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곡천재 리얼돌 프로듀서-75화 (7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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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선작, 댓글, 추천 감사드립니다.

응? 네가 3호?

드디어 소울퀸즈의 곡에 대한 정산금이 들어왔다. 두 곡에 대한 저작권료는 무려 5,600만 원이었다. 두 곡이 차트 10위권에 장기간 알박기를 한 영향이었다.

“전기야, 너 입이 귀에 걸려있다? 정산금 나왔다며?”

“예… 형님. 기분 너무 좋네요. 웬만한 직장인 연봉이 딱하고 통장에 꽂히니 진짜 든든한데요?”

“흐흐… 나도 볼케이노 히트곡 덕택에 매년 부수입을 올리고 있지. 저작권이라는 거 진짜 무시 못 해. 네 실력이면 나는 금방 추월할 것 같은데?”

“에이… 그거야 한참 후에나 가능한 거죠. 아직 걸그룹 멤버도 다 안 들어왔잖아요.”

“넌 케이 라임이 있잖아. 저작권료 얼마나 떨어질지 모른다면서? 그리고 이번에 블루비한테 곡 줬는데 잘하면 너 바로 집도 사겠다.”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요. 블루비 노래야 반응을 봐야 하니까요.”

“하여간 겸손 떨기는…….”

“그리고 케이 라임 곡에서 떨어지는 것은 자본 출자금으로 다 내놓아야 하잖아요.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정수 대표는 쑥스러워하는 강전기를 보며 빙긋이 미소 지었다.

“오늘 한턱 안 쏘냐?”

그 말을 듣고 엎어져 있던 최민호 엔지니어가 다크서클을 비비며 일어났다.

“나는 소고기…….”

최민호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너는 먹는다는 소리 들리니까 일어나냐?”

“민호 형, 고기 드시고 싶으세요? 까짓 거 돈도 들어왔는데 제가 사드리죠…….”

“으아암… 진짜냐? 너 상남자다잉……. 오늘 오랜만에 고기 한번 푸짐하게 먹게 생겼구만…….”

“맘껏 드세요. 제가 다 사드릴게요.”

“전기야, 그래도 돈 벌었다고 펑펑 써대지 마라. 우리 월급쟁이 아니다. 곡 안 나오면 쫄쫄 굶어야 해.”

“알았어요, 형… 이번만 사드리는 거예요. 감사하기도 하고요.”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감사해할 줄도 알고 말이야. 키워놓으면 지 잘난 줄 알고 함부로 하는 놈들 천지라…….”

“그럼요… 저는 싸가지가 있죠.”

“그럼, 그럼…….”

이정수 대표가 이 대리를 불러서 회식 공지를 했다.

회사 근처 유명한 고깃집에서 회식이 열렸다. 참석자는 이정수 대표와 최민호, 이 대리, 소울퀸즈와 매니저인 김 실장이었다.

불판에 지글지글 소고기가 익어가는 가운데 이정수가 잔에 소주를 채우게 했다.

“자, 주목! 오늘 회식은 우리 회사의 전속 작곡가이신 일렉케이 님께서 쏘시는 겁니다.”

“와아아…….”

“멋지다…….”

“자자, 조용, 조용… 이쯤 해서 우리 소울퀸즈를 떡상하게 만들어준 천재 작곡가님의 말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자, 박수…….”

“와…….”

강전기가 쑥스러워서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엉거주춤하게 일어났다.

“아이고… 우리 대표님께서 저를 너무 띄워주시는데요. 정말 창피하기만 합니다.”

“에이… 겸손이 지나치다.”

소울퀸즈의 리더 김수진이 소주잔을 치켜들며 추임새를 넣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누님. 이제 제가 막 작곡가로 발을 뗀 거나 다름없습니다. 운 좋게도 많은 분이 도와주셨고, 소울퀸즈 누님들도 노래를 워낙 소화를 잘해주셔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늘은 제가 정산도 받았으니 시원하게 쏘도록 하겠습니다. 마음껏 드시고 제가 ‘리부트 엔터를’이라고 선창하면 ‘위하여’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어디 회사 회식하는 것 같다?”

“조용히 해, 인마…….”

“리부트 엔터를…….”

“위하여…….”

선, 후창이 끝나고 다들 들고 있던 소주잔을 원샷 했다. 오직 한여름만 소주잔에 입술만 대고 도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역시 여름 씨는 술을 안 마시는군. 아무래도 조심하는 것 같아.’

강전기도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한여름을 흘깃 쳐다보았다. 그녀가 너무 조용하니 한겨울이 살짝 그리워지는 강전기였다.

“캬… 술맛 좋다. 정수 오빠, 나 요즘에 진짜 인생 살맛 난다.”

“왜? 수진이 너 요즘 엄청 바쁘잖아.?”

“치… 바쁜 게 대순가? 그만큼 인기도 올라가고 돈도 벌고 있잖아. 이래서 다들 인기를 얻으려고 발버둥 치는지 알겠더라. 그리고 왜들 정상에서 내려오기 싫어하는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아.”

“나야 뭐… 방송인 다 됐지만, 인기라는 게 덧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더라.”

