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71화 (71/277)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알고 보니 나노 머신 (워머신)

연습생 2호 (내용 수정)

레이카는 혹시나 자신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까 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칫 흥분이라도 한다면 누군가를 아주 골로 보내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길거리에서 모종의 사건을 경험한 뒤 어학당에 나가지도 않고 숙소에서 두문불출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집에 틀어박혀 미튜브만 주야장천 봤는데 한국말 실력이 너무 빠르게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전투가드형 워머신은 육체의 스펙만 뛰어난 게 아니라 두뇌 회전까지 무시무시하게 빨랐다. 그녀는 어학당에 나가는 대신 미튜브를 보며 최대한 많은 양의 동영상을 머릿속에 쑤셔 넣었다.

“아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레이카는 한국어 실력이 빠르게 늘어나자 어학당을 그만두고 그대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아버지의 호출이 있었던 것이다.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아버지는 그녀를 혼낼 생각을 하고 있다가 확 달라진 레이카를 보고 엄청나게 기뻐했다. 그녀는 한국에 가서 김치를 먹었더니 아토피가 싹 사라지고 키도 컸다고 거짓말했다.

자신을 싫어하는 배다른 형제들은 엄청나게 예뻐진 레이카를 보고 깜짝 놀라 경계의 눈길을 보냈다. 항상 주눅 들어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았었는데 아버지도 당당하게 찾아오고 자신감을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무사하다는 신고를 하고 다시 한국으로 귀국했다. 아버지는 달라진 레이카를 보고 흔쾌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고 말았다.

며칠 후, 우연히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클럽에서 만났던 강전기를 보게 되었다. 그의 얼굴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잘생긴 사람을 평생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응? 연제대 학생이라고?”

레이카는 「왜 혼자 살고 있니」에서 강소라 동생으로 나온 강전기가 인터뷰하는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레이카의 스토킹이 시작되었다. 그는 방송에 나온 후 학교와 리부트 엔터를 오가며 뭔가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사생활을 어느 정도 파악하자 그가 상당히 여자관계가 복잡하고 소울퀸즈와 케이 라임의 곡을 쓴 작곡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핑계를 대며 리부트 엔터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다가 이정수 대표에게 끌려 온 것이었다.

“이제 알겠어요? 일이 그렇게 된 거예요…….”

“그… 그럼 레이카도 몸이 바뀐 거구나.”

“맞아요, 그쪽처럼……. 그런데 그쪽은 진짜 강전기 씨가 아닌 거 맞죠?”

“그래, 나도 그 공원에서 빛에 휘말린 사람 중 하나야. 그런데 내가 원판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안 거야?”

“글쎄요. 확실하진 않아요.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직접 만나보고 알았어요. 원래 강전기 씨는 무척이나 차가웠던 거로 기억해요. 거기다 아까 작곡한 지 15년이나 됐다고…….”

“아… 그랬었지. 흐음… 뭐 더 아는 거라도 있어?”

“아뇨, 제가 다 조사해 봤는데요. 그 사건이 있었던 그날부터 다음 날까지 공원에 있다가 나간 사람은 저하고 그쪽밖에 없었어요…….”

“그럼?”

“몰라요. 그냥 사라졌어요. 강전기 씨의 영혼과 그쪽 몸은 그냥 사라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외계인이 안 내려놓고 자기들 별로 갔거나.”

“미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 몸은 외계인들이 다시 만든 것 같아요. 인간의 기술이 절대로 아니에요. 몸이 완전히 재구성되었잖아요?”

“그… 그건 그렇지…….”

“혹시 나노 로봇 어쩌고 그런 머릿속 소리를 들으신 적 있죠?”

“으…응… 들렸지. 나도 그럴 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했어. 이렇게 된 건 뭔가 오류가 있었던 거 같은데…….”

평행우주를 넘어온 외계인들이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결코 알 수 없는 강전기와 레이카였다.

실제로 완파된 것은 원판 강전기였고 반파돼서 의식을 백업한 개체는 레이카와 주기만이었다. 또한 영상이 남아있는 것은 원판 강전기와 레이카였고……. 그런 우연이 겹치며 이러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아야겠어요… 없어진 사람은 어쩔 수 없잖아요.”

“그… 그게 마음대로 되니? 너야 그대로 몸만 바뀌었으니까 그런 거고.”

“신경 쓰지 마세요. 만약 원래 몸을 찾는다고 해도 어떻게 바꾸실 건데요? 그냥 잊고 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옆에서 그쪽이 만든 노래를 들어보니 충분히 프로듀서로 가능성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원래 몇 살이에요?”

“서른여섯…….”

“우와… 나이 많이 드셨네요.”

“…….”

