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70화 (70/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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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항상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글을 수정하였습니다.)

연습생 2호 (내용 수정)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강전기는 레이카가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

“너무 놀라지 마세요. 놀래주려고 한 건 아니에요.”

“너, 너 누구냐고! 어, 어떻게 된 거야? 지금까지 나 감시한 거야?”

레이카는 당황한 강전기를 보고 좌우로 고개를 살살 흔들었다.

“감시라뇨.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저도 지금까지 엄청 바빴어요. 다른 몸에 적응하려니 이상하더라고요.”

“뭐? 다른 몸? 뭐,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말해봐. 나, 나도 다 이야기해 줄 테니…….”

“이거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드려야 하나?”

레이카는 석 달 전 기억을 다시금 떠올렸다.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케이팝에 관심이 많은 소녀였다. 그녀는 골수 소녀세븐 팬으로 사비를 들여서 보컬 및 댄스 레슨까지 받았고 어렵게 들어간 일본 여자 명문대학을 휴학하고 드디어 올가을 연제대 어학당에 등록해서 한국어 고급 과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학에는 어느 정도 자신 있는 그녀였다.

레이카는 어학당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3대 기획사 공개 오디션에 지원했지만, 무참히 떨어지고 말았다.

“얼굴은 예쁜데… 비율이 좀……. 안짱다리… 어쩔… 후…….”

“피부가 좀 원래 안 좋은 편인가요? 아토피?”

“포텐은 있는데 연습시켜서 수준을 올리려면 나이가 너무 많아질 것 같네요.”

3대 기획사에서 들은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평가는 가차 없었다.

‘그래, 한국에 3대 기획사밖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 다른 곳을 알아보자.’

그렇게 인생에서 절망을 처음으로 맛본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서 클럽에 갔다. 거기에서 원판 강전기를 만나게 되었고 그가 가까운 공원에 바람 쐬러 가자고 꼬드겨 밖으로 나와 공원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엄청난 섬광에 휘말렸다.

그렇게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몸이 바뀌어있는 상태였다. 이미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하고 구급차를 불렀는지 119 요원들이 들것에 태우고 구급차로 병원에 후송 중이었다.

일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안 돼서 잠시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관계자가 어떻게 통보했는지 몰라도 곧바로 지인들이 병원에 도착했다.

“레이카 짱… 어제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몸은 괜찮고?”

“괜, 괜찮아.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아. 술을 좀 많이 마셔서 그런 거 같은데…….”

“어라? 그런데 레이카 짱! 왜 이렇게 길어진 거 같지?”

“으…응… 기분 탓일 거야. ”

“이상하네. 피부도 좋아진 거 같고……. 뭐, 어쨌든 다행이다. 몸만 괜찮으면 됐어. 그런데 일본에서 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거 아셨어. 아마 조만간 일본에 다녀와야 할 거야.”

“벌써?”

“응… 너희 아버지 엄청 무섭다면서?”

“무섭지… 엄청 카리스마 있으시고…….”

그녀의 집은 도쿄였고 꽤 괜찮은 집안의 딸이었다. 아버지가 한국행을 엄청나게 반대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병원이나 들락거리고 있다니? 불호령을 내릴 아버지의 얼굴이 선했다.

병원에서는 검사 후 별다른 이상이 없자 퇴원을 권유했다. 그녀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찝찝한 기분에 샤워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감상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빛에 휘말린 후 왜 몸이 바뀌었는지 알아내고 싶었지만 단서가 전혀 없었다. 아주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분명히 나 맞는데…….’

예전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울긋불긋했던 아토피성 피부가 전부 사라졌다. 기타 얼굴 트러블도 싹 다 사라지고 모공조차 보이지 않는 투명한 자체 발광 피부가 되었다. 몸은 왜 이렇게 날렵하게 보이는지 무슨 게임에 나오는 여전사 라라 크로포드 같았다.

안 그래도 몸매에 자신이 별로 없던 레이카는 바뀐 몸매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키도 약간 더 큰 것 같은 느낌이었다. 160대 초반이었는데 후반으로 바뀐 것이다.

갑자기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옷장에 있는 명품 옷들을 죄다 꺼내서 하나씩 입어보기 시작했다.