“내 말이 그 말이야.”

“전기 아니었으면 우리도 은퇴 각이었는데… 진짜 오빠는 귀인을 만난 거야.”

“엥? 그게 무슨 논리야. 너희가 만난 거지. 나는 원래 부자라고…….”

“그런가?”

김수진이 미소를 지으며 강전기의 등을 두드렸다. 강전기가 등심을 소금장에 찍어 입 안에 집어넣자 고기가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에이… 그만큼 누님들 실력이 좋았죠. 거참, 고기가 살살 녹네요.”

강전기의 잘생긴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모두를 기분 좋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웃음이었다.

“그래, 많이 먹어라… 그리고 전기야, 난 진짜 네가 고맙더라.”

“이제 그만하셔도 돼요…….”

“수진아, 오빠가 지금껏 덕을 쌓아서 이렇게 된 거야. 그거 몰랐지?”

이정수가 입 속에 소주잔을 털어 넣고 씩 웃었다.

“그래요. 오빠도 고마워. 우릴 지금까지 버틸 수 있게 잡아줘서…….”

“너 평소와 다르게 왜 이렇게 감성적이냐? 적응 안 되니까 평소대로 해.”

김수진의 스매싱이 이정수의 등으로 날아들었다.

짝!

“으악…….”

“하여간 매를 벌어요, 매를… 내가 좀 분위기 좀 잡고 싶다는데 왜 그렇게 분위기 파악을 못 해?”

“와… 이게 그냥 대표를 폭행하는 게 아주 습관이 됐어. 회사에서 파내든지 해야 할까 봐.”

“어이구… 그러세요. 지금 우리처럼 돈 버는 직원이 또 어디 있다고?”

“하하… 그건 인정!”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라고 우리 대표님이 그렇게 행사 뺑뺑이 돌리라고 시키시는 거죠?”

“그럼, 그럼… 쉴 틈이 어딨어? 행사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닥치는 대로 뛰어야지.”

“거… 악덕 사장이네.”

“악덕 사장이었으면 지금껏 너희를 데리고 있었겠냐? 바로 노숙행이라고…….”

“…….”

“아이고… 그만들 좀 하세요. 작곡가님이 사주시는 신성한 고기를 앞에 두고 무슨 짓들이신지. 자자, 좀 드세요.”

“어우… 역시 고기는 한우야. 그리고 다들 명이나물에 싸 먹어봐. 진짜 맛있어.”

한참 후 강전기가 조용히 고기를 먹고 있던 한여름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여름 씨는 술 안 드세요?”

“저요? 저 술 끊었어요.”

“안 마시는 게 아니라 끊으셨어요?”

“술은 잘 마시는데… 자꾸 필름이 끊겨서 안 마셔요.”

“그러시구나…….”

“혹시 저번에 제가 뭐 실수한 건 없죠?”

“전혀요… 저번에도 말했지만 그런 거 없습니다.”

강전기가 생각과는 다르게 두 손을 펼치고 아니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실수가 없긴? 그날 당신하고 별짓 다 했잖아! 나 각성까지 시켜서 스킬도 얻게 해놓고선?’

“헤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그날 걱정돼서 죽을 뻔했어요.”

“아니, 평소에 주사가 어떻길래 그러세요?”

“그냥 좀 과격해져요. 그 정도만 말할게요.”

‘뭘 그 정도만 말해? 엄청 서구적이고, 오픈 마인드로 변하던데…….’

강전기는 다시금 뇌가 순백색으로 변한 건어물녀 한여름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엔 내가 모르는 척 넘어가겠어. 필요하면 한겨울 씨를 소환하면 되니까……. 요즘은 하리도 꾸준하고 베이글 리나도 있어서 그렇게 궁한 편이 아니걸랑? 흐흐흐…….’

워낙 좋은 자리이고 분위기가 좋다 보니 다들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한여름 옆에 있어서 그런지 강전기가 그나마 술을 덜 먹은 편이었다. 이정수 대표와 김수진, 그리고 특히 최민호 엔지니어가 완전히 꽐라가 돼버렸다.

일단 식대를 계산했다. 얼마나 먹었는지 100만 원 가까이 나왔다. 사실 이곳이 좀 비싼 집이기도 했다.

‘미친… 도대체 얼마를 먹은 거야?’

그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취할 정도로 충분히 마신 상태라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김 실장이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아무래도 로드 매니저를 부른 모양이었다. 아직 정신이 남아있는 이 대리도 대리운전을 불렀다. 그녀는 이정수 대표와 같은 동네에 사는 모양이었다.

“어어… 소… 소울퀸즈 얘네들은 김 실장이 잘 챙겨요… 다들 엄청 마셨나 보네, 하하하하…….”

‘정수 씨… 당신도 맛이 갔어.’

“이 대리님, 대표님도 많이 드신 거 같은데 좀 부탁할게요.”

“안 그래도 대리운전 불렀어요. 제가 대표님 차 타고 들어갈게요. 딸꾹…….”

“그러면 저기 엎어져 계신 민호 형이 제일 문제인데… 혹시 저 형님 주소 아세요?”