“아… 죄송요. 그런데 예전부터 작곡 실력이 좋으셨나요?”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는걸. 솔직히 자기 자신을 평가하기가 힘들잖아. 그런데 분명한 건 실력이 확실히 좋아졌어.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

“네, 저도 그래요. 테스트해 보니 두뇌를 쓰는 것은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이 증폭되는 것 같아요. 몇 가지 시도해 보니까 언어 능력이 제일 좋더라구요. 춤추고 노래하고 그런 것도 상당히 괜찮아지고…….”

“그래서 노래도 괜찮게 잘했구나.”

“맞아요.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렇구나. 그래서 나도 작곡 실력이 엄청 좋아진 것 같아. 머리도 회전도 빨라지고…….’

강전기는 레이카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뭔가 이제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충분히 이해했어.”

“호칭은 어떻게 할까요? 자꾸 그쪽이라고 하니 좀 이상한데요.”

“그, 그냥 오빠라고 부르면 되지 않을까?”

“서른여섯이라고…….”

“크흠… 그건 예전 나이고… 지금은 스물세 살이니까…….”

“킥킥… 오빠는 좀 그렇고 피디님이라고 부를게요. 그런데 피디님도 전투가드형 워머신이에요?”

갑자기 레이카가 강전기의 얼굴을 빤히 보면서 물어봤다.

“응? 그게 무슨…….”

갑자기 레이카가 손을 들더니 검지를 펼친 상태로 정권을 내질렀다.

푸욱!

레이카의 손가락이 소리도 없이 콘크리트 벽을 파고들었다.

“워머신 몰라요? 피디님은 이런 거 안 돼요?”

“…….”

강전기는 눈을 부릅뜨고 엄청나게 놀란 얼굴로 레이카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주 담담하게 물티슈를 꺼내 자신의 손가락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핸드백에서 작은 패치 같은 것을 꺼내 구멍 난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저 구멍 뚫는 거 재미 들렸어요.”

‘미친… 무슨 벽이 두부냐? 손가락으로 장난칠 게 따로 있지. 뭐? 워머신? 난 섹스 토이라고… 이씨… 섹스해서 레벨을 올리는 최첨단 게임 시스템이 탑재됐다!! 크흑… 이걸 쪽팔려서 어떻게 말해…….’

“난 워머신 그런 거 아닌데…….”

“그럼? 그냥 일반인이에요?”

“아니, 일반인보다는 강하지. 그런데 너처럼 벽에 구멍을 뚫고 그러진 못해.”

“그렇군요. 그럼 내 신체가 피디님보다 훨씬 우월한 거 같은데요?”

“쳇… 우월은 개뿔…….”

레이카가 순간적으로 몸을 틀더니 강전기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으아악… 아파…….”

[띠링… 신체가 손상되었습니다. 나노 로봇에 몸의 에너지를 사용해 복구를 시작합니다.]

“어? 진짜인가 보네? 뭐지? 피디님 육체가 약간 오래된 건가 봐요. 전 2079년형이래요.”

“야! 아프잖아. 뼈에 금 간 거 아냐. 어휴…….”

손목을 잡고 아파하던 강전기가 자신은 2080-001 초월지능 출시 기념 한정판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차… 그때 그 모델 넘버가 연식? 한정판이라 나만 게임 시스템이 있는 거야?’

“그런데 인하는 피디님이 뽑으셨어요? 괜찮은 것 같던데. 어디서 데려오신 거예요?”

“얼마 전 끝난 「걸즈 스쿨」 출신이야. 8위로 떨어진 앤데 우리가 냅다 주워왔지.”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몰랐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애들이 뽑혔길래. 저런 3대 기획사 상위권 연습생이던 애가 떨어진 거죠?”

“여초에서는 너무 조용해서 네가 모를 수 있어. 인하는 콘셉트가 안 맞아서 방송에 얼굴이 많이 안 나온 것 같더라. 이제는 투표 조작은 안 하는 것 같던데 피디 픽은 여전히 있나 보더라고.”

“하긴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순순히 사람들 맘대로 뽑게 하겠어요?”

“인하 주특기가 랩이야. 나중에 한번 들어봐. 진짜 끝내준다.”

“그 정도예요? 아까 춤추는 거 봤는데 춤도 엄청 잘 추던데?”

“그게 다가 아니야. 노래도 잘해.”

“에? 완전 만능이네요?”

“그렇지. 그런 애 하나 있으면 든든하지.”

레이카가 말하는 강전기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느낀 강전기는 그녀의 눈이 반짝이는 것 같아서 솔직히 약간 심쿵했다.

“피디님, 말하는 거나 생각하는 거나 진짜로 프로듀서 같아요.”

“흐흐… 이제 알았어? 나 소울퀸즈 앨범 제작해서 대박 낸 사람이야.”