“꺄앗, 라인이 너무 예뻐졌어… 이제는 몸에 달라붙는 옷도 자유롭게 입을 수 있겠는걸?”

그녀는 바뀐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지 한동안 거울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으음… 그런데 키가 커서 그런지 옷이 타이트하네.”

비록 옷이 조금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지만, 레이카는 새로운 몸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바뀐 육체는 기존 자신의 몸과 다르게 천상계 레벨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된 원인이 뭔지 파악도 못 한 채, 바뀐 몸에 적응부터 하기 시작했다. 아주 신난 나머지 옷장에서 제일 맘에 드는 옷으로 갈아입고 사이즈에 맞는 옷을 사기 위해 홀로 신촌으로 향했다.

밤이라 그런지 역시나 여기저기서 헌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기… 시간 있으세요?”

“실례지만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혹시 일행 없으시면 저희랑 술 한잔하실래요?”

“첫눈에 반했습니다.”

수많은 남자가 눈을 까뒤집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헌팅당하느라 100m 이상을 전진하지 못했다. 그만큼 레이카의 외모가 천상계 어나더 레벨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현재의 몸이 생체형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사건을 당하고 나서 뭔가 예전하고는 몸이 달라졌다는 것만 느낄 뿐이었다.

기분이 끝내줬다. 예전과 비교해 보면 완벽하게 달라진 것이다. 예전에도 가끔 헌팅당했었는데 지금처럼은 아니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힛… 예쁜 건 알아서 말이야.’

레이카는 헌팅하는 모든 남자에게 신나게 뺀찌를 놓았다. 아직은 남자를 사귈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와하하… 이거 너무 재밌다. 더 예뻐지니까 남자들이 그냥 알아서 대시하는데? 뭐, 나도 예전에 꽤 인기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어…….’

“야, 거기 예쁜아. 나랑 술이나 한잔하자. 흐흐… 존나 예쁘네.”

술이 얼큰하게 취한 떡대 한 명이 어슬렁거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무슨 프로 레슬링 선수 같은 체격의 소유자였다. 걸어오는 자세를 보니 아주 껄렁껄렁한 게 동네 양아치라도 되는 모양이었다. 벌써 술에 취했는지 몸에서 소주 냄새가 진동했다.

‘아… 지독한 냄새!’

그녀는 무심결에 코를 잡고 얼굴을 찌푸렸다.

“됐어요. 싫어요.”

“아니, 이 쌍년이 어디서 보자마자 사람 무시하네? 나랑 술이나 한잔하자고…….”

“왜 이러세요…….”

얼굴이 불콰하게 시뻘게진 양아치가 레이카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그는 술에 취해서 이미 뵈는 게 없는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머리채를 잡힌 레이카가 양아치에게 질질 끌려갔다.

“아앗… 놔요! 이거 안 놔? 꺄앗…….”

급기야 하이힐이 벗겨지며 길바닥에 넘어졌다. 무릎이 쓸렸는지 스타킹에 구멍이 났다.

“놓으란 말이야. 이거 안 놔?”

그녀는 자신의 머리채를 잡은 양아치의 손목을 두 손으로 잡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쌍년아, 그러니까 처음부터 좋게 말해야 할 것 아냐. 사람 기분을 존나게 잡치게 하네.”

주위에서 보기에도 명백히 여자가 폭행당하는 모양새였다. 그녀는 지금 펼쳐진 이 꼴사나운 모습에 마음속 깊이 분노가 들끓었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천둥이 쳤다.

[띠링… 강한 적개심이 감지되었습니다. 휴먼 상태인 보조 AI가 로드됩니다.]

‘어? 뭐야! 갑자기?’

레이카는 머릿속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녀가 충격에 빠지거나 말거나 공지는 계속되었다.

[2079년 전투가드형 워머신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메인 의식에 보조 AI가 로드됩니다. 로딩 중……. 띠링… 로딩 완료!]

순간적으로 레이카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두 눈의 초점이 사라졌다.

[각종 스킬 로드 완료!! 상대방을 징벌하십시오!]

레이카의 대뇌로 각종 격투기와 무기술, 서바이벌 기술 등 다양한 정보가 빛의 속도로 흘러들어왔다.

