이 회사 주주 아냐? 꼭 초를 쳐요. 아예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지 그러느냐?”
“인마… 내가 망하길 바라겠냐? 걱정되니까 하는 소리지.”
“정수 형, 혹시 돈 때문에 그러세요? 최근에 소울퀸즈로 재미 좀 보지 않았어요?”
“그… 그게… 빚도 좀 갚고… 그동안 애들 정산도 해주고 그래서 여유가 별로 없어.”
“어이구… 자선 사업가 또 나셨네. 소울퀸즈 게네들이 지금까지 회사에 얼마나 벌어줬다고 벌써 그렇게 후하게 정산해 주냐? 제대로 계산은 한 거야? 넌 진짜 구제 불능이다.”
“안쓰럽잖아. 5년간 돈 한 푼 못 벌고 용돈 벌이나 하는데…….”
“어우… 내가 이런 놈한테 피 같은 내 돈을 투자했다니……. 인마, 내 돈은 언제 회수하냐?”
최민호가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이정수를 노려봤다.
“정 돈 없이 부족하시면 제가 투자 좀 할까요? 곧 있으면 저작권료 들어올 것 같은데요.”
“오… 안 그래도 민호랑 이야기를 안 한 건 아니야. 아무래도 너한테도 투자 의향을 물어봐야 할 거 같더라. 회사의 메인 프로듀서 역할을 할 건데. 지분을 좀 넘길 생각을 했거든.”
“제가 당장 돈은 없고요. 나중에 드려야죠… 그런데 몇 프로요?”
“30%……. 지금 내가 80%, 민호가 20% 주식을 들고 있거든?”
“혹시 자본금이 10억이에요?”
“아니, 7억. 왜, 출자하기 부담되냐? 소울퀸즈 곡이랑 케이 라임 곡 곧 있으면 정산되는 거 아냐? 그거만 해도 억대는 넘을 것 같은데? 케이 라임 곡 성적이 상당히 좋지 않았어? 대박 조짐이라며? 미국이 그런 건 또 확실하거든?”
“흠… 그럼 이렇게 하시죠. 제가 정산금을 받으면 3억을 내놓을 테니 주식을 더 발행해서 지분을 56%, 30%, 14%로 맞추시죠.”
“오우… 강전기, 돈 벌더니 시원시원하네?”
아닌 게 아니라 케이 라임의 곡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미튜브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저작권료는 제외하고도 미튜브에서만 나오는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 수준이 감이 안 오는 게 문제였다. 분명 억대로는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저도 책임지고 걸그룹을 성공시키고 싶으니까요. 나중에라도 그 정도는 저작권으로 나오겠죠.”
“오케이… 그래 그럼 그러자. 우리는 그 돈으로 애들 숙소를 구해야지. 근처에 아파트 하나 구하려면 보증금 1억에 월 100씩은 줘야 할걸?”
“우와… 비싸네요.”
“잘해보자, 대주주 양반…….”
“저만 믿으세요, 최대 주주님.”
“크하하하… 내가 참… 사람은 잘 본단 말이야. 아까 봤지? 세젤귀 레이카를 그냥 줍줍했잖아.”
“허… 진짜 그렇네요. 어디서 그런 초절정 미소녀를…….”
“어? 강전기 너 인마… 레이카한테 반했냐?”
“아… 아뇨…….”
“흐흐… 건물로 들어서려는데 저 멀리 진짜 후광이 번쩍번쩍하는 애가 서있지 뭐야. 연예인 체면이고 뭐고 그냥 무시하고 냅다 데려온 거지.”
“하하하… 잘하셨어요, 대표님. 역시 인재 보는 눈은 탁월하시네요.”
“흥… 그런 놈이 아이돌을 세 팀이나 말아 먹었냐?”
“저 새끼… 또또… 그때도 애들은 좋았지. 운이 하나같이 없었을 뿐…….”
“그래… 더는 말을 안 하마. 제발 나 부자 좀 만들어줘라.”
“넌 이제 사외이사잖아. 진짜 봉 잡은 줄 알아라. 곧 네 지분 가치가 몇 배가 될 거다. 우린 전기만 믿으면 돼.”
“…….”
“됐고. 원금 딱 세 배만 불렸으면 좋겠다. 이제 전세 탈출하고 집 좀 사련다. 왠지 전기가 열 배로 불려줄 것 같아. 주식 상장시키는 거 아냐? 크크…….”
“어우… 생각만 해도 좋다. 으흐흐…….”
‘아니, 이 양반들이 꿈도 야무지시네. 당장 걸그룹 하나도 데뷔 못 시켰는데?’
“형님들… 사실을 좀 직시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숙소 구하는 데 돈 쓰고 애들 데뷔 망하면 돈 다 날리고 개털 됩니다.”