“잠깐만요…….”

이 대리가 스마트폰을 뒤져보더니 주소를 찾아 강전기에게 보내줬다.

“전기 씨… 미안해요. 아무래도 엔지니어님 챙기셔야 할 것 같아요.”

“예… 걱정하지 마세요. 민호 형 집은 여기서 가까운데요, 뭘…….”

‘어우… 머리야…….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김 실장이 부른 로드 매니저가 밴을 몰고 왔다.

“차가 왔네요. 저는 소울퀸즈 데리고 들어갑니다. 다들 조심히 들어가세요…….”

휘청대는 소울퀸즈 멤버들이 하나둘씩 밴에 올라탔다.

“그래, 그래… 운전 조심하고…….”

대리기사가 오자 이정수 대표도 이 대리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고깃집 주차장에는 강전기와 최민호만 남은 상태였다. 최민호는 거의 인사불성이 되었는지 건물 밖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거의 쓰러질 듯 널브러져 있었다.

강전기는 택시를 불러 최민호를 부축해서 청량리로 향했다. 택시가 도착한 곳은 허름해 보이는 한 연립주택.

“형… 집에 다 왔어요. 일어나세요.”

강전기가 민호를 계속해서 깨웠으나 이미 만취 상태인 그가 깨어날 리 만무했다.

‘집이 5층인데 연립이라 엘리베이터가 없네… 미친…….’

옆에서 자꾸 흐느적대는 최민호 때문에 부축한 상태로는 계단을 올라가기 힘들었다.

“으… 짜증 나. 내가 다시는 술 먹나 봐라. 술 취한 사람 상대하는 게 제일 힘들구나.”

그는 거의 인간계 끝에 다다른 근력으로 최민호를 그냥 들어서 어깨에 메었다. 그러자 움직임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렇게 거의 쌀 한 가마(80kg)를 둘러업고 계단을 올랐다.

“여긴가?”

강전기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호수를 확인했다.

띵동― 띵동―

초인종을 계속 눌렀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아, 하아… 뭐야… 집에 왜 아무도 없는 거야…….”

강전기는 잠시 최민호를 내려놓고 그의 옷을 뒤지기 시작했다. 대문이 번호키도 아니고 열쇠로 여는 현관문이었다.

“옳지… 여기 열쇠로구만. 개 힘드네. 욕 나올 거 같다.”

강전기는 열쇠로 문을 열고 현관에서 최민호의 신발을 벗겼다. 거실에 들어서니 단출한 집의 가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집이 작네. 20평 정도 되나?’

생각해 보니 집에 들어왔을 때 불이 켜져있었으니 집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였다. 일단 최민호를 거실 소파에 던져놓았다. 그는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훔치고 냉장고로 가서 물을 한 잔 마셨다.

“휴우… 빡시네. 이제야 살 것 같다. 차라리 역기가 낫지 발버둥 치는 사람은 진짜 힘들다.”

강전기는 식탁 의자에 앉아서 잠시 숨을 골랐다. 주위를 살펴보니 세간살이가 변변치 않아 보였다.

“이 형 흙수저네. 어떻게 정수 형이랑 친해졌을까?”

강전기는 두 사람이 대학교 1학년 때 한 여자를 두고 라이벌 관계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때였다. 현관 옆 작은 방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선율이 애절한 발라드였다. 전주가 끝나고 멜로디에 맞춰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 뭐야? 라이브야?”

문이 닫혀있었지만,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뭔가 청량하고 깨끗한 음색이었다.

“여자? 응? 일본어인가? 꽤 잘하는데?”

강전기는 살짝 눈을 감고 노래를 감상했다. 노래는 초반부와 중반부를 지나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문을 뚫고 밖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성량이었다. 목소리 자체는 깨끗했는데 뭔가 쇠를 긁는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강전기가 놀라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헉… 성량이 엄청나잖아. 가만… 이거 이상한데? 저렇게 부르면 목이 괜찮은 건가?’

갑자기 누군가가 대문을 쾅쾅 두드렸다.

“아이, 시팔… 또 시작이네. 시끄러워서 살겠냐고!!”

옆집 주민이 노래 부르는 소리에 짜증 나서 찾아온 것 같았다. 곡이 끝나고 집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노래 부르고 싶으면 노래방에 가란 말이야… 시팔, 여기서 이사를 하든지 해야지. 짜증 나네. 별 또라이 같은 게 이웃이라고… 어휴…….”

강전기는 식탁에 일어서서 작은 방문 앞으로 이동했다.

‘성량 뭔데? 혹시 민호 형 딸인가? 맨날 버릇처럼 밥 차려주러 간다는 그 딸내미?’

그는 거실에 널브러져서 자는 최민호를 흘깃 바라보았다.

‘형수님은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하셨지? 그럼 빼박 딸인데…….’

끼이익…….

별안간 작은 방문이 열리며 얼굴이 새하얗다 못해 창백한 중키의 소녀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열린 방문 사이로 안쪽이 잠깐 보였는데 방 안이 쓰레기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컥…….”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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