드디어 레이카의 두 눈이 번쩍 떠지며 강렬한 안광이 번뜩였다.

우두두둑―

“끄아아악… 내 파알…….”

레이카가 잡고 있던 양아치의 팔목이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양아치는 길거리에 철퍼덕 쓰러져 팔을 부여잡고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에엣? 전투가드형 워머신? 머릿속에 들어온 이 전투 스킬들은 뭐지? 어제 외계인에게 잡혀갔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돌아왔나? 갑자기 내가 사이보그라도 된 건가?’

물론 그녀는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아침에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전부 다 받고 정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피 검사에 엑스레이까지 찍었는데 일반인하고 아무 차이가 없었다.

레이카는 일단 나중에 생각하고 현 상황을 모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꺄악… 갑자기 왜 그러세요? 술 취해서 왜 시비 거시는 거예요?”

그녀는 이 양아치가 왜 고통스러워하는지 아주 잘 알았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아까는 제 머리를 잡더니 지금은 갑자기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이… 씨… 끄으으… 구… 구급차…….”

양아치가 극도의 고통을 느끼는지 스스로 입술을 깨물어 피가 진득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이분 진짜 이상하시네. 어디 편찮으세요?”

우드드득―

“끄아아아…….”

‘어멋…! 실, 실수를…….’

레이카는 양아치를 부축하면서 실수로 그의 오른쪽 발목 부근을 살짝 밟았다. 역시나 무슨 스티로폼 빠개지는 소리가 나며 복숭아뼈가 또다시 아작 났다.

“저, 저기요… 이분 좀 도와주세요.”

레이카는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척했다. 그제야 멀리서 일행으로 보이는 덩치들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무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인 모양이었다.

“동팔아… 왜 그래? 어디 다쳤어?”

“끄으… 이…녀…….”

휘익―

레이카의 손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양아치의 아래턱을 스쳐 지나갔다.

투욱.

양아치의 아래턱뼈가 무슨 틀니처럼 아래로 툭 빠져나왔다. 턱이 그냥 그대로 빠져버린 것이다.

“어으어어으…….”

양아치가 아래턱이 빠진 상태로 듣기 싫은 괴상한 소리를 냈다.

“이분 빨리 병원에 데려가셔야겠어요. 어디 부러지신 것 같은데…….”

“아… 예예…….”

일행으로 보이는 양아치2가 레이카의 외모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정신을 차리고 구급차를 부르기 시작했다.

“저… 감사합니다. 저기 혹시 제가 연락처… 응? 어디 갔지?”

친절하던 미소녀는 이미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상황이었다. 그는 손으로 두 눈을 비벼보았지만 사라진 그녀를 절대 다시 찾을 수 없었다.

삐뽀삐뽀…….

멀리서 구급차가 출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시각 신촌의 어느 허름하고 한적한 골목에 레이카가 나타났다. 주위가 어두워서 가까이 오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을 그런 곳이었다.

레이카는 자신의 예쁜 두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톱 손질이 아주 잘 되어있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정말 귀엽고 앙증맞은 손이었다. 하지만 이 손은 아까 양아치를 때릴 때 너무도 자연스럽게 무기처럼 쓰였다. 마치 자기가 한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퍼억!

레이카의 손이 시멘트벽을 그대로 파고들었다.

우수수…….

먼지가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담장에 구멍이 뻥 하고 뚫려버렸다. 그녀가 다시 한번 천천히 자신의 귀여운 주먹을 살펴보았다. 하얗고 앙증맞은 손에는 어떠한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헤에…? 이거 너무 위험해. 까딱 잘못하면 진짜 큰일 날지도…….’

그녀는 핸드백을 열어 물티슈를 꺼냈다. 손에 묻은 흙먼지를 천천히 닦아내었다.

레이카는 아까 손을 휘둘러 취객의 아래턱을 빼버린 그 장면을 떠올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오른 기술을 사용해 자신을 위협하는 남자를 처리했다.

그 장면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아, 안 돼. 사람을 죽이면……. 아… 이게 무슨 일이야. 으으윽…….’

갑자기 레이카가 머리를 부여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격투술, 무기술 등 살상 기술들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었다.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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