“크흠… 꼭 성공해야지. 이번에도 망하면 진짜 회사 정리해야 해.”
“아… 아버님이 임대료 못 내면 회사 빼라고 하셨다면서요.”
“맞아, 진짜 엄청 화나셨어. 돈만 계속 까먹는다고… 우리 아버지가 건물 몇 채 있으시니까 지금까지 봐주신 거지. 후…….”
“하여간 저놈은 금수저라고 당당하게 자랑하네.”
“뭐, 어떡하냐… 아버지가 잘사는데……. 그게 내 잘못이야?”
“끄응… 짜증 나네. 흙수저는 운다, 제기랄… 회사 망하게 하지 말고 네놈 돈 번 거로 충당해라. 방송은 오지게 나가더만 출연료 많을 거 아냐?”
“민호야, 공과 사는 구분하자. 그건 내가 번 돈이지.”
“그렇게 공과 사를 구분하는 놈이 정산을 그리 후하게 해주냐?”
“…….”
“자… 이제 헛소리는 그만! 우린 무조건 차기 그룹을 성공시키면 돼. 내가 방송은 다 섭외할 테니까 너희는 곡이나 잘 뽑아봐.”
“알았어요, 형…….”
“오늘 야근하냐? 「레전드 명곡」 나갈 거 편곡해 준다면서?”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작업 좀 하려고요. 집에서 자꾸 다른 짓을 해서 억지로라도 녹음실에서 작업해야겠어요.”
‘사실은 자꾸 하리네 집에 가게 돼서요. 흐흐… 사무실에서 작업 안 하면 도저히 납기를 못 맞추겠더라고요.’
“후후, 확실히 사무실에서 하는 게 효율이 높지. 그래, 수고하고…….”
“예, 형님. 들어가세요.”
강전기는 최민호와 함께 소울퀸즈가 부를 노래를 편곡하는 작업을 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작업이 끝났다.
“전기야, 이번 곡도 진짜 죽인다. 어떻게 이런 진행을 넣을 생각을 했냐? 대박이다.”
“형님도 수고하셨어요. 오늘 형님도 실력 발휘하셨네요.”
“어우… 피곤하다. 난 가서 딸내미 밥 줘야지. 그럼 정리하고 들어가라.”
“예, 들어가세요…….”
강전기는 최민호가 들어가자 블루비에게 줄 곡을 열고 좀 더 다듬기 시작했다. 여러 번 들었더니 부족한 부분이 들리기 시작했다. 밸런스를 좀 더 잡아줄 필요가 있었다. 그가 평소와 다르게 무섭게 집중하고 있었다.
“흠, 노래 좋네요…….”
“응?”
너무 집중해서 뒤에 누가 온 줄도 모르고 곡을 수정하고 있었다. 그가 뒤를 돌아보니 2호기인 레이카가 강전기가 작업하는 모습을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판타지에 나오는 공주의 모습 같았다. 진짜 보면 볼수록 예쁜 아이였다. 가끔 걸그룹을 보면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멤버가 가끔 있는데 바로 그런 타입이었다. 압도적인 미모의 소유자 말이다.
“어? 아직 안 갔어요?”
“말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그… 그럴까? 레이카가 아주 한국식에 익숙해졌구나?”
“흠… 이제 한국이 일본보다야 더 익숙하죠. 인하 짱이랑 놀다가 커피 마시고 저만 다시 회사로 들어왔어요.”
“왜? 늦었는데 숙소에 안 가고?”
“숙소야 뭐… 아무 때나 가면 되죠. 그나저나 그 곡은 우리 데뷔곡이에요?”
“아… 이거? 아냐, 아냐. 이런 섹시한 노래가 너희 노래일 리가 없잖아?”
“그럼 누구?”
레이카는 시종일관 강전기를 관찰하는 표정이었다.
“어… 블루비 타이틀곡이야. 멤버들한테 곡을 주기로 약속했거든. 좀 더 다듬는 중이야.”
“와… 대단해요. 오빠가 정말 소울퀸즈 노래랑 케이 라임 노래도 만든 거 맞아요?”
“응? 왜? 내가 만들었지. 그럼 누가 만들어?”
“아니에요, 그냥 이해가 안 가서요. 어떻게 그런 노래를 뚝딱 만드나 해서…….”
“아, 그거야 뭐… 작곡한 기간이 한 15년 정도 돼서…….”
무심결에 작곡한 지 오래됐다는 이야기를 해버린 강전기였다.
“작곡하신 지 그렇게 오래되셨다구요? 킥… 그럼 초등학교 때부터 하셨겠네요?”
강전기가 순간적으로 아차 싶어서 레이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레이카는 웃고 있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그런 포근하고 친근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압도적으로 예쁜 얼굴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제가 알던 강전기 씨가 아니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