“흐음… 어쨌거나 지금 상황에 만족하는 거죠? 몸도 괜찮고?”

“말해서 뭐 하냐. 예전하고는 비교가 안 되게 좋지. 강전기 진짜 대단하더라.”

“제가 보기엔 얼굴 빼곤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에요. 키도 그렇게 크지 않았고 몸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주위 사람들이 의심 안 했어요?”

“글쎄… 군대 갔다 오고 정신 차린 줄 아는 거 같던데?”

“그렇구나. 좀 이상하긴 하네요.”

“설마 영혼이 바뀌었다고 누가 생각하겠어? 그냥 어디 아픈가 의심하는 정도겠지.”

“하긴. 그런데 바뀌고 불편한 점도 있지 않았어요?”

“그런 건 거의 없고… 아… 한 가지 있다. 원판 과거 여자관계가 좀 복잡하더라.”

“여자들이 막 들이대는 거요?”

“어쩌다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아무튼 모든 게 너무 쉬워. 그게 여자든 일이든.”

여자가 쉽게 꼬인다는 말이 웃긴 듯 레이카가 미소를 지었다.

“저랑 같은 사람이 또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놓이네요. 저만 이상한 건지 해서 되게 불안했었거든요.”

“불안하긴? 좋기만 한데?”

“킥…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그냥 연습생으로 자연스럽게 대해주세요. 어차피 저희는 같은 운명 공동체잖아요.”

“운명 공동체라…….”

강전기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너 혹시 다른 능력 같은 거 있어?”

“점프도 엄청 높게 뛸 수 있어요. 5층 정도는 뛰어 올라갈 수 있을 정도예요. 힘도 아까 보시다시피 괴물이 따로 없을 정도고요. 그리고…….”

“그리고 또?”

“머릿속으로 들어온 게 전부 사람 죽이는 기술들이에요. 격투술이나 무기술 그런 거요. 아무래도 워머신이라 그런가 봐요.”

“허… 그건 너무 이상하다. 너랑 안 어울려.”

저런 초절정 미소녀가 살인 병기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외계인들 알고 보니 진짜 악취미네. 어딜 봐서 저런 외모가…….’

하지만 외계인들이 그런 악취미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모든 것은 그냥 우연이었을 뿐.

“피디님… 저 이제 집에 가볼게요. 얼른 들어가 쉬세요.”

레이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그래.”

그녀는 나가다 말고 뭔가 이야기할 게 있는지 몸을 돌려 말했다.

“그리고 이건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이에요. 아셨죠?”

“당… 당연하지.”

레이카가 한쪽 눈을 감고 윙크하는데 그 압도적인 미모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얼굴 미쳤다. 레전드네…….’

“저는 이만… 안녕히 계세요.”

“조심히 가…….”

* * *

레이카가 남긴 충격은 강렬했다. 강전기는 온종일 작곡이고 뭐고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았다.

레이카의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보기가 부담스러워 일부러 회사에 안 나갔다. 그녀는 바뀐 몸에 완벽히 적응했는지 자신의 올라간 능력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연습실에서 김인하와 계속 연습 중이라고 했다.

‘예전에 잘 안 되던 게 잘되기 시작하면 엄청 재미있는 법이지… 헌데…….’

“난 섹스 토이인데 뭐? 전투가드형 워머신이라고?”

강전기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샤워한 뒤 머리를 말리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는 레이카가 손가락으로 콘크리트 벽에 구멍을 내는 장면을 떠올렸다.

‘솔직히 그런 건 약간 부러운 건 사실이지. 슈퍼히어로에 대한 로망은 다들 있으니까. 그래도 난 섹스 토이가 좋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무력이 뭐가 중요해? 주먹 쓰다가 교도소나 들락거리는 거잖아? 워머신이라고 정체라도 밝혀져 봐. 군대가 출동해서 잡으려 들걸? 역시 일반인하고 구별할 수 없는 섹스 토이가 짱이지!’

역시나 전생에 못 해본 게 가장 해보고 싶은 것 아니겠는가? 모솔아다였던 자신은 지금 생활에 충분히 만족했다.

‘포인트를 얻으면 나도 조금씩 강해질 수 있다고… 나 참… 그런데 재수도 없지. 왜 나만 무슨 감질나게 게임 시스템 같은 게 있는 거야? 이건 해제도 안 되고 진짜 짜증 난다.’

그는 한 방에 모든 스킬들을 다 사용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참,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다니까? 후후… 천천히 가자고, 강전기!’

그가 씩 웃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곳에는 키가 큰 존잘남이 서있었다. 물건도 아주 실하기 그지없었다.

‘후후후… 진짜 잘생겼어. 키도 크고… 물건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